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 성대 차이 - hudu seongdae chai

후두 성대 차이 - hudu seongdae chai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의 후두에는 인간에게 없는 성대막이 있다. 그로 인해 소리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고르게 나오지 않는다. 교토대 제공

모음과 자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섞는 음성 언어 소통은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다. 영장류인 원숭이의 음성언어는 소리의 크기와 높이, 길이만으로 구성돼 있다. 인간의 복잡하고 다양한 고도의 언어 체계는 인간의 뇌와 해부학적 구조가 진화하면서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과 유럽 공동연구진이 후두(목)의 성대 구조에서 인간의 언어 발달을 가능하게 한 해부학적 특성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후두는 목의 윗부분에 있는 호흡 및 발성 기관으로 공기와 음식물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소리를 내는 발성 기관이지만 음식이 기도로 들어가지 않도록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후두덮개 아래쪽에서 두개의 점막주름이 V자 모양을 하고 있는 게 성대다. 공기를 들이마실 때는 성대 사이 공간(성대열)이 벌어지고, 소리를 낼 때는 좁아진다. 폐에서 나오는 공기가 성대열을 지나면서 성대를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음식물을 삼킬 때는 후두덮개가 성대를 덮는. 음식물이 기관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다.

인간이나 영장류나 모두 후두의 성대를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발성 기관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비슷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번에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성대 구조의 결정적인 해부학적 차이를 발견했다.

후두 성대 차이 - hudu seongdae chai

인간(B)과 침팬지(C)의 성대 구조. 왼쪽은 MRI 사진, 가운데는 이를 그림으로 묘사한 것, 오른쪽은 절제된 후두의 해당 영역. 침팬지는 성대(vf) 위쪽으로 성대막(vm)이 있지만 인간한테서는 없다. vef는 별다른 기능을 하지 않는 가성대다. 사이언스 논문에서

연구팀은 개코원숭이, 오랑우탄, 침팬지 등 영장류 43종의 후두를 자기공명영상(MRI) 및 컴퓨터 단층촬영(CT) 장비로 살펴보고, 이를 인간의 후두와 비교했다.

그 결과 영장류 후두에는 공통적으로 2개의 성대에 리본 모양의 성대막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적출된 동물 후두로 실험해본 결과 소리를 내는 진동의 주체는 성대막(성대입술)이었고 성대는 보조적 역할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은 진화를 거치며 후두에서 이 성대막이 사라지고 없다.

사실 성대막의 존재는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보편적인 기관인지, 구체적인 기능은 무엇인지 알지 못한 것이었다.

연구진은 영장류의 후두 구조를 재현한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성대막의 기능을 실험했다.

그랬더니 성대막이 있는 경우 소리는 컸으나 소리가 거칠고 고르지 않았다. 반면 성대막이 없을 경우엔 소리가 안정적이고 인간의 목소리와 유사한 소리가 났다.

연구진은 성대막은 영장류에게 넓은 범위의 주파수를 크고 효율적으로 생성할 수 있도록 해줬지만 소리의 안정성은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으로 해석했다.

인간이 단순한 구조로 진화시킨 후두가 안정적이고 명료한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보도자료에서 “역설적이게도 인간 언어의 복잡성 증가는 무엇보다도 성대의 단순화로 인해 가능해졌다고 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후두 성대 차이 - hudu seongdae chai

발성 기관의 해부학적 구조가 단순해진 것이 인간이 말하고 노래하는 능력을 크게 높였다. 오스트리아 빈대 제공

연구를 이끈 빈대의 윌리엄 테컴세 피치(William Tecumseh Fitch) 교수(진화생물학)는 보도자료에서 “인간의 언어 발달에는 뇌에서의 또 다른 진화적 변화가 필요했지만 발성 장치의 해부학적 구조가 단순해진 것이 인간이 말하고 노래하는 능력에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치 교수는 또 “사람들은 항상 더 복잡해지는 쪽으로 진화가 진행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그 반대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 성대막을 잃는 쪽으로 진화했을까? 연구진은 논문에서 일단 600만년 전 침팬지에서 갈라져 나온 이후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니시무라 다케시 교토대 교수(영장류학)는 “그러나 성대막은 화석으로 남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제 그것을 잃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관련 유전자가 밝혀질 경우엔 그 시기에 대한 추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후두 성대 차이 - hudu seongdae chai
인간의 후두와 인두 해부 이미지. photo 게티이미지

인간과 동물을 구별 짓는 가장 큰 차이는 아마 언어 사용일 것이다. 동물은 울음소리를 낼 수 있지만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여 구문을 형성하는 동물은 인간뿐이다. 인간이 고등한 존재로 진화한 밑바탕에는 언어가 있었다. 동물들은 왜 인간처럼 말을 하지 못할까. 지능이 낮아서 말하는 방법을 모르는 걸까. 최근 발표된 일본 교토대와 오스트리아 빈대 연구진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원숭이가 아무리 똑똑해진다고 한들 인간처럼 말을 할 수는 없다. 인간의 발성기관이 다른 영장류와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원숭이, 성대막 있어 복잡한 언어 구사 못해

언어의 기원에 관한 논의는 오래된 연구 주제 중 하나다. 언어의 진화는 인류의 진화를 푸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다른 영장류와 달리 인간이 구문을 생성하는 언어 능력을 갖게 된 것은 뇌의 크기 차이 때문이라는 이론이 우세했다.

