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화장실 휴지 - haggyo hwajangsil hyuji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짧으면 10시간, 길면 14시간, 하루의 반 이상을 학교에서 보낸다. 집에서보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보다 ‘집에 다녀 오겠습니다.’가 더 어울리는 인사라는 우스갯소리가 농담이 아닌 현실이다. 그래서 어쩌면 학교는 학생들에게 집만큼 편안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학교에 화장지가 없다. 학생들은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위한 화장실 ‘휴지’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너무 사소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화장실에 갈 때, 무언가를 흘렸을 때, 코를 풀 때 등등... 우리가 알게 모르게 자주 사용하게 되는 것이 화장지다. 그런 화장지를 학교에서는 학생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 진주시내의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화장지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진주시내 고등학교들의 상황이 어떤지 조사해 보았다. 중앙고와 진주여고는 일주일에 하나씩 지급하고 진양고와 진주고는 휴지가 지급되지는 않지만 매점이나 휴지자판기를 통해 판매하고 있었다. 제일여고는 화장실 공사 후 일시적으로 휴지를 지급하다가 현재는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 외 삼현여고, 경상대학교 사대부고, 경남정보고, 경진고, 명신고는 지급하지 않는다. 이렇듯 진주시내의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화장지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의 화장지 지급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진양고의 한 학생은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며 ‘학교에서 휴지를 지급한다면 학생들이 함부로 사용하게 되어 낭비될 가능성이 크다.’며 휴지가 지급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밝혔다.

반면에 중앙고의 김모 양은 ‘우리 학교는 일주일에 하나씩 휴지가 배급되는데 서른 명 가까이 되는 여학생들이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며 ‘여학생의 경우는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하는데 그때마다 휴지가 많이 필요하다. 한 주에 생리를 하는 여학생이 한 두명도 아닌데 휴지 한 개를 주며 일주일을 사용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진주여고의 한 학생은 ‘학교의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휴지를 배급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학생들이 불편해 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 학교 예산이 아닌가?’ 라며 문제를 제기 했다. 

또한 동명고의 어떤 학생은 "휴지를 학교에서 지급하게 된다면 학생들은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낭비하게 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학생들이 화장지 사용 같은 공공시설의 관리 또한 학교에서 가르쳐야할 교육의 일부분이라고 생각 한다"며 화장실 휴지조차 학생 개인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교육현장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는 학생들이 교육을 받는 곳이다. 교육은 단순히 교실에서의 수업만 받는 것을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고 사귀고 웃고 즐기며 고민하는 학교생활의 모든 것이 교육일 것이다. 얼마나 많은 예산이 필요해서 학생들 화장실 화장지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일까? 

학생들의 불편은 분명한 사실이다.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낭비는 공공시설 사용에 대한 교육으로 학교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무조건 휴지를 지급하지 않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학생들은 학교의 주체이고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는 화장실 화장지 지급을 당당히 요구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인천 23개교 미비치…칸마다 놓은 학교는 12% 불과

"장난·낭비 심해 각자 준비" 해명에 학부모단체 "이해 불가"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인천의 초·중·고교 화장실에 휴지나 옷걸이, 소지품 선반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학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현행 학교 화장실 설치·관리 기준은 위생용품 비치와 같은 세부 내용이 없어 학교별로 관리 상태가 천차만별이다.

12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 전체 504개 초·중·고교의 학생 화장실을 조사한 결과 화장실에 휴지를 비치하지 않은 학교가 고등학교 11곳, 중학교 10곳, 초등학교 2곳 등 총 23곳에 달했다.

화장실에 휴지를 놓은 481개 학교 중에서도 칸마다 비치한 곳은 64개 학교(12.6%)뿐이고 417개 학교는 화장실 벽 등에 함께 쓰도록 휴지를 하나만 걸어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화장실에 비누가 없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도 1곳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생 화장실에 옷걸이와 소지품 선반이 설치된 학교의 비율은 각각 77.3%, 23.4%에 그쳤다.

학생 화장실에 휴지를 놓지 않은 학교들은 교육청에 "휴지를 뭉쳐서 장난치는 학생이 많아 낭비가 심하다", "휴지를 불필요하게 많이 써 변기가 자주 막히는 탓에 각자 준비하게 했다" 등의 해명을 했다.

일선 학교 화장실에 재래식 좌변기(화변기)가 여전히 많은 점도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인천 전체 학교의 학생 화장실에 일반 가정에서 주로 쓰는 서양식 좌변기가 설치된 비율은 남자화장실은 63.4%, 여자화장실은 62.4%에 머물고 있다.

