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 임대 보내는 법 - FM imdae bonaeneun beob

▶ 정상빈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울버햄턴 원더러스로 이적했다.
▶ 정상빈은 곧바로 스위스 슈퍼리그의 그라스호퍼로 18개월간 임대됐다.
▶ 정상빈의 스위스행이 불가피했던 이유, 영국 취업비자 발급에 관해 알아본다.

정상빈이 스위스 그라스호퍼 구단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풋볼리스트] 서형욱 기자= 울버햄턴 원더러스가 2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정상빈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아직 고교생이던 2020년 11월,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수원 삼성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공격수 정상빈은 지난해 6월, 이미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슈퍼 유망주다. 뛰어난 기량에 2002년생이라는 어린 나이는 울버햄턴의 시선을 잡아 끌기에 충분했다. 울버햄턴은 전도유망한 정상빈을 이적료 100만 파운드(약 16억원)에 영입한 뒤 스위스 그라스호퍼로 곧장 임대를 보냈다. 정상빈의 그라스호퍼 임대 계약 기간은 18개월이지만, 기간 중 언제든 원소속팀으로 복귀가 가능하다.

정상빈이 스위스로 간 까닭은?

울버햄턴이 정상빈을 영입과 동시에 스위스로 보낸 이유는 워크 퍼밋(취업 비자) 때문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소속 클럽의 외국인 선수 보유 숫자에 제한을 두지 않는 대신, 정부 차원에서 취업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것으로 그 수를 관리하고 있다. 원래부터 까다롭기로 유명했던 이 발급 요건은, 영국이 '브렉시트' 즉, EU에서 탈퇴하면서 보다 촘촘하게 개정됐다. 바뀐 규정은 2021년 1월부터 적용 중이다. 

지난 2016년 중국 기업에 인수된 울버햄턴은, 이후 전세계에 스카우트 숫자를 늘려 공격적으로 유망주들을 영입하고 있다. 영국 홈그로운 유망주들은 빅클럽을 선호하고 몸값도 지나치게 높다. 반면, 외국에서는 우수한 재능의 어린 선수들을 저렴한 이적료에 영입할 수 있다. 해외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우수 자원 조기 확보를 위해 다국적 재능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울버햄턴은 2020년 당시 스위스 2부리그에 머물던 클럽 그라스호퍼의 경영권을 인수한 후, 그라스호퍼로 여러 선수들을 임대 보내 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 그라스호퍼는 지난 시즌 2부 리그 1위를 차지하며 1부로 승격했다. 

정상빈의 경우, 현재 상태로는 영국 취업 비자 발급이 불가능한 상태다. 따라서, 울버햄턴과 입단 계약을 맺을 수는 있지만, 수입을 창출하는 활동을 할 수 없어 리그 출전은 불가능하다. 스위스 그라스호퍼 임대 조치는 유럽 축구 경험 쌓기 외에, 취업 비자 발급 요건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정상빈이 취업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영국 정부는 '영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수준의 외국인 선수들에게만 취업 비자를 발급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원칙 하에 출신 국가의 FIFA 랭킹, 해당 선수가 대표팀에서 뛴 A매치 경기 수, 그리고 영입하는 구단이 이 선수를  데려오려 얼마나 많은 이적료와 급여를 지출하는지 등을 따졌다. 박지성의 경우처럼, 유력 인사들의 추천서를 통해 취업 비자 발급이 가능해진 경우도 있다. 박지성은 거스 히딩크, 알렉스 퍼거슨, 요한 크루이프 등 레전드 3인의 추천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취업비자 발급 요건의 변화

하지만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서, 수 많은 EU 국적 선수들도 영국에서 다른 대륙 출신 선수들처럼 외국인이 되었다. 이제 모든 외국인 선수들은 영국 정부에서 변경한 규정에 따라, 취업비자 포인트 제도를 통해 비자 발급 여부가 결정된다. 이에 따라 6개 항목에서 '자동발급(auto-pass)' 요건을 충족하거나, 15점 이상의 포인트를 얻어야만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10~14점은 조정위원회를 통해 추가 심사가 가능하다.)

과거의 제도라면, 울버햄턴이 정상빈을 영입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국가대표팀 주전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2021년 12월 발표 FIFA랭킹에서 대한민국은 30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 경우, 대한민국 대표팀이 치른 최근 2년간의 A매치 중 75% 이상 출전해야 취업비자 발급이 가능하다. 정상빈은 2021년 6월 A매치 데뷔전에서 골을 터뜨린 것이 유일한 출전 기록이다. 

하지만, 새롭게 바뀐 포인트 제도는 기존의 FIFA랭킹 중심에서 해당 선수가 속한 리그와 클럽의 수준, 성적을 추가적으로 고려한다. 정상빈이 스위스 리그에서 1년 이상 꾸준한 활약을 펼친다면, 대표팀 발탁 여부와 무관하게 포인트 제도에 따라 영국 취업 비자 발급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여기서는 현재의 정상빈에게 해당되지 않는 국가대표팀 관련 포인트는 생략하고 설명한다.

표0. 영국 취업비자 발급 포인트 산정에 적용되는 세계 축구 리그 등급표

새로운 발급 기준은 K리그에서 뛰는 선수보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의 취업 비자 발급 가능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취업비자 발급 포인트는 크게 국가대표팀과 소속 클럽 두 분야로 나뉘는데, 소속 클럽에 배당되는 포인트는 클럽이 속한 리그의 수준과 클럽의 성적을 두루 감안한다. 

표0에 따르면, 정상빈이 임대 선수 신분으로 몸담게 된 스위스 1부리그는 4등급(Band 4)에 해당된다. 반면, K리그1은 1~5등급 리그에 언급이 없다. 따라서 6등급에 해당한다. 5등급에 포함된 중국 1부리그보다 낮은 등급이다. 

