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법 31조 1항 2호 - byeonhosabeob 31jo 1hang 2ho

1. 피청구인이 2015. 7. 14.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5년 형제5653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 중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재고합22호 형사 재심사건 수임의 점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5. 7. 14. 청구인에 대하여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피의자는 2003. 7. 1.경부터 2004. 8. 12.경까지 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다음부터 ‘의문사위원회’라 한다)에서 1급 별정직 공무원인 제1상임위원으로 재직하면서 의문사 진상규명 진정 사건 등에 관한 위원회 업무 전반에 관여하였고, 2009년경부터 2013년경까지는 법무법인 ○○의 구성원변호사로, 그 이후는 법무법인 □□의 구성원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2기 의문사위원회는 2004. 6. 28. 장준하의 사망 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개헌운동 등이 권위주의적 통치행위에 대한 적극적 항거행위에 해당하고,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이어서 민주화운동 관련성이 있으나, 장준하의 사망이 위법한 공권력의 직·간접적 행사로 인한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진상규명불능결정’을 하였다.

(2) 변호사는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에 관하여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 그런데 피의자는 2기 의문사위원회 제1상임위원에서 퇴임한 뒤 2009년 6월경 권○호 변호사를 통해 장준하의 장남 장○권으로부터 긴급조치 제1호의 위헌성 등을 이유로 한 형사 재심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09재고합22호)을 수임하여 담당변호사로서 소송을 수행하였다. 또 장준하의 유족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민사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540797호)을 수임하여 소송 수행 중에 있다. 이로써 피의자는 공무원인 2기 의문사위원회 상임위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하였던 사건과 관련된 형사 재심사건 및 민사사건을 수임하여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였다.

나. 청구인은 2015. 8. 28.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함과 동시에 그 근거조항인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 제3호, 제113조 제4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 제3호, 제113조 제4호 전부의 위헌 여부 심판을 구하고 있으나, 청구인에게 적용되는 부분인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에 관한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변호사법(2008. 3. 28. 법률 제8991호로 개정된 것) 제31조 제1항 제3호 중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에 관한 부분(다음부터 ‘금지조항’이라 한다), 변호사법(2011. 5. 17. 법률 제10627호로 개정된 것) 제113조 제4호 가운데 제31조 제1항 제3호 중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에 관한 부분(다음부터 ‘처벌조항’이라 한다) 및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변호사법(2008. 3. 28. 법률 제8991호로 개정된 것)

제31조(수임제한) ① 변호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건에 관하여는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 다만, 제2호 사건의 경우 수임하고 있는 사건의 위임인이 동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공무원·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

변호사법(2011. 5. 17. 법률 제10627호로 개정된 것)

제113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4. 제31조 제1항 제3호(제57조, 제58조의16 또는 제58조의30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따른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

공무수행의 공정성과 변호사 업무의 공공성을 구현한다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그러나 공익 목적이 있는 경우 등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수임금지 기간에 대한 제한도 없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변호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법무사·변리사·세무사·관세사는 준법률전문가로서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일하는 신분에 있고, 일부는 공무원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어 공무원으로서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에 대하여 수임을 제한할 공익적 필요성이 존재하는데도, 이들에 관련된 법령에서는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수임제한 규정이 없다. 심판대상조항이 변호사에 대하여만 공무원으로서 취급한 사건의 수임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성을 결여한 차별이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

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청구인은 장준하의 유족들과 변호사 선임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고 변호인단에 형식적으로 이름을 올린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청구인이 장준하의 형사 재심사건 및 민사사건을 수임하였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으로서 취급한 사건과 변호사로서 수임한 사건 사이에 인적·물적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청구인이 의문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관여한 의문사 사건은 장준하의 사망에 공권력의 위법한 개입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조사였고, 장준하 유가족이 제기한 형사 재심사건의 쟁점은 긴급조치가 위헌무효인지 여부이다. 또한, 민사사건의 쟁점은 법적 권한 없는 중앙정보부 직원이 장준하를 영장 없이 불법 체포·구금하고 수사하여 국가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청구인이 의문사위원회 상임위원으로서 취급한 사건과 장준하 유가족이 제기한 형사 재심사건 및 민사사건은 당사자도 다르고, 분쟁의 실체 또는 실질적 쟁점도 전혀 달라 물적 동일성도 없으므로 공무원으로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청구인에 대한 범죄혐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자의적으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 기소유예는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4.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 및 내용

