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트 로고 의미 - palibageteu logo ui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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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12-13 14:28 지면 : 2018-12-14 21면

파리바게트 로고 의미 - palibageteu logo uimi
<파리바게뜨 매장>

SPC그룹의 파리바게뜨가 지난해 추진했다 전면 유보한 브랜드아이덴티티(BI) 교체에 나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최근 직영점과 리뉴얼을 단행하는 가맹점을 중심으로 변경된 BI로 간판을 변경하고 있다. 당초 파리바게뜨는 브랜드 이미지가 노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BI교체를 추진했다. 지난해 초 서울 양재동 SPC그룹 본사 앞 매장과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 매장 등 직영점 2곳에 새 BI를 시범적용한 뒤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전국 매장에 적용할 방침이었으나 외부의 시선과 업계 상황을 고려해 중단한 바 있다.

브랜드 이미지가 노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새 BI 적용을 시작했다는 관측이다. 다만 전 점포 일괄 적용이 아닌 직영점에 우선 적용하고 향후 매장의 신규 오픈 및 인테리어 리뉴얼 시에 새로운 BI를 적용시키면서 점주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획일적 변경이 아닌 매장이 위치한 상권과 특색에 맞춘 다양한 형태로 BI를 적용키로 한 것도 특징이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2014년부터 BI 교체를 검토해왔다. 2015년 12월에 오픈한 파리바게뜨 마켓점에 변경된 색상과 에펠탑이 제외된 간판 디자인을 사용해왔다. 둥근 응용 로고의 경우 2014년 프랑스 매장을 시작으로 미국 등 해외 매장에서 테스트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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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파리바게뜨 기존 BI, (오)새롭게 변경된 BI>

새 BI는 그동안 파리바게뜨를 상징하던 에펠탑과 영문 파리(PARIS)가 빠지고 바게뜨의 이니셜 'B'만 적용됐다. 'B'를 중심으로 상단에는 브랜드명 파리 바게뜨 영문이, 하단에는 프랑스어로 빵 가게, 빵집을 뜻하는 '불랑제리'(Boulangerie)가 영문으로 위치해 둥근 원 형태를 띄고 있다. 해당 BI는 일부 제품 포장지와 종이 가방, 스티커 등에 시범적으로 적용돼 왔다. 간판 색깔도 파리바게뜨를 상징했던 파란색 바탕이 아닌 짙은 회색에 하얀색 글씨를 적용해 깔끔한 이미지를 살렸다.

SPC그룹 관계자는 “직영점과 리뉴얼을 하는 가맹점포에 우선적으로 해당 BI로 간판을 변경하고 있다”며 “단일 BI가 아닌 해당 상권에 맞춘 다양한 콘셉트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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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三星) 마크에는 왜 별이 없을까요?

파리바게뜨는 왜 에펠탑이 안보일까요?”

기업 상징물의 변화를 보면 기업의 성장이 보입니다. 기업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고객에게 새롭게 전하고자 하는 자신들의 메시지 또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기업의 상징물이 리뉴얼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사례는 사업규모의 변화입니다. 기업마다 각 체급에 맞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에 맞게 기업의 모습도 변해야 하죠. 이미 대형 마트 규모가 됐는데 아직도 동네 슈퍼의 모습을 하는 기업은 고객들이 혼란스러워할 것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듯 회사도 자신의 자리와 위치에 맞는 모습으로 변해야 합니다.

물론 그 변화의 정도는 기업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기업은 얼굴 전체를 성형한 듯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초등학교 동창을 만난 것처럼 변신을 하기도 하고요. 또 어떤 기업은 화장법만 살짝 바꾸거나 머리스타일만 약간 변화를 준 경우도 있습니다. 또 다른 경우는 이전보다 더 나아진 것 같은데 변화를 알아채지 못할 만큼 리뉴얼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류기업 중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대부분 가장 후자의 변화를 추구합니다. 인간처럼 진화해가듯 언뜻 보이지 않지만 궁극적으로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상징물들 또한 그런 변화의 느낌을 줍니다.