쪼그려 앉아야 하는 재래식 좌변기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은 귀가 때까지 용변을 참는 등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일부 학생은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집에 갔다 오는 일도 적지 않다.

부평구의 한 초등학생 부모는 "평소 이용할 기회가 거의 없는 재래식 좌변기 때문에 아이가 학교에서 용변을 해결하지 못해 복통과 변비를 호소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교직원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한 학교는 320곳(63.4%)으로 학생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한 학교 72곳(14.2%)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들 학교는 자체 예산을 들여 교직원 화장실에 각각 1∼34대의 비데를 설치했다.

이에 대해 교직원의 근무여건보다 학생의 교육여건에 덜 신경을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노현경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장은 "학생들이 기본적인 생리현상 해결에도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당국이 교육의 질과 학생인권을 논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매년 천문학적인 교육예산을 쏟아붓고도 고속도로나 공원 화장실보다 못한 화장실을 써야 하는 아이들의 문제를 시급해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당국은 낡은 화장실을 현대식으로 개선하는 사업에 시·도별로 해마다 수십억∼수백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

인천의 경우 지난해 31개 학교 화장실을 전면 보수하는데 130억원을 투입했고 올해는 13개 학교에 화장실 개선사업비로 학교당 1억6천만∼9억원씩 총 65억여원을 배정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화장실에 휴지와 비누를 놓지 않은 학교들에 대해 이른 시일 안에 비치하도록 조치했다"면서 "앞으로 화장실 개선사업과 평상시 관리에서 학생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12 06:35 송고

 

 울산 공립D고 학생회장으로 출마한 한 후보자의 포스터.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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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복지를 강조해온 울산시교육청 산하 한 공립고교의 학생회장 선거 포스터에 "화장실마다 휴지 설치를 목숨 걸고 지켜내겠습니다"란 비장한 공약이 등장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화장실에 휴지를 비치하지 않은 이 학교의 교감은 "당연히 휴지가 있다"고 거짓 답변까지 했다.

14일 울산 D고는 학생회장 선거를 치렀다. <오마이뉴스>가 3명의 학생회장 후보자들이 만든 포스터를 확인해본 결과 공통 공약은 바로 "화장실 휴지 설치"였다.

특히, 한 학생회장 후보 포스터는 "목숨 걸고 지켜내겠습니다"란 제목 아래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었다.

1. 일주일에 한 번 사복DAY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편하게 살자")
2. 각층 화장실마다 휴지 설치 ("화장실에 휴지 없는 거 생각보다 많이 불편함")
3. 현실성 넘치는 휴대폰 사용 허용 ("우리도 나이 먹을만큼 먹었다 스스로 절제 가능")

이 포스터에 대해 한 아동문화운동 활동가는 페이스북에 "(학교)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어 목숨 걸고 (공약으로) 지킬 일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적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D고 화장실에 정말로 휴지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학교 교감에게 전화를 걸어 '화장실에 휴지가 없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학교 화장실 휴지 있죠. 당연히 화장실에 휴지가 있죠. 왜 없어요?"

이에 기자는 다시 해당 교감에게 '그렇다면 학생회장 후보자 3명이 왜 공약을 낸 것이냐'고 다시 묻자 "학생회장 선거공약까지 거기(오마이뉴스)서 다루느냐"면서 "당연히 휴지가 있다. 회의가 있어서"라고 말한 뒤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기자가 이 학교 또 다른 교직원에게 확인한 결과 이 학교는 교실에서 화장지를 나눠주는 대신, 화장실에는 화장지를 따로 비치하지 않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뒤 다시 이 학교 교감에게 문의하자 "학교 화장실에 화장지를 비치했었는데, 관리가 잘 되지 않아 교실마다 화장지를 나눠줬다"고 말을 바꿨다.

이 학교 한 부장교사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화장실에 화장지를 뒀더니 (화장지가) 빨리 동이 나고 화장실도 막히는 경우도 발생했다"면서 "학교에서 효율적으로 (화장지를) 쓰기 위해 교실에서 관리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 화장실이 교실에서 먼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국 학생회 선거공약을 꾸준히 분석해온 임정훈 '연구공동체+교육의 품:격' 연구위원(현직교사)은 "화장실에 화장지를 설치하겠다는 학생회장단 후보들의 공약은 이 학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흔한 상황"이라면서 "학교는 화장실에 화장지를 두면 관리가 어렵다고 말하지만 이는 교육적 방법보다는 금지하고 차단하는 폭력적인 방식을 옹호하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임 연구위원은 "전국의 교육감들이 너나할 것 없이 '학생 중심, 학생 행복'을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학생들이 화장지, 두발, 복장 같은 기본적인 삶과 인권의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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