(1) 금지조항은 장래 변호사로서 사건을 수임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공무원으로 재직 중 편파적으로 사건을 처리하거나, 공무원으로서 얻은 직무상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방지하여 공무원의 직무염결성을 보장하려는 데 입법목적이 있다. 또한, 공무원으로 재직 중 알게 된 정보 혹은 공적임무를 수행하면서 형성된 관계를 사적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는 것을 금지하여 변호사 직무의 공정성, 변호사의 품위와 신뢰를 담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당사자가 있는 경우에는, 변호사가 되어 어느 일방을 대리하게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당사자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도 금지조항의 입법목적에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처벌조항은 금지조항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공무원으로서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을 수임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2) 금지조항과 처벌조항이 변호사로서의 직무수행이나 수임을 제한하는 사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공무원으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당해사건’에 한정할 경우 수임제한의 범위가 매우 좁아져 심판대상조항의 실효성이 크게 줄어든다. 반면에 공무원으로서 취급한 업무와 추상적으로라도 관련되어 있으면 직무수행을 할 수 없다고 하면 수임제한의 범위가 너무 넓어져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 제1호는 “당사자 한쪽으로부터 상의를 받아 그 수임을 승낙한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의 경우 변호사가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수임을 승낙한 사건과 상대방이 위임한 사건이 동일한지 여부는 그 기초가 된 분쟁의 실체가 동일한지(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다41791 판결) 또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쟁점을 포함하고 있는지(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다15556 판결)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 제1호와 제3호는 같은 수임제한 조항에 규정되어 있고, 변호사 업무의 공정성을 담보하고 변호사에 대한 신뢰를 구축한다는 입법취지가 같다는 점에서 제1호의 ‘사건의 범위’에 관한 해석, 즉 ‘분쟁의 실체가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동일한 쟁점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해석은 제3호에도 적용된다.

(3) 금지조항은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에 관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한편, 처벌조항은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를 처벌하고 있어, 두 조항에서 규율하는 행위가 ‘직무수행’과 ‘수임’으로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처벌조항에서 규정하는 ‘수임’은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변호사 선임계약으로서 민법상 위임에 해당한다.

위임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사무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계약이다(민법 제680조). 위임계약에 해당하는 변호사 선임계약은 문서 없이 말로 약정하거나 다른 변호사를 통하여 순차적으로 약정하는 방법으로 체결할 수 있다. 처벌조항이 금지조항과 달리 단순히 ‘수임’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변호사가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을 수임하는 위임계약을 체결하면 처벌조항의 적용을 받게 된다.

청구인은 실질적으로 변호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여야 비로소 처벌조항이 적용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여야 비로소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보아야 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어느 정도까지 직무를 수행하여야 실질적으로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변호사 선임계나 법원·검찰 등에 제출하는 서류에 특정 변호사의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재판이나 수사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남아 있는 현실 여건 상 단순한 사건 수임 자체를 제한할 필요성도 인정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의 기본권 침해 여부

(1)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여부

(가) 심판대상조항은 변호사가 공무원으로서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에 대한 수임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함으로써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한다. 직업수행의 자유는 직업결정의 자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그 침해의 정도가 작다고 할 수 있어 이에 대하여는 공공복리 등 공익상 이유로 비교적 넓은 법률상 규제가 가능하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할 때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헌재 2003. 6. 26. 2002헌바3 참조).