표2. 선수의 소속팀 리그 경기 출전 시간 비율에 따른 배점표

표2는 해당 선수가 소속된 리그에서 지난 24개월간 보여준 성적을 통해 배당되는 포인트를 알려준다. (2002년생 정상빈의 경우 2000년 1월  1일 이후 출생이라 '유스 플레이어'에 해당되어, 과거 12개월의 기록이 반영된다.)

정상빈의 경우, Band 6 리그인 K리그에서 '데뷔'전을 치렀기 때문에 1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AFC 챔피언스리그 데뷔로 전년도 데뷔 선수로 파악된다면, 지난 시즌 소속팀이 치른 리그 경기 전체 시간의 80% 이상을 뛰어야만 최소 1점이 배당된다. 

반면, 향후 1년간 Band 4인 스위스 1부리그 소속 그라스호퍼에서 팀이 치른 경기 시간의 50% 이상만 출전하면 2점을 확보할 수 있다. 주전으로 활약하며 90% 이상 경기 시간을 소화한다면 최대 6점까지 얻게 된다. 

표3. 선수의 소속팀 대륙 대회 경기 출전 시간 비율에 따른 배점표

표3은 정상빈이 지난 12개월간 대륙 대회에서 출전한 시간에 따라 포인트를 주는 기준이다. 정상빈의 소속팀 수원 삼성은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0점이다. AFC 챔피언스리그는 대륙 대회 등급이 3등급에 해당하기 때문에 80% 이상을 출전해야 1점을 얻는다는 점에서 문턱이 굉장히 높다. UEFA 챔피언스리그나 남미 코파리베르타도레스의 경우, 30% 이상만 출전해도 4점을 얻을 수 있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와 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는 모두 3등급에 해당된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만일 그라스호퍼가 다음 시즌 챔스나 유로파에 출전하게 된다면 포인트 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래 표4는 이전 소속팀의 지난 시즌 리그 최종 순위에 따른 배점표다. 배점표에 따르면, 수원 삼성은 우승이나 2부에서의 승격, 또는 챔스 티켓을 따지 못했으니 중위권에 해당된다. 6등급 리그 중위권에 배점은 0점이다. 

표4. 소속팀의 지난 시즌 최종 순위

반면, 1년 뒤 정상빈의 취업비자 포인트 산정에는 4등급 리그인 스위스 1부리그에서 그라스호퍼가 올 시즌 거둘 성적이 반영된다. 우승을 차지하면 3점, 유럽 대회 출전권을 얻으면 1~2점을 얻을 수 있다. 

참고로, 대륙 대회에 출전해 성과를 내면 그 역시 점수가 추가된다.  표5의 배점표를 보면, 정상빈의 경우 현재로는 0점에 해당되는데 그라스호퍼의 올 시즌 유럽 대회 조별리그 이상 참가 기록이 없으니 1년 뒤에도 0점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울버햄턴이 정상빈을 12개월이 아닌 18개월 임대를 보낸 이유와도 무관치 않은 이유다. 

표5. 소속팀의 대륙 대회 성적에 따른 배점표

표5의 배점은 팀 성적이 좋은 팀에 속한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챔스나 유로파 리그 조별리그 이상 성적을 거둔 팀에 몸담고 있는 선수라면 고득점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소속팀의 리그 등급에 따라 주어지는 포인트다. 울버햄턴이 당장 취업비자 발급이 어려운 정상빈을 일찌감치 입도선매한 후 스위스 리그로 임대보내는 결정적 이유 중의 하나로도 볼 수 있다. 

표6. 선수가 소속된 클럽이 속한 리그에 따른 배점표

표6은 선수가 이적 당시 소속된 클럽의 리그 등급에 따라 배정되는 점수를 보여준다. (해당 기간 - 정상빈의 경우 최근 12개월 - 임대나 이적 등으로2개 이상 클럽에 속했다면 더 높은 점수에 해당하는 기록이 우선 반영된다.) 수원 삼성은 Band 6이므로 2점이지만, 그라스호퍼는 Band 4에 해당되어 6점을 받을 수 있다. 

정상빈의 미래는?

영국 취업비자 발급 규정은 올 여름 또 한 차례 변화를 겪을 예정이다. 따라서 리그의 소속 등급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울버햄턴이 그라스호퍼 소속이던 일본 국가대표 가와베 하야오를 이달 초 서둘러 완전영입한 것은,  지난 6개월간 발급 기준을 충족한 덕분인데, 울버햄턴 단장이 공식적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올 여름에 규정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 취업비자 발급 요건이 부적합 상태로 바뀔 것을 우려해서이기도 하다.

정상빈의 경우, 현재 규정에 따라 포인트를 산정하면 현 상태로는 3점에 불과하지만, 스위스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친다는 가정 하에 1년 뒤 포인트는 15점에 도달할 수 있다. 울버햄턴이 정상빈을 영입과 동시에 스위스 슈퍼리그로 임대를 보낸 주된 이유다. 

브렉시트 이후 바뀐 영국 취업 비자 발급 기준은, 유럽 빅 리그에서 뛰는 대한민국 선수들에게는 유리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지 않고 있는 이강인의 경우, 이전 규정이라면 취업 비자 발급이 어렵지만, 바뀐 규정은 5대 리그에서 꾸준히 출전하고 있는 선수에게 고득점의 기회를 준다. 따라서 '1등급' 리그인 라리가에서 뛰는 이강인은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콜을 받을 경우 비자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터키 1부리그가 2등급으로 분류된 김민재 역시,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콜을 받는다면 아주 수월하게 'Auto Pass'로 비자를 발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풋볼리스트 대표, tvN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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