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타워 선행퀘 - keuliseutaltawo seonhaengkwe

그라하 티아 : 어, 어서 와! 현장 조사 결과를 정리하려면 네 보고가 빠져선 안 되지. 피곤하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지도 준비해야 하니 한숨 돌렸으면 바로 작전 회의를 시작하자고.

크리스탈 타워 : 시르쿠스 탑 공략 (조율해제 기준)

 - 없습니다. 그냥 쭉쭉 밀고 나가세요

시황제 잔데 : 하찮은 인간 주제에 여기까지 온 건 칭찬하마. 하지만 늦었다…… 이미 어둠이 찾아오고 있다. 세계를 완전한 어둠으로 뒤덮어주마……. 하하하…… 죽어라!!

그라하 티아 : Gb! 시황제 잔데를 쓰러뜨렸구나! 대단해!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야!

도가 : 네 말대로다……. 알라그의 기술력이 없어도 인간은 여전히 강하군. 드디어 잔데가 남긴 화근을 없앨 수 있겠어. 너는 우리가 수천 년 동안 기다려온 영웅이다……!


시드 : 그 갑옷은…… 무슨 짓을 꾸미려고 이제 와서 끄집어내?

네로 : 혹시나 해서. 만일에 대비하는 거지. 너희가 부순 갑옷이라도 맨몸보다는 나으니까. ……날 그렇게 못 믿겠냐? 시드. 나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크리스탈 타워나 빨리 봉인하는 게 좋을 텐데?

우네 : 그럼, 사명을 완수해볼까. ……봉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 크리스탈 타워를 바깥 세계로부터 봉쇄해도 되고, 동력원을 완전히 차단해도 되지…… 그 방법은 너희에게 맡길게. 어쨌든 우리 일은 그보다 앞서 해야 하는 거니까.

(우네와 도가가 검은 균열을 향해 다가간다)

그라하 티아 : 뭐 하는 거야……? 저 검게 뒤틀린 곳에 뭐가 있는 거지?

우네 : ……잔데는 '어둠의 힘'을 원했다고 했잖아? '어둠의 힘'이란 이 세계와 인접한 이계…… '보이드'에서 흘러나오는 힘이야. 우리는 그곳을 '어둠의 세계'라고 불렀지. 잔데가 세계통일을 위해 얻으려고 한 건 어둠의 세계에 있는 세력…… 즉 요마 군단이었어.

도가 : 요마들은 그들의 먹이인 에테르가 풍부한 이 세계를 노리고 있다. 그걸 이용해 잔데는 그들과 피의 계약을 맺었지. 잔데가 이곳과 이계를 연결하는 '문'을 열어주는 대신 황제의 혈통에 복종하고 힘과 번영을 가져다주기로……. 그 계약은 아직도 유효하다. 하지만 클론이라고는 하나 황족의 피를 잇는 우리라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 생겨난 세계의 균열을 통해 어둠의 세계에 우리의 피를 흘려넣는 거지. 그러면 잔데의 야망을 끝낼 수 있다. 자, 우네…….

우네 : 그래, 도가. 이제야…… 우리 사명을 다할 날이 왔구나…….

(우네와 도가가 균열에서 계약 파기를 시도하는데, 네로가 들고 있는 기계에서 이상한 알림이 울려퍼진다)

네로 : 크크…… 크크크크크………… 하하하하하하! 그래, 그렇지! 그렇게 나와야지! 정말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닌지 얼마나 마음을 졸였다고! 크리스탈 타워 상부에서 관측된 반응은 '알테마 웨폰' 이상이었어. 그래, 내 목적은 시황제 따위가 아니다!

시드 : 뭐야……?!

(도가와 우네, 시드 등이 네로를 이상한 놈 보듯이 쳐다본다)

??? : 고대의 계약…… 파기하게 두지 않겠다…….

(균열이 기괴한 모양으로 넓어지며 모험가 일행의 주변에 도가와 우네 클론들이 나타나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모험가가 갑자기 주저앉으며 클론을 통해서 과거시가 발동된다)

잔데 : 메라시디아를 평정한 우리 군에게 패배란 없다……. '어둠의 힘'까지 더해지면 통일은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얻을수록 죽음의 기억이 스쳐 간다……. 그 옛날 나를 찾아온 죽음은 아무것도 없는 무였다. 몇 번을 되살아난들 결국에는 죽음에 이를 뿐. '생명'이라는 족쇄에서는 도망칠 수 없는 운명인가……. 만들어진 생명…… 의지 없는 혼이여……. 네놈들이 알겠는가. 내 분노를, 권태를…… 끝없는 공포를. 결국 무로 돌아갈 생명에게 부와 명예가 무슨 소용인가. 이 세계의 모든 것을 무로 돌아가게 하리라…… 오로지 그것만을 통일이라 부를 수 있으리니. ……힘을 모아 새로운 문을 열 것이다. 그리하면 '어둠의 구름'이 이 세상을 덮으리라. 구름은 이 세상 모든 것을 삼키리라. 희망 한 점 남기지 않고 세계를 태초의 무로 되돌릴지어다. 내 생명과…… 마찬가지로………….

(환상이 끝난다. 활로 클론 한마리를 쓰러뜨린 그라하 티아가 달려온다)

그라하 티아 : 왜 그래, 너답지 않게!

(쓰러뜨린만큼 같은 수의 클론이 다시 만들어지는데 그 와중에 그라하 티아가 오른쪽 눈을 부여잡고 괴로워한다)

그라하 티아 : 젠장, 끝이 없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그라하 티아 : 큭!? 가, 갑자기……! 또…… 눈이…………!

(시드, 네로가 각자의 방식으로 클론들을 상대한다)

시드 : 이봐, 네로! 이것도 네 예상대론가!?

네로 : 설마! 고작 클론이랑 놀자고 너희랑 친구 놀음을 했겠어? ……무언가가 이 녀석들을 조종하고 있어. 이건 요마 짓이다…… 그것도 최고위급……. 역시 그 반응의 정체는……!

(그때 도가가 정체불명의 검은 틈으로 끌려들어간다)

우네 : 아아, 도가!

(이어서 우네에게도 검은 빛이 뻗어나와 틈새로 끌어가기 시작하자, 네로가 달려가서 잡으려다가 같이 끌려들어가버린다)

네로 : 젠장……! 저 녀석들을 빼앗기면 '어둠의 힘'을 다스릴 수 없어! 잔데가 계약을 맺은 궁극의 힘…… 그건 내 거야!