(나) 변호사직무 수행의 공정성과 변호사의 품위 및 신뢰를 담보하고, 공무원의 직무염결성을 보장하며, 사건 당사자의 이익도 보호하고자 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그리고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에 관한 수임을 예외 없이 전부 금지하고, 위반하는 경우 이를 처벌하는 것은 위와 같은 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이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공무원으로서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과 분쟁의 사회적 실체 또는 쟁점이 같은 사건에 한하여만 수임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으로서 취급하지 않은 사건은 물론 공무원으로서 취급한 사건과 관련이 있더라도 분쟁의 실체 또는 쟁점이 다른 사건은 얼마든지 수임할 수 있다.

변호사법 제31조 제3항은 공무원이었던 변호사가 퇴직 전 1년부터 근무하였던 소속 국가기관이 관할하는 사건에 관하여 수임을 제한하는데, 이는 공무원이었던 변호사가 퇴직 전 소속기관에 부당한 영향을 행사하여 사건을 처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으로 이른바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 조항은 퇴직 후 1년이 경과한 시점부터는 퇴직자가 소속했었던 국가기관에 대하여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1년이라는 기간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이 장래 변호사가 되어 자신이 직무상 처리하였던 사건을 언젠가 수임할 수 있다면 그 직무를 처리할 때 개인적 이해에 따라 처리할 위험이 있고, 조만간 변호사로 개업할 예정인 공무원이 재직 중 당사자로부터 향후 사건을 수임할 것을 기대하고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공무상 취급한 사건을 퇴직한 뒤 수임하는 경우 잠재적 의뢰인의 이익을 위하여 부당하게 사건을 처리하였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공직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다. 특히, 법관이나 검사로 재직 중 취급한 사건을 변호사가 되어 수임할 수 있다면 재판과 수사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 전관예우의 문제가 사법에 대한 신뢰를 크게 흔들고 있는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보면 재직 중 취급한 사건의 수임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필요성은 더욱 크다.

한편, 공무원으로서 재직 중 알게 된 정보나 사건 장악력은 시간이 경과한다고 해서 감소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변호사는 법률전문가로서 독점적 소송대리권을 보장받으면서 소송대리 업무를 수행하는데, 각 사건에는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당사자가 항상 존재하므로 시간이 경과하거나 공익 목적으로 사건을 수임한다고 하여도 그 반대 당사자의 이익 및 신뢰를 저해할 우려는 계속 존재한다.

따라서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사건을 수임할 수 없는 기간을 제한하거나 공익 목적 사건 수임의 경우 예외를 인정하면 입법목적 달성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고, 입법목적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심판대상조항이 기간의 제한 없이 또는 공익 목적으로 수임하는 경우에도 공무원으로서 취급한 사건의 수임을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과도한 제한으로 보기 어렵다.

(라)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변호사가 공무원으로서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에 관한 직무수행을 제한받는 불이익을 받게 되나, 이러한 불이익보다는 변호사 직무수행의 공정성, 공무원의 직무염결성 등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현저히 크다. 심판대상조항은 법익균형성도 갖추었다.

(마)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평등권 침해 여부

변호사 업무는 포괄적으로 소송에 관한 행위 등 법률 사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음에 비하여(변호사법 제3조), 법무사·변리사·세무사·관세사의 업무는 비교적 한정적이고 기술적인 부분에 국한되고(법무사법 제2조, 변리사법 제2조, 세무사법 제2조, 관세사법 제2조) 각 제도의 목적과 자격요건도 다르다. 이와 같이 법무사·변리사·세무사·관세사는 수행하는 업무가 변호사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므로, 변호사에 대하여만 공무원으로서 취급한 사건의 수임을 제한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한 차별취급이라고 볼 수 없다(헌재 2013. 9. 26. 2012헌마365).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판단

가. 형사 재심사건 수임의 점

(1)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대상이 되는 범죄사실은 청구인이 장준하에 대한 형사 재심사건을 수임한 행위와 민사사건을 수임한 행위의 실체적 경합범으로 구성된다.

