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 - beondegieseo nabiga doeneun gwajeong

올해는 어쩌다 보니 굵은줄나비를 집중적으로 관찰하게 됐다.

이렇게 조금씩 곤충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고 있는 내 모습에 나 자신이 놀랍다.

난, 벌레들을 정말 정말 싫어했는데 말이다... ㅡㅡ;;

7월 31일 오후 늦은 시간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조팝나무에 매달린 굵은줄나비 애벌레를 발견

종령에서 번데기가 되기 위해 전용 단계에 들어선 녀석이 엄청난 비를 맞고 매달려있었다.

집으로 가져가서 관찰을 해도 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집으로 가지고 와 관찰을 시작했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 - beondegieseo nabiga doeneun gwajeong

나비 애벌레는 보통 1령~5령까지 허물을 벗으며 자라고,

5령 이후에는 번데기가 되는데 마지막 5령을 종령이라고 한다.

종령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기 위해 먹이활동을 멈추고

입으로 견사를 뽑아 몸을 고정하고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 이르는데 이를 '전용 단계'라 합니다.

이때 만지거나 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용화되지 못하거나 번데기가 되더라도 우화에 실패할 수 있어요.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 - beondegieseo nabiga doeneun gwajeong

굵은줄나비 애벌레 종령이 전용 단계에 이르러 몸의 색깔이 서서히 변합니다.

초록색이던 몸의 색이 점점 하얗게 변해가는데 처음에는 흐린 연둣빛에서 점차 상아색으로 변하고

번데기로 변할 즈음에는 색이 진해지면서 연한 오렌지빛을 띠기 시작합니다.

7월 31일 pm 7: 05

30분 간격으로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으나 갑자기 저녁 외출을 하게 되어 최종 상태를 기록하고 외출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 - beondegieseo nabiga doeneun gwajeong

7월 31일 pm 8:57

외출 후 돌아온 시각 8: 57분으로 약 2시간이 흐른 후였다.

용화(蛹化)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기록하고 싶었으나 이미 번데기가 되기 시작했다. ㅠ.ㅠ

아직은 용화 진행 중이라 완벽한 모습을 갖추지는 않은 모습으로 맑은 상아색에 검은 무늬가 조금씩 보인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 - beondegieseo nabiga doeneun gwajeong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작은 뭉치 발견

자세히 살펴보니 번데기가 되기 시작하면서 마지막으로 벗은 허물이었다.

아래 검은색이 애벌레의 머리 쪽이고 삐죽한 갈색 돌기가 보이는 방향이 애벌레의 꼬리 방향이다.

여기가 애벌레의 머리 방향~

용화 과정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갑작스러운 외출이... ㅠ.ㅠ

7월 31일 pm 9:37

약 40분이 지난 후의 모습은...

몸통의 검은 무늬들이 거의 다 나타났고 날개 부분의 검은 무늬도 생기기 시작했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 - beondegieseo nabiga doeneun gwajeong

7월 31일 pm 9:55

궁금함과 신기함에 잠을 이룰 수 없어 설레던 시간...

pm9:55 몸통은 이미 검은색이 선명했고 날개 부분의 검은색 무늬가 더욱 진하고 선명해짐.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 - beondegieseo nabiga doeneun gwajeong

7월 31일 pm 10:30

pm 10:30에는 좀 더 미세한 부분까지 모양이 잡혀 거의 완벽한 번데기 모습을 갖추었다.

번데기의 색은 여전히 맑은 상아색이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 - beondegieseo nabiga doeneun gwajeong

7월 31일 pm 11:06

번데기 모양도 다 잡혔고, 줄무늬도 모두 선명해지고... 이제는 더 이상 변화가 없을 것 같아 보임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 - beondegieseo nabiga doeneun gwajeong

8월 1일 am 12:09

더 이상의 변화가 없을 것 같아 보이던 굵은줄나비 번데기는 약 1시간이 지난 후 미세한 변화가 있었다.

몸통의 검은 무늬들 사이로 미세한 주름이 생겼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 - beondegieseo nabiga doeneun gwajeong

굵은줄나비 번데기에 자글자글 자잘한 주름이 잡혔다.

이것이 진정한 번데기의 주름! ㅎㅎ

정말 더 이상의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아 여기까지 관찰하고 취침...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 - beondegieseo nabiga doeneun gwajeong

굵은줄나비 애벌레가 전용 단계를 거쳐 용화가 진행된 후 완전히 번데기의 모습을 갖추고 난 후

약 10일 정도면 성충의 모습으로 우화를 하게 됩니다.

번데기의 모양은 더 이상 변하지 않으나 색이 점차 변해갑니다.

처음에는 진주색에서 은색, 금색 그리고 우화가 가까워오면 검은빛 메탈 색이 됩니다.

이 기간에 번데기는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외부 충격을 받으면 몸을 좌우로 흔들어요.

바람이 부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비틀어 구부리고 균형을 잡기도 합니다.

8월 5일 am 4:11

날이 더워지니 온도가 높아져서인가...

5월 하순 경 노지에서 관찰한 것보다 번데기의 색 변화가 좀 빠른 것 같습니다.

진주색으로 빛나던 번데기가 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중...

8월 7일 저녁에 잠들기 전 번데기의 색을 보니...

검은빛이 제법 많이 보이는 것이 우화가 가까워졌음이 느껴졌습니다.

8월 8일 오전

무산님 출근시키고 아이들 아침을 챙기려다 생각이 나 굵은줄나비 번데기를 들여다보니...

이런... 제가 또 늦었네요.

이미 우화하여 빈 번데기에 매달려 날개를 말리고 있는 굵은줄나비...

지난 6월 초에도 우화 직전의 번데기를 가지고 와 관찰했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수업을 나간 오전 시간에 우화를 해서 우화하는 과정을 지켜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른 아침에 우화를 해서 그 과정을 또 놓치고 말았네요. ㅠ.ㅠ

이렇게 한참을 매달려 체액을 쏟아내던 굵은줄나비...

나비가 우화 될 때 번데기와 분리가 되면서 체액이 나오게 되는데

번데기 아래로 주황색 체액이 떨어진 흔적이 있고, 우화한 이후로도 투명하고 끈적한 체액이 제법 많이 나왔어요.

우화를 마친 나비는 바로 날아가지 않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들여 날개가 완전히 경화되기를 기다리고 날개를 접었다 폈다를 반복합니다.

우화 직후에만 이렇게 나비를 손에 올려볼 수 있다는 거...

날아가지도 않고 손가락을 기어오릅니다. ^^

눈을 마주치기라도 하는 듯... 몹시 사랑스러운 모습입니다. ㅎㅎ

6월 11일에 우화했던 굵은줄나비의 모습입니다.

번데기를 채집했던 그 자리에 놓아줬는데도 날가지 않고 날개를 접었다 폈다...

더듬이를 내렸다 올렸다만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굵은줄나비늬 우화하는 장면은 놓쳤지만...

전용 단계에서 용화 과정의 일부를 지켜볼 있었음에 만족해야지요...

매우 아쉬운 용화과정 관찰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