시드 : 네로!!

어둠의 구름 : 모든 것을 어둠으로 감싸고…… 마지막엔 빛도 어둠도 무로 돌아가게 하리라……. 나는 어둠의 구름……. 계약은 언젠가 반드시 완수하리니…….

(틈새가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시드 : 젠장, 네로 녀석까지……. 안 돼…… 문이 닫혀 버렸어. 이래선 쫓아가려야 쫓아갈 수도 없겠군……. 일단 조사지로 돌아가 람브루스에게 협력을 요청하자.

(성 코이나크 재단 조사지에서 추가 대화)

그라하 티아 : …………미안. 마치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아.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성 코이나크 재단 조사지에서 람브루스와 대화)

람브루스 : 아니…… 시르쿠스 탑에서 그런 일이……. ……하지만 이제야 알겠군. 왕좌 앞에 나타난 건 아마도 이 세계와 이계를 연결하는 문인 '보이드의 문'일걸세. 지위가 높은 요마일수록 이쪽 세계에 불러들이려면 커다란 보이드의 문이 필요하다고 하지……. 잔데는 크리스탈 타워가 만들어내는 힘을 이용해 거대한 보이드의 문을 열려고 한 거겠지. ……그 '어둠의 구름'이라는 요마를 불러들이기 위해. 다행히 이번에는 문이 완전히 열리지 않은 것 같다만…… 어둠의 구름이라…… 얼마나 대단한 요마이기에…….

시드 : 어떤 적이든 간에 녀석들을 그대로 둘 순 없어. 어떻게 구할 방법이 없겠나!?

람브루스 : 안타깝지만…… 이계 보이드에는 들어갈 방도가 없네. 요마 소환이라면 전례가 있으나 그 반대는 성공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어. 끌려간 세 사람이 살아있는지조차…….

시드 : 젠장……. 포기할 수밖에 없나……?

그라하 티아 : ……난 우네와 도가를 구하고 싶어. 나랑 같은 눈을 가져서가 아니라 녀석들이 수천 년 전부터 소중히 지켜온 사명을 이루게 해주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이대로 가만히 있어선 안 돼.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 계약을 파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어둠의 구름이 이 세계에 나타나겠지……. 온 세상을 어둠이 덮기…… 전에…… 멈춰야 해…….

람브루스 : ……그라하 티아. 도가 일행을 만나고서 상태가 이상해졌습니다. 그 눈, 역시 뭔가 있는 거죠……?

그라하 티아 : 나도 몰라. ……그냥, 왠지…… 뭔가를 떠올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눈의 비밀은 알라그에 있으니, 역사에서 눈을 떼지 말거라…… 아버지께서 남기신 말이야. 하지만 아직은…….

시드 : 나도 부탁한다. 녀석들을 데리고 돌아올 방법을 찾아주지 않겠나? 우네와 도가는 물론…… 내 옛 친구는 내버려 두면 고약한 짓을 저지르고 다니거든. 내가 감시해야 할 필요가 있어.

람브루스 : 함께한 시간은 짧지만 그들은 우리의 훌륭한 동료였네. 나도 잃고 싶지 않아…….……좋아. 전문가를 찾아서 어떻게든 길을 만들어 보세. 하지만 상대는 어둠의 세계…….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르네. Gb, 도와줘서 고맙네. 자네는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어. 방법을 찾으면 또 부탁할 일이 생길 테니 말이야.

시드 :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데리고 오자!

(추가 대화)

그라하 티아 : 이 기분 나쁜 마안 때문에 어릴 적에는…… 뭐, 좋은 추억이라곤 없지. 이 눈의 비밀을 알기 위해 알라그 조사에 참가한 거야. 비밀을 알고 나서 어떻게 할지는…… 아직 모르겠어. 하지만 크리스탈 타워의 핵심으로 다가갈수록 뭔가를 떠올려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50] 어둠의 세계


람브루스 : Gb, 마침 잘 왔다. 자네에게 알려줄 게 있었거든. ……썩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어둠의 세계'로 끌려간 우네와 도가, 네로와도 관계가 있는 이야기야.

그라하 티아 : 지난 작전 때 있었던 일은 기억나지? 네가 '시르쿠스 탑'에 쳐들어가서 탑과 함께 깨어난 알라그 시황제 '잔데'를 쓰러뜨렸잖아. 하지만 '어둠의 세계'로 통하는 보이드의 문이 열리고 잔데와 계약한 요마 '어둠의 구름'의 손에 우네와 도가, 네로가 끌려가고 말았어…….

람브루스 : 그때부터 우리 크리스탈 타워 조사단 '노아'는 세 사람을 구할 방법을 찾아봤지만…… 얼마 전 조사에서 새로운 문제가 드러났다. 크리스탈 타워는 잔데가 없어진 지금도 보이드의 문을 열기 위해 힘을 축적하고 있는 것 같더군. ……여전히 잔데의 명령을 완수하려 한다는 뜻이지. 어떻게든 명령을 철회해 보려고 애썼지만 저 타워를 제어하려면 알라그 황족의 피가 있어야 해. 우네와 도가가 열었던 입구 문과 마찬가지로 말야.

그라하 티아 : 참 골치 아프게도 만들어놨단 말야……. 네로가 가져온 알라그 석판에 따르면 알라그 제국이 건재했을 땐 꼭 그렇지도 않았다지만. 당시 황족은 주술의 힘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를 나눠줄 수 있었다는군. 아몬 같은 중신들은 그걸 받아서 탑을 제어했다고 해.

람브루스 : ……어차피 지금은 황족의 피를 이은 협력자가 없어. 이대로 가면 곧 거대한 보이드의 문이 열리고 '어둠의 구름'이 이쪽 세계로 넘어올 거다……. 그전에 잔데가 맺은 계약을 파기하고 크리스탈 타워를 정지시켜야 해. 즉…… 완전히 '봉인'해야 하는 거지. 단순히 계약을 파기하기만 해선 축적한 힘의 배출구를 잃은 크리스탈 타워가 폭주해서 '제4재해' 같은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우린 세 사람만이 아닌, 세상 모두의 생명을 짊어진 셈이지. 여기서 포기하면 이 세상에 엄청난 위기가 닥치게 된다. 반드시 황족의 피를 이은 우네와 도가를 구해야 해……!

