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가 어떻게 된 일인지 요우무는 알 턱이 없었다 - dodaechega eotteohge doen il-inji youmuneun al teog-i eobs-eossda

From - スレ

By - 미상

린노스케 요우무

"……점주 씨. 가게 주변에 있는 잡초, 다 뽑았습니다."

"아, 그래. 수고했다. 요우무."

지친 채로 가게로 돌아온 요우무를 본 린노스케는 평소처럼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잡초를 베는 걸 부탁한 지 삼십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혹시 또 뭔가 부수거나 하진 않았겠지?"

"아, 안 부쉈습니다 ! 전 그렇게까지 덜렁대진 않는다구요 !"

"그렇게까지 덜렁대진 않는 자네가 조금 전에 대체 뭘 부쉈는지는 알고 있나?"

"후으…"

…혹여 가게 안에서 해야하는 일을 시켰다간 또 훌륭하게도 뭔가를 부숴먹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는 요우무한테 적당한 바깥 일을 시켰었다. 그런데도, 요우무가 가게를 나설 때, 등에 메고 있는 누관검의 칼자루가 실로 완벽한 각도로 움직여, 정확히 마음에 드는 꽃병을 넘어뜨렸었다. 그 꽃병이 산산조각이 날 때 난 악마의 소리도 아직도 린노스케 귀에 생생했다.

"자네는 정말, 물건을 부수는 그 소질은 천재적이군."

"우으으…아, 아닙니다 ! 평소엔 괜찮은데, 왠지 점주 씨 가게에만 오면 자꾸만…"

"아무튼 돈은 품삯에서 빼겠다."

"…네."

반령과 함께 힘없이 대답하는 요우무를 보며 자업자득이라고 린노스케는 쓴웃음을 지었다.

콘파쿠 요우무는, 거의 벌서 일년 동안 이 향림당에서 거의 무료로 육체봉사를 하고 있었다─고 쓰면 쓸데없는 오해가 있을 것 같지만, 말 그대로, 요우무는 지금까지 향림당에서 부숴먹은 물건의 배상금을 몸을 쓰는 노동으로 갚고 있었다. 일년 전, 실수로 그녀가 린노스케가 마음에 들어하던 골동품 하나를 깨먹었던 것이 그 발단이었다.

원래라면, 한 삼개월 정도로, 그것도 주일마다 몇 번만 일해도 갚을 평범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요우무는 향림당에서 일을 하면서 연달아 상품을 파괴하는 성과를 올렸었다. 사실 고의로 깨먹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배상금을 배로배로 불렸었다.

그리고 이제 일년이 지났다. 꽤 일한 것까지만, 상환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린노스케는 주판을 꺼내어, 아직 요우무에게 받지 못한 금액에 이번에 파손된 꽃병의 금액을 더했다. 주판을 튕기는 소리를 숨죽여 듣고 있던 요우무한테 그는 웃는 얼굴로 고했다.

"이제 여섯 달만 일하면 되겠군."

"네…! ? 우으으, 부, 분명 엄청 일한 것 같은데 왜 안 줄어들죠? 오히려 점점 늘어나는 거 같은데…"

"자네가 맨날 일을 늘이니까, 당연하지."

참 요령도 좋았다. 향림당에 이 많은 물건들 중 어떻게 그렇게 비싼 물건만 골라서 부수는 것일까. 어찌 되었든 요우무의 잘못이었다. 물론 물건값은 이 가게의 점주인 린노스케가 감정하여 책정한 금액이기에, 무조건 옳은 가격은 아니었다.

…어쩌면 내가 너무 비싸게 책정한 것은 아닐까?

채권자인 린노스케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요우무의 빚은 늘기만 했었다.

"늘 말하지만, 그냥 돈으로 내도 상관없다."

"그, 그건 안 됩니다!"

린노스케가 말을 꺼내자마자 요우무는 안색을 바꾸고 두 팔로 X표를 만들었다.

