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 산 앙 - jolo san ang

*리퀘신청 감사합니다!

*2년전으로 둘은 이미 연인사이

 조로는 기대에 부풀어 있는 상디의 모습을 보는 것이 못마땅했다.

 "아아-! 이번엔 어떤 아름다운 레이디들이 나한테 반해버릴까! 날 두고 싸우는 건 곤란한데..."

 다 풀어진 멍청한 표정으로 저런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으니 더욱 멍청해 보였다. 다음에 정박하게 될 섬은 외지인을 무척 반기고, 특히 남자들이 오면 온 섬의 여자들이 말을 걸어온다는 소리를 듣고 혼자 들떠서 저 꼴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 작은 말다툼으로 인해 사이가 약간 틀어졌는데, 자신은 이번 섬에서 둘 사이를 꼭 풀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 요리사 자식은 우리 관계는 신경 쓰이지도 않는 건지 저러고 있고, 내심 서운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로그는 몇 시간이면 채워지지만, 우리를 반기는 분위기니 며칠 더 머무르면서 필요한 것들을 보충해야겠어..."

 나미의 설명이 계속됐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저 요리사와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해야 하나, 맨정신으로 미안하다는 말은 죽어도 못할 것 같으니 술집을 찾아가 볼까 하는 생각들이 머리에 꽉 차 있었다. 

 나미의 설명이 모두 끝나고 누가 제일 먼저 배에 남아있을지를 결정하는데 항상 자진해서 배를 지켰던 조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잠깐만, 조로 어디 갔어? 상디군, 이 멍청이한테 뭐 들은 거 없어?"

 나미의 물음에 상디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나미 씨가 말하는 것에 너무 집중해서 마리모가 사라졌다는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까, 단순한 마리모가 갈 곳이야 너무도 뻔했지만, 지독한 길치인 그 자식은 반드시 길을 잃었을 테고, 약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조로를 찾아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땅거미가 짙게 내려앉았다. 골목 저 끝에 옅게 빛을 내고 있는 가게를 발견함과 동시에 그 가게에 들어가려는 초록 덩어리가 눈에 어렴풋하게 들어왔다.

 "어이! 마리모 멍청아!"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아냐, 내심 반가운 마음에 그를 향해 달려가는데 조로의 팔목을 한 여자가 붙잡았다. 

 오빠 진짜 잘생겼다, 하면서 조로의 팔뚝을 스윽하고 훑어올렸다. 멀리 있어서 분명하게 들리진 않았지만 분명 그런 내용이었을 것이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여자들에게 조로가 점점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달갑지도 않았고, 평소 같았으면 당장에 그 손길을 쳐냈을 조로였지만, 전의 상디가 헤벌쭉했던 얼굴이 떠오르고 멀리서 자신을 보고 있는 요리사의 얼굴이 겹쳐지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상디가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저 표정은 필히 질투로 속이 들끓고 있을 때만 보여주는 그 표정이었으니까.

 조금만 더 골려줘 볼까,

 "아아, 마침 술 마실 상대가 필요했던 참이다. 같이 어울려주지."

 가장 가까이 서 있던 사람의 팔을 붙잡고 술집으로 곧장 들어갔다. 닫히는 문 사이로 상디의 화난 얼굴과 뒤돌아서는 뒷모습이 연속으로 보였다.

 상디는 곧장 메리 호로 돌아갔다.

 "상디 이제 왔어? 조로는 못 찾은 거야?"

 이번 당번은 쵸파로 결정이 된 건지 메리에 남아서 의학 서적을 읽고 있던 쵸파가 상디에게 조로는 어디 두고 혼자 오냐며 조로의 행방을 물었다. 순간적으로 조로의 단단한 손등과 그의 손에 붙잡힌 팔목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끓어오르는 감정에 못 이겨 입술을 앙 물고 "멍청이 마리모라면 알아서 잘 찾아오시겠지." 하고는 남자들 방으로 쌩하니 들어가 버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미아가 된 조로는 꼭 찾아오던 상디였는데, 갸우뚱하던 쵸파는 조로가 걱정이 되면서도 상디가 저러는 것에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이내 책으로 시선을 다시 옮겼다.

