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여자 수학 - namja yeoja suhag

‘남자가 과학과 수학을 더 잘한다’는 것은 사회문화적 편견에 불과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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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여자보다 수학, 과학 잘한다고?
미국 뇌과학자와 실험심리학자들이 ‘남자가 여자보다 수학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한 사회 문화적 편견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이언스 데일리 제공

“우리 애는 여자라서 그런지 수학이 좀 약한 것 같아요”, “제가 여자라서 그런지 길 눈이 좀 어두워요”라는 말을 하는 이들을 간혹 만날 수 있다. 과연 남자는 여자보다 수학을 잘하고 공간지각력이 뛰어나서 낯선 곳에서도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여자는 남자들보다 미술이나 음악 등 미적 감각이 뛰어난걸까. 최근에는 남자와 여자의 뇌가 다르다는 생각은 단순한 편견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뇌과학자와 실험심리학자들이 ‘남녀의 뇌 차이’라는 것은 단순한 편견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를 또 하나 내놔 주목받고 있다.

미국 로체스터대 뇌·인지과학과, 시카고대 심리학과, 카네기멜론대 심리학과 공동연구팀은 아동, 청소년들의 뇌에 발달에 대한 종합적 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녀간 뇌 기능이나 수학능력에서 성별의 차이는 전혀 없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출판그룹에서 발행하는 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오브 러닝’ 최신호(9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3~10세의 남녀 아동청소년 104명(여자 55명, 남자 49명)과 63명의 성인남녀(여성 25명, 남성 38명)을 대상으로 뇌활동을 측정하기 위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을 실시했다. 또 11.6분 분량의 숫자세기, 덧셈과 같은 간단한 수학 관련 교육영상을 시청하도록 한 다음 fMRI를 찍었다. 여기에 한 문제 풀이에 평균 1.1~1.2초 정도 걸리는 간단한 수학문제 70문항을 내고 풀도록 하면서 fMRI를 촬영했다.

분석 결과 남자와 여자의 뇌활동에 있어서는 어떤 차이도 발견하지 못했으며 수학 관련 교육영상을 볼 때나 간단한 수학문제를 풀 때도 활성화되는 뇌부위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수학문제를 풀거나 수학동영상을 볼 때 아이들이나 성인이나 같은 부위의 뇌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도 확인했다.

