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 드림 임신 - haikyu deulim imsin

클럽 원정 / 하이큐 드림 / 블랙자칼 역하렘

* 이비자 클럽 갔다가 블랙자칼 만난 김여주. * 본편 : https://posty.pe/rbh8up * 아가씨 입 벌리세요 블랙자칼 역하렘 들어갑니다. * TODAY'S BGM (지난화 요약) "우리 어제부터 다 같이 사귀기로 했잖아." "내가 언제 이 미친놈들아아아아아아아아앜!!!!!!!!!!!!!!!!!!!!!!!!!!!!!!!!!!!!!!!!!!!!...

효고로 교환학생 간 한국인 드림주 외전 / 하이큐 드림/ 이나리자키 역하렘

* 효고로 교환학생 간 한국인 드림주 외전편입니다. 본편 > https://posty.pe/f9laga * 반대로 한국에 와서 잘 먹고 잘 놀다가 가는 이나리자키들. * 소액 결제 있습니다. 공주야!!!!!!!!!!!!! 인천공항 입국 게이트에서 나온 아츠무가 여주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공항이 떠나가라 소리치며 달려왔음. 여주도 재빨리 달려가서 아츠무,...

우산 가져오길 잘했지, 여주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택시에서 내려 우산을 폈다. 차창을 통해 택시 요금을 지불한 뒤, 도로로 올라서자 여주를 반기는 것은 적막 속으로 속삭이듯 들려오는 빗소리와 어두워진 밤하늘,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비치고 있는 조용한 거리였다. 여주는 약간 씁쓰레한 표정을 지으며, 빗물에 휩쓸려 거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연분홍 꽃잎들을 쳐다보았다. 봄도 다 갔구나, 벚꽃이 벌써 이만큼 지는 걸 보니. 그렇게 생각하면서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던 여주는, 이내 움찔했다.

"오랜만이야."

운난은, 자기를 멍하니 올려다보는 여주를 쳐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수다스럽지 않고 말이 적은 성격답게 약간은 서툴고 긴장한 듯한 인사. 하지만 그 짤막하고 조용한 인사 속에는 많은 절박한 감정이 감추어져 있는 듯했다.

"그러게."

여주는 자기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으며 그 인사를 역시 짧은 대꾸로 받았다. 웃고는 있었지만, 사실 여주는 속으로는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달 동안 보지 못했던, 필사적으로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던 얼굴이었지만 도무지 잊을 수가 없었던 얼굴이 지금 자기 앞에 서 있는데 어떻게 슬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볼 거라고 예상도 하지 않았고, 일부러 보고 싶지 않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고 힘겹게 자기최면을 걸어 왔지만 막상 운난과 마주하자 여주는 느꼈다. 나는 이 사람을 그러는 동안에도 계속 보고 싶어 했다는 것을.

운난은 여주를 조용히 쳐다보았다. 한동안 두 사람 모두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서서 서로 쳐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침묵이 운난은 유난히 낯설게 느껴졌다. 여주와 함께 있을 때, 자기는 항상 잠자코 있어도 여주는 늘 흥겨운 듯이 재잘거리며 말을 걸어와 주곤 했다. 항상 애교가 많고, 환하고 사랑스럽게 웃어 주는 일이 많았던 여주가 슬프고 피곤한 기색이 서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에 운난은 여주에게 무언가 내면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여주의 태도만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장미 꽃봉오리처럼, 늘 발그스레하던 여주의 눈가는 어둡고 짙은 그늘이 져 있었다. 얼굴도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피곤하고 해쓱해 보였다. 상의도 바지도, 검은 옷을 입은 탓에 얼굴이 한층 더 하얗고 핏기 없어 보였다. 여주는 원래 벚꽃 같은 연분홍색이나 레몬을 연상시키는 맑고 밝은 노란색 같은 산뜻하고 밝은 색을 좋아했는데, 상복처럼 검은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은 운난에게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그만큼 여주의 심리 상태가 몹시 복잡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는 것이었다.

"비도 오고, 시간도 늦었는데. 따뜻한 거 마실래?"

여주가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던 어색한 침묵을 깨자, 운난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주를 따라 빗속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운난은 약간 자기에게서 거리를 두고 앞서 가는 여주의 작은 등을 쳐다보았다. 검은 옷으로 덮여 있는 등이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는 것을 보고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운난은 가슴이 철렁하는 것만 같았다.

