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사건 - joyeongnam sageon

조씨 무명화가에게 헐값에 대작 지시
사기죄로 1심서 징역 10월에 집유 2년
2심 “친작 여부 중요하지 않아” 무죄
대법 “미술에 사법자제 원칙 지켜야”

조영남 사건 - joyeongnam sageon

가수 조영남씨가 2010년 자신의 집에서 시인 이상과 관련해 그린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김명진 기자

무명화가의 도움을 받은 화투 그림을 자신의 창작물로 판매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씨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은 25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무죄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6년 3월까지 송아무개씨 등 무명화가에게 대작을 지시했고 그렇게 넘겨받은 그림에 배경색을 일부 덧칠하거나 자신의 서명만을 추가해 비싼 값에 판매하였다.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조씨는 그림 구매자 17명에게 그림 21점을 팔아 판매대금으로 약 1억5355만 원을 받았다. 검찰은 “구매자들에게 대작 여부를 고지하지 않고 마치 자신이 그린 것처럼 행세해 그림을 팔았다”며 사기죄를 적용해 조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조씨가 대작 여부를 알리지 않은 게 구매자들을 속인 사기에 해당한다며 유죄(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구매자 입장에선 친작 여부가 구매 결정에 중요한 사실이기에 누가 직접 그렸는지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작 화가를 이용한 건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조씨에 주장에는 “대작 화가의 노력과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태도이고 수많은 무명작가에게 깊은 상처와 자괴감을 줬다”고 지적했다.

반면, 2심은 “친작 여부가 구매자에게 반드시 중요한 정보라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조씨가 구매자에게 대작 사실을 알려야 할 법령이나 근거가 없다”며 “대작이 미술계 관행인지는 법률적 판단에 속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이 옳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은 ‘조영남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유통되는 상황에서 이를 구입한 것”이라며 “조씨의 작품이 위작 시비 또는 저작권 시비에 휘말린 게 아니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 등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규 장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