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강사 급여 - seouldaehaggyo gangsa geub-yeo

동세호 논설실장(한국외대 특임교수, 언론학 박사)

대학 강사는 극한 직업이다. 평균 수입은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친다. 대부분 박사학위자로 대학 강의의 절반가량을 맡고 있다. 학생들은 교수님으로 부르지만 수입은 알바생보다 못하다. 강사의 목표는 정규 교수지만 바늘 구멍이다.

평균 40대로 10년 넘게 강사로 살아가는 지식노동자들은 스스로를 현대판 노예라고 자조한다. 과거엔 몇 년을 참고 기다리면 정규 교수로 가는 징검다리였다. 지금은 교수의 꿈은 점점 더 아득해졌다. 운이 좋아 교수가 되면 다행이지만 학생이 줄어 문을 닫을 지경이라고 아우성치는 좀비 대학이 늘면서 강사의 앞날은 암울하다. 최근 명지대조차 폐교가 거론되고 있다.

강사법 시행 3년째를 맞았지만 대학강사의 열악한 처우가 나이진 것은 없다. 대부분 박사학위자로 대학강의의 절반을 맡고 있지만 알바생 보다도 못한 수입으로 사회의 무관심속에 '현대판 노예'라는 자조까지 나오고 있다.

2019년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시행으로 이름만 시간강사에서 강사로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게 별로 없다. 강사법 요지는 이렇다. 강사를 공채로 1년 이상 임용하고 최대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한다. 방학 기간에도 임금을 주도록 했다. 강사들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실제는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선발은 공채로 하고 3년까지 1년마다 재임용 절차를 보장할 뿐 방학 중 임금도 학기당 고작 2주분을 주는 것이 전부다. 14달의 방학 중 한 달 치만 주는 셈이다. 건강보험 혜택도 없다. 선발도 공채라지만 사실상 내정해놓고 눈속임으로 형식만 공채인 대학이 아직도 많다. 공채인줄 알고 지원했다가 들러리만 서고 발길을 돌린 이도 많다. 강사법 시행 3년째지만 사정이 좋아졌다는 이가 없다. 강사도 대학도 모두 패자다. 결국 대학을 옥죄는 교육부 관료들의 입김만 강해졌다.

대학 강사가 극한 직업이 된지는 오래다. 대학은 전임채용 기대를 미끼로 강사 의 노동력을 착취해왔다. 열악한 대우와 차별을 견디지 못해 세상을 등진 강사도 잇따랐다. 수십 편의 교수논문을 대신 써주고 전임채용을 미끼로 온갖 부당한 요구에 시달렸던 한 지방대 강사의 죽음이 강사법 마련의 계기가 됐다. 법안은 2011년에 마련됐지만 대학과 강사의 반대로 4차례나 시행은 유예를 거듭했다.

강사법은 20198월이 돼서야 시행됐지만 대학들은 강사 규모를 대폭 줄였다. 그 이전부터 강사를 대거 해고해왔지만 강사법 시행이후 1만 명 넘는 대학 강사가 일자리를 잃었다. 201858546명이던 강사수는 강사법이 시행된 201946925명으로 전년보다 1만 명 이상 줄었다. 제도의 역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대학들은 강사가 줄어든 공백을 기존 교수들의 수업 부담을 늘리거나 겸임교수나 초빙교수 등으로 빈자리를 채웠다. 개설 강좌수도 대폭 줄였다.

강사료는 제자리다. 실제 수업준비시간까지 포함하면 일용직급에도 못 미친다. 서울소재 사립대학을 기준으로 시간당 평균 5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일주일에 2시간을 강의하는 2학점짜리 교양과목를 맡을 경우 한 달 강사료는 4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강사 한 달 급여가 잘나가는 대기업 하루 일당에 불과하다. 한 학기에 3학점 짜리 강의를 맡으면 보통 1주일에 3시간 강의한다. 3시간짜리 전공과목을 강의해도 한 달에 고작 60만원 안팎이다. 편의점 알바보다도 적은 강사료다.

