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오르페우스의 비극과 오르페우스교('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버렸으니 책임져!')

ㅋㅋ1~2년 전에 엄청 흥했던 영상이라던데,
디오니소스 포스팅을 보고 이웃 YP님이
알려주셨어요 ㅋㅋㅋ

만화 '올림포스 가디언' 중 부분입니다 ㅋㅋㅋ
샤이니를 비롯해 패러디 영상도 나오고
웃겨서 엄청 이슈가 됐었대요.



디오니소스 :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버렸으니 책임져
오르페우스 : 네 알겠습니다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ㅋㅋ영상보고 한참 웃었네요 ㅋㅋ
아무튼 영상 속 디오니소스 신과 
최고의 음유시인 오르페우스의 케미가
너무 즐거웠는데요,

사실 이 두 사람은 참 다른 듯 닮은 듯
인연이 많아요.


디오니소스와 아폴론


지난 바카날리아 편에서 봤던 그림이예요.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Nicolas Poussin, The Triumph of Bacchus, 1636, Nelson-Atkins Museum of Art, 출처 : 위키

술에 취해 흥청망청 춤추는 사람들 
상태를 보면 아시겠지만,
사실 이는 축제의 끝무렵입니다.

여명과 함께 산에서 날아오르는 한 사람
을 보고 알 수 있죠.

황금마차를 타고,
머리에서 빛이나는 금발머리의 꽃미남.
바로 태양의 신, 아폴론입니다.

태양의 아폴론이 동쪽 산에서 날아오르고,
날이 밝아오고 있죠.
디오니소스 축제는 주로 밤에 열려요.

아폴론의 등장이 
디오니소스의 밤을 마치는 것처럼,
둘은 뭔가 대비되는 면이 있어요.



아폴론을 담당하고 있다보니,
이성적이고 금욕적인 면을,

디오니소스을 지배하고,
감성적, 충동적이고, 본능적입니다.



그래서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상반되는 문화 예술의 두 가지 경향을
'아폴론적인 것'와 '디오니소스적인 것'으로
나누기도 했어요.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밤새 흥청망청 놀던 우리는
이른 아침 아폴론의 완벽한 모습을 보고,
퍼뜩 정신을 차리고 일터로 돌아가곤합니다.

오르페우스의 비극

낮의 아폴론과 밤의 디오니소스,
둘 사이에서 괜시리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이가 있어요.

바로 위 만화에 등장했던 전설적인 음유시인
오르페우스 Orpheus

신화에 관심있으셨던 분이라면
죽은 아내 에우리뒤케를
구하기 위해 저승까지 내려가서
리라 연주로 하데스의 마음을 돌리고
죽은 아내를 부활시킬뻔했던 오르페우스
기억하실거예요.


혹시 못보신 분은 제 포스팅 참조.

썸네일 그림이 바로 
저승의 왕과 왕비의 허락을 맡고,
에우리디케를 데려가는 오르페우스입니다.


그렇게 부부는 저승을 빠져나옵니다.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John Roddam Spencer Stanhope, Orpheus and Eurydice on the Banks of the Styx, 1878, 개인소장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동전을 내미는 오르페우스.
손이 향한 방향에서 저승 뱃사공
카론 할배가 열심히 노를 저어오고 있죠.

카론의 배를 타고 스틱스 강을 건너,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Edward Poynter, Orpheus and Eurydice, 1862,

뱀들이 득실거리는 험난한 저승길을 
에우리디케의 손을 꼭 잡고 오르는 오르페우스.

그가 죽은 아내를 다시 살리는 대신
하데스가 내건 유일한 조건은,
지상에 도달할 때까지 절대
뒤에 따라오는 에우리디케를 돌아봐서는
안된다는 것.


그렇게 쉬운 단 한가지..

험난하고 먼 여정을 걸어오면서도
잘 참았던 마음이 
지상 입구에서 느슨해졌던걸까요..

고지를 코앞에 두고,
그는 사랑하는 아내가 걱정되어 돌아다보았고,
그대로 그녀는 다시 하데스의 세계로
멀어져갑니다.....ㅜㅜ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Charles Ricketts, Orpheus and Eurydice, 1922,http://www.leicestergalleries.com/19th-20th-century-paintings/d/symbolism/charles-de-sousy-ricketts/10235

뒤늦게 하늘에 애원하는듯 한 오르페우스.
희망도 잠시 다시 저승으로 끌려가야하는
에우리디케의 절망적인 표정.


