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대학원 후기 - bigdeiteo daehag-won hugi

비전공자의 빅데이터 대학원 준비하기 (1) :: 나에게 맞는 대학원 찾기

벌써 회사 생활 5년차.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부서는 여러번 바뀌었지만 적응을 해가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정도 다녔으면 나의 입지도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고, 하는 업무도 익숙해져서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도중,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회사에서 대학원 학비 지원이 있어서 대학원을 알아보게 되었다.

회사에서 일부 인원에게 제공하는 혜택인데 이에 선정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빅데이터」 관련 대학원을 입학해야하고 대학원 합격은 내가 알아서 준비해야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회사에서 데이터 다루는 업무를 많이 하고 엑셀 매크로, KNIME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대량의 데이터를 가공, 원하는 내용을 추출하는 데 자신이 있었지만 「학문으로서의 빅데이터」는 파이썬, R프로그래밍 등 컴퓨터 관련 전문지식을 요하는 것이 많았기에 선뜻 지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무엇보다 회사에서 이러한 제안을 한 것이 대학원 후기모집이 끝나가는 5월이었기에, 23년도 전기모집 합격을 목표로 준비하게 되었다.

비전공자인 내가 지원하기 위한 대학원 조건은 아래와 같았다.

1. 비전공자도 지원할 수 있는 데이터 관련 대학원일 것

2. 강의가 평일 하루, 주말 하루 일 것 

3. 특수대학원인 만큼 상위 레벨의 대학원일 것

일단 1학기때 각 학교별 빅데이터, AI관련 대학원이 어떻게 있는지 알아보았다.

카이스트는 년 1회인데, 회사에서 빅데이터로 인정하지 않아서 패스.

서울대는 전일제인 일반대학원만 있어서 지원자체가 불가

연대는 11월 초에만 지원 가능하여 패스

고대는 평일(월, 화, 목) 3일 수업이라 회사생활과의 병행이 어려울 것 같아서 패스

성대는 데이터 사이언스/빅데이터 학과는 지원 가능

서강대는 AI MBA가 지원 가능

한양대는 커리큘럼이 이공계 위주라 지원해도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서 패스

결국 지원 가능한 학교를 추린 결과 제일 가고싶은 학교는 연대인데 입시일정과 맞지 않아 지원이 불가능했다.

이윽고 10월, 23학년도 전기 모집 전형을 보고 지원할 수 있는 대학원을 다시 한 번 추려보았다.

연대, 성대, 서강대 3개 학교에 지원을 하고자 하는데 각각의 이유를 적어보려고 한다.

연대 - 모집정원이 60명인데, 조건 중 회사에서 50% 이상 지원이 가능한 인원만 지원 가능하다.

         수업도 금, 토요일에만 있고 조건을 충족하는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과정인 점도 

성대 - 총 5개 학기로 가장 길었지만, 지인이 이곳에 합격하여 다니고 있는데 괜찮다고 하여 지원하고자 한다.

          수원이 아닌 대학로로 수업을 들어야하는데 서울 캠퍼스 생활은 덤

서강대 - 유일하게  MBA이다. 한국에서 MBA를 해봤자 도움이 되겠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뿌리가 문과생인 나에게 MBA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분명히 있다.

            나중에 어떻게 도움이 될 지 모르는 부분이기 때문에 지원하고자 한다.

            1년 16주(4개월) 과정인 점도 마음에 든다. 

앞으로 두 달 동안 수험생 생활을 다시 해야할 것 같다. 학부생때처럼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원 지원을 위해 학업 계획서도 작성하고 교수님/학과와 컨택하고 앞으로의 나의 진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다. 합격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준비해야겠다. 각각의 대학교, 전형단계를 준비하면서 포스팅을 해야겠다.

어찌어찌 하다 4학기까지 굴러오게 되었다. 입학 전 꼭 합격해서 공부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심지를 유지하고 있는지 돌아볼 시간이, 앞으로 과연 정상적인 졸업이 가능은 할지 면밀히 검토해볼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 않아서 문제다. 이대로면 정상적인 졸업? 꽤 고생길이 열리고 있는 부분인데 나만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게 아닐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초심 반추 차원에서, 2년이 다 되어가는, 면접 준비와 면접장에서의 소소한 기억들을 풀어보려고 한다.

1. 정보가 없다. 카페는 하나 있다.

일반대학원은 좀 덜 할 것 같다. 특수대학원 정보 수집이 정말 쉽지 않았다. 특히 면접 팁 이런 건.. 대부분 일반대학원에 맞추어져 있어서 특수대학원의 입학, 면접 정보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내가 부족하게나마 정보를 좀 만들어 둘까 싶기도...)

그나마 아래 네이버 카페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특수대학원' 게시판에서 알알이 정보를 줍긴 했었다. 꽤 도움이 많이 되었던 곳이고 지금도 종종 눈팅중이기도 한 곳.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특수대학원 면접 정보에 좌절하고 있던 나에게 한 줄기 빛과 소금 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었다.

2. 비전공자라면 특수대학원 생각보다 쉽게 준비해선 안 된다.

