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시 모음 - suhag si mo-eum

<차라리 0이 되자>

수없는 미분속에
마음이 상해갈 땐
차라리 0이되자

미분되도 잃을게 없고
있지만 없는것인
0이되어 잠시 쉬어가자

마음이 안정되고
입가에 미소가 필 때 쯤이면
조금씩 적분하자

적분상수를 고를 수 있다는
황홀한 자유속에
신나게 적분하자

미분과 적분이 공존함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가

수없는 미분속에
내마음 흔들릴 땐
잠시 0이되어보자 

<결국은 다 사인함수>

인생은 사인함수
누구의 인생은 코사인이라지만 
그것 역시 사인함수

누가 따졌다
누구의 인생은 탄젠트가 아니냐고
오르기만 하는 인생이 어디있더냐
인생은 결국 사인함수

누구네는 저 위에서 요동치고
어떤 이는 저만치 멀리서 따라오는 것 같지만
결국은 평행이동
인생은 역시 사인함수

불규칙해 보이는 굴곡진 삶이라 느꼈지만
돌아보면 반복 뿐

아! 나도 신처럼 내 인생을 굽어볼 수 있었다면...
왜 그리도 지난 날 들에 눈물 짓고 환호 했었나
기다리면 됐었는데 기다리면 됐었는데
어차피 고요해질 걸

하지만 이제 알았네 
인생은 사인함수

그 작은 깨달음에
모든 것이 달리 보이네
오늘은 잠들 수 있겠네
인생은 사인함수라며 

<벡터사랑>

당신과 나는 너무도 달라요
그래요 우린 일차독립이예요
제가 어떤 실수배를 하더라도
당신일 순 없겠죠

사랑이란건 같은 데를 바라보는 거라던데
어쩌죠
우린 일차독립인데

그런데요 (웃음)
우린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기억나요?
우리의 일차결합으로 
어떤 곳도 갈 수 있어요

이런 사실에 난 너무 기뻣어요
그래서 바로 전화했어요
듣고있죠?

같은곳을 바라봐야 할 
필요는 없어요
평행한 두 벡터는 직선만을 생성할 뿐이죠
우린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감사해요 
우리가 다르다는 사실에

<출처 : 수학교사까페>

명시문학전문학원

김영랑 시 모음 - 한재영교수의 마음을 다스리는 문학수학전문학원입니다.