그리고,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날개모자의 케리케이온 지팡이의 이분은
죽은 이를 저승으로 안내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죠.
다크서클 가득 내려온 저 표정에서
온갖 욕이 다 느껴지네요 ㅋㅋㅋㅋㅋ
'저, 바보같은 OOOO자식..
궁시렁 궁시렁...'

정말 보는 사람도
쌍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예요 ㅠㅠ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ㅠㅠ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Christian Gottlieb Kratzenstein, Orpheus and Eurydice, 1806, Ny Carlsberg Glyptotek, Copenhagen

그렇게 오르페우스는 다시 
사랑했던 그녀를 어둠속으로 보냅니다.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Catherine Adelaine Sparkes, Orpheus and Euridice, 19세기,https://www.pinterest.co.kr/pin/97671885645233844/

저 눈빛 좀 보세요 ㅜㅜ

아래 그림은 현대작가Sarah Folkman이 그린 '오르페우스'인데요,
또 다시 아내를 잃은 그의 감정이
너무 잘 느껴져서 가지고 왔어요.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Sarah Folkman, 2014, https://www.artspan.com/member-bio/2307499-11392/sarah-folkman.html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지하세계를 향해
끝없이 자신을 자책하는
후회어린 슬픔만이 가득 느껴집니다.



그렇게 슬픔에 빠져 여생을 지내는 오르페우스는
이후 어떤 여자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아요.

(대신 동성애로 흘렀다는 이야기도 있구요,
이렇게되면 노국대장공주가 죽은 이후,공민왕;;;;)


그는 그렇게 여성을 멀리하는
금욕적인 생활을 하며
이성적인 신, 아폴론을 기리며
리라연주를 하며 지냅니다.


그런 그의 마지막에 대해선 
많은 설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광기에 어린
트라키아의 디오니소스 숭배 여인들
그에게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라고 하자,
그는 아폴론만을 숭배한다고 했고,
분노한 그녀들이 그의 머리와
사지를 찢어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Gregorio Lazzarini, Orpheus and the Bacchantes, 1710

디오니소스를 기리키위한 포도덩굴 지팡이를
여인들이 지팡이와 바이올린으로
그를 죽일듯이 때리고 있네요.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Emile Jean Baptiste Philippe Bin, The Death of Orpheus, 1874

역시 오른쪽 상단 핑크빛 티르수스를 든
디오니소스 석상 앞에서
포도덩굴과 표범 가죽을 두른 마이나스들이
낫과 창으로 오르페우스를 공격합니다.
살인 중에도 미소띤 광기가 소름돋네요.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Copyright © 1997 Carlos Parada and Maicar Förlag., http://www.maicar.com/GML/000Iconography/Orpheus/slides/lieborf06.html

여기도 역시 쓰러진 오르페우스를
둘러싼 그녀들의 차림새에서
디오니소스 무리임을 알 수 있죠.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Émile Lévy, Death of Orpheus, 1866

이 그림은 가장 마음에 남았던 그림인데요,
거의 환각 상태로 보이는 반미친 상태의 그녀들이
뱀, 표범 등과 함께 살기에 어려있고,
오르페우스가 그녀들에게 잡혀 쓰러져있는데,
오르페우스 표정 좀 보세요.... ㅜㅜ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손톱이 목을 할켜 피가 흐르고 있는
급박한 상황에도
삶의 모든 의지를 잃은,
오직 슬픔뿐인 표정.

어쩌면 오르페우스는 하루빨리
에루리디케의 곁으로 가기만을
하루하루 바라면서 살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래 두 작품은
그가 죽은 뒤 님프들이
강에 떠내려오는 그의 머리와
리라를 발견하는 장면입니다.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Gustave Moreau, Thracian Girl Carrying the Head of Orpheus on His Lyre, 1865, Musée d'Orsay, 출처위키(이하동일)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

John William Waterhouse, Nymphs Finding the Head of Orpheus, 1900

살아 생전 아름다운 연주로 
그녀들을 행복하게 해주던 오르페우스는
그렇게 끔찍한 종말을 맞고야 말았습니다.