"저희 백옥루는 아슬아슬하게 운영되고 있다구요. 이번 달에도 진짜 여유가 없어서…"

"…저런, 거기도 여전한 모양이군."

요우무의 주인인 유유코는 망령이기 때문인가, 먹어도 먹어도 만족할 줄 모르는 배를 가진 대식가로 유명한 여성이다. 그녀의 식사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 때문에, 백옥루의 재정상황은 결코 좋지 않았다. 실상을 들어보면, 요우무가 허리를 졸라 매고 필사적으로 아끼고 아끼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한다.

요우무가 돈이 아니라 육체봉사─거듭 말하지만, 몸을 쓰는 노동을 의미한다─로 배상금을 갚자고 마음 먹은 건 단순히 돈을 아끼고자하는 구두쇠 심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그 돈을 배상했다간, 바로 재정에 치명상을 입으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라고 주장하면서 울면서 말했던 요우무를 떠올리며, 그때 동정하지 말고 그냥 돈으로 받아야 했었는데라고 그는 생각했다.


"설마 이렇게까지 물건을 부숴댈 줄이야…. 아무튼, 내 입장에서도 그냥 빨리 돈으로 갚아버렸으면 좋겠다만."

"아, 안 됩니다 ! ! 안 된다구요! 그렇게 했다간 당장 유유코 님과 제가 내일 먹을 밥조차 마련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유유코 님한테 제가 혼난다구요 ! ?"

"그건 자네 사정이지."

부하의 실수는 주인이 책임져야 한다. 남의 위에 선다는 건 그런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만사태평한 망령공주가 이 일을 책임질 것 같진 않았다.


"점주 씨가 유유코 님을 설득하시면 바로 내드릴 수 있지만…유유코 님이 계속 그 상태시면 돈이 너무…"

"………"


요우무의 눈물 겨운 호소를 들은 린노스케는 말문이 막혔다. 사이교우지 유유코는 린노스케가 가능한 한 얽히고 싶지 않은 여성 중 한 명이었다. 딱히 싫어하는 유형은 아니지만, 일단 그녀가 그 야쿠모 유카리와 아주 친한 벗이라는 것이 첫 번째 문제였다. 두 번째로 성격도 야쿠모 유카리와 어딘가 비슷하다. 그래서 가급적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감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됐다. …이대로 계속 몸으로 갚아도 좋으니까 제발 부탁이니 물건만 좀 안 부서지도록 조심했으면 좋겠군. 이 이상 부쉈다간 진짜로 내겐 손해말곤 아무것도 안 남는다."

"죄, 죄송합니다."

"…가게 문이 열려있는데. 안 닫고 왔나? 닫고 오도록."

"아, 네."

완전히 닫기지 않은 문 틈새로 휙휙 바람이 불어들어왔다. …최근 문이 헐거워진 거 같은데 이왕 일손도 있으니 요우무한테 수리를 부탁해볼까.

…그만두자.

무심코 그렇게 생각한 린노스케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간 어떤 불상사가 생길 지 몰랐다. 저 소녀는 먼지털이로 옥으로 만든 귀한 상자도 부숴먹는 기상천외한 재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물건을 부술 수 없는 일에만 일을 시키자, 고 생각하던 와중에 그는 문을 닫고 있는 요우무의 등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의 등에 뭔가 둥근 물체가 붙어있었다.

"? …요우무?"

"네, 왜 그러세요?"

"등에 뭔가 붙어있다만."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린노스케가 겪은 수많은 경험과 기억이 그 작고 둥글고, 조그마한 모습이 무엇인가 추측하게 해주었다.

"벌레 같군."

"에, 에에에에 ! ? 버, 버, 벌레요오오오오 ! ? "

요우무는 펄쩍 뛰면서 매우 당황해했다.

"저, 저저저점주 씨씨, 떼, 떼, 떼주세요 ! ! 떼주세요 ! !"

새파랗게 된 얼굴로 두 손을 휙휙 버둥거리며, 제자리에서 안절부절 양다리를 왔다갔다하는 그 괴이한 반응에 린노스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네, 벌레를 싫어하나?"