수학 시 모음 - suhag si mo-eum

김영랑 시모음

가늘한 내음- 김영랑

내 가슴속에 가늘한 마음

애끈히 떠도는 내음

저녁해 고요히 지는 제

-산허리에 슬리는 보랏빛

! 그 수심 뜬 보랏빛

내가 잃은 마음의 그림자

한 이틀 정열에 뚝뚝 떨어진 모란의

깃든 향취가 이 가슴 놓고갔을 줄이야

얼결에 여읜 봄 흐르는 마음

헛되이 찾으려 허덕이는 날

뻘 우에 철석 갯물이 놓이듯

얼컥 이-는 홋근한 마음

! 홋근한 내음 내키다마는

서어한 가슴에 그늘이 도나니

수심뜨고 애끈하고 고요하기

산허리에 슬리는 저녁 보랏빛

가야금김영랑

북으로

북으로

울고 간다 기러기

남방의

대숲 밑

뉘 휘여 날켰느뇨

앞서고 뒤섰다

어지럴 리 없으나

가냘픈 실오라기

네 목숨이 조매로아

강물 김영랑

잠자리가 설워서 일어났소

꿈이 고웁지 못해 눈을 떳소

베개에 차단히 눈물은 젖었는디

흐르다 못해 한 방울 애끈히 고이였소

꿈에 본 강물이라 몹시 보고 싶었소

무럭무럭 김오르며 내리는 강물

언덕을 혼자서 거니노라니

물오리 갈매기도 끼륵끼륵

강물은 철철 흘러가면서

아심찮이 그 꿈도 떠싣고 갔소

꿈이 아닌 생시 가진 설움도

자꾸 강물은 떠싣고 갔소

강선대(降仙臺) - 김영랑

강선대 돌비늘 끝에

하잔한 인간 하나

그는 버-

불타오르는 호수에 뛰어내려서

제 몸 사뤘더라면 좋았을 인간

이제 몇 해뇨

그 황홀 만나도 이 몸 선뜻 못 내던지고

그 찬란 보고도 노래는 영영 못 부른 채

젖어드는 물결과 싸우다 넘기고

시달린 마음이라 더러 눈물 맺었네

강선대 돌비늘 끝에 벌써

불사뤘어야 좋았을 인간

거문고김영랑

검은 벽에 기대선 채로

해가 스무번 바뀌었는데

麒麟은 영영 울지를 못한다

그 가슴을 퉁 흔들고 간 노인의 손

지금 어느 끝없는 향연에 높이 앉았으려니

땅 우의 외론 기린이야 하마 잊어졌을라

바깥은 거친 들 이리떼만 몰려다니고

사람인 양 꾸민 잔나비떼들 쏘다니어

내 기린은 맘둘 곳 몸둘 곳 없어지다

문 아주 굳이 닫고 벽에 기대선 채

해가 또 한번 바뀌거늘

이 밤도 내 기린은 맘놓고 울들 못한다

그 밖에 더 아실 이 - 김영랑

그 밖에 더 아실 이 안 계실거나

그이의 젖은 옷깃 눈물이라고

빛나는 별 아래 애닯은 입김이

이슬로 맺히고 맺히었음을

그 색시 서럽다 - 김영랑

그 색시 서럽다 그 얼굴 그 동자가

가을 하늘가에 도는 바람슷긴 구름조각

핼슥하고 서느라워 어데로 떠갔으랴

그 색시 서럽다 옛날의 옛날의

그대는 호령도 하실 만하다김영랑

창랑에 잠방거리는 섬들을 길러

그대는 탈도 없이 태연스럽다

마음을 휩쓸고 목숨 앗아간

간밤 풍랑도 가소롭구나

아침 날빛에 돛 높이 달고

청산아 봐란 듯 떠나가는 배

바람은 차고 물결은 치고

그대는 호령도 하실 만하다

금호강김영랑

언제부터

응 그래 저 수백리를

맥맥히 이어받고 이어가는 도란 물결소리

슬픈 魚族 거슬러 행렬하는 강

차라이 아쉬움에

내 후련한 연륜과 함께

맛보듯 구수한 이야기 잊고

어드맬 흘러갈 금호강

여기 해뜨는 아침이 있었다

계절풍과 더불어 꽃피는 봄이 있었다

교교히 달빛 어린 가을이 있었다.

이 나룻가에서

내가 몸을 따루며 살았다.

물소리를 듣고 잠들었다.

오랜 오늘

근이는 대학을 들고

수방우와 그리고 선이가 죽었다는

소문이 도시 믿어지지 않은,

이 나룻가

오릇한 위치에 내 홀로 서면,

지금은 어느 어머니가 된

눈맵시 아름다운 연인의 이름이,

아직도 입술에 맵돌아

사라지지 않고,

이 나룻가 물을 마시고 받은

내 청춘의 상처

- 나의 병아

꿈밭에 봄마음김영랑

구비진 돌담을 돌아서 돌아서

달이 흐른다 놀이 흐른다

하이얀 그림자

은실을 즈르르 몰아서

꿈밭에 봄마음 가고가고 또 간다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낮의 소란소리김영랑

거나한 낮의 소란소리 풍겼는디

금시 퇴락하는 양

묵은 벽지의 내음 그윽하고

저쯤 예사 걸려 있을 희멀끔한 달

한자락 펴진 구름도 못 말아놓은 바람이어니

묵근히 옮겨딛는 밤의 검은 발짓만

고되인 넋을 짓밟누나

! 몇날을 더 몇날을

뛰어본 다리 날아본 다리

허잔한 풍경을 안고 고요히 선다

내 마음을 아실 이김영랑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냐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