그라하 티아 : 뭐, 원래부터 그 녀석들을 구해낼 작정이었으니 이제 와서 심각하게 생각할 거 없어. ……게다가, 이건 좋은 소식이기도 하거든. 크리스탈 타워가 지금도 보이드의 문을 열기 위해 작동하고 있다면…… 그걸 역이용해서 '어둠의 세계'에 갈 수 있을지도 몰라. 오히려 크리스탈 타워에 더 큰 힘을 쏟아부어 우리가 지나갈 보이드의 문을 여는 거야!

람브루스 : 이계에 대한 지식이 깊은 주술사 길드에 문의해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다는 것도 이미 확인받았다. 지금 시드를 중심으로 최종 준비단계에 들어갔어.

(시드가 다가온다)

시드 : ……어! Gb, 자네도 와 있었군.

람브루스 : 마침 이번 작전에 대해 설명하던 참이다. ……준비는 잘 돼 가나?

시드 : 그럼. 갈론드 아이언웍스의 총력을 기울여서 거대한 동력 장치를 준비했지. 벌써 시르쿠스 탑에 다 접속해 놨어. 장치 조정이 끝나면 이제 실제로 문을 여는 일만 남았다. 그래서 자네들을 데리러 온 거야. Gb, 자네도 와 주겠어? '여덟 검사의 앞뜰'에 웨지를 보내둘 테니, 그 녀석을 따라 시르쿠스 탑으로 와줘.

그라하 티아 : 시드가 하는 일이니 분명 성공할 거야. 자, 어서 가자!

(여덞 검사의 뜰에서 웨지와 대화)

웨지 : 앗, Gb 아님까! 보이드의 문 개방하는 걸 보려고 오셨슴까? 지금 마지막 조정을 하고 있걸랑요. 우리 사원들이 시르쿠스 탑 여기저기서 장치에 동력을 주입할 준비를 하는 중임다! Gb는 가만히 꼭대기에서 기다리시면 됨다! 대장님도 거기서 지휘하고 계실 검다.

(잔데의 옥좌가 있는 쪽으로 다들 이동한다)

시드 : 어서 와라. 우리 작업도 막바지에 들어갔어. 보이드의 문이 곧 열릴 거다. 그라하 티아……? 왜 그래?

(그라하 티아가 옥좌를 뚫어져라 올려다본다)

시드 : 아, 잔데의 옥좌로군……. 에오르제아 역사상 가장 찬란했던 알라그 제국의 말로라. 이렇게 보니 참 허무하구만……. 만약 '제4재해'가 일어나기 전에 누군가 잔데를 막았더라면…… 알라그 제국은 계속 남아서 완전히 다른 역사가 펼쳐졌겠지.

그라하 티아 : ……잔데를 쓰러뜨리기 위해 일어선 자들도 있었어. '제4재해' 직전에 잔데가 일으킨 세계통일 전쟁은 수많은 슬픔을 낳았지. 그 슬픔을 끝내기 위해 검을 든 어떤 청년들이 있었어. 그들은 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 싸웠어. 그래…… 이 시대의 '빛의 전사'처럼……. ……하지만 그들의 검이 알라그 제국의 중심에 닿기 직전 궁지에 몰린 잔데는 잘못된 선택을 했지. '어둠의 구름'을 소환하기 위해 급히 보이드의 문을 여느라 위성 '달라가브'가 모은 태양의 힘을 단숨에 크리스탈 타워로 쏟아부은 거야. 크리스탈 타워는 그 힘을 받아내지 못해 붕괴하기 시작했고…… 결국 전무후무한 대지진, '제4재해'가 일어났어…….

시드 : '제4재해'에 대해선 우네와 도가에게 들었지만 잔데의 광기 어린 행동에 그런 이유가 있었다니……. 역시 현자는 다르군그래. 알라그 제국 역사에 빠삭하다는 게 사실이었어.

그라하 티아 : 응……? 그러게, 이상하네…… 내가 이걸 어디서 들었지……?

(시드에게 링크펄 연락이 들어온다)

시드 : 빅스로군……. 조정은 다 끝났나?

빅스 : 네, 전부 마쳤습니다. 언제든지 시작해도 됩니다, 대장! 동력을 모조리 다 크리스탈 타워에 쏟아붓겠습니다. 아그리우스급 전함을 다섯 대는 띄울 만한 힘이죠……. '어둠의 세계' 입구도 안 열리고는 못 배길 겁니다!

시드 : 좋았어! 반드시 성공시키자……! 보이드의 문 개방 실험을 시작한다. 다들 옥좌에서 멀리 떨어져!

(모험가 일행, 연구원들이 다들 옥좌로부터 떨어진다)

시드 : 자, 간다……. 장치 기동! 크리스탈 타워에 동력을 쏟아부어!

(크리스탈 타워로 보내는 동력이 들어오고, 보이드의 문을 여는데에 성공한다)

람브루스 : 이럴 수가…… 대단하군! 정말로 보이드의 문이 열렸어!

시드 : 그래, 이제 '어둠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어. 하지만 이 문은 억지로 틈을 만든 것에 지나지 않아……. 언제 무슨 문제가 생길지 모르지. '어둠의 세계'가 위험한 건 잘 알지만 그렇다고 저쪽에 많은 인원을 보낼 수도 없어. ……난 남아서 문을 안정화하는 데 전념하겠다.

람브루스 : 좋아. 성 코이나크 재단의 조사원도 조수로 써라. 이 문은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길이다…… 반드시 사수하자고. Gb……. 자네에게 다시 한번 협조를 요청한다. 모험가 부대를 이끌고 '어둠의 세계'에 돌입해다오. 안에서 우릴 기다리는 '어둠의 구름'을 물리치고 납치된 세 사람을 데려올 수 있는 건 자네밖에 없어……! 자네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기고 싶다. 그래, 부탁한다……! 노아의 동료로서, 또 크리스탈 타워를 봉인하기 위해서도 자네가 꼭 그들을 데려올 거라 믿는다. '어둠의 세계'에 진입하면 쉽게 돌아오지 못할 거다. 일단 시르쿠스 탑에서 나가 모험가 부대를 준비하도록. 빠짐없이 꼼꼼하게 말이야.

(다들 크리스탈 타워 밖으로 나가는데 그라하 티아가 남아서 모험가를 붙잡는다)

그라하 티아 : 저기…… 밖에 나가면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꼭 부탁하고 싶은 게 있거든.