벌레를 싫어하는 정원사라…? 명계의 정원엔 벌레가 없는 것인가?

그는 버릇처럼 호기심에 여러 의문을 떠올리며 턱을 매만졌다.


"그, 그그그,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몸에 붙으면 그게, 점주 씨도 등에 갑자기 거미 같은 게 붙으면 당황할 거 잖습니까! ?"

"흐음, 그렇긴 하군."

린노스케는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거미 같은 건 그에게 있어 아주 오래 전부터 낯이 익은 생물이고, 딱히 싫어하지도 않았지만 갑자기 몸에 달라붙어 피부 위를 기어다닌다면 놀랠 것이다. 합당한 반응일 지도 모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이 자신을 만지고 있다는 건, 생존과 관련된 위기의식에서 비롯한 공포겠지. 그렇다면…

그렇게 그가 남일처럼 생리학적 반응에 대한 고찰을 하기 시작할 쯤, 요우무가 울상이 된 채로 외쳤다.


"그, 가만히 계시지만 마시고, 좀 떼주세요 ! !"

"…알았다."

이대로 요우무가 버둥거리게 놔두었다간 또 가게에 있는 물건을 부술 것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린노스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요우무한테 손짓을 했다.

"자, 이쪽으로 와라."

"네, 네에!"

린노스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그 안도감─그것이 콘파쿠 요우무라는 소녀가 주변 사람들한테 반사람 몫이라 평가받는 이유였다. 초조한 나머지 힘조절 없이 전력으로 린노스케 쪽으로 달려나가는 순간, 요우무의 중심이 기운 것은 그때였다.

"아──"

아무것도 없는 바닥 위에서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그렇게 완벽하게 넘어질 수 있을까. 아마도 있는 힘껏 뛴 것이 화근일 것이다. 헛디딘 발은 허공에서 아무 의미 없는 헤엄을 쳤고, 요우무의 몸은 순식간에 관성에 모든 것을 맡기고 중력의 법칙에 따라 바닥으로 곤두박칠쳤다.

"──!"

린노스케는 반사적으로 뛰쳐나갔다. 넘어질 그녀를 염려한 것인지, 아니면 넘어지면서 또 물건을 깨지는 것을 염려한 것인지, 아무튼 그를 아는 사람이 본다면 깜짝 놀랄 만큼의 속도로 움직인 린노스케는 바로 목적지에 도착한 뒤─

"이런."

"아…"
 

쓰러질 뻔한 요우무의 몸을 두 팔로 꽉 잡았다.

타오르던 불 위에 물을 끼얹은 듯한 정적이 향림당을 감쌌다. 린노스케는 주위의 상품은 괜찮은지 두리번거린 후 별다른 피해가 없는 걸 확인하고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 다음 그는 문득 생각난 것처럼 요우무를 바라보았다.

"괜찮나?"

"…네 ? 아, 네…덕분에…아, 그게 아니라, 저, 그게, 그러니까…"

머리 끝까지 새빨갛게 된 요우무는 부끄러운 듯 몸을 떨었다. 떨리는 입술로 무어라 알 수 없는 중얼거림만 내뱉고 있었다. 그 와중에 상품의 안부확인, 요우무의 안부확인,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을 차례로 했던 린노스케는 이내 다음 할 일을 생각해냈다.

"맞아, 벌레를 떼려고 했었지. 잠깐 이대로 있어라. 벌레를 떼겠다."

"이, 이대로요 ! ? 아, 아니 벌레를 떼는 건 좋지만 아, 아직 마음의 준비가아아…"

"…좀, 가만히 있어봐라."

"햐읏 ! ?"

요우무가 품 속에서 바둥거리자 린노스케는 왼손으로 요우무의 어깨를 누르고, 오른손을 요우무의 등을 눌렀다. 그리고 요우무의 등을 살펴보았다. 분명히 그 벌레가 붙어있던 위치를 찾아 눈을 움직였지만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음? 어디 갔지?"