!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내 옛날 온 꿈이 김영랑

내 옛날 온 꿈이 모조리 실리어간

하늘가 닿는 데 기쁨이 사신가

고요히 사라지는 구름을 바래자

헛되나 마음가는 그곳뿐이라

눈물을 삼키며 기쁨을 찾노란다

허공은 저리도 한없이 푸르름을

엎디어 눈물로 땅 우에 새기자

하늘가 닿는 데 기쁨이 사신다

내 훗진 노래김영랑

그대 내 홋진 노래를 들으실까

꽃은 까득 피고 벌떼 닝닝거리고

그대 내 그늘 없는 소리를 들으실까

안개 자욱히 푸른 골을 다 덮었네

그대 내 흥 안 이는 노래를 들으실까

봄물결은 왜 이는지 출렁거린디

내 소리는 꿰벗어 봄철이 실타리

호젓한 소리 가다가는 씁쓸한 소리

어슨 달밤 빨간 동백꽃 쥐어따서

마음씨 냥 꽁꽁 주물러버리네

노래 김영랑

눈물에 실려가면 산길로 칠십리

돌아보니 찬바람 무덤에 몰리네

서울이 천리로다 멀기도 하련만

문물에 실려가면 한걸음 한걸음

뱃장 우에 부은 발 쉬일까보다

달빛으로 눈물을 말리까보다

고요한 바다 우로 노래가 떠간다

설움도 부끄러워 노래가 노래가

눈물 속 빛나는 보람김영랑

눈물 속 빛나는 보람과 웃음 속 어둔 슬픔은

오직 가을 하늘에 떠도는 구름

다만 후젓하고 줄데없는 마음만 예나 이제나

외론 밤 바람슷긴 찬 별을 보았습니다

뉘 눈결에 쏘이었소김영랑

뉘 눈결에 쏘이었소

온통 수줍어진 저 하늘빛

담 안에 복숭아꽃이 붉고

밖에 봄은 벌써 재앙스럽소

꾀꼬리 단둘이 단둘이로다

빈 골짝도 부끄러워

혼란스런 노래로 흰구름 피어올리나

그 속에 든 꿈이 더 재앙스럽소

님 두시고김영랑

님 두시고 가는 길의 애끈한 마음이여

한숨쉬면 꺼질 듯한 조매로운 꿈길이여

이 밤은 캄캄한 어느 뉘 시골인가

이슬같이 고인 눈물을 손끝으로 깨치나니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김영랑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이길래

내 숨결 가부엽게 실어보냈지

하늘가를 스치고 휘도는 바람

어이면 한숨만 몰아다주오

- 김영랑

사개를 인 고풍의 툇마루에 없는 듯이 앉아

아직 떠오를 기척도 없는 달을 기둘린다

아무런 생각 없이

아무런 뜻 없이

이제 저 감나무 그림자가

사뿐 한치씩 옮아오고

이 마루 우에 빛깔의 방석이

보시시 깔리우면

나는 내 하나인 외론 벗

가냘픈 내 그림자와

말없이 몸짓없이 서로 맞대고 있으려니

이 밤 옮기는 발짓이나 들려오리라

독을 차고- 김영랑

내 가슴에 독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 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 안 차고 살어도 머지않아 너 나마저 가 버리면

억만 세대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자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한듸!"

독은 차서 무엇 하느냐고?

