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lab) 바이 랩’이라는 말이 있다. 학부생 신분으로 연구실에 출근해 학업을 하거나 연구를 돕는 ‘학부생 인턴’들에게 연구실에 대한 질문을 하면 종종 돌아오는 대답이다. 어느 연구실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업무 내용부터 채용 조건까지 상이한 학부생 인턴의 처지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단어다. Show
학습도 내 일, 연구도 내 일인
「연세대학교 학생연구자 지원 규정」(아래 학생연구자 규정)은 휴학생 및 수료생을 포함해 학사, 석사, 박사학위과정에 있는 참여연구원을 ‘학생연구자’로 칭한다. 통상적으로 학부생 인턴은 이런 학생연구자 외에도 대학원 진학 전 연구실 체험, 학습, 연구과제 참여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일정 기간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학부생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학부생 인턴들은 직접적으로 연구에 참여하기보다는 학습에 방점을 둔다. 학사과정 중 이과대 소속 연구실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A씨는 “관련 이론을 공부하고 논문을 읽는 것이 인턴 활동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학부생이다 보니 관련 지식과 경험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과대 소속 연구실에서 학부생 인턴으로 일했던 B씨는 학부생 인턴이라도 연구 인력으로 여기는 느낌이 강했다고 말했다. B씨는 “어느 정도 연구를 해야 하고 성과도 보여야 한다”며 어려움을 느낀 부분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이과대 연구실 인턴이었던 C씨는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학부생 인턴 활동 당시 프로젝트를 맡았던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연구실에 따라 업무 내용과 범위가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이렇듯 개별 연구실의 분위기와 근무 내용은 다양하지만,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알아봐야 하는 실정이다. 취재원들은 공통적으로 선배들로부터 알음알음 정보를 얻는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김박사넷’과 같은 학교 외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유된 연구실 인턴 후기 등을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한다. 학생들이 각 연구실의 정확한 근무 내용을 알지 못하고 지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연구실 업무나 분위기 등에 대해서는 인턴 활동을 하며 알게 됐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학부생 인턴 지원 역시 개인 역량에 대부분 기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지도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면담을 신청하거나, 개별 학과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인턴 모집 공고를 확인해 연구실 인턴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화학과처럼 학부생 인턴 활동을 요구하는 연구실험과목이 전공필수인 학과에서도 인턴 지원 공지를 하는 공식적인 경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소위 ‘랩 바이 랩’ 현상은 이 같은 비체계적인 인턴 제도 운영의 결과로 해석된다.
연구실 출근은 같아도
학부생 인턴에 대한 처우도 제각각이다. 우선, 학부생 인턴들이 인건비를 받는 경로가 제각각이다. 일부 연구실의 경우 장학금의 형태로, 일부 연구실은 학생인건비라는 이름으로 보수를 지급한다. 보수 금액도 천차만별이다. 아예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학부생 인턴 활동이 학점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학생인건비가 지급되지 못하는 이유는 학생연구자 규정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학부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연구원들은 연구참여확약서(아래 확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확약서는 학생인건비 지급액 및 지급률을 포함하고 있어 학생인건비 지급의 근거가 된다. 그러나 취재 결과 확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인턴 생활을 한 경우가 다수 존재했다. 이 경우 학생인건비를 지급받을 수 있는 근거가 부재할뿐더러 관리 주체도 공백으로 남는다. 확약서 작성에 따라 학생인건비를 지급받게 돼도 개별적인 금액과 근무 시간은 모두 다르다. 확약서를 쓴 학부생 인턴들은 연구실 업무에 100% 참여했을 때,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일종의 임금 상한선인 셈이다. 이 범위 내에서 연구책임자인 지도교수와 학부생 인턴이 참여율과 그에 따른 학생인건비 금액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학생연구자 규정 때문에, 실질적으로 각 개인마다 학생인건비가 상이하게 책정된다. 또한 학생연구자 규정에는 시간 관련 조항이 없다. 노무사 D씨는 “이로 인해 과도한 근무 시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학생인건비가 아닌 장학금 형태로 보수를 지급하는 연구실에서도 휴학 여부에 따라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기전자공학과 연구실에서 인턴을 한 E씨는 “전기전자공학과 연구실에서는 학부생들에게도 보수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다”면서도 “인턴으로 일할 당시 휴학생 신분이라 장학금 형태의 인건비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식으로 연구실에 소속돼 근무하는 것이 아니기에 보험 가입 등에서 소외되기도 한다. C씨는 “학부생 인턴들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실험을 할 때도 각별히 주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생 인턴의 보험 미가입은 법률에 저촉된다.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제26조*는 연구책임자가 연구참여자에 대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학부생 인턴도 학생연구자로 인정받는 만큼, 보험 가입 등 이들의 안전 관련 사항도 연구실의 책임이다.
연구실에 따라 학부생 인턴의 역할과 목적이 다르므로 통일된 제도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학부생 인턴들이 안정적인 조건으로 연구와 학습에 임할 수 있는 제도와 운영이 필요하다. 그때서야 비로소 연구실은 유의미한 인력을, 학부생 인턴은 소중한 학습경험을 얻는 학부생 인턴 제도의 본질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제26조: 연구주체의 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연구활동 종사자의 상해·사망에 대비하여 연구활동 종사자를 피보험자 및 수익자로 하는 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연관 갤러리대학원 갤러리 타 갤러리(0) 이 갤러리가 연관 갤러리로 추가한 갤러리 추가한 갤러리가 없습니다. 이전 0/0 다음타 갤러리 대학원 갤러리(0) 이 갤러리를 연관 갤러리로 추가한 갤러리 이전 0/0 다음연관 갤러리 레이어 닫기개념글 리스트1/3 이전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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