기록에 의하면, 장준하의 장남 장○권은 2009년 6월경 법무법인 산하 소속 변호사 권○호와 재심청구·형사보상·국가배상 등에 관한 사건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형사보상 및 국가배상에 따른 경제적 이익가액의 5%를 수임료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권○호 변호사는 장○권의 동의를 얻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에게 소송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의견을 물었다. 청구인은 권○호 변호사의 의견 요청을 받고 2009. 6. 16. 형사 재심사건의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하였고, 2013. 12. 30. 민사사건의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하였다.

(2) 금지조항은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에 관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처벌조항은 금지조항에 따른 사건, 즉,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를 처벌하고 있다. 즉, 금지조항에서 ‘직무수행’을 금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처벌조항에서는 ‘수임’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법률상 위임계약에 따라 상대편의 법률행위나 사무처리를 맡는다는 의미의 ‘수임(受任)’과 생각하거나 계획한 대로 일을 해낸다는 의미의 ‘수행(遂行)’은 구분된다.

금지조항에 관하여는 처벌조항이 없다가 변호사법이 2000. 1. 28. 법률 제6207호로 전부개정되면서 변호사법 제31조의 수임제한에 해당하는 행위 유형 가운데 제31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사건을 ‘수임’한 경우에만 처벌하는 처벌조항을 신설하였고, 다른 행위 유형은 징계 대상으로만 규정하였다(변호사법 제91조 제2항 제1호). 이 점에서도 처벌조항에서의 ‘수임’과 금지조항의 ‘수행’은 구분되어야 한다.

(3) 그렇다면 청구인이 2009년 6월경 장준하의 유족들로부터 형사 재심사건을 수임함으로써 처벌조항의 구성요건은 즉시 충족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로부터 5년이 경과한 2015. 7. 14. 이루어졌으므로 형사 재심사건을 수임한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완성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중 형사 재심사건 수임의 점에 대한 부분은 공소권이 없으므로, 이 부분 기소유예처분은 법리 오해에 따른 자의적 검찰권 행사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할 것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민사사건 수임의 점

(1) 기록에 의하면, ① 장준하의 유족들은 2013. 9. 3. 중앙정보부가 권한 없이 긴급조치위반으로 장준하를 수사하고 영장 없이 불법 체포·구금한 것은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대한민국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540797호), ② 권○호 변호사의 요청으로 청구인이 소속되어 있는 법무법인 창조는 2013. 12. 30. 장준하 유족들의 날인이 있는 소송위임장과 함께 청구인을 담당변호사로 지정하는 서면을 접수하였으나, ③청구인은 2013. 12. 31. 법무법인 ○○를 탈퇴하였고, ④ 민사사건에서 서류의 작성, 제출, 증거 조사 신청 및 기일 출석은 권○호 변호사 또는 그가 소속되어 있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수행한 사실이 인정된다.

