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소음 문자신고 - saebyeog so-eum munjasingo

작년 연말의 일인데요

참고로 새벽에 울려퍼진 거친 발망치 소리라던지 애들 뛰는 소리라던지 가구로 바닥 사포질하는 소리 등의 생활 소음으로 신고한 건 아닙니다. 애석하게도 평소에 고통받고 있는 항목들이긴 합니다만... 

새벽 4시 경부터 왠 남성 1인의 멱따는 노랫소리와 우아아아앍 하는 괴성 그리고 드랍더비트 소리가 너무 심하게 나서 집이 쿵쿵 울리는 바람에 잠귀가 어둡디 어두운 내가 잠을 깼다. 

집들이라던가 연말파티라던가 여러 사람이 노래를 틀어놓고 왁자지껄하는 소리였어도 물론 신고 했겠지만ㅋㅋ이건 결이 다른 소음이었달까. 

특정한 비트와 특정한 베이스 소리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마치 작곡을 하는 과정에서 구간반복을 해가며 노랫말을 붙이는 듯한, 근데 이제 그 노래가 너무너무 못 들어주게 썩어문드러진 멜로디와 낡디낡은 비트를 곁들인...

바로 이틀 전에 비슷한 시간대의 유사한 비트지랄이 있었기에 이번엔 주저 않고 경찰에 장문의 문자신고를 넣었습니다. 일단 그 전에,

내 집에서 어떻게 얼마나 크게 소리가 들리는지 증거를 확보하고자 동영상을 찍어보았다. 허나 실제로 당하는 만큼 이 데시벨이 전혀 녹음이 안 됨. 

아파트 내의 층간소음은 사실 벽간소음일 가능성도 대각선 집일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함부로 특정해놓고 의심하지 않으리라 했으나, 바닥에 귀를 대보니 그냥 너무나도 명확하게 바로 아랫집. 요놈새끼 잡아쓰요. 

그래서 잠옷 위에 별안간 롱패딩을 걸쳐입고 그 의심 가는 호수 현관문 앞까지 살금살금 친히 다가가봤는데 귀 기울여보는 수고를 할 것도 없이 그 집이 맞음.

112 문자에다가 의심되는 동호수 써서 확인 및 조치를 취해주셨으면 한다는 신고를 넣었다.

문자로 이렇게 곧바로 상황알림이 옵니다. 

그리고 5분도 되지 않아서 그 집 초인종 누르는 소리가 우리집까지 들리는데 

그 간나새끼가 초인종 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노랫소리를 줄여버립디다ㅋㅋㅋㅋㅋ멍청하게도 그게 우리집에서 생중계가 되고 있고요?

근데 절대 노래를 끄지 않고 절대 나오지도 아니했음.

약 10분 동안 경찰관 님이 초인종 누르고 문 두드리는데도 안 나옴. 아니 근데 이미 여기서 범인이 특정되지 않냐고요..

무고한 시민이면 그 시간에 되려 놀라서 뛰쳐나오는게 정상 아잉교. 신천지인데요 문 좀 열어주세요 하는 것도 아니고 경찰입니다! 하는디...

그러고 나서 내 폰으로 경찰관 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먼저 그 집이 맞는거 같냐고 여쭤보니 문 앞에서 소리가 크게 난다고 하심. 근데 범인쉑이 문을 안 열어주고 반응을 안 하는데 저희가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갈 수는 없는거라고 설명해 주시며 마지막으로 관리실에 부탁드려서 인터폰을 해보겠다고 하심. 아 구속영장 마렵네....

근데 역시나. 문 앞에서 나오라고 좀 나와보시라고 두드려도 안 나오는 시펄롱이 집 안에서 점잖게 인터폰은 받을 리가. 

다시 경찰관 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옴. 내일 당장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조정회의를 열도록 관리실에 말씀드렸다며 but 저희는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다고 하심..

무려 새벽 5시가 되어서야 경찰차가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는걸 마치 지켜본 마냥 

이후 2시간 가량, 다시 말해서 아침 7시 경까지 비트를 드높이고 흥얼거리며 시끄럽게 굴었다는 것이 함정. 

솔직히 이거 마약하는 놈인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파트에서 지켜야 할 매너 어쩌구를 논할 레베루가 아니구나 이거는 그냥 무언가에 취한 정도를 넘어선 레베루구나

아침이 되어서야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시간에 그 정도 소음을 대방출 했는데 어찌하여 신고를 넣은 사람은 나 뿐인건가. 나를 제외한 우리 아파트의 현대인들은 모두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라도 꽂고 자는건가.

오후에 관리실과 통화해보니 그 미친 시베리아는 새로 이사온 주민이고 인터폰을 절대 받지 않으며 간밤에 여러 세대로부터 신고를 받았다고. 하지만 역시나. 아파트 내에서는 확실하게 특정 짓기도 힘들거니와 발뺌하는 경우도 워낙 많아서 주의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전체 안내방송 말고는 없다고 하심. 하지만 그 집에 꼭 따로 연락은 넣어 보겠다는 말씀을 하시며..

구글링해서 읽었던 다른 문자신고 후기들과는 달리 내 경우는 명쾌한 해결이 되지는 않았으나 여기서 갑자기 결론.

문자신고의 장점:

1) 출동이 빠름

2) 상황보고를 문자로 받으니 편함

3) 신상 노출 불필요

예전에 대낮 길거리에서 난동 피우다가 혼자 픽 쓰러진 취객을 112 전화신고 넣은 경험이 있는데(별일이 다 있죠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때는 내 신상 확인 및 위치 파악을 하셨었던 기억이 있다.

문자신고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이 편함. 제가 몇동몇호 사는 아무개인데요 할 필요 없고, 나중에 전화로 혹시 옆집이신가요 아랫집이신가요 같은 질문을 받으실 경우에도 그냥 얼버무리면 그만.

사건의 사실 여부만 파악되면 신고자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듯 해요. 그러니 보복 당하거나 할 일이 없다는거죠. 

사건 당일에 즉각적인 해결도 되지 않았고 

관리실에서 따로 경고문이라도 그 집 현관문 틈으로 넣었는지 말았는지도 더 이상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역시 공권력을 동반한 혼쭐이라는 위력 만큼은 존재하는 것인지. 

아랫집 간나새끼는 다시는 그와 같은 짓거리를 벌이지 않습디다. 노래는 낮에 열심히 크게 틀어놓네요.

참 정신 차렸다 그죠? 조속히 이사 갔으면^^

괜히 찔려서 덧붙이는 말,

신고문자 작성하실 때 저처럼 저렇게 장황한 상황 설명은 안 하셔도 될겁니다 그냥 저는 원래 말이 많아서.....

Toplist

최신 우편물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