(그라하 티아와 대화)

그라하 티아 : Gb……. 내 오른쪽 눈이 알라그 황족의 특징이기도 한 '홍혈의 마안'이라는 건 알지? 내가 이 눈을 물려받은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전에 도가가 나한테 말했었어. 그 이유를 알면 내 운명도 알 수 있다고. 그 두 사람을 만나고 나서부터…… 크리스탈 타워에 관한 진실에 다가갈수록 내가…… 조금씩 이상해지는 것 같아. ……뭔가를 기억해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주 오래된…… 하지만 중요한…… 무언가를……. 그 '무언가'와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내 아버지는 "마안에 대한 답은 알라그의 역사에 있다"고 하셨지. 이 눈과 함께 대대로 전해져온 말이라더군. 그래서 난 이번에야말로 내 눈으로 네가 역사의 진실에 다가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 부탁한다……! 나도 '어둠의 세계'에 데려가 줘!

(끄덕)

그라하 티아 : ……고맙다! 우네와 도가, 네로를 구하고 세계의 위기를 물리치자!

크리스탈 타워 : 어둠의 세계 공략 (조율해제 기준)

 - 앙그라 마이뉴의 쫄 '죽음의 모래시계'는 무시하고 보스 극딜해주세요

 - 막넴 어둠의 구름의 쫄 '암운'은 무시하고 보스 극딜해주세요

이곳에 온 이상 각오는 되었겠지……

보잘 것 없는 자…… 희미한 빛이여……

나는 어둠의 구름……

모든 것을 뒤덮고 먹어치우며 유린하는 자이니라

계약에 따라 너희 빛의 세계를 무로 되돌릴지니!

그라하 티아 : 제기랄, 이 사람들은 어디 있는 거야!? '어둠의 구름'은 쓰러뜨렸는데……. 대답 좀 해줘, 도가! 우네! 네로……!

??? : 나 참…… 시끄러워 죽겠군……. 누가 이렇게 요란하게 싸우고 있나 했더니…… 남의 이름을 목청 터져라 불러대기나 하고…….

(어둠에 물든 듯한 네로가 우네를 들고 걸어온다)



네로 : ……하긴…… 덕분에 길은 잘 찾아왔다만…….

그라하 티아 : 여기 있었군……! 다친 데는 없어!?

네로 : 적어도 이 녀석은 멀쩡해. 그냥 기절한 거야…….

그라하 티아 : 네로……!? 그 모습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도가 : 그는 상처를 너무 많이 입었다……. 몸속의 에테르가 흐트러져 이 세계에 침식당하고 있어. 미안하다…… 우리 탓이야……. '어둠의 구름'은 잔데와 계약하면서 알라그 황족에게 번영을 선사할 것을 맹세했다. 때문에 황족의 피를 가진 우리에게는 손댈 수 없었지……. 그래서 우리를 여기에 가둬놓고 다른 요마들로 하여금 처리하게 하려고 했다. ……그걸 네로가 목숨 걸고 막아준 거야.

네로 : 하하…… 너희는 귀중한 '장난감'이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리고 돌아가서…… 내가 실컷 부려 먹어야지…….

(그것만으로 저렇게 몸을 던져서 싸워줄 정도는 아니었을텐데…)

우네 : 어…… 여, 여긴………….

도가 : 우네, 정신이 들었군. ……괜찮아. Gb 일행이 우리를 데리러 왔다.

우네 : 그래…… 다행이야……. 우리 사명을, 다할 수 있게 돼서…….

(그때 모험가 일행 주변으로 다시금 어둠의 연기가 솟구쳐오른다)

어둠의 구름 : 네 이놈…… 인간 주제에……! 감히 나를 우롱하는 것이냐……! 이곳은 나의 고향…… 내 어둠이 가득한 세계……. 네놈들이 아무리 발악해도 나를 없애진 못할 것이다……! 모조리 까마득한 어둠 속에 묻어주마……!

(어둠의 구름으로부터 공격이 날아와 일행들을 스쳐지나간다)

그라하 티아 : ……큭! 이거 상황이 안 좋은데!? 쓰러뜨려도 소용없다니……!

도가 : 그렇다. 여긴 '어둠의 구름'이 지배하는 공간……. 그녀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건 불가능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 '어둠의 구름'은 형태를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힘을 소진한 상태지. 지금이라면 잔데와의 계약을 파기할 수 있어……!

우네 : 그래…… 계약이 파기되면 이 공간과 크리스탈 타워의 연결도 끊어질 거야. 당신들은 서둘러 탈출해.

그라하 티아 : 당신들은…… 이라니…… ……우네랑 도가는 여기 남겠다는 거야!? 안 돼! 둘 다 우리랑 같이 돌아가자! 크리스탈 타워를 제어하고 세상을 구할 사람은 너희밖에 없다고……!

(그때 그라하 티아를 향해서 어둠의 구름의 공격이 피할 새 없이 쏘아져들어왔지만 무언가에 가로막혀 통하지 않는다)


어둠의 구름 : 내 힘이 통하지 않다니……!? 설마…… 너도 피의 계약으로 보호받고 있단 말이냐!

(본인도 놀라하고 있는데 우네와 도가가 서로를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우네 : 그라하 티아……. 역시 당신의 그 눈에는 의미가 있었어. 당신은 위대한 자격을 물려받은 거야. 크리스탈 타워의 주인이 될 자격…… 우리와 같은…… 알라그 황족의 피.

도가 : 유구한 세월은 모든 것을 씻어낸다. 본래 사라졌어야 할 황족의 피가 아직 네 몸에 흐르는 것은 우연히 있을 수 없는 일……. 분명 누군가가 간절한 마음을 담아 위대한 알라그의 주술로 미래에 피를 남긴 것이겠지……. 물론 그 피는 시르쿠스 탑이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옅어졌지만 네가 가진 붉은 눈이야말로, 네 안에 잠든 고대의 희망이…… 누군가가 맡긴 한 줌의 희망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라하 티아 : 난…… 나는 모르겠어……!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도대체 뭘 할 수 있는 거지!?

우네 : 당신에게 우리 피를 나눠줄게. 잠깐 동안이지만 옅어진 피를 보완할 수 있게……. 당신이 가서 크리스탈 타워를 제어해.

