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뮤지컬 배우 - yeong-ung myujikeol baeu

입력2022.09.29 10:13 수정2022.09.29 10:13

양준모, 민우혁도 안중근 역에 낙점

영웅 뮤지컬 배우 - yeong-ung myujikeol baeu

12월 개막하는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 역에 배우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이 캐스팅됐다고 제작사 에이콤이 29일 밝혔다.

정성화는 2009년 '영웅' 초연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이후 2019년 10주년 기념공연까지 모두 일곱 번의 시즌에 참여했다.

양준모 역시 2010년부터 꾸준히 뮤지컬 '안중근'과 함께 해왔다.

정성화와 양준모가 여러 차례 출연했던 것과 달리 민우혁은 이번에 처음으로 안중근 역에 낙점됐다.

'이토 히로부미' 역에는 배우 김도형, 서영주, 최민철이 출연하고, 명성황후의 마지막 궁녀 '설희' 역에는 배우 정재은과 린지가 출연한다.

안중근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지 '우덕순' 역에는 윤석원과 김늘봄, '조도선' 역에는 최종선과 김재현이 함께 한다.

2009년 안 의사의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초연한 뮤지컬 '영웅'은 1909년 10월 중국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의 마지막 일 년을 담은 작품이다.

오는 12월 21일 LG아트센터서울에서 개막해 내년 2월 말까지 공연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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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성화가 원작 뮤지컬에 이어 영화 <영웅>에서도 안중근을 연기했다. CJ ENM 제공.

영화 <영웅>은 배우 정성화에게 ‘꿈의 영화’다. 5년 전 개봉한 영화 <스플릿>에서 악역 두중오로 출연했던 정성화는 당시 여러 인터뷰에서 “뮤지컬 영화에 한 번 출연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14년간 주연으로 참여해 온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동명의 영화 ‘원톱’ 주연을 맡았다. <해운대> <국제시장> 등 두 편의 ‘천만 영화’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의 첫 뮤지컬 영화 <영웅>의 스크린이 그의 새로운 무대다.

“(영화) 주인공이요···언젠가 그런 상황이 ‘내게도 주어지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은 했습니다만은, 이렇게 현실로 갑자기 다가올 줄은 몰랐어요. 뮤지컬 <영웅>의 14년 세월을 마치 보상이라도 해주듯이 저한테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이 모든 걸 되게 감사하게 생각해요. 영화를 보면서도 그랬고, 오늘 이 (인터뷰) 순간도 너무 신기하고 고맙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성화는 첫 영화 주연을 맡은 소감을 이같이 전했다. 정성화는 1994년 개그맨으로 데뷔해 연극, 드라마, 영화에 고루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특히 뮤지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가 2009년 안중근 역으로 초연한 <영웅>은 직전해 <맨 오브 라만차>에서 첫 주연을 맡은 그를 대중에게 ‘명실상부한 주연 배우’로 자리잡게 한 작품이다. 그는 2010년 <영웅>으로 여러 뮤지컬 시상식에서 첫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그는 7년 전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영웅>은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준 작품”이라며 “안중근은 인생배역”이라고 말한 바있다. 14년간 의리를 지켜온 인생배역이 그에게 또 다른 기회를 선물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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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성화. CJ ENM 제공.

-처음 영화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윤 감독님이 <영웅> 공연을 두 번째로 보러 오셔서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어 볼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마 2014~2015년 쯤일 거다. ‘잘됐네요’ ‘멋지네요’ 이렇게 말했다. ‘우와, 우리의 소원이 이뤄지는구나’ 싶었다. <영웅>이 영상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창작 뮤지컬을 하는 사람들은 한번씩 꿈꿔봤을 거다. 그 꿈이 현실이 되는구나 싶어서 너무 좋았다.”

-처음부터 안중근역에 낙점될 것을 알았나.

“제가 주인공이 될 거란 생각은 아주 조금했다. 엄청난 자본이 들어가는 영화고, 워낙 좋은 배우들도 많으니까. 뮤지컬 경험이 있는 배우들도 많지 않나. 어느날 윤 감독님이 전화로 ‘사무실로 와 봐라’ 했을 때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다른 누군가 안중근을 하기로 했는데 네가 좀 도와줘야 겠다’거나 ‘네가 안중근이다’. 기대를 안고 들어갔더니 갓 뽑은 뜨끈뜨끈한 시나리오를 주셨다. 그러면서 ‘너를 안중근으로 하기로 했어’라고 하셨다. 그 다음 말은 ‘그래서 이제부터 살을 빼줬으면 좋겠어’였다(웃음). 날아갈 것 같으면서 한편으로 무섭기도 했다. 14년 가까이 뮤지컬로 연기해 온 작품을 영화로 망치면 어떡하나, 했다. 정말 허리띠 꽉 조여매고, 운동화끈 꽉 매는 마음으로 연습도 준비도 열심히 했다.”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과 영화 <영웅>의 안중근은 어떻게 다른가.