생물학적으로는 남녀의 뇌 차이를 발견하지 못한 연구팀은 아이들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수학과 과학수업 시간에 대한 기억과 문제를 잘 풀지 못했을 때 부모의 반응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여자아이들에게는 사회적, 문화적 편견이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 멀어지게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정에서 수학이나 공간인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남자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학교에서도 교사들이 수학이나 과학시간에 남학생들에게 더 집중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수학과 과학능력에 대한 주변의 기대가 남녀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설명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일반적 사회화 과정에서 마찬가지로 과학과 수학분야에서도 사소한 편견이나 판단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남녀간 대하는 방법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제시카 캔틀론 카네기멜론대 교수(인지신경과학)는 “이번 연구는 아이들의 뇌가 성별에 상관없이 똑같이 기능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기존 편견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지능이나 능력에 대한 성불평등은 사람이 아니라 상황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산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 남녀의 차이는 두 행성 간의 거리만큼 크다는 게 기존 통념이었다. ‘남성은 지배적, 직선적이고 여성은 관계지향적, 곡선적이다’는 평도 여기서 나왔다. 이는 학문까지 이어져 남성은 과학과 수학에서, 여성은 언어에서 더 뛰어나다는 게 상식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맞다고 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고정관념이 잘못된 성적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PISA, OECD 남녀 평균 수학 격차 12점 지난 19일 ‘동아일보’는 2008학년도 수능을 제외한 2005∼2009학년도 연도별 수능 점수를 분석한 결과 여학생이 수학을 못한다는 속설은 틀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리영역 평균점수는 남학생이 94.64점을 받아 여학생(86.56점)보다 7점 정도 높았다. 2006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은 남학생과 489점으로 여학생보다 12점 높았다. 수학 점수 격차가 가장 큰 국가는 칠레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무려 28점이나 높았다. 23점 차이가 나는 오스트리아, 20점 차이가 나는 독일과 일본이 그 뒤를 이었다. PISA에 참여한 56개국 가운데 여학생의 수학점수가 높은 국가는 아이슬란드, 태국 등 5개 국가에 그쳤다. 선천적이기 보단 환경 영향 커 그러나 이러한 수학 점수 차이가 유전적 요인이기 보다는 성적 고정관념 때문이란 지적도 많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6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대부분 나라에서 수학 성적이 좋은 여성이 적은 이유는 성적불평등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최근 수학과 과학을 다루는 여성 인력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을 일례로 들었다. 실제 1970년 미국에서 여성 물리학 박사의 비율은 5.5%에 그쳤지만 지금은 30%에 이른다는 것. 같은 기간 미국에서 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여성의 비율은 8%에서 32%로 크게 늘었다. ‘과학과 수학은 남성 학문’이란 고정관념이 점차 깨지면서 여성의 유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사이언스’에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미국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연구팀은 2003년 PISA 결과를 세계경제포럼(WEF)이 개발한 ‘성 격차 지수(GGI)’ 등을 이용해 재분석했다. 그 결과,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학 점수가 평균 10점 정도 높았지만 남녀평등정도에 따라 수학 점수 격차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평등정도가 높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선 여학생의 수학성적이 남학생과 비슷한 반면 평등정도가 낮은 터키는 23점이나 차이가 났기 때문. 연구진은 이런 결과가 “남녀 차이보단 문화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주장했다. 고정관념 악순환의 굴레 ‘남녀의 수학격차는 생물학적 특성’이란 생각은 한국에서도 여전하다. 이는 자칫 편견으로 이어지기 쉽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04년 중·고교 수학교사 403명(남자 202명, 여자 2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중등학생의 수학에서의 성별 격차 및 해소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10명 가운데 4명은 ‘수학에 뛰어난 학생 중 남학생이 많은 것은 선천적’이라고 답했다. 남학생이 우수하다고 답한 교사들 가운데 50%는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그 이유로 꼽았다.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42.9%)’이 뒤를 이었다. 반면, 여학생이 우수하다고 답한 교사들 중 47.6%는 수업태도가 좋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남학생은 선천적 능력이, 여학생은 후천적 태도가 수학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다. 정해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어려서부터 여아에게는 소꿉놀이 장난감을 주고 남아에게는 블록이나 로봇을 준다”며 “이런 교육적 자극의 차이가 사회문화적으로 수학, 과학은 남성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수학은 남학생에게 어울리는 과목이란 교사들의 성 고정관념이 학습과정을 통해 다시 학생들에게 주입돼 학생들의 성 고정관념도 강화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며 “양성 평등적인 교육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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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여자보다 수학을 잘한다는 것은 ‘여남’ 평등의 시대에도 살아남은 낡은 통념 가운데 하나입니다. 역사적으로 여성 수학자가 적고, 미국의 SAT나 한국의 수능의 시험 결과를 봐도 남학생의 성적이 높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과학적 연구들을 통해 수학과 관련된 ‘남녀’의 선천적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게 하나둘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수학 관련 ‘여남’ 차이가 있는 걸까요? 문화적으로 형성된 ‘남녀’ 간의 문제 풀이 ‘전략’ 차이가  원인일지도 모릅니다. 2019년 마지막 수요 수학 에세이에서 관련된 최근 연구 성과를 확인하세요.


    고호관의 수요 수학 에세이 3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수학한다

    배운 대로 푸는 여학생, 멋대로 푸는 남학생

    남자 여자 수학 - namja yeoja suhag

    언젠가 한 미국 코미디언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들은 집을 파괴하고, 딸은 마음을 파괴한다.”

    딸을 키워 본 적은 없어서 뭐라고 말을 보태기는 어렵지만, 아들과 딸을 기르는 게 사뭇 다르다는 이야기는 주위에서 흔히 듣는다. 당장 이 글을 쓰기 며칠 전만 해도 함께 유치원생 아들과 딸을 둔 아빠에게서 딸이 더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들보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이게 남녀가 태생적으로 다르다는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문화와 부모의 양육 태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 남녀가 서로 다른 경향성을 보인다고 해도 그건 자라면서 받은 영향 때문일 수 있다. 남자가 이런저런 말썽을 피우는 등 더 천방지축으로, 좋게 말해서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는 게 부모가 아들을 딸보다 더 자유롭게 풀어놓고 키워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사이에 성격의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가 수학 학습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시험 시간이 길수록 여학생에게 유리하다는 내용을 다룬 지난 화(링크)에서 언급했듯이, 학습에 있어서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규율이 더 잘 잡혀 있고, 자만심이 덜하고, 배움에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그런데 이런 특성이 수학 학습에 유리한지는 생각해 봐야 할 여지가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이루어진 연구를 보면,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더 기계적인 방법, 정형화된 전략으로 문제를 푸는 경향이 있다. 이와 비교해 남학생은 좀 더 독립적인 전략, 배우지 않은 방식을 사용하려 한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배운 대로 하지 않고 제멋대로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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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더 기계적인 방법, 정형화된 전략으로 문제를 푸는 경향이 있다. 이와 비교해 남학생은 좀 더 독립적인 전략, 배우지 않은 방식을 사용하려 한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배운 대로 하지 않고 제멋대로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확실하고 안전하지만 표준적인 문제 풀이 대 무모하고 추상적이지만 독창적인 문제 풀이