도가 : 우리는 잔데의 야망에 종지부를 찍고 미래에 희망을 전하기 위해, '원본'으로부터 마음을 받았다. 이 희망을 너희가 이어받아서 나아가는 한…… 우리의 육체는 사라져도, 마음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둘의 힘을 받은 그라하 티아는 왼쪽 눈까지 새빨간 색으로 변한다)

도가 : 네로, 그들과 함께 가라. ……네 소망을 이루어주지 못해 미안하다.

우네 : 아, 맞다. 당신이 떨어뜨린 걸 돌려줘야지. 정신을 잃기 전에 주운 거야. ……당신이 지켜준 덕분에 안 잃어버렸어.

(우네가 네로에게 측정기를 건네준다)

우네 : 그걸로 보이는 것만이 가능성의 전부는 아니야. 부디…… 멈추지 말고 나아갔으면 해.

네로 : …………쳇.

그라하 티아 : 가자……! 우리의 세계, 빛이 있는 세계로!

(그라하 티아, 모험가, 네로가 출구를 찾아 달려가기 시작한다)

어둠의 구름 : 네 이놈……! 미천한 인간들……!!

(달려가는 셋에게 구름의 공격들이 빗발치지만 다 빗나간다)

우네 : 잔데……. 당신의 악몽이 이제야 끝나는군요.

(셋이 도망가는 사이, 우네와 도가가 계약 파기를 시도한다)


그라하 티아 : 저길 봐, 출구다! 저 빛으로 뛰어들어……! 

(셋이서 정신없이 달려간다)

그라하 티아 : 빛이 작아지고 있잖아……!? 그렇군, 계약이 파기되면서 세계와의 접점이 끊어지고 있는 거야……! 빛이 사라지면 돌이킬 수 없어! ……서둘러!

(그때 따라오던 네로가 힘이 풀렸는지 주저앉는다)


그라하 티아 : 네로!? 설마 몸이……!

네로 : 오지 마! 넌 빨리 가기나 해! 잘 들어라…… 친구 놀음은 진작에 끝났다……. 너 따위가 도와주지 않아도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쳇, 어둠의 힘도 못 얻었는데 크리스탈 타워를 제어하는 것도 웬 애송이 자식한테 뺏기고. 괜히 끼어들어 헛수고만 하다 끝났네……. 탑을 봉인하든 말든 너희 마음대로 해. 하지만 이대로 끝내진 않겠다……. 이 네로 톨 스카이와는 반드시 알라그 마과학의 정점에 도달하고 말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그놈을 뛰어넘겠어……!

그라하 티아 : 그게 당신의 꿈…… 희망인가……?

(중얼거리던 그라하 티아가 자신의 눈을 감싸쥔다. 잊었던 기억과 사명이 떠오른다)

이어줘요…… 미래로……

저 탑이…… 언젠가 다시…… 사람들의 희망이 되도록……

네로 : 꾸물거리지 마! 빨리 가!

(잠시 고민하던 그라하 티아가 모험가와 함께 빛으로 뛰어든다. 홀로 남은 네로가 비틀거리며 작아지는 빛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네로 : 제길…… 난 여기서 죽지 않아……. 좀 움직여라, 왜 멈춰있는 거냐고……! 

(그때, 어둠에 물들어있던 네로의 몸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네로 : '어둠의 세계'의 간섭이 사라져간다……? ……클론 놈들이 결국 해냈군! 하하, 좋았어……. 지금까지 도와준 대가는 이걸로 받은 셈 치마! 이야아아아아아압……!

(거의 사라져가는 빛을 향해 몸을 던진 네로에게 누군가가 쑥 팔을 내밀어서 잡아당겨준다)

시드 : 나한테 빚진 거다.

네로 : ……빌어먹을 놈.

(눈을 뜨니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노아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다)

람브루스 : 모두 무사한가!? 오오…… 돌아와 줘서 고맙다!

웨지 : 다, 다행임다! 보이드의 문이 갑자기 닫히기 시작했을 땐 기절하는 줄 알았슴다!

빅스 : 정말 속이 새까맣게 탔다니까……. 막판에 대장까지 안으로 뛰어들고 말이야! 하지만 이렇게 모두 돌아와서…… 응?

웨지 : 우네하고 도가가 없슴다!? 크, 크, 큰일 났슴다! …………설마 그 둘은……!

(둘은…)

람브루스 : 그래…… 그들이 맡은 임무를 훌륭히 완수했군. 그들 입장에서는 수천 년의 숙원을 달성한 거야……. 가슴이 아프지만…… 슬퍼하지는 말자. 하지만 남겨진 우리는 어떻게 크리스탈 타워를 봉인해야 할지…….

그라하 티아 : 그 사명은 내가 이어받았어. 우네와 도가에게 피를 받았다. 지금이라면…… 나도 크리스탈 타워를 제어할 수 있어.

(람브루스가 양쪽 다 빨갛게 변한 그라하 티아의 눈을 발견한다)

람브루스 : 아니, 그 눈은……! 그럼 크리스탈 타워를 멈출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드디어 알라그가 남긴 위협을 봉인할 수 있겠습니다!


그라하 티아 : 이봐, 기쁜 마음은 알겠는데 네로랑 Gb는 먼저 쉬게 해주지 그래. 둘 다 싸우느라 진이 다 빠졌거든.

람브루스 : 이런, 제가 너무 성급했군요. 자, 그럼 일단 철수! 성 코이나크 재단 조사지로 복귀한다!

(사람들이 먼저 떠나고 둘이 남자 그라하 티아와 모험가만 남는다)

그라하 티아 : 수고했어, Gb. 이번에도 활약이 대단했는걸. 결국 난 너를 따라가서 우네와 도가에게 피를 전달받은 것 말고는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어……. 

(찾던 건 기억났는가)

그라하 티아 : ……내가 찾던 '무언가'는 생각났냐고?

(그라하 티아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라하 티아 : …………그래, 생각해냈어. 우네와 도가에게 피를 받고, 너희들의 사투를 지켜본 덕분에 먼 조상에게 물려받은 소망이 다시 깨어났어. 아, 그건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피곤할 텐데 붙잡아서 미안하다. 난 여기서 할 일이 있으니까 먼저 가 있어. 

(모험가가 앞장서서 가는데, 뒤에 남은 그라하 티아가 중얼거린다)

그라하 티아 : ……정말 고맙다. 네 활약을 더 오래 지켜보고 싶었지만…… 그건 내 역할이 아닌 것 같아.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소망……. 노아의 모든 사람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그러니까,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내 차례다.

