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 근황 - hagpog gahaeja geunhwang

[MBC 실화탐사대]

고등학교 시절 2년간 당한 학교 폭력으로 환청에 시달리고 집안이 풍비박산 난 피해자의 이야기가 3일 MBC '실화탐사대'를 통해 전해졌다. 피해자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지만 가해자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고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손진수 군(가명)은 이날 방송에서 자신이 당한 끔찍했던 학교 폭력 피해를 털어놨다. 손군은 가해자 4명에게 시도 때도 없이 폭행을 당했고 전기 파리채를 개조한 전기충격기로 고통을 당하기도 했다. 가해자들은 손군의 돈도 갈취했다. 손군은 "기한을 정해주면 그때까지 돈을 준비해가야 했다. 뷔페를 데려가 15만원을 내게 했다. 오토바이 수리비, 합의금 등을 제가 물어주기도 했다. 또 저희 집에 있는 돈 봉투를 그냥 가져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MBC 실화탐사대]

결국 손군은 불안 장애와 양극성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는 지금까지 꿈 속에서 귀신을 보고 환청에 시달리는 등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손군에게 찾아온 더 큰 불행은 아버지의 극단적 선택이었다. 손군이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는 것을 본 아버지는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손군 아버지의 지인은 "병원비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손군은 "아빠한테 많이 미안하다"며 "저 때문에 그렇게 돌아가셨다"고 자책했다.

[MBC 실화탐사대]

손군이 학교 폭력을 당할 때 학교과 경찰은 무엇을 했을까.

뒤늦게 학교 폭력을 파악한 학교 측과 경찰이 진상 조사를 나섰지만, 가해 학생 4명 중 한 명에게만 강제전학 처분이 내려졌고 3명은 사회봉사 처분으로 끝났다. 뿐만 아니라 경찰 및 검찰 수사 결과 가해자 4명은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MBC 실화탐사대]

가해자들은 4명 모두 대학생이 돼 평범한 일상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제작진이 학교로 찾아가 가해자 1명에게 "폭행, 금전갈취를 인정하냐"고 묻자 "인정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제작진을 만난 가해자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제작진에게 바꿔주기도 했다. 가해자의 아버지는 "경찰서에서 조사해서 관련 없다고 얘기 나오지 않았냐"며 제작진이 묻는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MBC 실화탐사대]

억울함을 토로하던 손군의 어머니는 방송 제작진과 함께 담당 경찰서를 찾아갔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담당 경찰은 "진수가 진술 번복을 했고 마지막에 세 명에 대한 처분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손군은 가해자들의 협박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여동생도 똑같이 당했으면 좋겠냐고 하더라. 여동생을 성폭행하겠다는 말도 했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그는 아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어머니에게 "하소연하시고 이럴 거면 언제든지 와라. 받아주겠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학창 시절 친구에게 학교폭력을 가했던 여성이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글이 퍼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나 학창 시절 가해자였는데"란 제목의 글이 소개됐다.

작성자 A씨는 학창 시절 유독 싫어했던 친구 B씨를 많이 괴롭혔다. 특히 A씨는 B씨가 자신보다 잘 나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는 웹툰이나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내가 괴롭힌 애가 시간 지나니 나보다 잘나가고, 괴롭힌 당사자는 치킨집 배달 알바하면서 사고 치고 잘리는 클리셰가 싫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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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A씨는 학우를 괴롭히면서도 공부하기 싫을 때마다 좋은 집에서 행복하게 사는 B씨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공부에 매진했다.

그 결과 A씨는 좋은 대학에 입학했고 졸업 전 연구원으로 취직해 지금까지 8천만 원을 모았다. 또 대기업 개발자로 일하는 남친과 결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는 동안 B씨는 지방대에 진학해 서점에서 알바를 하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2살 연상의 남친에게 '하녀짓'을 하며 살고 있다는 근황을 들을 때마다 A씨는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A씨는 "물론 학창 시절 가했던 학교폭력은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기업에 취직해 돈을 열심히 모은 건 순전히 자신의 노력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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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피해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가해자들이 사과하는 거다"라며 "영원히 자기 주변에 나타나지 않는 것만으로 완벽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A씨는 "혹여나 B씨가 더 잘나가 내게 복수할까 봐 불안해한 것만으로 충분히 속죄한 것 아니냐"면서 학교폭력 피해자들에게 "학교폭력이 억울하면 우울해하지 말고 신고를 하든 공부를 하든 피를 토하는 노력으로 성공해 가해자보다 잘 나가라"고 강조했다.