“영화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철학가다운 면모, 문인으로서의 면모를 더 많이 보여주려고 애썼다. 공연의 안중근은 영화보다 조금 더 강력하고 주도적인 편이다. 영화에서만큼은 훨씬 더 인간적인 모습에 집중했다. 지식인다운 면모, 리더다운 면모 등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러려면 일상 연기가 중요했다. 자연스러워야 했고, 너무 히어로같거나 멋있어 보이면 안 됐다. 두려울 때는 두려워하고, 울어야 할 때는 우는 모습을 담백하게 담고자 했다.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려고 했다. 노선을 나름대로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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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웅> 비하인드 컷. CJ ENM 제공.

-뮤지컬 공연과 다른 영화 촬영 현장이 어렵지는 않았나.

“공연은 큰 홀을 목소리로 다 채워야 한다. 마이크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어쨋든 배우의 에너지가 공연장 끝까지 도달해야 한다. 그런데 영화는 코 앞에 카메라가 있다. 카메라와 내가 떨어져 있는 공간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홀에서 노래하는 것처럼 하면 큰일 난다. 연습을 했다. 휴대폰으로 촬영하면서 바로 얼굴 앞에 가져다 놓고 노래해보고, 다시 모니터했다. 그렇게 세밀한 연기를 나름대로 연구해보고 현장에 적용시켰다.

노래를 부르면 얼굴이 막 열리기도 한다. 노래를 잘하면 얼굴이 이상해지고, 얼굴을 신경써서 감정을 잡으면 노래가 못하게 들리는 것도 어려웠다. 고민을 정말 많이했다.

대사의 ‘톤 앤 매너’를 정할 때는 윤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아무래도 무대에서 이미 해 본 대사들이 많아서, 과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했는데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셨다. ‘성화야 너는 이것도 작게 한거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더 낮췄으면 좋겠다. 소리를 거의 안 내다시피 해 봐라’ 이런 식으로 디렉팅하셨다. 뮤지컬에서는 속삭이는 건 허용이 안 되지만 영화에서는 속삭여도 되더라. 덕분에 훨씬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왔다.

일본인 검사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처음에는 ‘그것이 과연 일본을 위한 것인자, 우리나라를 위한 것인가’ 이런 대사들을 눈에 핏발을 세우면서 호통을 치고 싶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이 모든 것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생각해라. 전체적으로 영화를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하시더라. 그 장면은 영화 마지막의 ‘장부가’를 향해 가는 것이었다. 후에 감정을 터뜨리기 위해서 그 장면에서는 절제할 필요가 있었다. 대가와 함께하는 작업은 참 멋지고 즐겁고, 너무나 배울 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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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웅>의 재판 장면. CJ ENM 제공.

-그간 국내 뮤지컬 영화들은 크게 흥행을 못했다.

“지금까지 뮤지컬 영화들은 대사를 쭉 하다 반주가 나오고, 대사를 조금 더 하다가 갑자기 스튜디오 음향으로 바뀌면서 정제된 목소리와 음악이 나오는 방식이었다. 배우가 노래를 잘하긴 했지만, 노래를 대사의 연장선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영웅>에서는 ‘언제 노래가 시작됐지’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대사와 노래가 이어지게 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그걸 관객분들이 알아봐주신다면 우리나라 뮤지컬 영화 시장이 열릴 것 같다.(<영웅>은 삽입곡의 70% 이상이 현장녹음 버전이다.) <영웅>을 계기로 뮤지컬 영화 시장이 변했으면 좋겠다.

이전에는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레 미제라블>은 달랐다. 현장 녹음이었다. 느낀 게 많았다. ‘저게 진짜 뮤지컬 영화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었는데, 윤 감독님도 같은 생각을 하셨더라. 노래가 시작되는 ‘송 모먼트(song moment)’가 중요하다. <영웅>은 현실적인 배경의 영화지만, 판타지적인 뮤지컬 영화라고 하더라도 <라라랜드>나 <겨울왕국>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그런 것들을 더 많이 연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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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의 정성화. 에이콤 제공.

-14년간 안중근을 연기해 왔는데, 대본 외에 안중근의 인생에 대해 따로 공부한 것이 있나.