!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듸!"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어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혼 건지기 위하여.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두견김영랑

울어 피를 뱉고 뱉은 피 도로 삼켜

평생을 원한과 슬픔에 지친 작은 새

너는 너른 세상에 설움을 피로 새기려 오고

네 눈물은 수천세월을 끊임없이 흐려놓았다

여기는 먼 남쪽땅 너 쫓겨 숨음직한 외딴 곳

달빛 너무도 황홀하여 후젓한 이 새벽을

송기한 네 울음 천길바다 밑 고기를 놀래고

하늘가 어린 별들 버르르 떨리겠고나

몇 해라 이 삼경에 빙빙 도-는 눈물을

슷지는 못하고 고인 그대로 흘리었노니

서럽고 외롭고 여윈 이 몸은

퍼붓는 네 술잔에 그만 진을 껶으니

무섬증 드는 이 새벽까지 울리는 저승의 노래

저기 밑을 돌아다가는 죽음의 자랑찬 소리여

달빛 오히려 마음 어둘 저 흰등 흐느껴 가신다

오래 시들어 파리한 마음 마조 가고지워라

비탄의 넋이 붉은 마음만 낱낱 시들피느니

짙은 봄 옥 속 춘향이 아니 죽었을라디야

옛날 왕궁을 나신 나이 어린 임금이

산골에 홀히 우시다 너를 따라 가셨더라니

고금도 마주 보이는 남쪽 바닷가 한많은 귀양길

천리망아지 얼렁소리 쇤 듯 멈추고

선비 여윈 얼굴 푸른 물에 띄웠을 제

네 한된 울음 죽음을 호려 불렀으리라

너 아니 울어도 이 세상 서럽고 쓰린 것을

이른 봄 수풀이 초록빛 들어 풀 내음새 그윽하고

가는 댓잎에 초생달 매달려 애틋한 밝은 어둠을

너 몹시 안타까워 포실거리며 훗훗 목메었으니

아니 울고는 하마 지고 없으리 오! 불행의 넋이여

우진진 진달래 와직 지우는 이 삼경의 네 울음

희미한 줄산이 살풋 물러서고

조그만 시골이 흥청 깨어진다

들꽃 - 김영랑

향내 없다고 버리실라면

내 목숨 꺾지나 말으시오

외로운 들꽃은 들가에 시들어

철없는 그이의 발끝에 조을걸

땅거미 김영랑

가을날 땅거미 아름픗한 흐름 우를

고요히 실리우다 훤뜻 스러지는 것

잊은 봄 보랏빛의 낡은 내음이뇨

임으 사라진 천리 밖의 산울림

오랜 세월 시닷긴 으스름한 파스텔

애닯은 듯한

좀 서러운 듯한

! 모두 못 돌아오는

지난날의 놓친 마음

떠날아가는 마음- 김영랑

떠날아가는 마음의 파름한 길을

꿈이런가 눈감고 헤아리려니

가슴에 선뜻 빛깔이 돌아

생각을 끊으며 눈물 고이며

마당 앞 맑은 새암 김영랑

마당 앞

맑은 새암을 들여다본다

저 깊은 땅 밑에

사로잡힌 넋 있어

언제나 머-하늘만

내어다보고 계심 같아

별이 총총한

맑은 새암을 들여다본다

저 깊은 땅속에

편히 누운 넋 있어

이 밤 그 눈 반짝이고

그의 겉몸 부르심 같아

마당 앞

맑은 새암은 내 영혼의 얼굴

망각 김영랑

걷던 걸음 멈추고 서서도 얼컥 생각키는 것 죽음이로다

그 죽음이사 서른살 적에 벌써 다 잊어버리고 살아왔는디

왠 노릇인지 요즘 자꾸 그 죽음 바로 닥쳐온 듯만 싶어져

항용 주춤 서서 행길을 호기로이 行喪을 보랐고 있으니

내 가버린 뒤도 세월이야 그대로 흐르고 흘러가면 그뿐이오라

나를 안아 기르던 산천도 만년 하냥 그 모습 아름다워라

영영 가버린 날과 이 세상 아무 가겔 것 없으매