말미에는 "B씨가 만약 학교폭력으로 날 신고했다면 이렇게 못했을 거다"면서 "멍청해서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A씨의 사연에 누리꾼들은 그의 인성을 비판했다. "인생 관뚜껑 닫을 때까지 모르는 거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내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는 말이 있다", "지금이야 글쓴이가 피해자보다 더 성공한 것처럼 느낄지는 몰라도 언젠간 반드시 돌려받을 거다", "나중에 어떻게 되나 봅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편 학생들의 대면활동이 재개되며 학교폭력 신고가 26%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 서울경찰청은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에서 일어난 청소년 범죄(학교폭력·소년범죄) 현황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학교폭력 신고 건수와 검거인원수가 2020년 대비 각각 26%, 4% 증가했다.

경찰은 코로나19 유행으로 대면활동이 줄어들자 주춤했던 학교폭력 사건이 다시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졸업해도 트라우마 여전…성인피해자 정신적 지원 필요"

[제작 이태호, 정연주] 사진합성,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취업준비생 강모(28)씨는 한쪽 눈 시력이 좋지 않다. 중학생이던 2007년 집단 따돌림을 당할 당시 유독 심하게 괴롭힌 한 동급생이 어느 날 뒷머리를 세게 때린 뒤부터다.

강씨는 그날 밤 갑작스러운 고열로 찾은 병원에서 시신경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1.0으로 좋던 시력은 0.2로 떨어졌다.

가해자들은 수업시간에 몰래 그의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구석에 세워놓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졸업하고 세월이 흘렀지만,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다.

지인이 겹치다 보니 가해자 근황도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됐다고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친구들을 통해 들어보니 가해자는 유명 오토바이점을 운영하는 사업가가 돼 있었다.

강씨는 21일 "친구를 통해 소식을 전하니 가해자는 '기억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며 "잘 나가는 사장님이 된 모습에 허탈한 마음도 들고, 눈이 안 보일 때마다 그가 망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최근까지 인기리에 연재된 한 웹툰은 성인이 된 학교폭력(학폭) 가해자가 트라우마를 안고 살다 숨진 피해자의 몸에 들어가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이 설정이었다. 학폭을 희화화한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매주 댓글창에는 피해를 겪거나 방관했던 독자 저마다의 이야기가 다수 달리며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만화 속 가해자의 반성과 해피엔딩은 현실과 다르다고 한다. 멀쩡하게 살아가거나 심지어 부유하고 유명해진 가해자를 보는 속은 더 멍든다는 게 피해자들의 말이다.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체육계를 넘어 최근 전 사회적 이슈가 된 '학폭 미투' 사태의 발단은 가해자의 SNS를 보고 과거를 떠올린 피해자의 폭로였다.

남모(28)씨는 중학생 때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의 이름이 SNS에 뜨자 놀란 경험이 있다. 가해자는 육아용품을 소개하고 팔기도 하는 이른바 '인플루언서'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체격이 왜소했던 남씨는 중학생 때까지도 아동용 옷을 입었고, 가해자는 '거지'라며 동급생들과 함께 남씨를 둘러싸고 언어폭력을 가했다고 한다. 그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남씨는 성인이 되고서도 한동안 옷에 집착했다고 말했다.

사과 한마디 받지 못했지만, 가해자는 행복해 보였다. 남씨는 "자기 아이에게 옷을 입힌 사진을 보니 예쁘기는 하더라"면서 "잘 살면 안 되는 사람들이 너무도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착잡하다"고 했다.

이처럼 성인이 된 학폭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관리하고 치유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학생 피해자 지원시설은 그나마 있지만, 성인 피해자들을 도와줄 곳은 병원 외 없는 상황"이라며 "오랫동안 트라우마를 안고 산 피해자나 가족의 문의가 많은데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2/21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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