"햐이이이 ! ? 자, 잠깐, 드, 등 쓰다듬지 마세요 ! ?"

"이런, 간지러웠나?"

"가, 간지럽긴 간지러운데, 그게 아니라, 점주 씨 혹시 절 죽일 생각이십니까 ! ?"

"…실례로군."

선의로 도움을 주려던 그의 입장에선 좀 섭섭한 말이었다.

"아무튼 가만히. 가만히 있어라. 자꾸 움직이니까 벌레가 어디 있는지 안 보인다."

"히, 히이이이…"

모기날개 소리 같은 비명과 함께 요우무는 온몸을 딱딱하게 경직시켰다. 긴장감이 어깨를 누르고 있는 그의 손을 통해서 전해질 정도였다. 생각보다 벌레를 상당히 무서워한다고 여긴 린노스케는 요우무의 등을 유심히 살피며 등을 손으로 더듬었다.

"으, 후아, 아, 으."

"……? 이상하군. 그새 떨어졌나?"

"후, 으으…히아앗."

혹시 옷 사이로 들어간 것이 아닐까 해서 살짝 건드려봤지만, 아무것도 없는 듯 했다. 린노스케는 곧장 바닥으로 시선을 내리 깔았다. 과연, 아까 요우무 등에 붙어있었던 그것이 떨어져있었다.

"아무래도 자네가 버둥거리는 사이에 떨어졌나보군."

"힛, 앗…으으."

"…"


린노스케는 요우무를 자신의 가슴에서 밀어내었다. 벌레가 그렇게나 무서웠는지 이상한 눈빛을 하고 있는 요우무에게서 시선을 돌린 그는 바닥에 떨어진 그걸 집어들었다. 거무튀튀한 색에 가시가 삐죽삐죽 난 외형을 하고 크기가 작았기에 벌레인가 싶었던 그것은 린노스케도 아는 물체였다.


"이건 도깨비바늘이다."

"네?"


도깨비바늘. 우산털 아래에 끝이 코바늘처럼 생긴 가시를 가지고 있어, 사람의 옷이나 동물의 털에 매달려 자신의 종자를 퍼뜨리는 식물이었다. 색도 찝찝한 색이고, 크기에 따라선 멀리서 보면 벌레로 착각하기 쉬웠다.

"아까 잡초를 뽑으면서 붙은 듯 하군."

"………"
 

요우무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린노스케한테 도깨비바늘을 건네받았다. 그녀는 잠시 눈을 깜빡이며 자신의 두 손 위에 올라가있는 도깨비바늘을 바라보다가, 그 다음엔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들어 자신의 눈 앞까지 가져왔다. 그리고 몇 번 자신의 옷에 붙였다 뗐다 반복을 하더니 이윽고 한숨과 함께 고개를 푹 떨구었다. 

"하아, 벌레가 아니었구나…"

"다행이군, 벌레가 아니라서."

"정말이네요. 진짜, 수명이 주는 줄 알았습니다…"

요우무가 땅이 꺼질 듯 두 번째 한숨을 내뱉었다. 벌레가 아니었다는 것에 안도할 여유도 없는 듯 했다. 린노스케는 다시 요우무한테 도깨비바늘을 건네받은 뒤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내던졌다.

"그나저나 저게 등에 붙다니…보통은 하반신에 붙는데…좀 조심하도록. 이러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반사람 몫』이라고 놀림을 받는 거다."

"우으, 그렇군요. 조심해야겠습니─"


요우무는 그렇게 말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녀는 린노스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 채로 무엇인가 진지하게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왜 그러지?"

"네? 아, 아무, 아무것도 아닙니다 !"

요우무는 얼굴을 붉히며 양손을 흔들었지만, 그렇게까지 눈에 띄게 동요하면 아무것도 아닐 리가 없는 것이었다. 린노스케는 당연히 의문을 표했지만, "괜찮습니다 !"라며 하도 막무가내로 말하는 바람에 더 캐묻는 걸을 그만두었다.

"일단 오늘은 끝이다. 이제 돌아가도 된다."