(성 코이나크 재단 조사지에서 람브루스와 대화)

람브루스 : 다시 말하지만, 무사히 돌아와 줘서 고맙다! 덕분에 크리스탈 타워도 봉인할 수 있게 되었어. 자네들이 이 거대한 위협을 물리친 거야! 일단 지금은 편히 쉬어라. 봉인에 대한 건 차차 얘기하지.

[50] 빛나는 희망


람브루스 : 그래, 한숨 돌렸나? ……그럼 크리스탈 타워 봉인에 앞서 '어둠의 세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군. 시드랑 다른 사람들도 부를 테니 같이 설명해다오.


람브루스 : ……그렇군. 그라하 티아의 몸에는 알라그 황족의 피가 흐르고 있었단 건가. 누가 어떤 소망을 담아 피를 남겼는지는 모르지만…… 주술의 힘으로 계승된 것이라면 부자연스럽게 유전되어온 것도 이해가 가는군. 그가 우네와 도가의 피를 받은 건 그야말로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빅스 : 그런데 그 본인은 어디 갔지? 네로도 아까부터 안 보이던데…….

시드 : 네로는 크리스탈 타워에서 나올 때까진 같이 있었는데 어느새 안 보이더군. 옛 친구 입장에서 보기에는 뭘 꾸미고 있는 것 같진 않아. 그 녀석은 아마…… 이제 괜찮을 거야.

(그라하 티아는 아직 탑에 있어)

람브루스 : ……아, 그라하 티아는 탑에 남아있다고? 봉인 준비를 하고 있는 건가…….

(그때 조사원 한명이 달려온다)

성 코이나크 재단 조사원 : 람브루스 님, 빨리 오십시오! 그라하 티아 님이…… 시르쿠스 탑에서 장치를 정리하던 조사원들을 죄다 밖으로 내쫓고 있습니다……!!

람브루스 : 뭐, 뭐라고!? 대체 왜 그런……!

성 코이나크 재단 조사원 :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유도 말씀 안 하시고 막무가내로 크리스탈 타워에서 나가라고만 하십니다. 쫓겨난 조사원들은 여덟 검사의 앞뜰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거기 가면 그라하 티아 님의 의도를 아는 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람브루스 : 어떻게 된 건지는 알겠다. 다른 조사원들에게도 물어보도록 하지. 미안하지만 자네들도 같이 와주겠나? 크리스탈 타워를 봉인하려는 것 같긴 한데…… 우리한테 말 한마디 없이 이러는 건 이상해!

(크리스탈 타워에서 성 코이나크 재단 조사원과 대화)

성 코이나크 재단 조사원 : 아, Gb 님……! 그라하 티아 님이 갑자기 오셔서는 크리스탈 타워에서 나가라고 하셨습니다. 걱정하지 말라고는 하시는데 제대로 사정을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혹 당신이 가시면 입을 여실지도 모릅니다. 그라하 티아 님은 아직 시르쿠스 탑 안에 계시니, 어서 가서 그분을 만나주십시오!

(크리스탈 타워 문으로 달려가는데, 그라하 티아가 일행을 막는다. 문을 넘어가는 경계선 밖에 멈춰선 일행)

??? : 다가오지 마! ……그 문은 곧 닫힐 거다.

람브루스 : 그라하 티아……. 갑자기 조사원을 쫓아내셨다는 말에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 ……크리스탈 타워를 봉인하려는 거지요? 연락이라도 한마디 주셨으면 좋았겠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면 서두르실 만도 하지요. 자, 어서 이쪽으로 오셔서 봉인을………….

그라하 티아 : ……미안. 난 그쪽으로 못 가.

람브루스 :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설마 봉인을 안 하겠다는 겁니까? 아니면 다른 문제라도……!?


그라하 티아 : 우네, 도가와 마찬가지로 나는 내 방식대로 사명을 다할 뿐이야. ……피와 함께 물려받은 소망이 머릿속에 떠올랐거든. 아버지가 말했던 것처럼…… 답은 알라그의 역사 속에 있었어. 잔데가 '제4재해'를 일으킨 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무너진 땅 위에서 크리스탈 타워가 사라진 걸 알았어. 언젠가 이 땅에 다시 탑이 나타난다면 그때는 부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쓰이기를…… 전쟁과 재해로 상처 입은 그들은 그렇게 기도했지. 그리고 그 기도는 재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황족인 황녀 살리나를 움직였어. 그녀는 미래에 희망을 전하고자, 황족만의 비술을 써서 자신의 피와 기억을 가장 신뢰하는 사내에게 맡겼다. 그가 내 머나먼 조상이었고…… 모든 것의 시작이지……. 수천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주술은 점점 약해지고 피도 상당히 옅어졌지만…… 마지막 한 방울이 사라지기 전에 다행히 이렇게 생각났어. ……그러니까 그녀가 맡겼던 소망을 이번엔 내가 들어줄 차례야.

시드 : 하지만 지금 에오르제아에서 크리스탈 타워의 힘은 너무 거대해. 이 탑이 진정 올바르게 쓰이려면 고대 알라그 문명과 맞먹는 기술력이 필요할 거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걸릴지…….

그라하 티아 : ……그래, 시드 말이 맞아. 문명의 진보를 기다리다간 우네와 도가의 피도 사라져서 크리스탈 타워를 영영 제어할 수 없게 되겠지. 하지만 잔데가 그랬던 것처럼…… 안에 사람이 든 채로 크리스탈 타워를 봉인한다면 어떨까?

(다들 깜짝 놀란다)

시드 : 자네, 설마……!

그라하 티아 : 난 크리스탈 타워와 함께 잠들겠어. 언젠가 알라그를 따라잡은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올 그 날까지 나와 이곳의 시간을 멈출 거야. 내가 눈을 뜨면 다시 크리스탈 타워를 움직일게. 미래로, 또 미래로 전해진 희망의 증인이 되어…… 모든 이들에게 빛의 힘을 전하기 위해! 이게 내 운명이야. 그리고…… 노아 사람들에게 한 가지 부탁할게. 앞으로 나아가서, 미래를 개척해줘. 지나간 슬픔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건 너희뿐이야.

시드 : …………이미 마음을 정했나 보군……. 

(시드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시드 : 미래를 개척하라 이거지. 거 참 막중한 임무로군. ……좋아.

웨지 : 아…… 알라그의 기술쯤이야 금방 따라잡을 검다! 우리는 그 뭐냐, 일취월장한다고요. 두고 보십쇼!

