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이번 연도 1월 11일. 우리 집 암컷 앵무가 7월생이니 6개월이 되는 달에 처음 알을 낳았다. 보통 모란앵무가 알을 낳을 수 있는 시기는 5개월부터인데 그땐 그 사실을 몰랐기에 너무 어릴 때 알을 낳은 거 아닌가 하는 걱정부터 들었다. 나는 번식 목적으로 앵무새를 키우는 것이 아니기에 알을 낳은 것이 그리 반가운 일도 아니었다. 그런 걱정이 들어맞아서일까. 알을 낳은 후 암컷 앵무의 상태는 눈에 띄게 심각해졌었다. 모란 앵무는 알을 낳을 때 모든 기력과 에너지, 그리고 영양분을 모두 소진시켜 버리기 때문에, 즉 알을 만들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켜 버리기 때문에 자칫하면 낙조 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 알을 낳은 것을 나도 처음 경험하기에 처음엔 이렇게 상태가 안 좋게 된 것이 알을 낳아서 그런 것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저 어디가 아픈 걸까. 병에 걸린 걸까. 라고만 의심했을 뿐이었다. 증상은 이랬다. - 전체적으로 보기에 기력이 없어보인다. -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졸고있는 것처럼 보인다. - 먹이에 전혀 입을 대지않는다. - 무게가 현저히 감소한다. - 지저귐이 전혀 없다. [ 다시 한번 강조드리지만 앵무새를 키우기 전, 앵무새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를 우선 많이 조사해보기를 권해드린다.] 연란. 미성숙한 알 상태. 물렁물렁하다. 주위에 묻은 건 펠렛.낳은 알의 상태도 좋지 못했다. 알이 물렁물렁한 상태였고 알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려 손을 대니 금방 터져버렸다. (병원에서는 이를 '연란' 이라 했다. 즉, 성숙하지 못한 알이란 것이다) 다행인 것은 내가 초동조치가 빨랐다는 것이다. 그냥 '졸고 있는 건가 보네.' 하고 넘어간 것이 아니라 바로 앵무를 둘러업고 병원으로 바로 직행했었던 것이다. [+여기서 팁 하나: 앵무새를 봐주는 동물병원은 극히 드물다. 그러므로 우선 자기 거주지에서 앵무새를 진료해주는 동물병원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검색이나 앵무새 관련 커뮤니티에서 병원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병원이 예약이 필수이나 응급이라 얘기하면 편의를 봐주는 곳도 있다. 그간 내가 다녀본 서울, 수도권 지역 동물병원을 맨 아래 기재하겠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병원에서는 앵무새가 연란을 낳은 이유는 선척적인 이유도 있고 원인은 다양하다고했다. 그리고 암컷 앵무에겐 칼슘과 비타민D가 필수라고한다. 이 성분들이 알을 단단하게 만드는데 필수이기때문이다. 병원에 문의했지만 다시 예약을 한 후 방문해야 한다기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유튜브를 통해 앵무새 강제 급여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봤다. 강제 급여 영상은 금방 찾을 수 있었던 건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왜냐면 호스가 달린 주사기를 (바늘 없는 주사기) 앵무새 입 안에 깊숙이 삽입한 후 이유식을 급여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말 눈 앞이 깜깜했다. 당장 이유식을 먹이는 것이 급한데 그 방법이 꽤나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호스를 입안에 삽입하다가 혹여나 식도가 찢어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아니, 애초에 호스를 입 안에 어떻게 집어넣을 것인가.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그래도 사람이 위기에 닥치면 어떻게든 방법을 또 찾게 된다고 나는 근처 조류원에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앵무의 상태가 이런데 혹시 강제 급여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냐며. 당연히 비용은 지불하겠다고. 그런데 처음에는 야박한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었다. " 애가 그런 상태면 병원을 가야지 왜 우리한테 전화를 하냐고. "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최대한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조류원에 가서 급여방법을 배우고 비용을 지불했다. 그래도 고마운 마음에 음료수까지 한 박스 사들고 들어갔다. 조금 분위기가 누그러들었는지 조류원에서는 앵무의 상태를 보더니 앵무새는 원래 아프면 밥부터 딱 끊어버린다며 설명을 해준다. 이렇게까지 칼 가슴이면 바로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다고. 그래도 강제 급여를 받고 난 뒤 소낭이 이유식으로 빵빵해진 앵무를 보고선 그래도 희망을 갖자란 생각을 했다. 이유식 강제급여 후 빵빵해진 소낭그러나 나는 직장을 다니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아픈 아이를 하루 종일 곁에서 케어해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비용을 지불하고 며칠간만 앵무의 호텔링을 맡겼다. 당장의 응급상황에는 초보자인 나보다 앵무새 숙련자에게 맡기는 편이 앵무에게 더 나을 것 같단 판단에서였다. 그리고서는 나는 매일 조류원을 드나들면서 강제 급여방법을 연습했다. (병원에도 입원을 문의했지만 앵무새를 입원시켜주지는 않는다 했다. 아무래도 인력부족 때문인 이유도 있거니와 낙조시 트러블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겠지. ) 며칠이 지나자 우려와는 달리 기특하게도 암컷 앵무는 처음 아팠을 때보다는 많이 상태가 호전되는 것이 보였다. 나 또한 며칠간의 연습 끝에 강제 급여 방법에 익숙해졌기에 앵무를 집에 데려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집에서 앵무새를 케어하기 시작하는데 이와 관련된 것은 이후 피드에서 다시 설명해보려 한다. 정말 앵무새는 키우는 사람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동물이다. 강아지와 고양이와는 달리 낙조할 가능성도 크고 치료도 쉽지 않기 때문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지인이 앵무새의 귀여움만을 보고 키우려고 할 때 일단은 뜯어말리고 보는 편이다. 생각보다 앵무새는 그렇게 키우기 만만한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앵무새가 특수동물이라는 점에서 내가 겪어야 할 어려움과 정신적인 피로도도 상상 이상이다. 이미 키우고 계신 분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앞으로 앵무새를 반려조로 들이실 생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부디 두 번 세 번 이런 어려운 점을 먼저 숙지하시길 바란다. 그게 나와 내 가족이 될 앵무 모두 행복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앵무새 진료가 가능한 병원 정보 서울 오석헌 동물병원 :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 평일에만 앵무새 진료받음. 한양 동물 메디컬센터: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 군포 굿닥터: 앵무새 진료는 더이상 받지 않음. 안양 서울종합동물병원: 안양시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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