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멸종위기 등급 - buggeuggom myeoljong-wigi deung-geub

북극곰 멸종위기 등급 - buggeuggom myeoljong-wigi deung-geub

[왜냐면] 김연하 |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

365일 중 하루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북극의 새하얀 생명체를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2월27일, ‘세계 북극곰의 날’을 맞아서 말이다.

포유류인 북극곰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위기종 적색목록에서 ‘취약’ 등급으로 분류된 대표적 멸종 위기 동물이다. 까맣게 빛나는 두 눈과 코, 작은 귀를 가진 북극곰은 네 발로 우직하게 얼음 위를 거닌다. 북극에 사는 대부분의 포유류가 그렇듯, 북극곰은 겨울에 가까워질수록 털을 더 하얗게 바꾼다. 온통 흰 얼음으로 덮이는 겨울의 북극 환경 속에서 자신의 몸을 더욱 잘 숨기기 위해서다. 큰 덩치에 비해 작은 두 귀는 북극의 추운 바람을 견디게 해준다.

북극곰에게 빙하는 사냥과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키우는 삶의 터전이다. 그러나 견고했던 북극곰의 서식지가 지구 온난화로 빠르게 녹고 있다. 현재 북극의 평균기온 상승률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률보다 2배 이상 높다. 북극해의 여름 수온은 1982~2010년 평균보다 현재 2~3℃ 더 높게 관측된다. 뜨거워지는 지구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여름철 북극 해빙의 총크기는 1970년대 후반보다 오늘날 절반가량이나 줄어들었다.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열팽창 하면서 해수면은 해마다 약 3㎜ 상승하고 있다.

북극의 만년설이 녹아 없어진다는 것은 현재 북극곰을 포함한 북극의 해양 생태계가 생존에 매우 취약한 상태에 처했음을 뜻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 북극곰 전문가 그룹은 북극곰 생존의 가장 큰 위협으로 ‘기후 변화로 인한 해빙 손실’을 꼽았다. 북극곰은 추운 날씨를 견디기에 충분한 고열량의 먹이를 먹어야 하는데, 지구 온난화로 사냥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먹이 사냥에서의 지나친 에너지 소모는 결국 북극곰의 개체 수 감소로까지 이어진다. 조사에 따르면, 한 암컷 북극곰은 먹이를 찾기 위해 관측 사상 최장 기록인 9일 동안 차가운 북극 바다 687㎞를 헤엄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은 전 지구와 인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수온 상승, 빙하 유실, 해양 산성화 등으로 인해 북극의 생태계는 무너져가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은 전 지구적으로 점점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초대형 폭풍과 가뭄, 홍수, 폭설 등 이상기후 현상 또한 북극 해양의 순환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생존에 위기감을 느끼는 북극곰은 자신만의 몸짓으로 인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북극곰이 보내는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는 곧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다.

하지만 북극이 우리가 살고 있는 땅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일까? 매년 더 많은 북극 빙하가 녹아 내리고 있지만, 우리는 북극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지구 온난화로 녹고 있는 북극을 새로운 경제활동의 기회로 보고 항로 개척과 상업 활동을 가속화하려 하고 있다. 북극해를 포함한 전세계 바다에 강력한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해 바다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하루빨리 마련해주어야 하는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완전히 역행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라지는 북극 빙하와 북극곰의 소리 없는 외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들의 외침은, 인류가 바다를 지키는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앞장선다면 ‘희망의 메시지’가,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인류 전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북극곰이 지구에서 사라질지, 인류와 함께할지, 더 나아가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