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갈등 - miguggwa jung-gug-ui gald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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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장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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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충돌
‘차이메리카’에서 ‘신냉전’으로
훙호펑 지음, 하남석 옮김 l 글항아리 l 1만6000원

미국과 중국의 관계, 특히 경쟁과 갈등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마다 동원되는 상투적인 풀이들이 있다. ‘신냉전’이라는 말에는 민주주의 체제와 권위주의 체제 사이 극복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적 차이가 불가피하게 대립을 만든다는 인식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는 미중 관계가 갈등으로 치달은 2010년대 이전에는 왜 갈등이 불거지지 않았는지 설명해내지 못한다.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은 어떤가.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자리에 미국과 중국을 대입하는 이 지정학 이론은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 사이에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설명해내는 듯 보인다. 그러나 단일하고 자율적인 국민국가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유일한 행위자일까?

홍콩 출신 사회학자 훙호펑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의 <제국의 충돌>은 “국가 간 경쟁과 기업조직 간의 경쟁 혹은 초국적 연결을 세계질서와 갈등의 형성에 있어 상호작용하는 두 개의 자율적 영역으로” 보는 입장에서 미중 관계를 분석한 책이다. 지은이는 전작 <차이나 붐>(2016)에서 중국의 자본주의적 발전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구조적으로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책은 미국과 중국의 공생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2010년대 들어 그것이 왜 끝났는지 톺아본다.

무엇보다 지은이는 기업들이 주된 행위자로 구실하는 두 나라 사이 ‘경제적 연결’에 주목한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자본주의 체제의 수익성 저하에 대한 타개책으로 다수의 개발도상국들을 자신이 주도하는 자유무역 세계에 끌어들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벌여왔다. 90년대 초 냉전이 종식되면서 경제 체제를 수출 중심으로 재편하려 한 중국엔 미국 시장 진입이 간절했으나, 당시 워싱턴의 외교 정책 엘리트들은 중국을 소련 이후 지정학적 경쟁자로 여기고 적대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자유무역 체제에 “스스로를 초대했다”. 중국 시장 개방으로 막대한 이익을 기대하는 미국의 기업들을 움직여, 중국을 적대하는 미국 내부 기류를 바꿔놓은 것이다. 빌 클린턴 정부는 1993년 집권하며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서 중국의 최혜국(MFN) 지위 갱신을 인권 문제와 연계하겠다고 선포했으나, 중국의 압박을 받은 에이티앤티(AT&T), 보잉, 엑손모빌, 휴스 등 미국의 거대 기업들과 월가의 로비로 1년 만에 이를 뒤집고 중국의 최혜국 지위를 조건 없이 갱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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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정점으로, 미국과 중국이 공생하는 ‘차이메리카’ 체제가 2000년대까지 주욱 이어졌다. “중국의 저가 수출품들은 미국의 소비 붐이 불타오르는 데 연료가 되었고, 중국은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 국채를 다시 구입해 환류시킴으로써 미국의 늘어나는 재정 적자에 자금을 조달했다. 이로 인해 미국 금리는 낮게 유지될 수 있었고 미국 경제의 금융화와 금융 주도의 번영을 부채질했다.”

균열 역시 ‘경제적 연결’로부터 비롯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결정적이었다. 수출 호황을 유지해야 했던 중국은 부채를 늘려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시도하는 등 과잉생산과 과잉축적의 덫에 빠졌다. 수익성을 회복하는 좋은 방법은 중국 시장에서 미국 및 다른 외국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압박하는 것이었다. 한때 우호적인 미중 관계를 보장하는 데 앞장섰던 미국 기업들까지도 이 같은 중국 경제의 국가주의적 전환에 따른 충격으로 ‘중국에 반대하는 기업 반란’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 결과 워싱턴에선 대중 강경책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도로 높아졌고, 이는 2011년 시작된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 등으로 이어졌다. “일단 국가 안보에 치중하는 매파들이 견제받지 않고 정책 결정을 주도하게 되자, 워싱턴 당국은 (…)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이라는 당위를 내세워 정책을 채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군사 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 화웨이를 제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경향은 트럼프 정부를 거쳐 현재 바이든 정부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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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기업 사이 ‘자본 간 경쟁’은 중국 국내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지정학적 차원의 ‘글로벌 경쟁’으로 확대된다. 개발도상국에 자본 수출을 해준 대가로 종속적인 관계를 얻어내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등에서 보듯 중국이 급속히 커진 경제적 영향력을 활용해 지정학적 영향력을 높이려는 ‘제국적 전환’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중국과 미국이 벌이는 경쟁은 이제 전형적인 제국 간의 세력 경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지은이는 진단한다. 지은이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브레턴우즈 협정으로 만들어진 다자간 경제 기구, 미국의 글로벌 군사 우산이 지배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한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의 투사는 제한적”일 거라고 본다. 다만 20세기 초 영국과 독일의 자본 간 경쟁이 결국 제국 간 경쟁으로 발전한 사례가 지금과 매우 비슷하며,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더 고조될 가능성이 높고 심지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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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훙호펑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홍콩 출신으로 중국의 부상이 지구적 자본주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해온 학자다. 존스홉킨스대 누리집 갈무리

지은이는 미중 갈등이 완화될 수 있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쟁으로 치달은 20세기와 달리 지금은 유엔과 같이 합법적이고 다양한 글로벌 통치 기구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미중 관계의 격화는 이런 국제 기구 안에서의 경쟁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하나의 가능성은 중국과 미국 내부의 ‘경제 재조정’이다. 국내에서 재분배를 통해 이윤을 확보할 수 있으면, 두 나라 자본 간 ‘제로섬’ 경쟁은 누그러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에서 모두 불균형 문제는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본 수출에 대한 충동과 두 나라 사이의 자본 간 경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고, 향후 몇년 동안 지정학적 경쟁은 불가피하게 격화될 것이다.”