물론 남들이 알아주는 직장에서 자리를 잡으신 분들은 (일명 고스펙) 예외다. 나처럼 비전공자 출신에 관련 업무를 하고 있지도 않았던 개차반의 상태에서는 면접 준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나도 사실 한 번 탈락의 고배를 마셨었기 때문에 더욱 절실히 느낀다.

비전공자라면 해당 학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전제할지도 있는 것이 교수님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그 마음을 돌려서, '이 학생은 그래도 열정과 의지와 계획이 확실하니 뽑아도 괜찮겠군'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 무조건 열심히 하겠습니다. 식이 아니라, 결과물을 어느 정도는 준비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무상 연관성이 있다면 그 연관성을 가지고 최대한 어필할 수 있겠고, 그것조차 없다면 관련 자격증이나 사설 강좌 스터디 등을 통해 선수과목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끔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3. 백수가 힘이었다.

이건 순전히 개인의 사례이므로 일반화하기 곤란한다. 정보 제공의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나름의 전략이었기 때문에.. 부끄럽지만 공유해본다.

당시 나는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이었다. 대학원 진학과 그를 통한 커리어 전환을 목표로 퇴사 후 데이터 사이언스(그 때는 내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공부랍시고 끄적끄적 얕은 지식들을 수집하고 있던 시기였다. 퇴사했기 때문에 절박함과 간절함 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분들은 떨어지더라도 다음 학기에 지원하면 됐겠지만 나는 백수 상태로 6개월을 더 지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하기 싫었다. 어떻게든 이 학교에 입학해서 대학원생이라는 딱지를 이마에 붙여놓고 마음 놓고 공부하면서 커리어 전환을 준비하고 싶었다. 30대에 접어든 나이도 많지는 않다지만 절대 여유 부릴 상황은 아니었기도 하고.

돌이켜보면 돌아갈 곳이 없는 간절함이 '정말 오고 싶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진실은 나도 모르지만.

면접장에서

2017년 2학기(후기) 입학 면접 기준이다. 지금은 절차와 난이도 모두 달라졌을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린다.

1. 면접은 초 간단하다.

5명 정도가 한 번에 들어갔고, 교수님은 두 분이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과에서 가장 저명하신 교수님 두 분이 들어오셨던 것이었다. 면접은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고, 자기소개와 개인별로 질문 1개씩, 그리고 기타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는 것으로 완료되었다. 자기소개는 1인당 1분 정도, 하고 싶은 말도 1분 안팎. 개인별 질문은 어려운 건 아니고 직장이나 하고 있는 일과 연관돼서 왜 학업을 하려고 하는지? 이게 주였던 것 같다.

교수님이 미리 이력서를 검토하고 들어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로 평가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면접은 간단하였다. 후에 서류와 대조해서 채점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2. 알파고와 이세돌은 안돼요

이건 너무 기본적인 것인데, 짧은 면접일수록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핵심만 간단히 요약해서 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우려했지만 안타깝게도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말미암아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는 것을 보며...'로 지원 동기를 시작하신 분이 계셨다. 면접장에서는 경쟁자일 수 있지만 그 이전에 함께 노력하고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준비했을 노력을 알고 있는 동료 입장에서 많이 안타까웠다. 4차 산업혁명과 알파고 드립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큰 고민 없이 기회주의적으로 쉽게 이 분야를 택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충분히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설령 그게 사실이더라도 비전공자라면 절대로... 피해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3. 솔직하게 까놓고 말하니 마음이 편했다.

나도 살면서 몇 번의 면접을 본 적이 있지만 생각해보면 너무 잘하려는 욕심과 디테일에 신경 쓰다 보니 리스크에 대해 민감해져 긴장하게 되어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인 적이 많았다.

이번 면접장에서의 나는 '돌아갈 곳이 없는 간절함으로 똘똘 뭉친, 그래서 누구보다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가능성 많은 지원자' 컨셉으로 부딪혔다. 퇴사한지 6개월이 넘은 장기 백수 상태였고, 그 기간 동안 자격증 2개와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사설 강의 수강을 하는 등의 시간을 보내며 커리어 전환을 준비해왔으며 그 정점이 대학원이고 이를 통해 다음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분야의 전문가로서의 시금석으로 삼고 싶다. 고 어필할 전략이었다. 물론 저렇게 청산유수로 말하지는 못했지만, 컨셉 자체는 확고하게 가져갔었고 그게 나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최선을 다했고 모든 걸 걸었던 귀중한 면접이었다. 전 직장 공채 최종 면접보다 더 나에게는 간절했었다. 나이 30에 6개월 이상 공백기를 가진 상태에서의 굶주림은 내 상상 이상으로 큰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

사실 그럼에도 나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반전이라 배신감이 드시겠지만, 저렇게 생 쑈를 해놓고 결과는 탈락이었다. 그래도 내 면접 전략과 승부수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공계나 통계학, 수학과 전공자가 아닌 문과생으로서, 전혀 관련 없어 보였던 스포츠 마케팅을 업으로 삼던 직장인으로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4주 후. 머신러닝 알고리즘 도서를 찌개 받침으로 한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던 그날 오후, 나는 지금 다니고 있는 이곳의 추가 합격 통보를 받게 되었다. 그렇게 입학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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