그나마 지방에는 훨씬 더 적은 강사료를 주는 대학이 수두룩하다. 수원의 모 대학은 강사료가 시간당 4만원이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 이름만 객원교수로 임기는 한 학기에 불과한 꼼수도 동원한다. 전문대는 더 열악하다. 시간당 평균 3만원으로 중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보다 더 적다. 일용 잡급직이나 다름없는 품삯이다. 예외적으로 국립대는 사정이 낫다. 대부분의 국립대는 시간당 9만원이 넘는다. 3학점짜리 한 과목에 월100만원이 넘는다. 경쟁은 그만큼 더 치열하다.

그나마 강사는 한 대학에서 6학점 이상 강의를 맡을 수 없다. 한 대학에서 3학점짜리 2과목 이상을 맡을 수 없게 한 것은 일자리를 나누자는 지방대 강사 요구가 반영된 탓이다. 5학점 이상 강의하면 퇴직금을 주어야한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최근에는 4학점 이하로만 강의를 배정하는 대학들의 꼼수가 난무하고 있다. 사립대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조차 삭감됐다. 이러다보니 강사들은 3~5개 대학의 강의를 맡아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간신히 생계를 꾸려갈 수 있다. 거기다가 가르치기 어렵거나 골치 아픈 과목은 대개 강사의 몫이다.

수입은 강의 과목 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연 3백만 원에서 많아야 3천만 원을 넘기 힘들다. 대부분 연 2천만 원 이하의 강사료로 살아가야한다. 맞벌이는 필수고 투 잡(two job)을 하지 않는 한 가장노릇도 힘들다. 극한 직업이 된 대학 강사의 현실을 일반인 대부분은 모른다. 아는 사람은 침묵한다.

조국 전 장관은 서울대에서 직위 해제된 후 강의 한 번 안해도 2년간 66백만 원을 받았다. 강의 한번 하지 않고도 5개 대학을 뛰는 강사보다 더 많이 받았다. 강사수입이 교수의 10%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강사들의 강의료 예산은 대학 전체 예산의 2%정도에 불과하다. 김제동이 강연비로 2시간에 1550만원, 시간당 775만원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대학 강사료는 절망적이다.

강사는 당장 3년 임기 보장이 끝나는 올해 8월부터는 공개 채용을 거쳐 다시 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에 빠진 대학들이 정부 지원마저 끊기는 상황에서 강사 규모를 또다시 줄일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강사들을 보호한다면서 만든 강사법이 결과적으로 강사 대량 해고 사태를 또 불러올지도 모른다.

대학 강사가 극한 직업이 되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내 대학원의 피폐화다.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하고 교수가 되려면 보통 강사로 출발한다. 연구실적과 강의 경력을 쌓아 교수에 도전한다. 그러나 현실은 해외, 특히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우선적으로 교수로 채용된다. 국내 대학은 일부 최상위 대학을 빼고는 박사를 취득해도 교수임용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대학 출신은 강사 자리 확보도 쉽지 않다. 학문후속세대 전형으로 새내기 박사를 뽑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다. 대학들은 해외박사나 교육경력이 많은 검증된 강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강사 되기조차 여의치 않은 국내 대학은 갈수록 피폐화 될 수밖에 없다. 각종 지원이 많은 이공계 대학원은 좀 낫다. 하지만 인문사회계는 점점 불모지가 되고 있다. 취업이 여의치 않자 학업을 연장하는 정거장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이 늘면서 학문후속세대의 양성 기능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내 대학원에 가려하겠는가강사조차 되기 어려운 국내 대학원은 고사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이러다 보니 서울 유명 사립대학조차 인문사회계는 정원 외로 들어오는 중국 유학생이 아니면 대학원 유지조차 힘들 정도다. 지방대학은 더 심각하다. 편법으로 들어온 외국인 학생 일부는 아예 공장에 취직해 불법체류자가 된다. 이렇듯 국내 대학원은 고사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경쟁력 강화 구호는 공허하다. 교육부의 무능과 무관심으로 극한 직업화된 강사의 열악한 대우는 결국 국내 대학원의 목을 죄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동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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