베트남 토닥 이 - beteunam todag i

[페미니즘 지도를 잇다] ③베트남 귀환여성의 눈물
자립 돕는 ‘한베함께돌봄센터’
활동가 12명 중 3명이 귀환여성
월례자조모임 재정착 정보 나눠
이혼지원·결혼이민 사전교육도
여성들 연대로 정부 공백 메꿔

지난달 26일 베트남 껀터에 위치한 한베함께돌봄센터 강의실에서 귀환여성 30여명이 29번째 월례자조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네가 얼마 전에 비자받는 데 성공했다고 해요.”

지난달 26일 베트남 껀터에 위치한 한베함께돌봄센터 강의실. 귀환 여성 자조모임의 후인티타인타오(31) 회장의 말에 안도의 박수가 쏟아졌다. 한국에서 결혼생활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온 귀환 여성 30여명이 모인 자리, 센터의 한베자녀지원사업 경과를 듣는 동안 이들은 걱정과 안도의 한숨을 번갈아 내쉬었다. 각자 짊어진 짐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날 29번째 귀환 여성 자조모임을 열고 아이들 학비와 의료비, 비자 발급 경과 등 지난 한 달을 공유했다.

귀환 여성들의 자조모임이 첫발을 뗀 건 2016년 2월이다. 한베함께돌봄센터를 운영하는 한국 시민단체 유엔인권정책센터(KOCUN·코쿤)의 껀터 사무소(이하 코쿤껀터)에서 상담받은 7명이 자발적으로 친목모임을 꾸린 게 시초가 됐다.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에 만나 베트남 재정착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눈다. 베트남에 돌아온 지 6년째 되던 해 타오도 코쿤껀터에서 이혼상담을 받다 자조모임에 참여하게 됐다. “어떤 사건을 겪었으니까 다들 베트남에 돌아온 거잖아요. 가족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일들이죠. 하지만 이곳은 비슷한 일을 겪은 친구들이 모였으니까 말 안 해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요.” 귀환 여성들은 연대와 지지를 발판 삼아 베트남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다.

이들 뒤에는 한베함께돌봄센터에서 상근활동가로 일하며 같은 처지의 여성을 돕는 또 다른 귀환 여성도 존재한다. 코쿤껀터 상근활동가 12명 중 3명이 귀환 여성이다.

2015년 베트남에 돌아온 응우옌티낌헌(29)은 두 딸을 학교에 보낼 방법을 찾다가 코쿤껀터를 알게 돼 상근활동가로 일하게 됐다. 헌은 특히 결혼이민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국과 한국인 남편 등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현지사전교육(PDO)에 힘쓰고 있다. 16시간에 걸친 코쿤껀터의 현지사전교육 수업은 위기 상황 때 도움을 주는 한국 다누리콜센터 전화번호를 소리 내 외우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19살 때 아무것도 모르고 한국에 갔어요. 어떤 어려움을 겪을지 뻔히 보이니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고 싶은 거죠.”

보티두옌땀(30)도 귀환 여성으로 한-베 자녀 교육을 돕고 있다. 땀은 혼인신고를 마쳤지만 비자 발급 과정에 차질이 생기는 과정에서 한국 남성과 결혼중개업체 모두 연락이 끊겨 한국 땅을 밟기도 전에 이혼을 준비하게 됐다. 땀은 “센터에 찾아오는 시간만큼은 아이들이 부모님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귀환여성이 아닌 베트남·한국 활동가들도 귀환여성과 한베자녀 지원사업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국적도, 나이도, 사연도 저마다 다른 활동가들을 묶어주는 건 같은 여성으로서 느끼는 연대와 지지의 마음이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응오티반프엉(45) 코쿤껀터 상담가는 2014년 국제결혼과 관련해 감동적인 사연을 내보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본 뒤 ‘한베 국제결혼을 증진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코쿤을 찾았다. 그러나 코쿤을 찾아오는 귀환여성들을 만나며 국제결혼의 숨겨진 이면을 알게 됐다. “제가 만난 귀환여성들은 다들 어떻게든 불행한 결혼을 끝내려 애쓰고 있었어요.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써도 이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기관을 찾아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몇 년간 법적인 문제에 꼼짝없이 잡혀있게 돼요.” 여성들의 문제에 공감한 프엉은 이혼 서류를 귀환여성 대신 발급받고 베트남에서의 이혼 신고·소송을 안내·지원하고 있다.

김이연심(41) 코쿤껀터 대표도 한국 여성운동을 기록하는 미디어 활동가로 일하다 2015년부터 껀터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김이 대표는“귀환여성들은 소수자 중 소수자다. 한국에서는 결혼이주여성으로서, 베트남에서는 귀환여성이라 불리며 구조적인 차별에 쉽게 노출된다”며 “특히 귀환여성들은 한국에서는 도망간 여성들, 베트남에서는 실패한 여성들로 낙인찍고 개인의 불행으로만 치부해버리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년 기획취재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손 맞잡은 여성들이 메꾸고 있는 것은 한국 정부 정책의 공백이다. 기업과 재단 등 민간에서 먼저 나서서 이들을 돕는 동안, 한국 정부는 오히려 결혼이민예정자들의 안전한 이주를 위해 수행했던 결혼이민예정자 현지사전교육(PDO) 사업조차 예산을 삭감하는 추세다. 2016년 4개국(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몽골)을 상대로 4억2300만원을 지원했지만 지난해 대상국을 2개국(베트남, 필리핀)으로 줄였고 예산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김이 대표는 “국내에서도 다문화정책을 민간 여성운동이 먼저 주도하여 제도화시켰듯이 해외에서도 민간외교관으로서 힘겹게 이끌어온 이슈들을 이제는 한국 정부가 나서서 지원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껀터/글·사진 고한솔 기자

부푼 꿈을 안고 한국으로 건너갔지만 가정해체를 경험하고 돌아온 귀환여성들. 그 이면엔 상업적인 속성 국제결혼, 결혼이주를 통해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던 정부 정책이 있다. 귀환여성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한국과 베트남 여성들은 손을 맞잡았다. 귀환여성과 한-베자녀를 지원하는 코쿤껀터의 활동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에 맞서는 여성인권 운동이다. 코쿤껀터에서 만난 활동가들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요?”

응오티반프엉, 코쿤껀터 상담가

내게 페미니즘은 ‘자기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디엡응오우엔, 코쿤껀터 활동가·한베어린이다문화도서관 사서

내게 페미니즘은 ‘사람들에게 대한 관심과 보살핌’입니다

왓탄방, 코쿤껀터 자원활동가

내게 페미니즘은 ‘사람들을 평등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응우옌티낌헌, 귀환여성·코쿤껀터 활동가

내게 페미니즘은 ‘열심히 노력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김이연심, 코쿤껀터 대표

내게 페미니즘은 ‘막심’입니다. 차별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막 대하는 연심이(막심의 본명) 바로 나 자신 입니다.

조용석, 음악인·열매나눔인터내셔널 활동가

내게 페미니즘이란 ‘세상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입니다.

딘짠쭉응언, 유엔인권정책센터 껀터사무소 상담가

내게 페미니즘이란 ‘자신감을 키우고 열심히 배우며 어떤 어려움도 수용해낼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딘몽카, 장기체류 결혼이민예정자·코쿤껀터 활동가

내게 페미니즘이란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사랑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현민정, 코쿤껀터 활동가

내게 페미니즘이란 ‘함께 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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