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빠르게 잘 쓰는법 - geulssi ppaleuge jal sseuneunbeob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악필로 대단했다. 커서도 잘 고쳐지지 않다가 스물 후반이 다 되어서야 어느 정도 교정이 되었는데, 그제서야 필기에 흥미를 느낀 탓이다.

지금도 글씨를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대충 가지런하게는 쓸 수 있다. 악필에서부터 어떻게 벗어났는지 살짝 노하우를 공개하고자 한다.

우선 인간이 왜 글씨를 못 쓰게 되는가? 부터 생각해보자. 내 경우에는 글씨 쓰는 것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모든 숙제고 글쓰기고 몽땅 귀찮다. 굳이 잘 써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 그런 상태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나면 거의 평생 악필이 된다.

악필을 벗어나는 데는 단순한 연습량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악필이라고 글씨 쓰는 횟수가 적은 것이 아니다. 문제는 글씨를 쓰면서 모양에 집중을 하지 않으니 아무리 글씨를 많이 써봐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어떤 모양으로 글씨를 써야겠다는 목표가 우선 있어야 하고, 그 목표를 위해 천천히 차분하게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글씨 모양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흥미를 유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절한 난이도와 적절한 보상이다. 그러므로 이 포스팅에서는 아주 간단히 몇 가지만 신경쓰면 바로 글씨가 달라질 수 있도록 팁을 소개한다. 한 번 예쁜 글씨에 재미를 붙이고 나면 그 뒤로는 스스로 잘 쓸 것이다.

무턱대고 글씨 예쁘게 써라, 또박또박 써라 하면, 쓰는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막막하다. 그냥 또박또박 힘주어서 쓰면 자동으로 글씨가 예뻐진단 말이냐? 절대로 그렇지 않다.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사실 초등학교 때 글씨 쓰는 법을 다 배운다고. 맞다. 그 시절 배운 글씨 예쁘게 쓰는 요령들 아직도 기억난다. 그런데 문제는 난이도이다. 모든 규칙을 다 지키면서 정자로 쓰는 건 너무 어렵다. 흥미를 가지기도 전에 너무 어려우면 안 된다.

1. 정자체


고전적으로 내려오는 필기체 방식으로서 방금 언급했던, 교과서에 나오는 글씨 쓰기 방법이다.
대략 이런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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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단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필기가 가능한데.. 구도가 복잡하고 정해진 모양들이 있어서 배울게 많고 연습도 어렵다. 자음을 작게 써야 하기 때문에 굵은 연필로 연습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 필기에 첫 발을 내딛으려면 우선 다음 사항을 신경써보자.

  1. 세로 획의 시작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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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삼각형 모양에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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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리고 가로 폭을 일정하게 맞춘다.

우선 이렇게 세 가지만 집중해서 연습해보자. 세 가지도 너무 어렵다면 첫 번째, 세로획의 시작점을 맞추는 연습, 딱 한 가지만 열심히 해도 글씨는 금방 좋아진다.

인쇄체란 말은 내가 만들었다. 컴퓨터나 인쇄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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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씨의 특징은 사각형을 빈틈없이 채우는 것에 있다. 마치 한문처럼 글자가 들어가는 사각의 영역을 빈틈없이 채우는 것이다. 이 글쓰기를 연마할 때는 단 한 가지만 집중하면 된다, 네모재기에 글씨를 꽉꽉 채워서 쓸 것. 여기서 핵심은 자음인데, 초성도 크게 쓰고, 밭침도 가로로 넓게 써야 네모를 다 채울 수 있다.

이 글씨를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자 크기가 동일하게 맞춰진다. 글자에 대한 구도 역시 특별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잡혀진다. 무엇보다 쉽다. 어려운 구도와 모양을 생각해야 하는 정자체에 비해서 아무런 배움 없이도 그냥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인쇄체이다.

문제는 생각보다 이쁘지 않다는 것이다. 네모에 글자를 잘 채워넣었다고 해서 당장 글씨가 예뻐지지는 않는다. 빠르게 필기할 때도 부자연스럽다.