눈에 띄는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변화를 보이고, 형태와 색상은 더 단순해집니다. 역설적으로 그럴수록 더 넓고 깊은 의미와 가치를 품을 수 있는 상징이 됩니다. 모든 기업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오랜 생명력을 가진 기업들이 이런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더 단순해질수록, 덜 표현할수록 커지는 포용력

그 기업 중 하나인 삼성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삼성은 ‘별(星)이 세 개(三)’라는 다소 노골적인 사명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반영해 별 세 개가 결합한 모양의 상징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이름 그대로 3가지의 별, 세 개의 꿈을 꾸는 회사였습니다. 그러다가 초일류, 글로벌 경영을 선언한 '1993년 삼성 신경영'을 통해 기업 상징에도 급격한 변화가 생깁니다. 선언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어야 하니까요. 이를 위해 지구와 우주를 연상시키는 타원 모양의 ‘오벌 마크’가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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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인>

그 후 마크 모양만큼이나 혁신을 성실히 실천한 삼성은 목표한 글로벌 기업의 꿈을 이룹니다. 당시 세계 최대의 전자회사인 소니를 제치고, 휴대폰에서는 갤럭시가 아이폰과 함께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삼성은 글로벌의 메시지를 담은 타원의 모양을 걷어내고, 고딕 계열의 문자형 마크만을 남겼습니다.

더 이상 글로벌이라는 이미지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전 세계인들이 알 만큼 유명한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글로벌 삼성'이 아니라 ’SAMSUNG’ 그 자체가 기업의 상징이 됐습니다. 특정한 형상이 아닌 문자로만 이루어진 마크로 변환 상징은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고 큰 가치를 담을 수 있는 기업으로 변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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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인>

파리바게뜨는 제빵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파리를 상징하기 위해 론칭 초기부터 에펠탑 모양의 상징을 결합해 쓰고 있었습니다. 당연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 파리의 가장 강력한 상징은 곧 에펠탑이니까요. 바게트 같은 빵을 표현하는 것보다는 파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를 통해 브랜드가 가진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 선택이었겠죠.

그런데 재미있는 건 모회사인 SPC그룹 계열의 브랜드인 파리크라상은 처음부터 파리나 빵의 이미지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추상적 로고를 써왔습니다. 이미 파리바게뜨에서 써 온 상징인 에펠탑은 쓸 수가 없었겠죠. 파리바게뜨보다는 한 단계 높은 가격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파리 크로와상은 파리바게뜨가 쓰는 에펠탑이라는 상징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색상 사용에서도 다소 차분하고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레드와인계열의 색상을 사용합니다. 같은 그룹의 브랜드이고 파리라는 이름까지 공유하고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전혀 다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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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인>

파리바게뜨는 지난 2018년 12월, 그동안 썼던 에펠탑이라는 상징을 뺀 채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새로 정립했습니다. 이미 파리바게뜨는 국내 독보적인 1위 제과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만큼 더 이상 파리도 에펠탑도 고객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없어진 걸로 예상됩니다. 파리라는 이름을 가졌을 뿐 프랑스식 빵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종류의 빵과 음료까지 판매하고 있으니 납득이 가는 변화로 보입니다. 이제 더 이상 파리라는 특정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냥 'PARIS BAGUETTE'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에펠탑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아마도 굳이 에펠탑이라는 시각적 장치가 없었더라도 사람들은 '파리'라는 이름을 내뱉는 순간부터 머릿속에 에펠탑의 형상을 떠올렸을지도 모릅니다. 에펠탑이 빠졌다고 그리 허전해 보이진 않더군요. 그 빠진 자리를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들로 매장을 꽉꽉 채우고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삼성과 파리바게뜨의 사례처럼 기업의 정신, 성장성, 가치 변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눈에 보이게 드러내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걸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일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리뉴얼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변한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연인처럼 고객들은 답답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처럼 마음으로만 품지 않고, 리뉴얼이라는 표현을 통해 브랜드의 마음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활동은 고객에게 믿음을 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변화의 정도를 결정하는 일이죠. 너무 변해서 낯설어도 안 좋고 하나도 변한 느낌이 없어 하나마나한 리뉴얼은 곤란합니다. 지금까지 가져온 것들과 앞으로 가져가야 할 것들의 맥락을 연결한, 수긍이 가는 변화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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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인>

그런 점에서 위에서 살펴본 삼성이나 파리바게뜨의 사례는 이유 있고 적당한 변화의 정석처럼 보입니다. 기업의 덩치가 커질수록 반대로 시각적인 요소들을 줄이고 단순해졌습니다. 더 크게 열린 미래와 잠재적 성장성이 느껴지는 아이덴티티 구축해왔습니다. 이러한 '전략의 가시화'는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