"자, 여기."

"...,"

자그마하지만 아기자기하고 산뜻한, 아파트의 거실. 여주는 소파에 운난을 앉히고 곧 따뜻한 차를 끓여 갖다주었다. 운난이 찻잔을 받자 여주는 약간 떨어져 앉았다. 뭔가 딴 일에 정신이 팔린 사람처럼, 자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운난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한 듯 여주는 무릎 위의 양손을 멍하니 내려다보다 천장을 바라보기도 했고, 이내 허공을 다시 쳐다보기도 했다. 어디서부터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갈 곳을 잃은 시선을 여기저기로 옮기고 있던 여주는, 문득 자기 어깨를 지그시 잡아오는 손길에 움찔 놀랐다. 옆에 앉아 있던 운난이 손도 대지 않은 차를 거실 탁자 위에 내려놓고, 자기 옆으로 다가앉아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 있었다. 당황한 듯, 떨리는 여주의 갈색 눈동자를 지그시 쳐다보던 운난이 낮게 물었다.

"왜 도망친 거야?"

"...,"

여주를 만나면 가장 먼저 묻고 싶었던 그 질문을 운난은 입 밖으로 내뱉었다. 수 개월 동안, 자취를 감춘 여주의 행방을 추적하면서 속으로 수십 번 수백 번을 되풀이했던 질문이기도 했다. 무엇 때문에 사랑하는 애인이었던 자신에게 아무런 설명도 연락도 없이, 마치 그 자리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사람처럼 여주가 행방을 감추어 버렸는지 운난은 꼭 알고 싶었다. 여주의 어깨를 잡은 두 손에 힘이 지그시 들어갔다.

"내가 싫어졌어?"

"케이스케...,"

"내가 너한테 잘못한 거라도 있어?"

"그게 아냐."

참아왔던 감정을 터뜨린 사람처럼, 평소답지 않게 말을 쏟아내는 운난의 모습에 여주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기 시작했다. 동시에 여주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행동을 했는지를. 그 행동 때문에 자신이 사랑하고 또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한테 이렇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줄은.

"케이스케..., 해야 할 말이 있어."

여주는 젖어든 눈가를 닦으려고 하지도 않고, 어깨에 얹힌 운난의 손을 천천히 자신의 배 위로 가져다 댔다. 잠깐 당황한 운난은, 이내 여주의 얇은 상의 아래로 뭔가 분명 꿈틀, 하고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아주 잠깐 동안이었지만,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은 운난의 눈이 커졌다.

"언제부터...?"

"3개월 됐어."

3개월. 3개월 전은 그러고 보니, 여주가 아무 말도 없이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 버린 그 날이기도 했다. 운난을 쳐다보며 여주는 웃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 웃음도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왜 말하지 않았던 거야...?"

"너한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여주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지만, 여주는 의식도 못한 듯 눈물이 뺨 위를 타고 목덜미까지 흘러내리는데도 닦으려 하지도 않고 말을 계속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더라. 우린 아직 결혼도 안 한 사이고. 무엇보다 아직 난 학생이고, 너는 스포츠랑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고. 너한테 말하려니 용기가 나지 않고..., 그렇다고 아이를 떼버릴 수도 없고...,"

양 무릎 위에 올려놓은 여주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무서웠어.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래서 도망쳤어. 케이스케한테 상처가 될 거란 거 알면서도..., 너무 무서워서...,"

"...,"

"미안해, 케이스케..., 나한테 욕을 해도 좋고 화를 내도 좋아..., 하지만...,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나는 미워해도, 아이는 미워하지 말아줘. 우리 아이잖아..., 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소리내어 엉엉, 우는 여주를 운난은 말없이 품에 안아 주었다. 운난의 넓은 어깨에 얼굴이 파묻힌 탓에, 여주의 울음소리는 먹먹하게 들려왔다.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운난은 다른 한 손으로는 여주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수심에 잠겨 지낸 탓에, 한층 더 작고 약하게 느껴지는 여주의 몸이었지만 온기는 여전했다.

"지금이라도 말해 주어서 고마워."

"...,"

"난 화 안 났어. 너도, 아이도. 미워하지 않아. 미워할 리도 없고."

엷지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운난은 여주의 볼을 조심스럽게 양손으로 감쌌다.

"너도, 우리 아기도 지킬 거야. 약속할게."