한편, 권○호 변호사가 장준하 유족인 장○권의 동의를 얻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에게 위 민사소송 대리인으로 참여할 것을 요청하였고 청구인이 이 요청에 응하여 소송위임장을 제출한 사실은 위에서 본 것과 같다. 그렇다면 청구인과 장○권 사이에는 권○호 변호사를 통하여 변호사 선임에 관한 청약과 승낙이 있었고 이에 따라 장준하의 유족들이 제기한 민사 사건에 관한 선임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되었음이 인정된다. 따라서 청구인은 장준하의 유족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한편 기록에 의하면, ① 1기 의문사위원회는 2002. 9. 16. “장준하가 3선 개헌 반대 투쟁 및 유신헌법 개정 운동 등을 전개한 행위는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적극적 항거행위에 해당하고, 장준하의 이러한 행위는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이어서 민주화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나, 그 사망이 위법한 공권력의 직·간접적 행사에 의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명백히 밝히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진상규명불능 결정을 하였고, ② 2기 의문사위원회는 장준하 사건에 대하여 재조사를 진행하여 2004. 6. 28. “장준하는 3선 개헌 반대투쟁 및 유신헌법 개정운동을 전개하였는데, 박정희는 1974. 1. 8. 대통령 긴급조치 제1, 2호를 선포하여 장준하를 구속함으로써 유신헌법에 대한 개헌 및 비방 등 일체의 논의를 중단하게 하였고, 이 같은 일련의 박정희의 행위는 권위주의적 통치에 해당하고, 이에 맞선 장준하의 행위는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적극적인 항거이며, 민주헌정질서의 확립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민주화운동에 해당하나, 장준하의 사망에 위법한 공권력이 개입하였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다시 진상규명불능 결정을 하였으며, ③ 장준하의 유족들은 2013. 9. 3. ㉮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 대하여 수사권한 없는 중앙정보부가 장준하를 수사하였고, ㉯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영장 없이 장준하를 체포·구금하였으며, ㉰ 장준하는 수사관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였고 변호인과 가족의 접견도 금지되었는데, 이러한 국가의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위자료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인정된다.

구 ‘의문사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2009. 4. 1. 법률 제9572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다음부터 ‘의문사법’이라 한다)에 정한 “의문사”라 함은 ①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의문의 죽음으로서 그 사인이 밝혀지지 아니하고, ② 위법한 공권력의 직·간접적 행사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죽음을 말한다(의문사법 제2조 제1호). 이때 “민주화운동”이라 함은 1964. 3. 24. 이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 및 가치의 실현과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에 의한 민주화 운동을 말한다(의문사법 제2조 제2호,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3) 공무원으로서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과 변호사로서 수임한 사건이 동일한지 여부는 양 사건의 ‘분쟁의 사회적 실체가 동일한지’ 또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쟁점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청구인이 상임위원으로서 활동하였던 2기 의문사위원회의 장준하 사건의 쟁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민주화운동 관련성’이고, 둘째는 ‘위법한 공권력의 개입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 여부이다.

2기 의문사위원회는 앞서 본 것처럼 ‘민주화운동 관련성’에 관하여 “장준하의 행위는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적극적인 항거이며, 민주헌정질서의 확립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민주화운동이다”라고 판단하는 한편, ‘위법한 공권력 행사’의 개입으로 장준하가 사망에 이르렀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장준하의 사망 전후 중앙정보부의 동향, 사망 당일 산행 경위와 사망 당시 동행하였던 김○환의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논의하였다.

민사사건에서의 쟁점은 공무원의 고의·과실에 의한 국가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와 위자료의 범위이다. 특히 원고들은, 불법행위 성립과 관련하여 중앙정보부가 긴급조치 위반사건에 대하여 직접 수사할 법적 권한이 없었음에도 장준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였고, 영장 없이 장준하를 체포·구금하였으며,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가혹행위 및 접견금지를 하였으므로 국가의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위자료 액수와 관련하여 장준하가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되기에 이른 경위 및 323일간 불법 구금되어 있었던 점, 석방 이후에도 민주화 운동에 힘쓰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였던 점 등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민사사건에서의 쟁점은 공무원들, 특히 중앙정보부의 장준하에 대한 수사, 체포·구금, 가혹행위 등 일련의 행위들이 위법한지 여부이고, 유족들이 국가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주장하는 행위들은 의문사위원회에서 권위주의적 통치행위의 일부로 인정되거나 또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사망인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검토하였던 중앙정보부의 행위들과 다르지 않으며, 의문사위원회에서 조사된 모든 사정들은 손해배상액, 즉 위자료 산정 시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으므로 양 사건의 분쟁의 사회적 실체 또는 실질적 쟁점은 같다고 보아야 한다.

