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13 AI - samgugji 13 AI

​더 많은 플레이 후 드는 느낌은 한 마디로 정리해서 "눈과 귀는 즐겁고 머리와 손은 빡치는 게임"

역대급 일러스트와 BGM 덕에 눈과 귀가 호강하나 병맛 밸런스와 고질적인 S급 무장의 지나친 스펙, 똥망 인터페이스, 막장 범용 이벤트 등이 합쳐져 요상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물론 전투에서의AI, 전체적인 큰 틀에서의 AI는 상당히 무난한 편이고, 내정 등에서 유저가 신경써야 할 부분이 줄어든 것, 불편하기 그지없는 오월과 서량의 길들, 자동 징병, 2017년 게임이니만큼 전작들보다야 편리성 면에서 증대된 점은 많죠.

1. 사기 위명, 사기 군령

위명이라는 컨셉을 통해 다양한 루트로의 개발을 추구한 것 자체는 칭찬할 만한 일이나, 몇몇 위명의 사기성이 지나쳐 밸런스를 해치고 있습니다.

특히 장군계의 천하명장은 막장 사병 보너스로 인해 독보적인 수준이고, 금을 맘대로 빼다 쓰는데다가 그걸로 병력 불리기까지 할 수 있는 권위 역시 문관계열의 원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잡 위명들에 비해 지나치게 좋아서 뭣하려 생고생하며 재상 테크를 타요, 그냥 권위로 금 빼다가 병력 불리는게 결과적으로 나도, 세력도 모두 강해지는 윈윈인 것을...

군령도 누구는 훈련도가 급증가하는데 누구는 문화수치 쥐꼬리만큼 올려주는 군령이고...

2. 극심한 전법간 격차

아무리 상위호환과 하위호환으로 뒤덮인 전법들이라지만 소위 말하는 '사기전법'과 '잡전법' 간의 격차가 극심하고, S급 장수 몇 모였다! 열심히 순회공연만 다니며 자동전투 맡기면 적들은 무한 웨이브 꼬라박 하면서 무너집니다.

특히 전투를 위해 부대를 편제하면 주장의 전법밖에 못쓰고 부장은 그냥 능력치 보충 셔틀일 뿐...

하다못해 똑같이 주장 포함3명을 1부대로 편성하는 삼국지11은 특기라도 활용이 되었지

13에서 부장의 존재감은 증발하죠. 전법도 못 쓰고, 전투에 참전하는데 심지어 전투화면에서는 얼굴도 안 뜸...

3. 지나치게 강한 기병

아무리 창병과 궁병을 쓰고 싶어도, 기병의 기동력, 공격력이 너무 좋아서 기마조련 군무중신 앉혀놓고 강기병, 정예기병, 호표기, 서량병 이런 걸로 도배하게 되더랍니다.

궁병은 과장해서 말하면 정말 사기치 조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분명히 상성상 우위에 있어야 하는 창병도 기병이 때려잡습니다-_-;;

기병이 워낙 기동성이 좋아서 [신속] 특기빨도 너무 잘 받는데다가, 같은 레벨의 신속특기 보유자라도 창병이나 궁병이면 기어다니는데, 기병만 줘도 날아다니죠.

거기에 S급~A급 장수들은 고레벨의 [분전] 특기가 있네?!

병력이 줄었는데 되려 공방이 급상승하며 창병으로 포위당해도 때려잡습니다.

거기에 도대체 몇만명이나 되는 기병들이 어떻게 말타고 성벽을 우르르 올라가는 건지 모르겠고

운제까지 섞으면 정말 노답인데다가

공성전에서도 성 밖의 진이 점령당하면 수비측 사기가 30씩 폭락하는데 기병이 기동성이 좋아 보통 진을 먼저 점거합니다.

반대로 유저가 공격측이면 기병(특히 조운...)으로 진만 1~2개 점거해줘도 알아서 수비측이 무너지죠.

또한 병과 편성의 황당한 점은 일단 어떻게든 부락 견성만 먹으면 내가 어느 도시에서건 호표기가 편제되고, 제남만 먹으면 어느 도시에서나 청주병이 편성되고, 근데 얘들의 효율이 너무 좋고...

동병 부락만 있으면 장안에서도 코끼리 부대가 갑툭튀하는 것도 참 황당하죠.

하다못해 이 병과편제의 기본이 된 삼국지 12에서도 몇몇 도시에서만 병기 생산이 가능했고, 이를 다른 도시에서 사용하려면 1~2달이 넘는 수송을 기다려야 했는데 말이죠.

4. 극심한 특기 격차

정말 수정되지 않은 B급 이하 장수들의 특기 레벨을 보면 진짜 눈물이 나옵니다.

아주 잡장도 아니고 어느정도 고위직에 올랐던 호준, 호열이라던가, 승상까지 오른 육개, 유능한 동화, 유파, 유소, 호질, 곽익 이런 애들조차도 특기도 딸랑 한두개, 그나마도 레벨이 3을 넘어가지 않는 비참한 수준입니다.