2018년 영국 앵글리아러스킨대 동물학과 제이콥 던 교수팀은 뇌 특정 영역의 크기가 언어 발성 능력과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음성을 만드는 근육을 조절하는 뇌간신경핵’ ‘인지와 자발적 운동 통제를 담당하는 대뇌피질 연합영역’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일본 교토대와 오스트리아 빈대의 공동연구팀은 인간과 다른 영장류의 언어 능력의 차이가 해부학적으로 후두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침팬지를 비롯한 원숭이는 모두 성대 가까이에 ‘성대막’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인간에게는 성대막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과 영장류의 언어 능력 차이가 뇌의 크기 때문이라는 기존 이론을 뒤집은 셈이다. 교토대 영장류연구소의 니시무라 다케시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인간을 포함한 44종의 영장류 후두를 조사했다. 인간은 후두의 성대(聲帶)를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의 목소리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발성기관은 목구멍에 속이 비어 있는 튜브 형태의 후두다.

사람과 다른 영장류의 소리 생성 메커니즘은 비슷하다. 목 내부에 공기가 이동하는 통로인 기도가 있는데, 폐에서 나오는 공기가 기도 상단에 있는 후두의 성대를 울린다. 이때 성대에서 생겨난 진동이 성대 윗부분에서 입술까지의 공간(성도)을 거치면서 소리로 바뀐다. 공기와 부딪칠 때 생기는 진동수(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로 단위는 헤르츠)가 사람마다 다르고, 이 진동수에 따라서 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진다. 숨을 쉴 때는 성대가 열리면서 공기가 지나다니고, 말을 할 때는 성대가 닫힌다. 성도는 인두, 구강, 비강으로 이루어진다.

후두 성대 차이 - hudu seongdae chai

침팬지나 원숭이 등의 영장류는 분류학적으로 봤을 때 인간과 가장 가깝다. 그런데 왜 인간처럼 정확한 단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두 살 아기의 옹알이와 비슷한 발성 구조를 갖는 것일까. 연구진은 후두 조사를 통해 영장류는 성대와 연결된 겹겹이 포개진 성대막을 진동시켜 주파수 높은 소리를 내는 반면 인간은 오히려 복잡한 구조의 성대막을 퇴화시켜 목소리의 높낮이를 일정하게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이를 정확히 입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수학적 모델을 적용해 목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했다. 여기에서도 성대막이 성대에서 나는 소리를 증폭해 목소리를 크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성대막 때문에 성대에 가해지는 압력이 낮아 침팬지나 원숭이는 사람처럼 목소리의 높낮이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웠다. 반대로 복잡한 구조의 성대막이 없는 인간은 입술과 혀를 사용해 음조를 조절하고, 성대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 길고 안정적인 명료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개별 단어 발음과 문장 구술의 차이는, 물리학을 예로 들면 원자와 분자 사이의 차이만큼이나 엄청나게 크다. 니시무라 교수는 해부학적으로 인간이 가진 단순한 후두의 구조가 언어의 획득으로 이어졌다는 진화적 증거라고 말한다. 오스트리아 빈대의 테쿰세 피치 교수는 “성대막은 다른 영장류들이 인간보다 더 크고 더 높은 음조의 소리를 낼 수 있게 해주지만, 복잡한 음성구조가 오히려 진동을 정밀하게 조절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결국 단순하면서도 신경학적으로 발성을 강력히 제어할 수 있는 인간의 성대 구조 덕에 안정적인 저음 발음과 복잡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8월 12일 자에 실렸다.

후두 성대 차이 - hudu seongdae chai
정상적인 여성의 후두. photo 유튜브

직립보행이 후두 구조 다르게 만들어

인간과 가장 가깝다고 하는 원숭이나 침팬지의 소리를 들으면 이들의 DNA가 인간과 98.8% 같다는 게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 인간에게 있어서 정교한 발성기관과 언어의 출현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언어는 인간의 독특한 특성이며 유전적 선물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침팬지와 분리된 약 600만~700만년 전부터 인간의 뇌와 발성기관이 진화를 거듭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인간은 어릴 때는 유인원과 비슷한 후두 구조를 가진다. 하지만 자라면서 차츰 후두가 밑으로 내려가고 성도가 충분히 커진다. 해부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30만년 전에서 20만년 전에 발달했는데, 이 시기에 후두의 위치가 다른 영장류에 비해 훨씬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즉 다양한 발음의 언어를 만들려면 후두가 밑으로 내려가 혀와 후두 사이에 충분한 공간, 즉 ‘성도’가 있어야 하는데 유인원은 성도가 충분히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네 발로 걷는 동물들은 폐부터 후두, 인두, 구강까지의 연결이 지면과 수평이자 일직선을 이룬다. 하지만 인간은 직립 보행을 시작하면서 척추와 머리뼈가 90도의 각도로 꺾였다. 이 과정에서 성대가 있는 후두가 아래로 내려오게 되었다. 이렇게 하강한 후두 덕분에 공명을 위한 공간이 충분히 확보돼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고, 후두와 혀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혀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돼 훨씬 광범위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뇌가 발달하면서 신피질이라는 언어 중추가 작용해 마침내 속사포처럼 래퍼가 될 준비를 마쳤다는 게 해부학자들의 설명이다. 신피질은 인지·언어 기능과 연결된 뇌의 영역으로,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신피질 등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지능이 급격하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반면 후두가 낮아짐으로써 음식이 기도로 들어가 질식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물을 마시다가 사래에 걸리는 것은 말하자면 진화의 부작용인 셈이다. 교토대와 빈대의 연구진은 앞으로 뇌가 성대를 통제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자세히 연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