 다음 날 아침에 메리로 돌아온 조로를 본 상디는 어이가 없었다. 내 앞에서 다른 여자에게 넘어간 모습을 보인 것도 모자라서 이렇게 당당하게 하룻밤을 자고 온다고?

 둘 사이는 더욱 냉랭해졌다. 

 망할 마리모, 너만 바람 필 줄 아냐, 나도 바람 필 줄 안다. 

 이런 마음으로 상디도 어제의 그 술집을 찾아갔다.

 어제 자기한테 작업을 걸던 여자들이 그렇게 많았는데 상디는 오죽할까, 평소 여자에 환장하는 요리사라면 반드시 넘어가겠다 싶어서 조로도 급하게 상디를 뒤를 쫓았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길을 잃어서 뒤늦게 술집에 도착했다. 예상과는 다르게 상디는 여자들 대신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지만, 안심은커녕 더욱 걱정이 되는 상황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술을 주문하자마자 남자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상디였지만, 동시에 문을 들고 들어오는 마리모를 발견하고는 주위를 둘러싼 남자들이 묻는 말에 하나하나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과 대화를 이어가던 도중, 이 섬에서 셰프를 하고 있다는 놈을 만나게 됐는데 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해서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술도 좀 들어갔고, 오랜만에 요리 얘기를 진지하게 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는 생각에 상디의 기분은 급격히 좋아졌고, 열심히 웃었다.

 상디가 한 번 웃을 때마다 조로의 미간이 움찔하며 일그러졌다. 최근엔 저런 웃음 나한텐 안 보여줬으면서 처음 보는 사람한테는 저렇게 웃어 준다고? 당장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상디를 끌고 나오고 싶은 조로였지만 어제 자신이 한 짓이 있었기에 묵묵히 술만 넘기고 있었다.

 무르익어가는 분위기에 자신의 주량을 넘겨버린 건지 어느새 테이블에 엎어져서 잠들어 버린 상디를 일으키기 위해 그 남자가 상디의 어깨와 허리에 팔을 둘렀다. 그 장면을 보고 스프링처럼 튀어온 조로가 남자의 팔을 잡고 낮게 으르렁거렸다. "손 내려라." 

 갑자기 나타난 조로에 당황한 남자를 밀어내고 자기가 상디를 들쳐메고 술집을 나섰다.

상디가 눈을 뜨자 낯선 방안이 보였고, 자신이 호텔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헉, 설마 나 어제 사고 쳤나...? 하고 살피는데 옷도 제대로 입고 있었고 몸에도 별 이상도 없어 보였다. 기억은 나진 않지만 일단은 스스로 방을 잡고 들어와서 잤나보다 하고 메리로 돌아왔다.

  마리모 그 자식은 걱정도 안 되나, 어제 다 봤으면서 그냥 간 건가? 하면서, 

 상디가 메리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둘의 오해는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였다. 출항을 했는데도 둘 사이의 냉전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이 일주일간 이어지자 상디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얘랑 헤어지게 되면 어떡하지. 그건 싫은데, 쟤는 왜 저렇게 멀쩡해 보이지? 나 혼자만 좋아했던 건가, 마리모는 그냥 나한테 맞춰주기만 했던 거였나. 지금까지? 아니면 이미 헤어진 건가 우리는?'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상디는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끝을 찾기 위해 조로를 찾아갔다. 조로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모두가 잠든 이 시간이면 조로는 늘 갑판 위에서 트레이닝을 시작했기 때문에, 

 "야 마리모, 우리 할 얘기 있어야 하지 않냐"

 상디가 다짜고짜 말을 걸자 상디를 한 번 힐끗 본 조로는 손에 들고 있던 덤벨을 놓지 않은 채로 대꾸했다.

 "무슨 얘기."

 여자랑 같이 있는 거 내가 다 본 거 뻔히 알면서 이렇게 나온다고? 너도 내가 다른 남자랑 있는 거 다 봤으면서?