그에 반해 소위 네임드들은 기본으로 5레벨 이상을 팍팍 찍어대며 위의 전법 격차와 후술한 중신특성과 결부되어 막장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소위 S급 장수가 아니면 정말 전투에 존재 가치가 필요 없을 정도로 효율에서 너무 차이가 나며 반대로 아군에 S급 장수가 있다면 걔들만 내보내도 적의 잡장들은 10:1의 교환비조차 보여주지 못한 채 싸그리 쓸려나가 사기만 도리어 올려주는 셔틀로 전락합니다.

신속, 분전, 귀모, 호걸과 같은 특기가 너무 효율이 좋고, 그마저도 소위 A급 장수들마저도 이 특기들의 레벨이 후달려 S급과의 격차를 몸으로 보여주죠.

5. 극심한 중신특성 격차

800여명이나 되는 장수들 중에 겨우 150여명 남짓만 중신특성을 갖고 있는 데다가, 그마저도 쓰잘데기 없는 적중작적, 화기생재, 신중견수 이런 것들로 채워져 있고, 정작 쓸만한 공정무사, 합리철저는 거의 없죠.

그마저도 위의 S급 장수들에게 몰빵된 구조라, 화기생재 이딴 걸 갖고 있으면 중신특성이 없다 봐도 무방하고, 능력이 89이면 임무장이 1개이지만, 90으로 1만 올라도 임무장이 2개로 바뀌는 기적이 일어나니 게임이 시스템적으로 S급만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병과가 나뉘어지기 시작한 것은 11, 밸런스로 악명이 높았던 삼국지11에서도 유저의 컨트롤 여하와 특기조합으로 어떻게 비벼볼 수 있었고 신산, 허실 같은 막장 특기 앞에서도 통찰, 침착, 규율, 그리고 어떻게든 지력연구 타서 명경 배우면 카운터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관우나 장비, 여포같은 애들도 머리가 나빠서 혼란이나 위보로 비벼볼 수 있었고, 사기인 창장 보유자들의 무력이 낮았죠.

그리고 기병으로 창병에게 들이댔다가는 뼈와 살이 분리되는 느낌이었고, 그 창병은 또 극병에게 약한 가위바위보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삼국지12에서는 나름 병과 상성이 뚜렷했고, 물론 상위/하위호환 전법들로 뒤덮여 있었지만, 강습 손책도 황조라는 쩌리장수(?)로 복병 걸고 궁병 전법이 괜찮은 유표군 문빙, 채모같은 애들로도 마크 가능했고, 만인적 장비도 창병 특유의 느린 기동력이라는 단점이 있었고, 약소세력이라도 전군병격 같은 전법 보유자를 얻으면 비벼볼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삼국지13은 정말 S급과 기타 모두가 너무 극심한 스펙 차이가 나서 아무리 유저가 A, B급 장수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싶어도 자연스럽게 손과 머리가 거부할 수밖에 없도록 구조가 짜여있습니다.

당장 중신만 하더라도 화기생재랑 공정무사 있으면 누구라도 후자를 임명할 것입니다.

신중견수와 기마조련도 마찬가지구요.

전술한 전투에서 부장의 존재감도 그렇습니다.

6. 비현실적 무한 웨이브

위의 것들은 그나마 사실장수 편집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고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비현실적인 무한 웨이브입니다.

유저가 적군의 성을 하나 공격하려 하면 AI는 주변에서 다수의 부대들을 징발해 방어를 편성합니다.

전투에 10부대만 참전할 수 있다는 요상한 제한으로 인해서 유저와 적군이 격돌하는 와중에도 적AI의 장수들은 바로 옆에서 멀뚱멀뚱 구경만 하다가 1부대 전멸하면 1부대 와서(그마저도 사기치 떨어진 상태...) 참전하고를 반복...

어찌어찌하여 유저가 보낸 5만 군사가 적군 20만을 갈아버렸다(!)

그러면 내상이라는 것이 있어야 되는데 또다시 그냥 보내옵니다.

소규모 전투라면 모를까 몇십만 군사를 꼬라박으면 그만큼 금이나, 군량이나, 인구수에 막대한 손해가 있어야 되는데 후방의 내정치, 금, 병량, 인구, 민심 모두 손해가 거의 미미한 수준이고, 좀비처럼 다시 긁어모아 보내옵니다.

이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차륜전이 되어 결국 자동전투, 자동전투, 분명히 전투에서 압도적 교환비로 이기는데 뭔가 지지부진한 게 이상합니다.

어쨌든 이겨서 성을 함락하고 병력이 3000도 안 되는 다음 성으로 나아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2만명이 뚝 떨어져서 22000명이 출진하네?!

짐작컨대 방어부대가 해산하고 귀환한 모양인데 유저 입장에서는 어디 병력이 어디로 귀환하는지도 알 수가 없고, 언제 귀환될지도 알 수가 없고, 황당할 따름이죠.

게다가 부담스러운 적군과 마주쳤다 하여도 그냥 응, 후퇴, 이러면 병력도 장수도 적국 한복판에서 안전하게 귀환합니다-_-;;

전투에서 유저의 부대에 완전히 포위당해 궤멸된 적 장수는 아주 쌩쌩하게 퇴각하는데, 성을 점령하면 우수수 포로로 잡힙니다...