"어, 벌써 끝인가요?"

요우무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애초에 향림당은 점주인 린노스케 외에 인력을 필요로 하는 가게가 아니었다. 기껏 해야, 귀찮은 가게 밖 청소──그 정도만 끝나면, 보통은 오로지 가게를 보며 무료함을 달래는 것이 다였다.


게다가 요우무도 마냥 한가한 몸이 아니었다. 오늘도 역시 주인을 모셔야하는 몸이고, 본래 하는 일도 있으니 향림당에서 큰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린노스케는 조용히 창문을 닫으며 말했다.

"또 뭔가 시켰다간 또 사고를 칠 것 같기도 하니…. 오늘은 그냥 이쯤하고 돌아가서, 머리나 식히도록."

"아, 네…"

가슴을 손으로 누른 채 고개를 숙인 요우무의 어깨를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두드렸다.

"마당 일은 정말 잘 했군."


아까 도깨비바늘을 창문 밖으로 버릴 때 얼핏 확인했지만, 가게 주변에 난 잡초는 깨끗하게 제거되어 있었다. 역시 전문가라고 린노스케는 생각했다. 아무리 반사람 몫이라지만, 그녀는 정원 일에 관해서는 정말 훌륭한 솜씨를 보였었다.


"수고했다."

"아…"

요우무는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칭찬을 받은 것에 상기된 듯 약간 연분홍색으로 물든 볼을 감추지도 못하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아, 아닙니다. 그게…저는 할 일은 한 거니까요."

"뭐, 그건 그렇군."

"우와─그냥 인정하시다니 ! 그때는 더 좋게 말하는 방법이 있잖습니까!"

린노스케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점주의 자리인 계산대로 돌아갔다. 요우무는 머쓱한 듯 눈을 게슴츠레 떴다.

"우으, 모처럼 칭찬 받은 줄 알았는데…"

"칭찬을 한 거다."

"칭찬 받은 기분이 아니라구요…"

투덜거리는 요우무를 힐끗 본 린노스케는 의자에 앉은 채로 차 한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그는 피식 웃었다.

"아무튼 수고했다, 요우무."

"…네. 뭔가 석연치 않지만………좋은 일도 있었으니까…"

고개를 푹 숙였지만, 요우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벚꽃이 꽃을 피운 것 같은 풋풋한 미소였다.

린노스케로선, 가게의 물건을 부수고 안 해도 될 잡초까지 정리하며, 배상금까지 늘어나고, 도깨비바늘을 벌레로 착각해서 기겁한 일 중 대체 무엇이 좋았던 일인지 심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흐흥, 하며 작게 콧김을 내뱉으며 손에 깍지를 끼고 웃는 요우무는 어딘가 정말 행복하게 보였기에, 굳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요우무가 오늘을 계기로 수수께끼의 기행을 시작하게 되리라는 것도─그는 몰랐었다.

"안녕하세요, 점주 씨."

"아아, 어서 와라."

오늘도 요우무는 향림당에 일을 하러 왔다. 지난번에 했던 실수로 노심초사하는 것일까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부랴부랴 등에 멘 누관검을 땅에 내려놓는 그 모습을 린노스케는 기특하게 생각했다.

"그렇지. 자네가 가게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할 일은 가장 많이 물건을 부순 그 칼을 등에서 내려놓는 거다."


"…네."
 

린노스케가 웃는 얼굴로 말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요우무는 떨떠름한 얼굴로 누관검을 곱게 옆에 있는 벽에 세웠다.


"자, 이제 문만 꼭꼭 닫고 다니면 되겠군."

"아, 알고 있습니다."


향림당의 입구문은 분명 자동으로 닫히도록 설계를 했었지만, 어느샌가 제대로 힘을 주지 않으면 완전히 닫지 않게 되어버렸다. 하도 마리사나 레이무가 매일매일 문을 부술 기세로 벌컥벌컥 열어대니 그때문이리라. 린노스케는 조만간 문을 새로 지어 달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
 

문을 닫는 요우무를 바라보던 그는 또 낯익은 물체가 그녀의 등에 붙어있다는 걸 알았다. 작고, 거무튀튀한 색에, 삐죽삐죽한 그것. 또인가. 린노스케는 이마를 손바닥으로 덮고 한숨을 내쉬었다.