다시 찾고 부를 인들 있으랴 억만영겁이 아득할 뿐

산천이 아름다워도 노래가 고왔더라도 사랑과 예술이 쓰고 달금하여도

그저 허무한 노릇이어라 모든 산다는 것 다 허무하오라

짧은 그동안이 행복했던들 참다웠던들 무어 얼마나 다를라더냐

다 마찬가지 아니 남만 나을러냐? 다 허무하오라

그날 빛나던 두 눈 딱 감기어 명상한대도 눈물은 흐르고 허덕이다 숨 다 지면 가는 거지야

더구나 총칼 사이 헤매다 죽는 태어난 悲運의 겨레이어든

죽음이 무서웁다 새삼스레 뉘 비겁할소냐마는 비겁할소냐마는

죽는다 ---- 고만이라 ---- 이 허망한 생각 내 마음을 왜 꼭 붙잡고 놓질 않느냐

망각하자 ---- 해본다 지난날을 아니라 닥쳐오는 내 죽움을

! 죽음도 망각할 수 있는 것이라면

허나 어디 죽음이사 망각해질 수 있는 것이냐

길고 먼 世紀는 그 죽은 다 망각하였지만

클릭하시면 처음으로 갑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서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묘비명 - 김영랑

생전에 이다지 외로운 사람

어이해 뫼 아래 돌 세우오

초조론 길손의 한숨이라도

헤어진 고총에 자주 떠오리

날마다 외롭다 가고 말 사람

그래도 뫼 아래 돌 세우리

외롭건 내 곁에 쉬시다 가라

되는 한마디 삭이실란가

무너진 성터김영랑

무너진 성터에 바람이 세나니

가을은 쓸쓸한 맛뿐이구려

희끗희끗 산국화 나부끼면서

가을은 애닯다 속삭이느뇨

물 보면 흐르고 김영랑

물 보면 흐르고

별 보면 또렷한

마음이 어이면 늙으뇨

흰날에 한숨만

끝없이 떠돌던

시절이 가엾고 멀어라

안쓰런 눈물에 안겨

흩은 잎 쌓인 곳에 빗방울 듣듯

느낌은 후줄근히 흘러흘러가건만

그 밤을 홀히 앉으면

무심코 야윈 볼도 만져보느니

시들고 못 피인 꽃 어서 떨어지거라

물소리김영랑

바람따라 가지오고 멀어지는 물소리

아주 바람같이 쉬는 적도 있었으면

흐름도 가득 찰랑 흐르다가

더러는 그림같이 머물렀다 흘러보지

밤도 산골 쓸쓸하이 이 한밤 쉬어가지

어느 뉘 꿈에 든 셈 소리 없든 못할소냐

새벽 잠결에 언뜻 들리어

내 무건 머리 선뜻 씻기우느니

황금소반에 구슬이 굴렀다

오 그립고 향미론 소리야

물아 거기 좀 멈췄으라 나는 그윽히

저 창공의 銀河萬年을 헤아려보노니

클릭하시면 처음으로 갑니다

미움이란 말 - 김영랑

미움이란 말 속에 보기 싫은 아픔

미움이란 말 속에 하잔한 뉘침

그러나 그 말씀 씹히고 씹힐 때

한 꺼풀 넘치어 흐르는 눈물...

바다로 가자 김영랑

바다로 가자 큰 바다로 가자

우리 인젠 큰 하늘과 넓은 바다를 마음대로 가졌노라

하늘이 바다요 바다가 하늘이라

바다 하늘 모두 다 가졌노라

옳다 그리하여 가슴이 뻐근치야

우리 모두 다 가자꾸나 큰 바다로 가자꾸나

우리는 바다 없이 살았지야 숨막히고 살았지야

그리하여 쪼여들고 울고불고 하였지야

바다 없는 항구 속에 사로잡힌 몸은

살이 터져나고 뼈 튀겨나고 넋이 흩어지고

하마터면 아주 꺼꾸러져버릴 것을

! 바다가 터지도다 큰 바다가 터지도다

쪽배 타면 제주야 가고오고

獨木船 倭섬이사 갔다왔지

허나 그게 바다러냐

건너뛰는 실개천이라

우리 삼년 걸려도 큰 배를 짓자꾸나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우리 큰 배 타고 떠나가자꾸나