따뜻한 진심이 담겨 있는 운난의 말에, 여주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번에는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사랑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었다.

"여주 니는 임신 중에 이런 걸 보면 어쩌자는 기가! 아랑 니한테 안 좋다!"

소파에 느긋하게 누워 소년 점프 만화를 뒤적이던 여주를 보자, 아츠무는 기겁하면서 얼른 만화책을 여주의 손에서 탁 낚아챘다. 어째 요즘 들어 아츠무의 모습이 점점 더 극성스러워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여주는 말없이 웃었다. 아츠무는 요즘 들어 여주가 읽는 책이나 잡지까지 꼼꼼하게 검사해 가면서, 조금이라도 폭력적이거나 불건전해 보인다 싶으면 바로바로 여주에게 못 읽게 금지시켰다. 여주가 보기에는 그다지 폭력적인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소년 점프도, 임신 중에는 아이와 여주에게 해롭다며 읽지 말라고 방방 뛸 정도였다.

'어째 우리 엄마보다 더 극성스럽다니까...,'

그만큼 아츠무가 태어날 아이에 대한 사랑이 깊다는 거겠지만, 여주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 아빠가 되었다는 것을 알자, 아츠무는 이전보다도 훨씬 여주에게 팔불출로 굴고 있었다. 집안일을 해도 조금만 무리할 만한 일이 있다 싶으면 자기가 대신 하겠다고 나서고, 계단을 올라갈 때는 여주가 괜찮다고 하는데도 여주를 기어이 안아 들고 계단을 올라갈 정도였다. 여주한테 먹고 싶은 게 있거나,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바로 말하라며 끊임없이 여주한테 부족한 건 없는지, 하고 전전긍긍하면서 여주 옆을 맴돌곤 했다.

"그나저나, 뭐 만든 거야? 부엌에서 엄청 좋은 냄새가 나는데?"

"실력 발휘 함 해봤다. 건강에 좋다는 샐러드랑 허브티다."

"아츠무가 직접? 왠지 기대되는데."

여주가 웃으며 소파에서 일어나 부엌 쪽으로 향하려 하자, 아츠무가 재빨리 여주의 어깨를 눌러 다시 소파에 앉혔다.

"가만히 있으라! 내가 갖다주면 된다. 움직이지 말고 쉬고 있으라!"

여주는 웃으면서 아츠무가 시킨 대로 소파에 몸을 기댔다. 이제 제법 봉긋해진 배에 손을 올려놓으며 여주는 아츠무가 부엌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피식 웃었다. 배 속에 아이는 알고 있으려나, 자기 아빠가 이렇게도 자신과 엄마한테 지극정성이라는 것을.

"맛있나?"

기대에 잔뜩 부푼 표정으로, 자기가 가져온 샐러드를 여주가 한입 먹는 것을 지켜보던 아츠무가 냉큼 물었다. 여주는 생긋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진짜 잘 만들었네."

샐러드를 한 입 또 떠먹으며 여주는 싱긋 웃었다.

"아기도 그렇게 생각하나 본데? 방금 움직였어."

"진짜?"

어디, 내도 함 보자. 아츠무는 눈을 반짝이면서 얼른 자세를 낮추어 여주의 배에 뺨을 갖다 댔다. 타이밍 좋게, 아츠무가 여주의 배에 뺨을 대자 반응해주듯 아기가 슬쩍 움직였다.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해실해실 웃고 있는 아츠무를 여주는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웃었다.

"그렇게 좋아?"

"당연히 좋지! 곧 있으면 여주 니를 꼭 빼닮은 우리 아가 태어나는데 안 좋고 배길 수 있긋나!"

"나는 전혀 안 닮고, 아츠무 너를 쏙 빼닮은 아기면 어쩌려고?"

여주가 농담하자 아츠무는 슬그머니 인상을 썼다. 그건 좀..., 하며 바로 대답하기를 꺼리는 듯한 아츠무의 모습에 여주는 피식 웃었다.

"왜 갑자기 대답을 망설여? 너랑 쏙 빼닮은 아기도 엄청 귀엽고 예쁠 텐데."

"니한테는 그러겠지만..., 내는 아무래도 내보다는 니 닮은 아가 좋을 거 같다. 생각해 봐라, 내랑 쏙 빼닮은 시끄러운 아하고 니랑 닮아서 귀엽고 착한 아랑 둘 중에서 누가 더 낫겠나!"

