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국 어선 - bughan jung-gug eoseon

북한 중국 어선 - bughan jung-gug eoseon
최영진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교수

중국어선 조업과 국내 오징어 어획량

2004년 중국과 북한이 1차 북·중 어업 협정이 체결된 후, 114척의 중국어선이 북한 수역에 처음 진입한 이래 2011년 1,299척으로 증가했고 2014년 1,904척, 2018년엔 2,161척까지 급증했다. 이들 중국어선의 조업과 오징어 국내 어획량의 관련성을 살펴보면, 오징어의 어획 급감의 주요 원인이 중국어선의 진출 때문이라는 어업인들의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 결과, 한국과 일본의 어획량이 거의 매년 감소한 한편, 중국의 연근해 어획량이 꾸준히 증가해 2017년에는 약 1,328만 톤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중국어선이 북한수역에서 입어가 빠르게 증가하는 동안 국내 오징어 어획량은 매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국내 오징어 총생산량은 2000년에 22만 6,000톤, 2005년에 18만 9,000톤, 2010년에 15만 9,000톤, 2015년에 15만 5,000톤으로 다소 완만하게 감소했다. 그러다가 2017년 8만 7,000톤으로 급감하더니 2018년엔 4만 6,000톤으로 다시 절반이 되었다. 

반면에 중국으로부터의 오징어 국내로의 수입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중국산 오징어의 한국 수입량은 2014년에 8,800톤으로 전체 오징어 수입량의 11%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8년엔 6만 9,889톤으로 전체 오징어 수입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어업인들은 현재 한국에서 소비되는 상당한 양의 중국산 오징어가 사실상은 동해산 오징어일 것이라 추정한다.

불법조업에 따른 우리나라 수산업 피해

코로나19가 확산 중이던 2020년 12월에도 동해 수역에서 조업하던 중국어선 200여 척 중 일부가 울릉도로 피항했다. 동해의 북한수역에 활동하는 대형화되고 선단화된 중국 오징어잡이 배들은 때때로 오징어의 이동을 따라 남한 수역을 예기치 않게 넘나들며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오징어를 잡기도 한다. 또한, 파도가 심한 11~12월에는 수백 척의 중국 어선들은 울릉도의 남양, 사동, 저동 연안에 사흘이나 피항을 와 진을 친다. 이들 중국어선이 울릉도를 오가면서 우리 수역에서 몰래 오징어를 잡아가기도 한다.

이에 2018년에 한국 해경이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을 동해에서 처음으로 직접 검거하기도 했다. 동해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 수는 실제 조업권을 가진 어선보다 많은 싹쓸이식 불법조업 어선으로 말미암아 어족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다. 동해의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던 중국어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등에 남하해 조업함에 따라 우리 어업인들은 이에 대한 단속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동해에서 각국 선단의 치열해진 경쟁은 제한된 어족자원을 획득하는 데 있어서 고스란히 한국 선단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는 갈등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대형 트롤(저인망) 어선 업계는 어업허가의 제한 조건(대형 트롤은 동경 128도 동쪽으로는 조업 불가), 한·일 어업 협정은 5년 이상 중단 상태, 및 해수 온도 변화로 오징어 남하선이 변경되는 등 동해상에서 총허용 어획량(TAC)을 채우기 위한 오징어 조업이 사실상 가능해지지 않자 정부의 단속 위주의 정책에 강력히 반발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이 선단 업계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요청하며, 전략적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 북한의 동해 수역에서 중국 어선들이, 2017년 900여 척, 2018년 700여 척이 조업하면서 16만 톤 이상의 오징어를 어획해 갔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오징어 어획량을 합한 것에 근접한 양으로, 가격으로는 약 4억 4,000만 달러(5천 25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어선의 동해 진출로 인해 북한 어업인의 고충도 가중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경제난으로 조업권을 중국에 넘기면서 북한 어업인은 열악한 목선을 타고 생사를 걸고 먼 바다로 나가 어로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대부분의 북한어선이 10m 내외의 목선인 데다 연료도 부족해 먼 바다에서 조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연안에서 근해로 나온 북한 어선들은 동해상에서 표류하는 일이 빈번해지거나 한국의 북방한계선을 넘거나 일본이나 러시아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침범해 갈등과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2019년 북한 어선이 일본에 표류·표착 건수는 2018년 225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56건이었다. 2017년에는 북한 목선 내 혹은 근처에 총 35구의 시신이 발견되어 가장 많았다. 2018년에 러시아 수역에 침범해 불법으로 조업한 북한어선이 약 3,000척에 달했다. 이는 북한 소형어선들이 대형 트롤 중국어선과의 경쟁에 밀려 러시아 수역으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불법조업의 위험성과 부당성 강조해야