창랑을 헤치고 태풍을 걷어차고

하늘과 맞닿는 저 수평선 뚫으리라

큰 호통 하고 떠나가자꾸나

바다 없는 항구에 사로잡힌 마음들아

툭 털고 일어서자 바닥 네 집이라

우리들 사슬 벗은 넋이로다 풀어놓인 겨레로다

기슴엔 잔뜩 별을 안으렴아

손에 잡히는 엄마별 아가별

머리엔 끄득 보배를 이고 오렴

별아래 좍 깔린 산호요 진주라

바다로 가자 우리 큰 바다로 가자

바람에 나부끼는 갈잎김영랑

바람에 나부끼는 갈잎

여울에 희롱하는 갈잎

알만 모를만 숨쉬고 눈물맺은

내 청춘의 어느날 서러운 손짓이여

밤사람 그립고야 - 김영랑

밤사람 그립고야

말없이 걸어가는 밤사람 그립고야

보름넘은 달 그리메 마음아이 서어로아

오랜 밤을 나도 혼자 밤사람 그립고야

뵈지도 않는 입김 - 김영랑

뵈지도 않는 입김의 가는 실마리

새파란 하늘끝에 오름과 같이

대숲의 숨은 마음 기어 찾으며

삶은 오로지 바늘끝같이

- 김영랑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잡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엇모리 자진모리 휘몰아보아

이렇게 숨결이 꼭 맞아서만 이룬 일이란

인생에 흔치 않아 어려운 일 시원한 일

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 뿐

헛 때리면 萬甲이도 숨을 고쳐 쉴밖에

장단을 친다는 말이 모자라오

演唱을 살리는 반주쯤은 지나고

북은 오히려 컨닥터-

떠받는 名鼓인디 잔가락을 온통 잊으오

떡 궁! 動中靜이요 소란 속에 고요 있어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 가오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치지

불지암(佛地庵) - 김영랑

그 밤 가득한 정기는 기척없이 솟은 하얀 달빛에 모두 쓸리우고

한낮을 향미로우라 울리던 시냇물 소리마저 멀고 그윽하여

衆香의 맑은 돌에 맺은 금이슬 구을러 흐르듯

아담한 꿈 하나 여승의 호젓한 품을 애끊이 사라졌느니

천년 옛날 쫓기어간 신랑의 아들이냐 그 빛은 청초한 수미나리꽃

정녕 지름길 섯드른 흰옷 입은 고운 소년이

흡사 그 바다에서 이 바다로 고요히 떨어지는 별살같이

옆산 모롱이에 언뜻 나타나 앞골 시내로 사뿐 사라지심

승은 아까워 못 견디는 양 희미해지는 꿈만 뒤쫓았으나

끝없는지라 돌여 밝은 날의 남모를 귀한 보람을 품었을 뿐

토끼라 사슴만 뛰어보여도 반드시 기려지는 사나이 지났었느니

고운 의 거동이 있음직한 맑고 트인 날 해는 기우는제

승의 보람은 이루었느냐 가엾어라 미목청수한 젊은 선비

앞시냇물 모이는 새파란 소에 몸을 던지시니라

비는 마음 김영랑

아파 누워 혼자 비노라

이대로 가진 못하느냐

비는 마음 그래도 거짓 있나

살잔 욕심 찾아도 보나

새삼스레 있을 리 없다

힘없고 느릿한 핏줄 하나

! 그저 이슬같이

예사 고요히 지려무나

저기 은행잎은 떠날온다

빛깔 환히김영랑

빛깔 환히

동창에 떠오름을 기둘리신가

아흐레 어린 달이

부름도 없이 홀로 났네

月出東嶺!

팔도사람 다 맞이하소

기척없이 따르는 마음

그대나 홀히 싸안아주오

뻘은 가슴을 훤히 벗고- 김영랑

뻘은 가슴을 훤히 벗고

개풀 수줍어 고개 숙이네

한낮에 배란 놈이 저 가슴 만졌고나

뻘건 맨발로는 나도 자꾸 간지럽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