    그중 한 연구를 살펴보자. 1998년 학술지 《교육 연구(Educational Researcher)》에 실린 한 논문(링크)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덧셈과 뺄셈을 배울 때 남녀가 쓰는 전략에 차이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 역시 천재 수학자 테렌스 타오가 만 2살에 사칙 연산을 뗐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해서 유치원생 아들에게 산수를 가르쳐 본 적이 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아들은 테렌스 타오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 자릿수 덧셈은 곧잘 따라 했지만, 눈에 띄게 어려워했던 건 7 더하기 8처럼 자릿수를 넘어가는 덧셈이었다. 손가락 수인 10을 넘어가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게 보였다.

    연구진은 초등학교 1~3학년 학생에게 두 자릿수 덧셈과 뺄셈을 시키고 어떻게 푸는지를 관찰했다. 예를 들어, 28 더하기 34를 한다고 해 보자. 전형적인 덧셈 방법은 다음과 같다.

      28
    +34
    -----
      12
      5
    -----
      62

    일의 자리, 십의 자리가 나란히 오도록 배치한 뒤 같은 열에 있는 수끼리 더하는 식으로 푼다. 연구진은 이런 전통적이고 정형화된 풀이 방식을 “표준 알고리듬”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실제로 학생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푼다. 가장 흔한 방식으로는 다음 세 가지가 있다.

    1. 20과 30을 더하면 50. 50에 8을 더하면 58. 58에 4를 더하면 62.
    2. 20과 30을 더하면 50. 8과 4를 더하면 12. 50과 12를 더하면 62.
    3. 28 더하기 34는 30 더하기 32와 같음. 30 더하기 32는 62.

    연구진은 이런 방법을 “발명한 알고리듬”이라고 부르며, 자릿수 개념을 이해하고 있어야 가능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방식을 생각해 내려고 노력할수록 훗날 더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험에서 연구진이 학생들에게 제시한 문제는 크게 네 종류였다. 첫 번째는 숫자로 나타낸 덧셈과 뺄셈, 두 번째는 문장제 문제로 나타낸 덧셈과 뺄셈, 세 번째는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문제다. 마지막 네 번째는 세 자릿수 덧셈과 뺄셈을 다룬 ‘확장 문제’였는데, ‘표준 알고리듬’을 사용하기 어렵게 연필과 종이를 쓰지 못하게 했다.

    학생들을 관찰한 결과 1~3학년 내내 여학생과 비교해 남학생이 ‘발명한 알고리듬’ 같은 추상적인 전략을 더 많이 쓰는 경향이 있었다. 3학년 말에 이르렀을 때는 남학생의 95퍼센트와 여학생의 79퍼센트가 ‘발명한 알고리듬’을 사용했다. 뺄셈 문제를 풀 때는 이 차이가 훨씬 더 컸다. 이 경향이 단순한 덧셈과 뺄셈,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문제 풀이에서는 큰 차이를 만들지 않았다. 1~3학년 내내 이런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데는 남녀의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3학년이 되자 남학생이 가장 어려운 확장 문제를 여학생보다 더 잘 풀기 시작했다. ‘발명한 알고리듬’을 사용하는 학생들끼리만 비교하면 확장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데는 남녀의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1~2학년 때 남녀를 막론하고 추상적인 전략을 시도하는 습관이 3학년 때 사고의 유연함이 필요한 확장 문제를 푸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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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진은 1~2학년 때 남녀를 막론하고 추상적인 전략을 시도하는 습관이 3학년 때 사고의 유연함이 필요한 확장 문제를 푸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모하지만 독창적인 문제 풀이가 수학 실력을 키운다

    최근까지도 이와 비슷한 연구는 계속 나오고 있다. 2012년 《실험 아동 심리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Child Psychology)》에 실린 미국 미주리 대학교 연구진의 논문(링크)은 200여 명의 초등학생을 6년 동안 관찰한 결과 덧셈을 할 때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 다른 전략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을 다뤘다.