3. 광수체


그냥 광수체로 부르기로 했다, 나 혼자. 이런 류의 글꼴 중에서는 광수체가 제일 유명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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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모든 자모를 똑같은 크기로 쓰는 것이다. 글씨 구도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고 똑같은 크기로 쓰는 연습만 하면 된다. 매우 설명이 쉽고 간편한 반면에 글씨 예쁨의 향상은 완전 드라마틱하다. 누구나 하루만 투자하면 예쁜 글씨를 금방 쓸 수 있기 때문에 빅추천. 그리고 왠지 귀엽기 때문에 또 추천.

그리고 애초에 또박또박 쓸 수 밖에 없어서 의외로 가독성이 뛰어나다. 아래와 같이 개발 새발 써도 뭔 글씨인지는 일단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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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속도도 빠르고 간편한데 가독성도 좋기 때문에 논술고사용으로도 좋다.

잘 연마하면 자기 스타일에 따라 다음과 같이 변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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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못하지만 연습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귀욤귀욤 글씨체로 넘어갈 수도 있겠다. 모든 자모를 똑같은 크기로 하지 않고 ㄹ이나 ㅂ을 크게 쓴다든지 하는 변형을 하기 시작하면 점점 예술의 영역이 된다. 실제로 여러 캘리그래피를 보면 글자의 균형이 맞지 않고 크기가 제멋대로이다.

모든 사진 예는 내가 직접 쓴 것인데.. ㅋㅋ 너무 못 써서 부끄럽지만 한 때는 최악의 악필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주시길.

이번 포스팅의 결론,
글씨 연습은 이렇게 시작하자 - 모든 자모를 같은 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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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마치고 부록으로 글씨에 대해 조금만 더 덧붙이고자 한다.

대부분 어릴 때 처음 글씨를 배우게 되면 손가락에 힘이 없고, 손가락 근육은 컨트롤도 쉽지 않다. 그래서 글씨를 손가락으로 쓰지 않고 그저 연필을 꽉 쥔 뒤, 손목이나 팔로 글씨를 쓴다. 탁구나 테니스 운동을 제대로 배워보면, 스윙 동작에서는 미세한 손목이나 손가락을 쓰는 것이 아니라 허리, 어깨 등 큰 근육을 쓰는 것부터 배운다. 작은 근육보다 큰 근육이 컨트롤이 쉽고 힘이 세기 때문이다.
여러 글씨 교정 학원에 가면 연필 쥐는 법과 바른 자세부터 가르친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바른 자세는 큰 근육이 아니라 미세한 손가락 근육을 활용하게 된다. 손가락 쓰기에 능숙하면 필체를 바꾸기도 편하고 유연한 글쓰기가 가능하겠지만, 실용성으로 볼 때 큰 도움은 안 되는 것 같다.
어떤 자세와 방법이든지 우선 글씨를 예쁘게 쓰기 위해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고, 두 번째로 어떻게 하면 예쁘게 써지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글씨의 예쁨이라는 것은 크게 구도의 아름다움과 획의 아름다움으로 나뉜다. 위에서 제시하는 팁은 주로 구도의 아름다움을 얘기하고 있다. 획은 개개인의 개성이 너무 강하니까.

어떤 글씨가 예쁘게 보이는가? 결국 일정하게 쓴 글씨가 예쁘다. 똑같은 글자가 여러 번 나올 때, 같은 구도와 획으로 동일하게만 쓸 수 있다면, 아무리 개발새발 휘갈겼어도 그것은 멋있는 개성이다.

좀 더 보충해야겠네요..^^; 펜글씨 교본 자체는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펜글씨가 가치가 있느냐는 다른 문제겠구요.

일단 교본이 의미가 없는 이유는 글씨라는게 시인성 측면에서 전체적으로 일관된 획을 가졌느냐, 그리고 각각의 글씨가 얼마나 바르게 나열되어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낱글자 하나의 폰트(글씨체)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공책이나 백지에 줄을 맞춰 써낼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각각의 낱글씨를 따라 쓰는 것으로는 그런 감각을 키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펜글씨 교본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구요.

