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잠수부 사망사고 - wolseong wonjeon jamsubu samangsago

"제 남편은 잠수 경력이 30년이고, 국가잠수기능사 자격증 소지자이자 한국잠수협회 강사입니다. 해양 조사 및 산업 잠수 부분에 20년 이상 경력이 있는 전문가입니다. 그런 남편이 월성 원전에서 죽었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것도 분한데 시신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게 하는 한수원이 원망스럽습니다."

지난 9월 27일 경주 월성 원전에서 수중 조사 작업을 벌이던 하청 노동자가 취수 펌프에 빨려들어가 즉사했다. 유가족들은 17일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 20일이 넘도록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시신 수습조차 해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잠수 경력 30년 차인 고(故) 권봉균(54) 씨는 지난달 27일 취수구 격벽 주변에 펄이 쌓였는지 사전 조사하기 위해 월성 원전 3호기 취수 펌프 근처 물속에 들어갔다가 5분 만에 숨졌다.

이 작업은 월성 원전이 한전KPS에 도급을 주었고, 한전KPS는 다시 '동해수중'이라는 업체에 재하청을 주어 수행됐는데, 사고 당시 현장에는 잠수사인 권 씨와 보조 잠수사, 통신수, 한전KPS 측 감독관이 있었다.

월성 원전 3호기에는 냉각수로 쓰이는 해수를 빨아들이는 취수 펌프가 4개 있는데, 작업 지점에서 불과 1.5미터 떨어진 3번 취수 펌프가 가동되면서 권 씨의 몸이 프로펠러에 빨려들어갔다. 취수 펌프에는 안전망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고가 나자 동료들은 1박 2일간 취수구 주변을 수색해 고인의 시신 가운데 5%를 찾았다. 나머지 부분은 월성 원전 3호기 냉각로 펌프에 흩어진 상태로 추정되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고인의 아내 박미정 씨는 "발주처인 한수원과 도급처인 한전KPS 측이 안전 관리를 부실하게 해서 사고가 났다"고 비판했다. 작업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펌프를 가동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가장 가까운 3번 펌프를 가동해 고인이 숨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고 당시 권 씨와 같이 일했던 통신수 ㄱ 씨는 "한전KPS 감독관이 '원전이라 펌프 4개 중 1개는 반드시 가동해야 한다'고 말하자, 내가 '(위험하니) 작업 지점에서 가까운 3번 펌프는 중지하고, 작업 지점에서 떨어진 4번 펌프를 가동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한전KPS 감독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 월성 원전에서 숨진 고 권봉균 씨의 아내 박미정 씨가 "남편의 살점 몇 조각과 뼈 조각 등 시신의 5%만 돌려받았다"고 말하고 눈물을 흘렸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유족들은 "4개의 펌프 중에 가장 작업 지점과 불과 1.5미터 떨어진 펌프를 작동시킨 것은 잘못"이라며 "실제로 (한수원 측은) 시스템 상 변경할 수 없다던 근거리 펌프를 사고 5분 뒤 즉시 다른 원거리 펌프로 전환했으며, 사고 직후에는 작업 지점에서 떨어진 곳에 비상 펌프가 있다는 황당한 사실까지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유족들은 또 "외국에서는 냉각로 펌프 주변에서 수중 작업을 할 때는 취수 펌프 작동을 중단한 후 작업하며, 실제로 국내 울진 원자로의 경우 펌프 작동을 중단한 후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고 비판했다.

"시신 5%밖에 못 찾아…한수원은 뒷짐"

박 씨는 한수원과 한전KPS가 적극적으로 '시신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1박 2일 동안 동료들의 도움으로 남편의 살점 몇 조각과 뼈 조각 등 시신의 5%만 돌려받았다"며 "최선을 다해 시신을 수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한수원은 유족의 요구를 묵살했고, 한전KPS는 3시간만 시신 수습 작업을 벌이겠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울분을 토했다.

1박 2일이 걸려 시신의 5%를 찾았는데, 3시간 동안 시신을 찾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족들의 '시신 수습' 요구에 대해 한수원 측은 "우리가 (고인을) 직접 고용한 게 아니"라며 "도의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지만, 한전KPS에서 작업한 만큼,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한수원에서 취수관 작업을 하던 잠수사가 사망한 것은 올해 들어 네 번째다. 구체적으로는 영광에서 2건, 인천에서 1건, 월성에서 1건 등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

노동건강연대는 "취수구에 간단한 안전망이라도 설치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죽음인 만큼, 한수원이 사고에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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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외근 한전KPS 사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지난달 27일, 경북 경주에 위치한 월성 원전 3호기에서 수중작업 중이던 한 잠수부가 사망했다. 이 잠수부는 취수구 주변에 펄이 쌓였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물 속에서 들어갔다가 5분만에 숨졌다.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취수펌프가 가동되면서 그 속으로 몸이 빨려 들어간 것이다.

수중작업을 할 때 물을 빨아들이는 펌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하지만, 이를 멈추지 않고 펌프를 계속 가동함으로써 이 같은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 발생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는 현재, 유족들이 수습한 고인의 유해는 고작 부러진 뼈 몇 조각과 찢어진 살점 뿐이다. 실질적인 작업 책임자인 한전KPS 측은 “경찰 수사 진행중이니 지켜보자”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 수중작업 중 펌프 가동, 안전수칙 모두 무시

고인 A씨(54)의 유족과 동료들은 한전KPS 측의 안전관리 부실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한전KPS는 한국전력 자회사로 한국수력원자력의 하도급 업체다. 당시 현장을 지휘 감독한 것도 한전KPS 측 감독관이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취수 펌프에는 안전망조차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 현장에 있던 A씨 동료들은 한전KPS 측에 “작업지점과 불과 1.5m 앞에서 프로펠러가 돌고 있어 위험하다”며 1호기나 4호기 펌프를 대신 가동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원전 가동을 위해서는 펌프의 작동을 멈출 수 없다”며 요구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사고 발생 2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A씨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펌프로 빨려 들어간 A씨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선 원자로 안쪽의 구조물을 뜯어야 하는데, 한수원과 한전KPS 측에서 이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전KPS 측이 “시신을 수습하라”며 유족 측에 제시한 시간은 고작 2-3시간 뿐이었다.

한전KPS는 여전히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한수원은 한전KPS 측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고, 실질적 현장관리 책임이 있는 한전KPS 역시 “노동부와 경찰 조사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전KPS 홍보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은 월성 원전 측에 문의해야 할 것 같다”면서 “현재 경찰 수사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려볼 것이다. 다만 안전수칙은 잘 지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보실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사고현장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책임자는 누구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전KPS”라고 답했다.

사정이 이쯤되다보니 일각에서는 최외근 한전KPS 사장의 책임론마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정황상 한전KPS의 안전관리 부재에 따른 사고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고, 무엇보다 고용된 노동자가 끔찍한 사망사고를 했는데도 ‘경찰조사’ 운운하며 시신수습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조직을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서 지나치게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외근 사장의 자질론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족들은 사고가 난 후 A씨의 시신 가운데 5% 정도만 건네받았다. 부서진 뼛조각과 살점 몇덩이가 고작이다. 그것도 동료들이 사고 후 1박2일간 취수구 주변을 수색해 어렵게 찾아낸 것이다. 나머지 부분은 월성 원전 3호기 냉각로 펌프에 흩어진 상태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사건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했다. 

▲ 월성 잠수부 사고현장-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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