    7 더하기 8 같은 문제를 풀 때 여러 가지 방법을 쓸 수 있는데, 가장 단순한 방법이 손가락이나 물체를 이용해 처음부터 수를 세는 것이다. 혹은 7이나 8 중 하나를 출발점으로 삼아 나머지를 세어서 더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유추가 있다. 이미 알고 있는 답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7 더하기 7은 14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그로부터 7 더하기 8이 15임을 끌어내는 것이다. 혹은 7 더하기 3이 10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10에 남은 5를 더해서 15를 구할 수도 있다.

    연구진의 관찰에 따르면, 1학년 때부터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유추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컸다. 정확도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2학년이 되자 남학생은 여전히 유추하는 방식을, 여학생은 수를 세는 방식을 선호했다. 이 시기에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정답을 더 잘 맞혔다. 그래도 남학생은 여전히 유추 방식을 선호했고, 이런 경향은 6년 내내 이어졌다. 그리고 6학년이 되었을 때는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더 뛰어난 성취를 보였다. 초기에는 무리한 시도로 인해 정답률이 떨어졌지만, 그런 시도가 장기적으로는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최근 2019년 《교육 심리학(Educational Psychology)》에 실린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 연구진의 논문(링크)도 비슷한 결과를 담고 있다. 각각 덴마크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덧셈 전략을 관찰하자 남학생은 유추하는 방식을 많이 썼고, 여학생은 수를 세는 방식을 많이 썼다. 연구진은 이런 경향이 덴마크의 초등학교에서 보편적으로 보이는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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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뇌 스포츠인 바둑에도 아직 남녀의 실력 격차가 있다. 남성 위주의 문화, 좁은 선수 풀, 체력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원인일 수 있다.

    핵심은 남녀 차이가 아니라, 전략 차이

    아직 이런 연구로부터 어떤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일단 수학 문제 풀이 전략에 관한 모든 연구에서 남녀의 차이가 나오는 건 아니다. 서구 몇몇 나라에서는 남녀가 수학 문제에 다르게 접근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그런 차이를 찾지 못한 연구도 있다. 서로 다른 교육 환경과 문화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소리다.

    그래도 남녀가 수학 문제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연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현실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학교에서 배운 풀이 방법만 고수하고 새로운 시도를 적게 한다면, 새로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수학은 창의력이 중요한 분야다. 물론 위의 연구에서 다룬 덧셈, 뺄셈 문제에 쓰는 추상적인 전략이 전반적인 수학 능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아직은 미지수이므로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는 몇 가지 가설이 있다. 예를 들어,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틀리기 싫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확실한 방법을 택한다는 것이다. 반면, 남학생은 경쟁심이 강해서 다른 아이보다 더 빨리 답을 내려고 한다. 저학년 때는 답이 많이 틀리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훈련이 되기 때문에 나중에는 유리해질 수 있다.

    예전에 바둑 학원을 운영하는 분에게서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남자애들은 시합 붙이기가 쉬워요. 두 명에게 가서 각각 ‘쟤가 너쯤은 쉽게 이긴다던데?’라고 하기만 하면 발끈해서 서로 치열하게 바둑을 둬요. 그런데 여자애들은 둘이 붙여 놓아도 금방 너무 친해져서 수다 떨면서 즐겁게 놀아요.”

    만약 남녀의 성향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 교육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연구에서 남학생처럼 추상적인 전략을 쓰는 여학생의 성취는 남학생과 차이가 없었다. 차이를 만들어 낸 건 지능 같은 능력이 아니라 전략을 택하는 성향이었다. 그렇다면 성급하고 무모하기만 한 남학생에게는 침착함과 끈기를 가르치고, 성실하지만 판에 박힌 대로만 푸는 여학생에게는 대담한 시도를 권장하면 최선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참고 문헌

    Fennema, E., Carpenter, T., Jacobs, V., Franker, M., Levi, L. (1998), “A Longitudinal Study of Gender Differences in Young Children’s Mathematical Thinking,” Educational Researcher, June 1.

    Bailey, D., Littlefield, A., Geary, D. (2012), “The Co-Development of Skill at and Preference for Use of Retrieval-Based Processes for Solving Addition Problems: Individual and Sex Differences from First to Sixth Grade,” Journal of Experimental Child Psychology, 113(1), 78-90.

    Pernille, B., Sunde, P., Sayers, J. (2019), “Sex differences in mental strategies for single-digit addition in the first years of school,” Educational Psychology, June 10.


    고호관

    대학에서 건축과 과학사를 공부했다. 《과학동아》 기자, 《수학동아》 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 과학 저술가이자 SF 작가 또는 번역자로 활동 중이다. 『우주로 가는 문 달』을 썼고,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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