“많다. 2009년 캐스팅 됐을 때부터 중국 다롄 형무소, 뤼순 감옥, 하얼빈역 등을 가서 실제로 걸어보기도 했다. 발자취를 느끼니까 마음이 달라졌다. 보통 노력해서 될 게 아니구나. 내가 맡은 건 어마어마한 거구나. 안중근 의사의 유묵, 평전, <안응칠 역사> <동양평화론> 등을 살펴봤다. 안중근의사기념관에 방문해서 모든 글을 하나씩 다 읽었다. 거기가 참 공부하기 좋게 돼있다. 안중근 의사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배경에서 그런 일을 했는지 다 보였다. 공부를 나름대로 많이 했다.”

-많은 작품을 연기해 왔는데, 정성화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다니엘, 그게 저다. 닮은 점이 많다. 철없기도 하고, 애들 아빠인데 애들 사랑하고, 자기 전문영역에 대해 굉장히 애정을 갖고 있다.”

-연기를 할 때 닮은 점에 집중하는 편인가.

“캐릭터에 저를 넣어보는 편이다. 예를 들어 <영웅>의 안중근이라고 하면 ‘내가 이렇게 살았던 적이 있나’는 생각을 해 본다. 사람들은 그런 경험이 다 있다. 정의에 불탄 경험. 내가 이렇게 정의에 불타서 누군가를 미워해 본 경험이 있나, 단순히 미워서 소리를 지른 게 아니라 이렇게 조용히 미워해 본 적 있었나 찾아본다. 개인적 경험을 대입해보기도 하고 그게 안 되면 영화를 보거나 해서 간접적인 경험을 이용하기도 한다.”

-영화 배우로서의 욕심은.

“이번엔 아주 운 좋게도 주인공이 됐는데, 다음 행보를 어떻게 할지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한번 주인공 했으니까 앞으로 영원히 주인공 해야 돼, 이런 건 아니다. 나한테 지금 이 상황에서 좋은 작품이 뭘까 열심히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개봉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도그데이즈> 촬영을 마쳤다. 김윤진 선배님하고 너무 재밌게 찍었다. 호흡이 잘 맞았다.

뮤지컬도 절대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할 생각이다. 나이를 먹고 있어서 무대가 버거울 때가 올 테지만 할 수 있는 한 하고 싶다. 후배들 중에 너무나 재능있고 괜찮은 친구들에게 좋은 배역을 물려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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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성화. CJ ENM 제공.

코로나19 유행 이후 뮤지컬 업계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심경을 묻자 그가 준비한 듯 긴 답변을 내놨다. 영화와 큰 관련은 없지만 꽉찬 그의 답변을 덧붙인다.

“코로나 시국에 배우들이 직장을 잃은 것뿐 아니라 회사가 휘청거릴 정도로 제작자들도 너무 큰 손실을 봤다. 옆에서 보기 힘들 정도였다. 저, 저희 회사, 모든 사람들이 다 힘들었지만 가장 걱정됐던 건 제작사들이 망할까봐였다. 혹시 나중에 코로나19가 잠잠해지더라도 뮤지컬 편수가 줄어있으면 산업이 전반적으로 다시 일어나지 못할텐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너무나도 감사했던 것이, 그 시국에 손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끼고 극장에 오시는 분들이 있었다. 우리나라 공연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관객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뮤지컬 공연이 엄청난 손실을 봤지만, 관객 여러분들 덕에 그 손실을 메울 수 있어서 감사했다.

우리나라 뮤지컬 공연 관람료가 높은 편인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생각한다. 제작자들이 VIP석만 신경쓸 게 아니라 R석, S석, A석까지 서비스 품질을 높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끔 해야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비싼 가격’은 VIP석 가격이다. A석은 5만원, 더 미진한 석은 3만원짜리도 있다. 그런 좌석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공연은 모든 좌석에서 봤을 때 모든 관객에게 똑같은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저희의 목표다. 배우들은 그렇게 연기를 하고 있다. 제작자들도 무대, 스피커 배치 등을 할 때 그 뒤에도 앉아보면서 무엇이 모자란지 살피고 어떤 감동을 줘야할까 연구를 해야 한다.

또 우리나라 뮤지컬은 한 공간에서 오랫동안 공연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외국에는 ‘오픈 런’이라는 게 있어서 한 공연장에서 그 공연이 망할 때까지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해진 기간에만 할 수 있어서 최장 6개월이라고 보면 된다. 잘 되는 공연은 1년, 2년도 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전용 공연장이 생기는 것도 좋다. 잘 되는 공연으로 돈을 벌면 다른 공연에도 투자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대극장은 그렇게 공연 퀄리티를 높이고, 중소극장 공연도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뮤지컬 영화가 활성화가 되면 좋겠다. 뮤지컬 관객도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영화 관객도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