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가구회사, 허먼 밀러
2017. 2. 15. 18:26 현대 사무실 환경을 창조하다 이 세상에 수많은 가구회사들이 존재하지만 미국의 허먼밀러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허먼밀러는 전후 미국인들의 가정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꾸었고, 미국인들이 달가워하지 않았던 모더니즘을 전파한 주역이다. 1960년대에는 미국 사무실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허먼밀러가 창안한 밝고 효율적인 사무실 환경은 전세계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된다. 허먼밀러는 3차원성형합판, 섬유유리, 알루미늄, 펠리클 등 전후의 새로운 의자 재료와 기술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또한 스위스의 가구회사 비트라가 세계적인 가구회사로 도약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허먼 밀러의 포스터, 왼쪽 디자인: 돈 어빈, 1961년, 오른쪽 디자인: 아민 호프만, 1962년. 가구 디자이너도 경영자도 아닌 허먼 밀러
허먼 밀러의 실질적인 설립자이자 경영자인 더크 얀 드 프레가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가 디자인한 라운지 체어에 앉아 있다. 테이블은 이사무 노구치의 디자인. | 사진출처: www.hermanmiller.com 조지 넬슨의 영입으로 뒤바뀐 회사의 운명
조지 넬슨이 제안한 현대적인 스토리지월. | 사진출처: www.hermanmiller.com 조지 넬슨은 자신이 가구를 디자인하기도 했지만, 당대 뛰어난 모던 디자이너에게 외주를 맡기기도 했다. 특히 찰스 임스의 영입은 허먼밀러를 미국의
중심을 넘어 세계의 중심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40년대 중반까지 미국은 디자인의 변방 국가였다. 모든 새로운 양식과 혁신은 유럽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조지 넬슨과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의 활약으로 오히려 유럽이 미국 디자인의 영향을 받는 일이 처음으로 벌어졌다.
코코넛 체어, 디자인: 조지 넬슨, 1955년.
머시멜로우 소파, 디자인: 조지 넬슨, 1956년 | © Vitra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의 참여
LCW, 디자인: 찰스와 레이 임스, 1945년. | 사진출처: modistfurnishings.com
세 개 다리 의자, 디자인: 찰스와 레이 임스, 1944년. 허먼밀러와 임스 부부는 3차원성형합판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재료의 실험과 기술혁신을 이어갔다. 1948년부터 생산한 DAR(Dinning Armchair
Rod)는 좌석과 등받이와 팔걸이가 일체형으로 제작되는 혁신적인 의자다. 이런 일체형 구조의 의자를 만들려면 새로운 기술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는 섬유유리 기술이 쓰였다. 섬유유리는 오늘날의 플라스틱 의자처럼 자유로운 조형과 다채로운 색채 구현이 가능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소박한 나무 의자를 식탁 의자로 쓰는 미국 가정에 이 의자가 보급된 것은 의자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전반을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했다.
DAR, 디자인: 찰스와 레이 임스, 1948년. 1950년대에 들어와서도 혁신은 계속되었다. 1951년에 철사 줄로 엮은 와이어 체어를 발표했고, 1959년에는 알루미늄을 주 재료로 한 알루미늄 그룹이 발표되었다. 처음의 의도는 야외
의자였으나 이 알루미늄 그룹은 곧 오피스 체어의 대명사가 되었다. 1960년대 잘 나가는 회사에서 알루미늄 그룹 의자를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1958년 첫 제품 발표 후 해마다 새로운 시리즈로 발전한 임스 부부의 알루미늄 그룹 체어. | 사진출처: officesnapshots.com 사무 가구의 원형을 디자인하다
1964년에 생산된 액션 오피스 1은 조지 넬슨이 주도적으로 디자인했으며, 너무 비싸고 대규모 사무실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액션 오피스가 사무환경에 새롭게 적용한 주요 개념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최적의 근로환경을 위해 유연하게 공간을 분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큐빅클(cubicle)’이라는 개념은 파티션으로 근로자 개인의 사적인 공간을 만들어주어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게 해준다. 모듈 시스템을 적용해 필요한 가구가 생길 때 새로 사지 않고 부품을 첨가하거나 변형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책상의 높이를 다양하게 해서 근로자의 움직임을 좀 더 자유롭게 해주었다. 이런 것들은 오늘날 우리들의 사무공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로버트 프롭스트가 주도한 액션 오피스 2는 대규모 사무실에 적합했으며, 오늘날 사무 가구의 원형이 되었다. 허먼밀러의 액션 오피스 가구는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이 시스템 개념은 곧바로 다른 가구회사들이 복제해서 전세계로 퍼졌다. 그러니 오늘날의 사무환경을
허먼밀러가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늘날에는 좀 더 새롭고 다양한 개념들이 사무가구에 들어와 있지만, 근본적인 원리는 액션 오피스에서 태어났다. 액션 오피스는 생명체로 비유하면 모든 종의 공통분모인 원형의 세포인 셈이다.
오늘날의 액션 오피스 | 사진출처: www.hermanmiller.com 젊은 세대의 참여와 에어론 체어의 탄생
에쿠아 체어, 디자인: 빌 스텀프 & 돈 채드윅, 1984년. | 사진출처: www.hermanmiller.com 이들의 결정적 협업은 1994년에 발표한 에어론 체어다. 이 의자를 개발하려고 정형외과 의사와 혈관학 전문가까지 동원했을 정도로 과학적인 프로세스를 거쳤다.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있는 현대 사무직 근로자의 허리를 보호하는 것이 이 의자의 임무다. 서스펜션 장치가 편안함을 물론 척추와 근육에 가하는 힘을 최소화하고, 사람의 몸무게가 좌판과 등받이로 골고루 퍼지도록 한다. 또 하나의 혁신은 좌석과 등받이에 쓰인 ‘펠리클(pellicle)’이라는 재료다. 이 재료는 체중을 등받이 골고루 분산시키고 그물처럼 뚫린 구멍으로 공기가 순환해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쾌적함을 유지해준다. 이 의자는 미국에서 닷컴 붐이 일어나면서 각광을 받았다. 직원들의 상하관계보다 수평적 조직을 추구하는 닷컴 기업들은 임원과 직원들 모두에게 평등하게 이 의자를 지급했다. 이로써 에어론 체어는 기업 조직의 민주화를 상징하는 의자가 되었다.
빌 스텀프와 돈 채드윅이 디자인한 에어론 체어와 리온 랜스마이어가 디자인한 AGL 테이블. | 사진출처: www.hermanmiller.com 비트라의 발전을 돕다
스위스의 가구회사 비트라가 생산하는 가구들. 중앙에 임스 부부가 디자인하고 허멀밀러가 생산한 코키리 의자와 어린이 의자, 그 뒷줄에 LCW, 그 뒷줄에 조지 넬슨의 코코넛 체어가 보인다. 허먼밀러 최고의 힘은 끊임없는 연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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