"…요우무. 등에 또 붙어있다."

"엣!? 뭐가 말입니까?"

부자연스러웠다. 자신을 돌아본 요우무의 눈동자가 마치,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아아아 ! !라고 주장하듯 빛나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른 주제로 돌리기도 어려웠기에, 린노스케는 머뭇거리면서도 말을 이었다.

"…그, 도깨비바늘이 또…"

"어, 에에─? 정말인가요─눈치 못 챘었네요─!"

심각한 국어책 읽는 소리였다. 린노스케는 도깨비바늘에 대해 언급한 몇 초 전의 자신을 전력으로 후려치고 싶은 기분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아, 저, 점주 씨. 죄송하지만 좀 떼주지 않으실래요?"

"…상관은 없다만."


린노스케는 반쯤 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기뻐하는 거지?"

"에 ! ?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대체 등에 도깨비바늘을 붙이고, 왜 저렇게 기뻐하는 것일까. 양손을 흔들면서 부정하고 싶다면, 일단 그 이상할 만큼 히죽거리고 있는 입가부터 어떻게 좀 했으면 좋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뭐, 좋다."

요우무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그에게 있어선 그냥 도깨비바늘만 그녀의 등에서 떼면 그만인 일이었다.

"일단 이쪽으로 와라. 떼주도록 하지."


"아, 네."

"…이번엔 달리지 말고."

"네엣."
 

요우무는 어딘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쪽으로 걸어왔다. 린노스케는 말없이 의자에서 일어나─
 

"………"

"………"

"………요우무."

"네, 넵."

"………"

"왜, 왜 그러신가요?"

린노스케 눈앞까지 다가온 요우무는 몸을 경직시킨 채 린노스케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 자세에선 린노스케 시점에선 요우무의 등을 볼 수 없었다. 물론, 손도 닿을 리가 없었다.

"…등을 보여야 뗄 수 있다만."

왜 이런 당연한 일을 일일이 말해야 하는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더 기가 찰 노릇은, 요우무는 그의 말을 듣고도 등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미묘하게 상기된 뺨을 매만지며 여전히 앞을 보인 채로 머뭇거리고만 있었다. 영문을 알 수 없던 린노스케는 이제 그냥 일어났던 의자에 도로 앉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숨을 세 번 내쉴 만큼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린노스케는 한숨을 쉬며 요우무의 등 뒤로 돌아가려고 했다.

"에, 에잇 !"

마치, 결심을 했다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뿅하고 튀어오른 요우무는 린노스케의 품에 안겼다.

"………"

"………"

다시 숨을 세 번 내쉴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요우무가 자신의 가슴 언저리의 옷을 잡고 있는 감촉을 느끼며 린노스케는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뭐하는 거지?"

"어, 그게…그러니까…"

"부탁이니 원하는 바를 알기 쉽게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자네가 뭘하고 싶은 건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뭔가 귀찮아졌기에, 그는 요우무를 자신의 가슴에서 떼어놓을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 마치 이 콘파쿠 요우무라는 소녀가 먼 세계에 있는 존재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린노스케의 옷을 쥐고 있는 요우무의 손가락에 약한 힘이 들어갔다. 붉게 물든 얼굴로 그녀는 린노스케를 바라보더니, 가까스로 말을 내뱉었다.

"도, 도깨비바늘, 좀 떼주세………요"

"자, 뗐다."

"에 ? 그렇게 쉽게 ! ? 자,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 다시 ! 다시 떼주세요, 다시 !"

린노스케는 요우무를 밀어내었다.

"이미 뗐는데 뭘 다시 떼라는 소린가……이제 일을 시킬 거다만 괜찮겠지?"