(4) 청구인이 공무원으로서 취급한 장준하 사건과 분쟁의 실체가 동일한 민사사건을 수임하였으므로 처벌조항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 민사사건 수임의 점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은 피청구인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다거나 헌법의 해석,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에 있어서 기소유예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을 범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의 자의적 처분이라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이 부분 기소유예로 말미암아 청구인 주장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6. 결  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중 형사 재심사건 수임의 점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고, 나머지 심판청구는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7.과 같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중 민사사건 수임의 점에 대한 재판관 김이수의 반대의견을 제외하고는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7.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중 민사사건 수임의 점에 대한 재판관 김이수의 반대의견

나는 청구인이 2기 의문사위원회 제1상임위원으로서 취급한 장준하에 대한 의문사 사건과 민사사건에서의 분쟁의 사회적 실체 또는 실질적 쟁점이 동일하지 아니하므로 이 부분 기소유예처분도 취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 공무원으로서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과 변호사로서 수임한 사건이 동일한지 여부는 두 사건 분쟁의 사회적 실체 또는 실질적 쟁점이 동일한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고, 이 때 ‘쟁점’이라 함은 서로 다투는 중심이 되는 내용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무원으로서 취급한 사건과 변호사로서 수임한 사건의 동일성은 주요하게 다루었거나, 주로 다툼의 대상이 되었던 내용이 동일한지 여부로 판단하여야 하고, 두 사건이 관련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사건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나. 1기 의문사위원회는 장준하 사건에서, 장준하가 3선 개헌을 반대하고, 유신헌법을 개정하고자 한 행위가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항거행위에 해당하므로 민주화운동과 관련성이 있으나, 장준하의 사망에 위법한 공권력 행사가 개입하였는지에 관하여 명백히 밝히지 못하여 진상불능결정을 하였다. 2기 의문사위원회는 조사재개 결정을 한 후, 사망 당일 장준하의 산행에 동행하였고, 장준하가 절벽에서 추락하였다고 진술한 김○환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장준하가 사망한 이후 김○환 및 중앙정보부의 행적, 사인 및 추락과정에 대한 감정과 조사 등 국가가 장준하의 사망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였는지에 관하여 중점적으로 조사하였고, 민주화운동 관련성에 관하여는 1기 의문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그대로 원용하고 있다. 즉, 2기 의문사위원회의 장준하 사건에서의 분쟁의 실체는 “장준하의 3선 개헌 반대 운동이나 유신헌법 개정운동 등의 행위가 민주화운동과 관련성이 있는지” 및 “위법한 공권력의 직·간적접인 행사로 인하여 장준하가 사망하였는지” 여부이다.

한편, 장준하의 유족들은 민사사건에서 중앙정보부가 긴급조치 위반에 대하여 직접 수사할 법적 권한이 없었음에도 장준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였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 장준하를 체포·구금하였으며,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가혹행위 및 접견금지를 하였으므로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바, 민사사건에서의 쟁점은 위와 같이 장준하가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국가의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및 그에 따른 손해배상의 범위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2기 의문사위원회는 장준하의 사망 전후의 사정들을 확정하여 장준하 사망에 공권력이 개입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집중적으로 조사하였고, 장준하의 유신헌법 개정운동 등의 행위가 권위주의적 통치행위에 대한 항거행위로서  민주화운동 관련 행위라는 1기 의문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그대로 원용하고 있을 뿐, 장준하가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가혹행위 등 불법행위가 있었는지에 관하여는 조사하거나 논의한 바 없다. 따라서 2기 의문사위원회에서의 장준하 사건과 민사사건은 분쟁의 사회적 실체 또는 실질적 쟁점이 전혀 다른 사건이다.

다. 그렇다면, 두 사건이 동일한 사건이라는 전제하에 청구인이 장준하의 유족들로부터 2기 의문사위원회 제1상임위원으로서 취급한 사건을 변호사로서 수임하였다고 본 이 부분 기소유예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 오해에 따른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