빅스 : 그래, 맞아! 기분 좋게 자다가 깨운다고 뭐라 하기 없기다!

람브루스 : 당신은 우리의 감시자입니다. 노아의 앞길을 마지막까지 지켜봐 주십시오…….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그라하 티아 : Gb…….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네 이름부터 찾아볼게. 네 이름은 분명 역사에 남아 밝은 빛으로 날 이끌어줄 거야. 그럼 난 이만 쉬러 갈게……. 생각난 게 이것저것 너무 많아서 좀 피곤하네! 너희가 만든 역사 너머로…… 이 희망을 전하고 올게.

(그라하 티아가 뒤돌아서 크리스탈 타워 안으로 걸어들어가자, 문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한다)

(잘 자, 그라하 티아)


(크리스탈 타워의 문이 완전히 닫히자 모험가 일행들은 잠시 문 앞에 있다가 다함께 돌아간다)

(한편, 크리스탈 타워가 멀리 보이는 곳에서 네로가 우두커니 서있다)

네로 : 조용하군……. 하긴, 모든 것이 잠들었으니.


네로 : 난 내 길을 찾아서 가겠다, 시드. 가능성이라는 길이 있는 한 어디까지나…….

(네로가 계측기를 던져버린다)

네로 : …………곧 해가 뜨겠군.

(성 코이나크 재단 조사지에서 람브루스와 대화)

람브루스 : 아, 길이 엇갈렸나 보군. ……시드 일행은 방금 떠났어. 자기들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더군. 이제 이 조사지도 꽤 적적해졌군……. 물론 우리 크리스탈 타워 조사단 '노아'는 아직 해산한 게 아니야. 각자의 길을,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거지. 저 멀리서 빛나는, 희망이라는 빛을 향해……. 이번에 크리스탈 타워를 봉인한 건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다.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다시 마주칠 날도 오겠지. ……우리도 서로 최선을 다하자, Gb!

노아의 보고서

고대 알라그 문명의 유산인 '크리스탈 타워'. 이곳을 조사하게 된 우리 '노아'는 드디어 현장 답사에 나서게 되었다. 선발대가 거대한 크리스탈 관문을 지났다. 문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린 첫 번째 난관이 바로 8개의 섬뜩한 석상이 줄지어 있는 '여덟 검사의 앞뜰'이다. 이 석상은 4가지 속성을 이용한 방어 체계였다. 크리스탈 타워에 부정한 방법으로 침입하려는 자를 제거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이 방어 체계 또한 고대 알라그 문명이 자랑하던 마법과 과학을 융합시킨 새로운 기술…… '마과학'의 산물인 것이 틀림없다. 속성의 힘이라는 마법적인 요소를 이용하여 수천 년이 지난 현대에도 작동하는 방어 체계를 만들다니! 그야말로 경이로운 기술이다. ……하지만 우리는 초고순도 크리스탈로 만든 4개의 '이빨'을 사용하여 방어 체계를 돌파했다. 크리스탈 타워로 가는 길이 비로소 열린 것이다.

Gb가 이끄는 모험가들에게 '고대인의 미궁'을 소탕하라는 임무가 내려졌다. '고대인의 미궁'이란 크리스탈 타워를 빙 두르듯 만들어진 전진 관문이자 탑을 방어하는 요새 역할을 맡은 시설이다. ……내부에는 아직 탑을 방어할 힘이 숨어있었다. 모험가 일행은 마수 '대왕 베히모스'나 요마 '타나토스'와 같은 무시무시한 존재와 싸우게 되었다. 마수를 개조하거나 키메라를 합성하고 이계 보이드에서 온 요마를 조종하는 기술은 모두 고대 알라그 문명에서 발달했던 분야다. 이러한 알라그의 기술을 모두 끌어모아 지키는 곳이 바로 크리스탈 타워다. '고대인의 미궁' 너머에는 과연 어떠한 괴물이 숨어있을 것인가…….

'고대인의 미궁'을 지키던, 빛나는 칼을 든 전사 '티탄'. ……생전에는 알라그 제국에 혁명을 일으키려 했던 남자다. 천 년 넘게 이어졌다는 알라그 제국의 역사가 항상 평화로웠던 것은 아니다. 특히 말기에는 황제의 지배에 대한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것이 바로 용장 티탄이 이끈 반란이다. 알라그 제국 측 기록에 '악귀'라고 기록될 정도였으니 반란군을 지지하던 민중들에게 그는 영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용장 티탄은 끝내 제국에 붙잡혔고 '마과학'의 힘으로 생체 개조를 당한 후 황족의 노예로 변해버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는 모두 반란군에 대해 본보기로 삼기 위함이었다……. 수천 년의 시간이 지나도 알라그의 문지기로 우뚝 서 있는 그의 모습에서 거대 제국의 어두운 일면을 엿볼 수 있었다.

크리스탈 타워의 중추를 이루는 '시르쿠스 탑'은 열리지 않는 문으로 막혀 있어 아무도 침입하지 못했다. 조사가 난항을 겪던 중 한 쌍의 남녀가 '노아'를 찾아왔다. 알라그인 복장을 한 그들은 자신들을 '우네'와 '도가'라고 소개하며 조사에 협력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그들은 알라그 제국이 시황제를 부활시키기 위해 실험용으로 만들어낸 인조 생명체였던 것이다. 우네와 도가는 원본이 된 인물에게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시황제 '잔데'의 피를 물려받은 알라그 황족 중 황제의 혈통이 가장 강하게 유전된 두 사람이 선택된 듯하다. 두 사람은 황족이자 위대한 마도사였다. 우네의 원본은 몽환의 힘을 다루는 것이 특기였으며 도가의 원본은 비할 바 없이 강한 마력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비상한 통찰력을 가졌던 두 사람은 부활한 잔데가 '어둠의 힘'에 심취한 것에 위험을 느껴 잔데의 야망을 저지하기 위한 열쇠를 미래에 남겨두었다. 그것이 바로 복제인간 '우네'와 '도가'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의 도움에 힘입어 시르쿠스 탑으로 나아가는 문이 열렸다…….