"우으………"

요우무는 어딘가 매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へ"모양으로 만들었다. 뭔가 미련이 있는지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이내 히힛하고 웃으며 양손의 집게 손가락을 마주 대고 꼼지락거렸다.

"………요우무."

그걸 보고 린노스케는 말했다. 딱히 이제 와서 요우무의 기행을 새삼스럽게 이상하다고 여기는 건 아니었지만, 그는 다시끔 이상한 소녀라고 실감했기에, 그렇게 말했다.

"─자네가 이해가 안 간다."

그리고, 향림당에 올 때마다 요우무는 도깨비바늘을 등에 붙이고 왔다. 그리고 그것을 린노스케가 지적하든 지적하지 않든 요우무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의 품에 뛰어들고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떼주세요."

도대체 왜 요우무가 이러한 기행에 집착을 하는 것인지, 린노스케는 알 수 없었다. 그럴 기력도 없었다. 처음엔 물론 의문이 들었지만, 그 기행이 다섯번째에 이르렀을 때, 린노스케는 그의 좌우명에 따라 캐묻는 것을 포기하고 일종의 덕담을 하는 것처럼 담담하게 도깨비바늘을 떼주었다.

더 이상한 것은, 그가 도깨비바늘을 떼주면, 요우무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행복한 미소를 짓고 난 후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맡은 일에 착수했다. 그것이 린노스케의 눈에는 너무나 기묘하게 보였다.

"…이해가 안 가는군."

가을 동안, 그것은 린노스케의 말버릇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요우우의 수수께끼의 그 덕담도, 이내 종말을 맞았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도깨비바늘은 겨울이 되면, 모두 땅에 떨어지고, 눈 속에 모습을 감추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겨울이 찾아왔다.



그날, 요우무는 힘이 없었다.

가게에 찾아온 그녀는 먼저 등에서 누관검을 내려놓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문은 이제 닫을 필요가 없었다. 점주인 린노스케가 수리했기 때문에 가게 문은 가만히 두어도 저절로 닫혔기 때문이었다.

계절은 이제 겨울이었다. 요우무의 등에 이제 도깨비바늘은 붙을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점주 씨"

"어서 와라."

한숨에 가까운 인사였다. 왜 그러지, 라는 말은 린노스케는 하지 않았다. 겨울이 되면, 도깨비바늘이 없어지니, 요우무가 평소와는 다를 것이라고 어렴풋이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이유인지 몰랐지만, 린노스케는 대충 알고 있었다. 그 도깨비바늘을 떼주는 그 "덕담"이 요우무에게 뭔가 힘을 주고 있었다. 환상향 소녀들한테 『벽창호』라고 평가받는 그였지만, 그조차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린노스케는 창문 밖으로 쓸쓸해진 겨울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덕담이 요우무한테 힘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왜 힘을 주는가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요우무 뿐만 아니었다. 레이무, 마리사, 사쿠야, 케이네, 아야, 유카리 등 향림당을 방문하는 모든 소녀가 갖고 있을 『소녀심』이란, 린노스케한테 있어 불가사의한 수수께끼 중 하나였다. 

"………"

그는 『소녀심』이란 걸 알 지 못하고, 딱히 알고 싶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이해할 수 없는 거다."라는 것이 그의 좌우명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요우무가 왜 그렇게 힘이 없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참 바보 같았던 짓이라고 요우무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바보 같다고 생각해도 그만 둘 수 없었다. 일종의 마약이었다. 그 정도로 그건 감미로운 기쁨을 품을 수 있었다.

린노스케한테 안긴다는 기쁨.

물론,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껴안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등에 붙은 도깨비바늘을 떼려고 했을 뿐이었다. 도깨비바늘을 떼려고, 잠시 요우무의 등에 팔을 두르는 그 순간, 그 찰나의 순간이 자신을 껴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착각이라고 해도, 그건 기쁜 일이다.

『도깨비바늘』이라는 구실이 있으면, 그에게 과감하게 안길 수가 있었다.