오르페우스 신앙의 탄생 

오르페우스의 죽음 이후,
어느 순간부터 그를 추앙하는 무리가
점점 퍼져나갔습니다.
이른바 오르페우스 신앙,
오르페우스 밀교(비교)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이들은 저승에갔다 살아돌아온
몇 안되는 인간이자,
죽은 사람을 살릴뻔 했던 오르페우스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신앙이예요.

그는 하데스로부터 '생명'의 약속을 얻었지만,
이를 '망각'함으로써 '죽음'으로 떨어졌죠.
그래서 '기억'과 '역사'가 그들에게 중요합니다.

또한
오르페우스 신앙은
근본적으로
신과 인간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들은 영혼과 육체를 별개로,
영혼은 불멸의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신과 달리 인간은 이러한 육체의 감옥속에
영혼이 갇혀있는거죠.

이들은
불교와 유사하게 영혼이
윤회한다고 믿어요.

고통스러운 윤회의 수레바퀴를 끊고 
감옥인 육체를 탈피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육체적이고 본능적인
모든 것들을 억제
해요.

마치 저승에 다녀온 이후의 오르페우스처럼요.
금욕적인 생활을 하고,
육식을 멀리하고
채식을 하면서,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러한 규칙을 '망각'함으로써
'죽음'에 떨어진
오르페우스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매일 이를 '
기억'하고
꾸준히 '영혼의 구원'과 '생명'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거죠.

이런
금욕적인 영혼 구원에 대한 사상은
훗날 기독교가 유럽세계에 퍼지는 과정에서
가교 역할
을 했다고 보기도 합니다.


금욕적이고 이성적인 아폴론의 세계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디오니소스의 세계.

결국 디오니소스의 세계에 속하면서 생을 누리던
오르페우스는 그를 거부했다 죽음을 당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르페우스의 아버지로 거론되는 두 사람이,

하나는 트라키아 왕
오이아그로스
디오니소스를 돕고 숭배하던 사람,

또 다른 하나는
디오니소스의 반대편에 선
아폴론이예요.
그의 리라 연주 실력은 음악의 신이기도 한,
아버지덕분이라는 얘기도있죠.

그는 누구의 아들이었을까요?


오르페우스교의 디오니소스 숭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오르페우스 비교를 믿는 이들이
 오르페우스 외에 함께 숭배하는 이가 바로
디오니소스입니다.


이해가안되시죠?
금욕주의를 지향하는 이들이
술과 광기의 신이라니...


다만 이들이 숭배하는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이 아니예요.


지난 바카날리아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디오니소스의 탄생 두번째 설 기억하시나요?

디오니소스는 원래
제우스와 페르세포네의 아들로
자그레우스라는 이름을 받았는데,

이를 질투한 헤라의 사주로
거인족 티탄들이 아기였던 자그레우스를
찢어죽이고 그 고기를 먹었고,

분노한 제우스가 번개를 내려
티탄들과 아기 시체가 함께 불타죽었는데,
그 재에서 인간이 탄생했다는 것.

나중에 디오니소스는
자그레우스의 시체 중 남아있던 심장 부분을
세멜레의 몸 속에 넣어 다시 태어난 존재였어요.

오르페우스 교 신자들은
이 탄생설화에 기초에서
인간의 내면에는
티탄의 잔인성과
아기 자그레우스의 순수함이 함께 있고,

우리는 금욕을 통해
내면에 남은 티탄의 잔인성을 죽임으로써
자그레우스의 순수함을 회복해
영혼의 구원으로 갈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그들은 그러한
순수함의 상징,
아기 자그레우스로서의
디오니소스를 숭배하고 기린답니다.


ㅋㅋㅋ별 의미없이 보이던 만화영화 속 대사도
이젠 흥미롭게 들리네요.

디오니소스 입장에선 갑자기
금욕주의자로 돌변해버린 오르페우스에게
충분히 날릴 수 있는 대사 ㅋㅋ

오르페우스 디오니소스 - oleupe-useu dionisos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