 이 새끼는 나한테 마음이 식은 게 틀림이 없다. 헤어짐에 확신이 들자마자 상디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이어서 뺨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울먹이면서

 "너, 나랑 그만하고 싶으면 말로 해, 사람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지 말ㄱ,"

 조로가 갑자기 입을 맞춰왔고, 곧이어 두 살덩이가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얽히기 시작했다. 닿아있던 입술을 떼어내고 손을 들어 상디의 뺨에 남아있는 눈물 자국을 닦아주며 한쪽 입꼬리만 올려 웃으면서 또 얄미운 소리,

 "서러웠냐?"

하고 입술에 한 번 더 쪽 하고 

 "내가 너 말고, 누구랑, 이런 짓을, 어떻게, 하겠냐."

 끊어 내는 호흡 사이로 끝없이 키스를 하는데 상디는 낯간지럽기도 하고 뭔가 억울하기도 해서 조로를 뿌리치고 방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조로가 그 팔을 붙잡아 갑판 위에 상디를 눕혀버렸다. 그리곤 그 손을 이끌어 자신의 중심에 가져다 댔다. 

 "오랜만에, 할까?"

 물어보는 동시에 옷을 벗고, 상디의 옷 또한 벗겨내고 있었다.

 "...이럴꺼면 왜 물어보는 건데"

 둘이서 이마를 맞대고 키득키득 거리고는 상디의 허리 아래에 재빠르게 옷을 깔아주었다. 바지를 조심스럽게 벗기고는 며칠간 출입이 없어 굳게 물려있는 입구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하나둘 늘어나자 연결된 곳의 마찰음이 점점 커지고 물기에 젖은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구멍이 알맞게 모양을 찾아가고, 상디도 뻐근함에 익숙해져 달뜬 신음을 뱉어내자 조로의 것이 묵직하게 파고 들어갔다.

 간만의 절정에 상디의 속에서 느릿하게 움직이며 후희를 즐기고 있는데 상디가 밭은 호흡을 정리하고는 조로의 품을 파고들어 머뭇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야, 마리모. 그래서...그 때 그 여자랑...잤냐...?"

 이 분위기에 그런 질문을 한다는 것이 어지간히도 쪽팔린 건지, 절정의 쾌락때문인 건지, 달아오른 얼굴로 이쪽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말을 이어갔다.

 물론 조로는 문이 닫히자마자 여자는 상대하지도 않았고, 메리로 돌아오기 위해 밤새 길을 헤맨 것이 었지만 쪽팔리니까,

 "잤겠냐, 그러는 너는 그 남자랑 재미 좀 봤냐?"

 호텔에 눕힌 것은 자신이었지만 이 녀석은 술에 절어있어서 아무 기억도 안날테지, 길을 잃을 게 뻔하니 일단 눈에 띄는 호텔에 상태가 안 좋은 상디를 눕혀놓고 혼자서 길을 헤맸다고 절대 말 못 한다.

 "...몰라, 눈 뜨니까 호텔이긴 했는데,"

 "솔직해서 좋네."

하고는 허리를 좀 더 크게 움직여 안쪽을 크게 휘저었다.

 "아읏, 야! 갑자기 움직이지 말라고,"

 갑작스러운 자극에 안쪽이 잦게 움찔거렸다. 동시에 품에 가득 차게 안기는 요리사의 온기가 만족스러웠다. 

 "마리모, 이러고 자면 감기 걸린다. 그리고, 니 것 좀 빼봐,"

 이대로 잠들고 싶었지만, 이 자식 맨몸은 나만 봐야 하니까, 빠르게 옷을 입히고 다시 서로를 껴안고 잠이 들어버렸다.

 둘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나미였으면 좋겠다. "에휴,드디어 화해했나 보네," 이러고 귤밭으로 곧장 발걸음을 옮겨버리고, 다음으로 둘을 발견한 우솝은 보자마자 설마...하고 멈칫했지만, 둘 다 옷을 제대로 갖춰 입고있는 거 보고 안심하고는 루피랑 쵸파를 깨워와서 누워있는 둘을 둘러싸고 서서 눈을 뜰 때까지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면서 내려다보고 있고, 얼마 안 지나서 둘 다 얼굴이 벌게져서 일어날 듯. 

뭘 보냐 이것들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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