그의 품의 감촉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처음엔 긴장해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지만, 익숙해지고 나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단단하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돌이나 금속 같은 차가운 느낌이 아니다. 확실히 온기를 가지고 있는 생명의 단단함이었다.


옷 너머로도 느껴지는 그의 체온과 심장박동은, 그 무뚝뚝한 성격과는 달리 따뜻했다. 그리고 그걸 느끼는 순간이 좋았다.

그래서 매일 도깨비바늘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등에 붙였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향림당에 가서 그의 가슴에 뛰어들었다.

그러니까, 도깨비바늘은 욕망에 솔직해지기 위한 면죄부에 불과했다.

그 가을은 가장 행복했던 가을이었다.

…그리고 그 행복은 계절이 바뀌고 끝이 났다. 겨울의 찬바람에 땅에 떨어지고, 눈 속에 파묻힌 도깨비바늘을 찾아서 등에 붙여도 소용이 없었다. 도깨비바늘은 이제 더 이상 등에 붙지 않겠다는 듯 메말라있었다.


끝이다.

요우무는 그렇게 생각했다. 왠지 꿈만 같았다. 지금 느껴지는 쓸쓸함은, 행복한 꿈을 꾸고 일어났을 때 느끼는 기분과 흡사했다.

"…요우무, 몸이 안 좋나?"

"아, 아뇨…"

린노스케의 질문을 요우무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옆에도 봐도 알 정도로 기운이 없어보였던 걸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 괜찮습니다 !"

그녀는 최대한 허세를 부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을 하면 되나요? 청소? 아니면 눈치우기?"

억지웃음을 지어보았지만, 분명 잘 웃는 것처럼 보이진 않을 거였다. 그렇게 생각한 요우무는 이내 린노스케가 그에 대해 뭐라고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없었다. 대신 그는 한숨을 쉬더니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문득 가을이었을 때가 생각났다. 등에 붙은 도깨비바늘을 떼려고 할 때, 그는 저렇게 귀찮다는 것처럼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요우무는 도깨비바늘을 떼달라고 하며 용기를 짜내어 품에 안겼었다.

그래, 마치 지금처럼 저렇게 천천히 다가오는 점주 씨의 가슴에 손을 뻗어─

"─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어벙한 소리를 내는 것과 동시에 요우무는 그의 품에 안겼다.

"……?"

단단하다. 옷이라는 완충제가 있는데도, 안에서 단단한 피부가 느껴졌다. 평소보다 단단하고 따뜻했다. 피부 너머로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렸다.

─나…점주 씨한테 안겨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요우무는 몸에서 느껴지는 모든 감각이 사라졌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품에서 떨어져 린노스케가 등을 돌리고 있었다. 요우무는 린노스케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행동이 너무나 뜻밖이라서 놀란다는 행위조차 머리에서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점주 씨?"

요우무가 멍하니 이름을 부르자 그는 심호흡을 하더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비뚤어진 안경을 바로 잡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자, 오늘도 제대로 일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평소처럼 차갑고 무뚝뚝한 어조였지만, 그는 어딘가 부끄러워 보였다.

요우무는 자신도 모르게, 등을 돌리고 있는 그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그러자 동시에 요우무는 환하게 웃었다.

저, 점주 씨가?

"──점주 씨!"

"…뭐지?"


큰소리로 이름을 불렀지만, 점주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래서 요우무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얼굴은, 지금 분명 태양보다 더 빨갛게 물들어 있을 테니까. 

"저, 왠지 갑자기 힘이 납니다 !"

가슴이 탈 정도로 뜨거웠다.

"―─오늘도 힘낼테니까요!"

지금이라면, 그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을 요우무는 받았다.

"……두 달 치 증가. 이제 여덟 달이 남았군. 그럼, 힘내도록."

"……훌쩍."

물론 그건 그냥 기분 탓이었다.

너무 흥분했던 요우무는 일을 지시받고 힘차게 달려가는 순간, 또 물건을 깨먹고 말았던 것이었다.

※ END ※ 

요우무 주역은 거의 1년 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