여주는 속으로 터져 나올 것 같은 웃음을 참느라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머릿속에서는 벌써, 아츠무와 아츠무를 꼭 닮은 아기가 자기를 앞에 두고 서로 투닥거리는 장면이 연상되고 있는 여주였다. 여주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듯 아츠무는 얼굴을 붉히며, 슬그머니 여주의 허리에 두 손을 둘러 여주의 허리를 잡아 안았다.

"여주야."

"응."

"내는 물론 니 닮은 아가 태어나면 좋긋지만..., 니보다 내 닮은 아라도 괜찮다. 그래도...,"

아츠무는 여주의 허리를 잡은 손에 은근히 힘을 주었다. 진한, 그렇지만 거부하기에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아츠무의 여주에 대한 소유욕이 담겨 있는 손길이었다.

"그래도 아만 챙기지 말고, 내도 계속 귀여워해 줘야 한다. 알긋나."

스가와라는 조심스럽게 창가 의자에 앉아 잠든 여주를 안아 올렸다. 임신하면 잠이 많아진다는 게 사실인가 보네. 스가와라는 자기가 안아 올렸는데도 세상 모르고 새근새근 자고 있는 여주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잠깐만 낮잠을 잔다던 여주는, 어느새 죽은 듯이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임신 때문에 무거워진 여주의 몸이 불편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손길로 받쳐 들며, 스가와라는 안방으로 들어가 여주를 침대에 눕혔다.

'많이 말랐네.'

배는 눈에 띄게 부풀었지만, 최근 들어 입덧 때문에 고생한 탓인지 여주의 뺨은 홀쭉하게 야위어 있었다. 그것이 안쓰러워진 스가와라는 조심스럽게 여주의 뺨을 쓸어내렸다. 임신 중이라 맑지 못한 혈색과 야윈 감촉에도 불구하고, 여주의 뺨은 여전히 보드랍고 따스했다. 뺨을 만져 주는 스가와라의 부드러운 손길이 기분 좋았는지, 여주는 고른 숨결을 내뱉으며 자는 와중에도 살짝 웃었다. 스가와라도 여주의 미소에 가만히 웃으며, 여주의 뺨에 대지 않은 손을 살짝 여주의 손 위에 얹었다.

여주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스가와라는, 손을 내려 여주의 배 위에 가만히 얹었다. 요즘 들어 여윈 여주의 몸에서 유일하게 눈에 띄게 도드라져 있는 배 아래로는 여주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태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여주의 입덧이 심하다는 것을 빼면, 스가와라와 여주의 아이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태아였다. 보통 아이들은 엄마의 배 속에서 자주 움직이곤 한다는데, 이상할 정도로 얌전하기만 한 아기 때문에 걱정이 되어 병원에서 몇 번이고 정상인지 검사까지 받았었다.

혹시 아이도 자기 때문에, 엄마인 여주가 고생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건 아닐지. 스가와라는 여주의 배를 쓸어주며 생각했다. 엄마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아기는 움직이지도 않고 눈치 보면서 웅크린 채 태어날 날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니, 스가와라는 아기가 기특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다.

"아가야."

스가와라는 여주가 깨지 않도록 배려해, 나지막이 말하며 여주의 배에 얼굴을 갖다 댔다. 물론 배 속의 아기가 대답할 리는 없었다. 대답을 듣기 위해 한 말도 아니었다. 그래도 스가와라는, 대답은 없어도 아기가 귀를 기울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조용히 말했다.

"어서 아가가 태어나서, 아빠랑 엄마가 아가를 만나는 날이 오면 좋겠다."

스가와라는 한 손으로는 여주의 손을 꼭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천천히 여주의 배를 어루만지면서 가만히 웃었다. 아기가 자기 말을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주의 배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과 아기의 존재를 알리는 부드러운 곡선을 느끼며 스가와라는 아기에게도 자기 말이 전달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푸근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건강하게 자라서, 건강하게 태어나서 자라 줘. 아빠랑 엄마는 그거 외에는 바라는 게 없으니까."

어서 만나 보고 싶어, 스가와라는 작게 말하면서 여주의 배에 귀를 살며시 가져다 댔다. 따뜻한 오후 햇살이 창을 통해 내리쬐는 방 안에서, 스가와라는 그렇게 나른하고도 몽환적인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