크리스탈 타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탑…… 그 탑은 본래 '시르쿠스 탑'이라 불렸다. 애당초 '크리스탈 타워'라는 명칭은 탑의 아름다운 외관 때문에 붙여진 속칭이라고 한다. 탑의 존재는 '성전' 등의 문헌에 기록되어 있으나 학계에서는 제7재해 이전까지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겼다. 실재설을 지지한 사람은 '에릭' 박사뿐이었을 것이다. 존재 자체가 전설이 될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시르쿠스 탑은 대체 어떻게 숨겨져 있었던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제4재해'에 있었다. 제4재해는 대지진에서 비롯된 재해였다. 위성 '달라가브'가 송출한 태양의 힘을 시르쿠스 탑이 감당하지 못해서 지각이 붕괴한 것이다. 시르쿠스 탑은 땅속으로 가라앉았으나…… 잔데의 충신 '아몬'이 발동시킨 시간마법에 의해 탑의 시간은 멈추었다. 탑이 오랜 잠에서 깨어난 것은 제7재해 때 자신과 쌍을 이루는 달라가브가 깨어난 것에 반응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크리스탈 타워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진짜 이유다. 하지만 이때 눈을 뜬 것은 탑 자체만이 아니었다. 시르쿠스 탑에 오른 모험가 부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바로 전설의 알라그 제국 시황제…… 잔데 본인이었다.

알라그 제국의 시황제 '잔데'. 그의 존재는 알라그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알라그 제국의 초석은 그의 손으로 세워졌고 이후 천 년이 넘도록 번영을 이루었다. 현존하는 기록 중에도 그가 이룬 전설적인 위업을 칭송하는 구절이 다수 나타난다. 그러나 번영이 극에 달한 제국에도 이윽고 그늘이 드리운다. 마과학의 발전이 정점에 달하자 혁신적인 발명은 사라졌고 문명은 정체되었으며 퇴폐적인 사상이 만연했다……. 그렇게 서서히 저물어가는 시대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천재 마과학자가 바로 '아몬'이다. 그는 제국의 더욱 큰 번영을 위해 혁신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그것이 바로 시황제 잔데 부활 계획이다. 기술을 확립한 그는 현재의 모르도나에 있는 '잔데 사당'에서 잔데의 유해를 발굴하여 완벽하게 부활시켰다. 잔데가 부활하면서 알라그 제국은 급격히 국력을 회복했다. 남방대륙 메라시디아로 떠난 원정을 성공시킨 것 또한 부활한 잔데가 세운 공적이었다. 잔데는 그야말로 세계의 정복자, 왕 중의 왕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의 사상에 대해서는 전하는 바가 거의 없다. 한 자료에 따르면 잔데는 '사람의 생명'이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곳…… 즉, '무(無)'에 깊은 집착을 보였다고 한다. 그가 죽음을 초월한 것이 역설적으로 생명에 대해 고뇌하게 만든 것일까? 우리가 잔데의 심경을 짐작하기는 어려우나, 그가 선택한 행동의 결과는 역사 속에 새겨져 있다. '어둠의 힘'을 향한 갈망, 그리고 그 갈망이 부른 제4재해……. 알라그 제국의 번영을 위해 부활한 시황제가 오히려 스스로 제국을 역사의 무대에서 끌어내린 것이다.

납치당한 동포를 구출하고 다가오는 위협을 피하기 위해 조사단 노아는 모험가 부대를 '어둠의 세계'로 파견했다. 어둠의 세계란 이계 '보이드'를 달리 부르는 옛 이름이다. 그곳은 우리가 사는 '물질계'와 이웃하여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로 여겨진다. 원래 이 두 세계는 서로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으나, 어떤 원인으로 인해 세계를 구분하는 경계가 약해지면 틈새가 생겨 세계가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 고대 알라그 문명을 비롯한 역사상의 수많은 마도사들이 경계의 틈새인 '보이드의 문'을 인위적으로 열어 이계에 사는 '요마'의 힘을 이용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요마는 결코 인간의 충실한 종이 되어주지 않는다. 그들은 풍부한 에테르를 찾아 물질계를 침략하는 존재이므로 제어에 실패할 경우 막대한 피해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요마를 이용하는 것이 금기시되고 있다. 보이드 연구가 활발한 주술사 길드에서조차 엄격한 통제하에 한정적으로 이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혼돈이 지배하는 어둠의 세계…… 그곳에서는 오직 '힘'만이 유일한 질서이다. 강한 요마가 약한 요마를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세계인 것이다. 그래서 요마학자들은 다양한 요마들을 강한 순서대로 분류하여 그들의 체계를 밝히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흔히 알려진 '요마 12계급'이다. 시황제 잔데와 계약한 것으로 전해지는 대요마 '어둠의 구름'을 이 서열에 적용한다면 마왕급 존재인 '제1위'에 해당할 것이 확실하다. 이토록 강력한 요마를 물질계로 소환하기 위해서는 까마득할 정도로 거대한 '보이드의 문'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잔데는 크리스탈 타워를 이용한 것이다. 만에 하나 '어둠의 구름'이 성공적으로 소환되었다면 이 물질계에 존재하는 에테르는 완전히 요마에게 포식당해 보이드와 같은 '무의 세계'만이 남았을 것이다.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용감한 모험가 부대와 유구한 세월을 넘어 사명을 완수한 두 명의 클론 덕분이었다. 이들은 결국 잔데의 계약을 파기하는 데 성공했다.

우네와 도가에게 받은 피로 인하여 그들의 동포인 현자 그라하 티아는 크리스탈 타워를 제어할 권리를 얻었다. 그는 인간이 탑을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미래가 올 때까지 자기 자신과 함께 크리스탈 타워를 봉인하는 길을 택했다. ……그리하여 크리스탈 타워의 문은 다시금 굳게 닫힌 것이다. 그라하 티아의 결의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것…… 그것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라그의 숨겨진 역사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일찍이 제4재해를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아름다웠던 알라그의 유산인 크리스탈 타워가 미래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사용되기를 바랐다. 알라그 제국의 마지막 공주는 자신의 피를 이용해서 그 소망을 한 남자에게 봉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잊혔다……. 알라그의 뛰어난 기술로도 피의 봉인은 점차 풍화되었으나 남자의 자손은 고대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명을 끝내 완수했다. 그 내용은, 고대 알라그 문명에 살던 이들이 보낸 "희망을 찾아라"라는 격려의 한마디였다. 이렇게 해서 크리스탈 타워 조사는 종결을 맞이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격려를 품고, 끊임없이 앞으로 걸어갈 것이다. 찬란하게 빛나는 미래를 향해…….

흐엉흐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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