7. 개빡치는 범용이벤트

붕우 퀘스트도 빡치고, 일반 범용이벤트는 더욱 빡치는 고로, 붕우 퀘는 그냥 친밀도 65이상이면 붕우 직행하는 이벤트 만들어서 쓰고, 일반 범용이벤트들은 반에디터로 등장하지 못하게 해버렸습니다.

훨씬 편하네요.

8. 욕나오는 인터페이스

위의 것들은 모두 게임내 기능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칩시다.

하다못해 무한 꼬라박도 게임내 편집-도시편집으로 AI병사를 없애버리면(?!) 해결 가능합니다.

반에디터의 도움을 받아도 좋습니다.

기병의 공격/기동력을 내리고 창/궁병을 올려주거나, 병과 편제 비용을 비싸게 하거나 하는 등.

헌데 인터페이스 이건 정말 쓰레기 수준입니다.

1) 중신들이 임무 제안을 하는데 무슨 임무를 제안하는 것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2) 병력들이 출정도시로 귀환하면 언제 귀환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3) 여러가지 정보들을 파악하는데 불편하게 되어 있고, 특히 내정과 군사 탭이 따로 있어 훈련도랑 금수입을 번갈아 확인해야 합니다.

4) 친밀도, 인간관계의 정보도 난잡하게 되어 있고

5) 관직 임명, 보물 수여 몰수도 굉장히 짜증남

6) 인재 등용 탭에서 화면에 6명밖에 안 떠서 매번 뒤로 화살표 눌러야 함

게다가 등용할 인재의 위치나 충성도, 능력이 위에 쬐끄만한 글씨로 나타나서 눈에 안 들어옴

그리고 출진한 장수는 인재 등용이 안 됨(!)

아니, 성에 있을 때는 되고 필드 나오면 등용이 안 된다는 건 또 뭔....

7) 무장/전법 등 편집 시 삼국지 9부터 12까지는 모두 편집화면 바로 왼쪽이나 오른쪽에 목록이 떠서 이 항목 편집하고 바로바로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는데, 13은 왜 뒤로가기를 한 번 더 클릭하는지?

8) 무엇보다도 무장 이동명령시 드래그가 안 됨

-저는 영웅집결이나 영웅십삼걸 시나리오를 좋아하는데 무장 수가 많은 만큼 일일이 백몇십명의 이동명령을 하나하나 다 눌러줘야 합니다.

태수 임명하려고 해도 엄청나게 마우스질을 해야하고, 중신임명도 마찬가지.

9. 반쪽짜리 이벤트 편집기

쓰면 쓸수록 도대체 왜 막아놨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이벤트 편집기

10. 전작들의 장점을 왜 갖다 버리는가?

장수들 하나하나가 각자의 이상을 갖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무려 20년 전의 삼국지6 시스템이었습니다.

11가지나 되는 꿈에 따라 행동 방향,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 파벌싸움까지 구현된...

20여년이나 지났으면 저걸 더 발전시켜 써먹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위명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이걸 응용할 수 있을 텐데 그냥 6만 쓰고 버림...

왕도 계열의 재상 루트, 사익 추구의 권위 루트를 탔으면 서로 대립할 법도 한데 아무것도 없음.

마찬가지로 의협열사와 도적왕도 아무 관련성이 없음.

고론탁설과 요언혹중 역시 위 아 더 월드.

왕도와 패도를 지향하는 자들, 공정함과 사익을 추구하는 자들, 의리와 새로운 주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들이야말로 13pk가 지향하고자 "했던" 장수제의 휴먼드라마에 가까운 모습이었을텐데...

의리는 중시/무시만 표기되지 별로 영향력도 없고, 용애/재애는 왜 있는지 알 수 없는 수준.

또한 후한황제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점도 이후 버림...

삼국지 8의 신선했던 악명 시스템...무장을 살해하거나 처형하거나 하면 악명을 얻어 손해가 있어야 되는데 손해가 없음...그리고 8특유의 엄청나게 다양한 루트의 엔딩도 없어짐...

삼국지 6, 10, 11의 완성도 높은 설전, 일기토

삼국지 12의 전장의 안개

삼국지 10의 육아 시스템

삼국지 11의 기교와 12의 기법개발

많은 호평을 받고 좋은 걸 왜 갖다 버리는지 이해할 수 없네요.

장수제인데 장수끼리 상호교류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장수제...

11. 마지막으로

북미겜과 일본겜의 차이 때문일까요?

제가 좋아하는 시리즈인 심즈는 기본판이 약간 허술한 점이 없잖아 있으나 유저들이 엄청나게 많은 아이디어를 짜내서 패션 아이템을 만들고 집을 만들고, 별의별 모드를 다 만들어서 공유하고 심즈4는 아예 유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칸을 만들어 아이템을 바로바로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죠.

근데 왜 삼 13은 이벤트 편집기라는 신의 한 수를 두면서 기능을 반틈 막아놓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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