최원형 기자 , 도표 글항아리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미중 디커플링'은 주요 이슈가 되어왔다.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세계가 미중 디커플링이 가져올 손익을 따져보고 있다. '디커플링(decoupling)', 즉 '관계 끊기'를 주도하는 입장인 미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반면, 수동적인 입장인 중국은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디커플링은 계속 된다

미국의 기업은 정부의 전략적 입장과 달리 미중 간 디커플링에 회의적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고자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 시간, 돈, 사람 등 전력을 다해 중국 시장을 잡으려고 공을 들였는데, 그것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성공하지 못했던 결정적 이유는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을 추진하는 동시에, 중국의 핵심기업들이 글로벌 산업사슬에서 상위를 선점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 지지를 했다는 점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시 말하면, 디커플링은 중국이 먼저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했던 자구책이 결국은 중국 내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도록 하여 외국 기업을 밀어내는 역할을 한 셈이라는 설명이다.

정치적 이유든 경제적 이유든 미국의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기술 디커플링'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금융 디커플링'으로 확대되고 있다. 디커플링이 선언된 초기에는 디커플링이 현실화되면 중국보다는 미국이 더 큰 손해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미국의 <CNBC>는 2021년 2월 18일 1조 달러 이상의 손실이 있을 것이라는 베이징의 경고를 보도했다.

문제는 그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 미국이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선언했다는 점에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잠깐 반등했던 세계 경제성장률은 계속해서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고,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국은 재정부양책을 통해 연명해왔지만, 경제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다.

40년 동안 최악의 경기침체라고 불리는 미국의 현재의 경제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 내 기업과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조치와 전략적 지향은 집권여당이 누구인가에 상관없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물론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전면적' 디커플링이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하며 미중 간의 '디커플링' 노선에서는 한발 후퇴했지만, 중국과의 디커플링 노선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노골적인 디커플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중국, '쌍순환' 정책을 통해 반격하다

중국은 바이든 정부의 '반' 디커플링으로의 노선 전환이 내심 반가운 눈치다. 하지만 미국이 여전히 동맹국들과의 '기술동맹'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 중국의 주변국들을 '반도체 연맹'에 끌어들인 것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전반적 디커플링에서 부분적 디커플링으로의 전환을 표명했다고는 보지만, 사실은 무역, 기술, 정치, 안보, 문화, 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시도하고 있다고 본다.

디커플링에 반대하는 중국은 디커플링이 결국은 미국에게 더 큰 재난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중국 자신에게 해가 된다는 점을 숨길 수 없다. 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공은 2020년 4월에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시진핑 총서기가 처음으로 '쌍순환' 정책을 제기하였다.

국내와 국외를 모두 공략한 신발전구도인 쌍순환 정책은 중국 국내 시장의 내수적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을 위주로 하고,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하여 국제노동분업과 국제경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의 궁여지책에도 불구하고, 해외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쌍순환정책을 쇄국정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쌍순환정책이란 내수를 진작시키면서 해외시장 공략을 계속한다는 정책으로, 새로운 제안도 아니다.

그럼에도 해외기업들에게는 중국이 국내시장을 지키겠다는 것으로 비쳐졌다. 중국이 2015년 '메이드인 중국 2025'라는 정책을 내놓았던 때부터 '자급자족'을 향한 야망을 품고 있었다고 말이다.

후버연구소에서 내놓은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는 중국의 쌍순환 정책이 중국과 세계를 단절시켜 수직적으로 생산을 통합시키고 경제적 자립을 이룩하려는 것인데, 독일‧일본‧한국 그리고 미국과 같이 중국에 기술을 수출하던 국가들에게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다줬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시작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일대일로 연선국가들이 중국에 의존하도록 만들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시장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방선진국들에 대한 대항집단을 '리커플링'하려는 의도로 읽혀졌다. 이에 대해 미국은 '경제민주동맹'과 '기술민주동맹' 등을 통해 미국중심의 '리커플링'을 시도하고 있다.

공생이냐, 공멸이냐 선택에 달려 있다

미중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각자 나름의 대응 논리가 있다. 결국은 모두가 자국중심적인 사고에 기반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이 결국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의 본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한다. 미국은 중국의 제도적 결함과 이데올로기적 편향을 비판하지만, 정작 미국의 제도적 우위가 거짓에 불과하다는 것을 코로나위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고 반박한다. 그러므로 미중갈등은 사실 패권의 위기이고, 패권국과 도전국 간의 갈등인 것이라고 말이다.

싱가포르국립대학 아시아연구소 키쇼어 마부바니(Kishore Mahbubani) 석좌교수의 주장처럼 미국은 세계적 주도권을 상실하고, 중국이 그 리더십을 대체할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세계적 주도권을 누가 잡는가가 아니다.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이다. 지금은 한 국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글로벌 위기에 직면해 있다. 통화위기, 식량위기, 기후위기, 환경위기 등은 어느 나라, 어느 누구나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위기로 가까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공생이냐, 공멸이냐는 두 가지 선택에서 우리는 '공생'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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