정자체가 좋은 글씨임은 분명합니다. 차트글씨는 싸구려 글씨체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적은 노력으로 좋은 시인성을 얻는데 더 유리한 글씨는 분명히 단순한 직선을 최대한 살린 멋없는 싸구려 글씨이지요. 물론 펜글씨든 서예든 정말 제대로 하시는 분들은 단순히 글자 자체의 장식적인 부분에 집착하여 전체를 잃는 우를 범하실리 없습니다만.. 단순히 글씨를 잘 쓰고자 하는 욕심에 전체적인 조망으로 백지에 적절한 배열을 할 감각이나 기술(손근육의 정교함이나, 시야..) 없이 교본을 베끼다보면, 획을 내려그으며 서예의 삐침을 표현하는 재미에 빠지기 쉽지요. 그런걸 우려한것입니다.

한글은 기본적으로 획과 점인데.. 점 또한 획으로 표현하고 있으니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 가로획과 세로획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관성있게 그을수 있으면 깔끔한(싸구려일지는 모르나..) 글씨를 쓰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게 몸에 익으면 펜글씨를 써도 깔끔하고 붓글씨를 써도 깔끔하지요. 하지만 그수준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는 어설프게 획의 모양을 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구요.

자음의 비중을 크게 쓰라는건.. 여자들의 귀여운척하는 글씨를 따라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만 글씨를 잘 못쓴다고 하는 사람들의 경우,자음획은 다들 본인만의 스타일대로 일관성 없게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보통은 빨리쓰다보면 그렇게 익지요.. 초등생들이 아니니까요. 글씨를 빨리 써오고 그걸 몸에 익힌 세월은 참 길지요..) 그걸 의식적으로 전체적인 가로획과 세로획의 틀에 맞춰 일관되게 쓰면 글씨가 많이 정리됩니다. 그걸 하려면 가장 쉬운 방법이 자음을 좀 크게 쓰는 것이죠.

자음이 큰게 쓱 봤을때 시인성이 높은건 사실이구요. 글쓴님이 답안지를 써야할지 연예편지를 써야할지 모르겠지만.. 전자라면. 글씨의 격보다는 단정함과 시인성이 우선이지요.
명조체가 펜글씨라면..차트글씨는 고딕체나 샘물채겠지요. 기본적인 직선을 얼마나 빠르게 정확히 일관되게 그을 수 있는 연습을 할 수 있느냐..한다면 고딕채나 샘물채가 낫지 않겠습니까.
즉 제 조언의 핵심은 자모의 모양보다는 자신의 몸에 맞는 가로획과 세로획을 찾고(사람마다 다르지요. 좀 눕는게 편한사람, 가로획을 좀 올려써야 편한 사람, 아니면 네모반듯한 사람) 그에 맞춰 자모를 넣고 일관되게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속도나 시인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지요.

그에 맞는 기본기, 즉 글씨가 어울렸을때 일정하게 일정한 크기로 써지는 감각 및 손의 정교함과 같은 것들은 큰 글씨를 백지에 써보며 얻으라는 것입니다.

이런것이 되면 여자들의 귀여운 글씨체든, 정차체든 궁서체든 펜글씨체든 자신의 능력내에서 취향따라 선택할 문제이지요. 물론 명조체를 제대로 쓰려면 기본을 닦은데 들인 시간의 몇배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지요. 하지만.. 걷지 못하는데 뛰는 연습을 하는것보다 잘 걷는 연습을 하는게 효과적이라는 것 뿐입니다.

훈민정음같은 글자도 있는데.. 차트체가 격이 꼭 떨어지는 글자인가..하는 의문은 들지만..그건 제가 잘모르고, 사안과 관련도 없는것 같군요.

교재는 친구가.. 가로획이 올라간 마름모꼴 안에 (글씨틀이라던가..)글씨를 맞춰 쓰는 펜글씨 교본을 쓰는것을 과거에 봤습니다만.. 그것이 나름 실용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실제로 그걸 맞춰 쓰고 있는 시간에 달력뒷면을 접어서 선을 내고 큰 글씨를 써보는 연습을 하시는게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도움이 안되는 경우는 미술실력이 뛰어난데 글씨만 안되는 그런경우일텐데.. 글씨에 대해 나쁜 습관이 몸에 밴것이니 좀 다른 방법으로 풀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