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독서감상문 - unsu joh-eun nal dogseogamsangmun

<운수 좋은 날>

                                                          김세빈

 <운수 좋은 날>은 예전에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읽은 지 오래되기도 했고 가볍게 읽어서 더 자세하고 깊게 읽고 싶어 다시 읽게 되었다. <운수 좋은 날>의 저자는 ‘현진건’이다. 그는 사실주의 작가로 치밀한 구성과 반전의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며 염상섭, 김동인과 함께 초기 사실주의 문학의 확립자로 위치를 굳혔다. 초기에는 주로 식민지 시대에 절망한 지식인들의 일상을 다뤘지만, <운수 좋은 날>을 이후로 주요인물이 노동자나 빈민으로 초점이 맞춰지면서 <운수 좋은 날>은 1920년대 사실주의 문학의 기틀을 다진 획기적인 작품으로 여겨진다.

 <운수 좋은 날>의 주요인물은 인력거꾼 ‘김첨지’로 몸 져 누워있는 아내와 젖먹이 아기가 있지만 돈이 없어 아내에게 약 한 첩 사주지 못한다. 운수 좋은 그날, 아내는 김첨지에게 오늘은 나가지 말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김첨지는 거칠게 말을 뱉으며 무시하고 인력거를 끌며 나간다. 겨울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 웬일인지 손님이 끊이질 않고 지금껏 만져보지도 못한 큰돈을 만지게 되면서 불안한 마음을 떨치며 친구와 술집에 간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김첨지가 친구와 술을 마시며 호기를 부리다 아내의 죽음을 직감하며 눈물을 쏟은 부분이다. 처음에는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나가버린 김첨지가 어리석고 원망스러웠지만, 1920년대 식민지였던 조선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니 김첨지 즉, 하층민 식민지 민중들의 삶이 공감되어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먹고살기 위해 아내의 애원을 묵살하고 일하러 나가야 하는 김첨지의 속이 얼마나 안타깝고 절망스러울지 마치 내가 김첨지가 된 것처럼 김첨지의 상황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1920년대 문학이 바라본 식민지 조선은 가난과 병마, 죽음의 고통이 혼재되어있는 공간으로, 1920년대의 배경을 고려해 본다면 김첨지는 특수한 개인이 아닌 식민지 민중의 고난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쓰인 것 같다. 또한 <운수 좋은 날>에서 내리는 ‘겨울비’는 아내의 죽음을 예시하는 기능적 배경뿐만 아니라 김첨지(하위 식민지 계층)가 놓인 환경을 상징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작가 현진건은 제목을 ‘운수 좋은 날’이라는 반어를 통해 김첨지의 비극적 효과를 증폭시키며 치밀한 구성 속에서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그런지 정말 몰입되고 여운 남는 단편 소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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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40년은 성경 내용을 축적하는데 관심을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정리하고,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축적하여 내용도 충실하고, 전달하는 것도 효과적이고, 성도들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준비한다. 티블로그는 창고면서, 공장이기도 한다.


운수좋은 날( 19246, <개벽> 48)

작가:현진건

등장인물

김첨지: 가난한 인력거꾼. 선량한 하층민의 전형.

아내: 병에 든 중년 여자.병들고 굶주린 채 죽음.

치삼이: 김첨지의 친구

줄거리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문 안---거기도 문 밖은 아니지만--에 들어간답시는 앞집 마나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하여, 행여나 손님이 있을까 하고 정류장에서 어정어정하며, 내리는 사람 하나하나에(하략)

김첨지는 인력거꾼이었다. 장사가 잘 안되어 며칠 동안이나 돈 구경을 옳게 못했는데, 이 날은 이상하다고 하리만큼 운수가 좋았다. 앞집 마나님을 위시해서 교원인 듯 싶은 양복장이를 학교까지 태워다 주고서는 첫 번에 삼십 전, 둘째 번에 오십 전 도합 팔십 전을 벌었다. 눈물이 날 만큼 기뻤다. 앓아 누워 있는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을 사다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의 아내는 앓아 누운 지 오래 되었다. 거기다 약 한첩을 못 쓰니 완치가 되기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사흘 전부터 설렁탕 국물이 마시고 싶다고 졸라댔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비를 그냥 맞으면서 학생을 남대문 정거장까지 태워다 주고서 일 원 오십 전이란 큰 돈을 받았다. 기뻤다.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도 했다. 오늘따라 운수가 너무 좋으니 말이다.

더구나, 아침에 나올 때 아내가 오늘은 제발 나가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었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머리에 떠올랐다. 정거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커다란 짐을 가진 손님을 한 사람 태워다 주었다. 기적 같은 벌이었다. 아무래도 이 기쁨이 계속되지 않을 것 같았다. 불행이 곧 덜미를 내리짚을 것만 같았다. 그러던 차에 마침 길가 선술집에서 나오는 그의 친구인 치삼이를 만났다. 그대로 끄고 들어가 곱배기로 넉 잔을 마셨다. 눈이 개개 풀렸다. 머리를 억누르는 불안을 풀어 버리기 위해 벼락같이 고함을 지르다가 금방 껄껄거리며 웃고, 그러다가는 또다시 목놓아 울기도 하며 법석을 떨었다. 김 첨지는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이래야 남의 행랑방이었다. 너무 조용하다. 다만 어린애의 빈 젖 빠는 소리가 날뿐이었다. 김 첨지는 목청을 있는 대로 내어 욕을 퍼부으며 발을 들어 누운 아내의 다리를 찼다. 그러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무등걸과 같다. 아내는 죽어 있었다. 이 때에 빽빽소리가 응아소리로 변하였다. 남편은 아내 머리를 흔들었다.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적시었다. 김 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아내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천정만 보느냐,

하는 말끝엔 목이 메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죽은이의 뻣뻣한 얼국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이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해설

이 작품은 1920년대 하층 노동자의 삶을 날카로운 관찰로 생생하게 그려 놓은 작가의 대표작이다. 일제 치하 서울 동소문 안에 사는 인력거꾼 김첨지의 운수 좋은어느 하루를 담아 보이면서, 당시 도시 하충민의 비참한 생활상을 암시하고 있다. 대화에서 뿐만이 아니라 지문에서도 속되고 거친 말투를 여과없이 드러냄으로써 밑바닥 인생의 단면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신문화에 수용되는 과정을 학생이나 양복쟁이와 같은 인물들을 등장시켜 표현 함으로써 당시 급변하는 사회상의 일면을 제시하고 있다. 이 소설의 표제가 된 운수 좋은 날은 사실 인력거꾼으로 큰 벌이를 한 운수 좋은 날이 아니라 병든 아내가 죽은 비운의 날의 반어적(Irony) 표현이다. , 운수 좋아 돈도 벌고 선술집에서 건주정까지 부리는 김첨지의 표면적 행동과 아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내면 심리가 대림과 갈등을 일으키는 독특한 아이러니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반어, 즉 아이러니는 겉과 실상이 반대되어 표현의 효과를 증대시키는 방법이다. 아이러니에는 말뜻의 속과 겉이 반대가 되는 말의 아이러니와 상황이 상반되는 상황의 아이러니가 있다. 운수좋은 날은 상황의 아이러니이다.현진건 문학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문학에서도 단편소설의 한 전형으로 꼽히며, 더욱이 주인공 김첨지에 대한 반어적 묘사는 우리 문학의 하층민 수용이라는 점에서 매우 기릴 만한 성취로 평가되고 있다.

(주제) 일제하 우리 하층민의 비참한 생활상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사조) 사실주의

(표현) 반어, 상황의 아이러니(Irony).

(갈래) 단편 소설, 본격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