이같이 동해 수역에 발생하는 어업분쟁이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위성사진과 같은 신기술을 십분 활용해 이에 대한 조사와 감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 조사를 근거로 국제 어업기구 등에 중국어선의 남획 등의 불법조업의 부당성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UN 대북제재의 위반 사항인 북한이 조업권 판매를 중국에 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체 전략이 요구된다.

다른 한편, 무리한 조업은 북한 어업인의 안전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제적 압력을 가하는 것이 요구된다. 동시에, 한국이 단시일 내에 북한과 어업 협력을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무고한 인명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북한의 어업과 수산업 기반시설, 즉 양식장 설비나 어선의 현대화를 위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수산업은 남북협력으로 식량난 해결과 외화벌이 차원에서 비교적 저렴한 투자로 상당한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어업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분야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현대해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북한 중국 어선 - bughan jung-gug eoseon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 압록강변에서 순찰 중인 북한 경비정의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경비정이 최근 자국 영해를 침범해 불법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실탄 사격을 가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지난 11일 조선(북한) 경비정이 조선 바다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향해서 총알 세례를 퍼부은 일이 있었다”며 “이로 인해 중국인 어부 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중국 어선들은 황해남도 해주시와 옹진군 부근 북한 서해 앞바다를 돌며 불법 조업을 벌이고 있었다.

중국 어선들은 대부분 선단을 이뤄 고기잡이에 나서는데, 당시에도 10여 척의 어선이 모여 함께 조업하던 중 1척이 단속에 나선 북한 경비정으로부터 총탄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해당 어선에 타고 있던 중국인 어부 3명이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북한 경비정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뇌물을 받기 위해 위협만 할 뿐이었다”며 “경고 사격을 하다 총탄이 배에 맞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실제 사람에게 총을 쏴 죽이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소식통은 지난 7월 말 압록강 하구에서 발생한 북한 경비정과 중국 어선 간 충돌 사고가 이번 사건의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보복성 공격의 성격이 짙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앞서 본보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말 북중 접경지역인 평안북도 신의주 압록강 하구에서 중국의 불법 조업 어선 4척이 일렬로 띠를 이뤄 북한 경비정을 들이받아 7명의 경비대원이 바다에 빠지고 일부가 실종됐다고 전한 바 있다.

중국 어선들은 불법 조업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상당량의 뇌물을 요구한 북한 해안경비대에 불만을 품고 힘을 합쳐 경비정을 들이받은 것인데 당시 이 사건은 북중 양측에서 모두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는 것으로 무마됐다. (▶관련기사 보기: 압록강 하구서 北경비정-中어선 충돌…실종자 발생에도 ‘쉬쉬’)

이번 북한 경비정의 총격을 받아 사망자가 발생한 중국 어선은 함께 선단을 이루고 있던 다른 중국 어선이 견인해 갔으며, 중국 당국은 이번 일을 크게 키우지 않기 위해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는 분위기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흉흉한 사건이 잇따르자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와 맞닿은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앞바다로의 어선 출항을 당분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소식통은 “지난 6월에 단동 앞바다에서 사람 없는 어선 한 척이 발견됐는데 그 안에 사람 귀로 보이는 조각과 핏자국이 남아있었다고 한다”며 “중국 정부가 나서서 조사하고 수소문한 끝에 조선 해안경비대의 소행으로 파악됐으나 사건 해결을 위한 뾰족한 수가 없어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평안북도 소식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밀수가 막히고 뇌물 수입도 줄어든 북한 군인들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이 같은 어수선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염병(코로나19) 때문에 바다에 나가지 못한 군대들이 돈을 벌지 못하자 더욱 포악해지고 있다”며 “해적질에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하고 있어 중국인들도 무서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