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색깔 경계 - bada saegkkal gyeong-gye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올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킹달러' 분위기가 지난달 반전된 가운데, 월가는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끝이 안 보이던 연준의 긴축 계획이 지난달 미국 물가 서프라이즈를 기점으로 속도를 늦출 기미를 보이면서 달러가 드디어 꼬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는 달러와 반대로 랠리를 연출했는데,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증시 반등 분위기를 연말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가 "달러 더 빠질 것" 연중 내내 파죽지세로 치솟던 미 달러화 가치는 10월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11월에는 5%가 빠졌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WSJ 달러지수는 11월 한 달 동안 5%가 내려 2010년 7월 이후 최대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WSJ 달러지수는 올 한 해 10% 넘게 올랐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둔화를 거듭 시사하면서 최근 몇 주 사이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르면 당장 12월부터 속도 조절이 시작될 수 있다고 언급한 11월 30일 달러지수는 106.41까지 밀렸고, 뒤이어 파월 의장이 주시하는 미국의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세가 둔화된 것이 확인된 12월 1일 달러지수는 104.66까지 추가 하락해 지난 8월 1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달러 하락의 배경에는 연준의 속도 조절 관측과 함께 월가 큰손들의 대규모 달러 숏베팅도 자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월가 자금은 이미 지난달 달러 약세 베팅에 적극 나섰으며, 앞으로도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연기금과 보험업계, 기타 기관 투자자들은 달러 숏베팅을 1년 반래 최대 수준으로 확대했다. 통신은 자산 매니저들은 2017년부터 꾸준히 달러 약세를 점쳐왔지만 이번에는 투기 성격이 짙은 레버리지 펀드들까지 달러 숏베팅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지난 두 달 사이 이들의 달러 판단이 완전히 반전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관 투자자들과 레버리지 펀드가 동시에 달러 매도세력이 될 때 시장은 앞으로 달러 매도가 지속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17년과 2020년 달러가 약세를 보일 때도 마찬가지 흐름이 나타났었다. 달러지수 2년 추이 [사진=마켓워치 차트] 2022.12.02 [email protected] ◆ '산타 랠리' 열쇠 쥔 달러 한편 미국증시가 지난 10월 저점서 탈출해 지난달까지 반등세를 이어오면서 연말 랠리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달러가 이러한 '산타랠리'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 야후파이낸스는 올해 미국 금리가 오르고 연준이 긴축 지속을 강조하면서 달러 가치를 밀어 올렸고, 이는 금융시장 여건을 경색시켜 증시와 같은 리스크 자산을 짓눌렀으나 이제는 반대 흐름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설명한 시나리오는 달러가 정점을 찍었던 9월 말까지의 이야기였고, 10월부터 주춤해진 달러가 11월에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증시도 상승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현재 달러지수가 S&P500과 마찬가지로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 머물러 있으나, 하락 중인 200일 이평선에서 저항을 마주한 S&P500과 반대로 달러지수는 이평선이 오르는 상황에서 지지선을 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달러 지수가 이 지지선을 뚫고 내려가면 연말까지 증시는 랠리를 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킹달러' 지속 전망도 여전 미국의 주춤거리는 물가 지표와 뒤이은 파월 의장의 속도 조절 언급에 '킹달러 종료'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달러 강세가 조금 더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여전히 존재한다. 비교적 제한적인 미국의 경기 둔화에 비해 다른 지역의 침체가 두드러져 기타 통화들의 약세가 달러를 밀어 올릴 수 있고, 기술적으로도 달러의 약세 전환을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달러 강세를 점친 단스케은행 애널리스트들은 자산운용사들과 레버리지 펀드들이 단기적으로 달러 숏베팅을 지속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달러가 하락할 것이라고 단정 짓긴 이르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크자에 롬홀트 단스케방크 외환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지표와 같은 펀더멘털과 금리 인상 전망에 주목하며 달러의 장기 방향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강세쪽으로 과하게 기울었던 달러 포지셔닝이 중도 쪽으로 다소 옮겨온 것일 수 있으나 매수세가 새로 들어올 여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베어링스의 애그니스 벨라쉬 전략가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까지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이것은 달러화 자산을 지지할 것"이라면서 "연준의 임무는 완수되지 않았으며 달러화 매수 포지션은 계속 합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mail protected]

#아이슬란드 레이니스피아라 검은 모래 해변인 레이니스피아라(Reynisfjara)는 화산재 해변으로 유명하다. 멀리 보이는 디르홀레이 절벽도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도착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비가 많이 왔는데, 섬나라 기후답게 비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그치고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졌다. 밀려오고 빠져나가는 파도와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해맑았다.

쌓인 눈과 녹은 눈이 만든 절경

#아이슬란드 아퀴레이리 아이슬란드에서 레이캬비크(Reykjavik) 다음으로 큰 도시인 아퀴레이리(Akureyri)는 많은 여행자들이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그러기엔 아쉬울 만큼 아름다운 도시이다. 빙하로 만들어진 깊고 좁은 만인 피오르드 지형에 자리 잡고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동부로 넘어가는 터널 앞에서 바다 건너로 보이는 풍경은 환상적이다. 불빛이 수놓아진 야경도 멋지지만 물빛까지 하얗게 빛나는 대낮의 풍경은 동화 속의 한 장면 같다.

한국은 바다의 색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각기 다른 매력의 바다를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계절에 따른 기후와 해류의 변화가 뚜렷하여 사시사철 달라지는 바다의 색깔을 즐길 수 있다. 따뜻한 봄날에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운 바다의 색깔을 감상하며, 한국인의 특권을 마음껏 누렸다.

푸른 바다, 그중에서도 짙은 코발트색 동해바다

동해바다의 푸른색은 짙고 짙어서, 볼수록 심해로 빨려들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실제로도 동해의 깊이는 2,000m에서 3,000m 정도로 매우 깊은데, 그래서 동해를 ‘작은 대양(miniature ocean)’이라고도 부른다. 깊은 덕에 바닥의 부유물이 수면까지 떠오르지 않아 맑은데다 해양 자체의 정화작용이 일어나 정말로 맑은 물을 볼 수 있었다.

바다 색깔 경계 - bada saegkkal gyeong-gye

동해바다는 남색에 가까운 진한 코발트블루 색을 띠고 있다. 왼쪽은 경주, 오른쪽은 포항의 동해바다로 기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사이언스타임즈 김미경

동해바다가 실제로 깊은 만큼 깊은 푸른색을 띠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널리 퍼진 오해 중 하나가 ‘바다색이 푸른 이유는 푸른 하늘이 반사되기 때문이다’라는 것인데, 바다는 ‘원래’ 푸른색이다. 바다의 물 분자 자체가 푸른빛을 가장 많이 산란시키는 특성을 띠고 있다.

태양 빛이 바다에 닿으면 파장이 가장 긴 붉은빛이 수심 5m 이내 깊이에서 가장 빠르게 흡수된다. 그리고 가장 늦게 흡수되어 바닷속 깊은 곳까지 도달하는 푸른빛이 산란되며 바다가 푸른색을 띠는 것이다. 따라서 얕은 바다나 연안에서는 미처 다 흡수되지 못한 초록빛이나 노란빛이 돌고, 깊은 바다에서는 깊숙한 곳까지 도달할 수 있는 짙은 푸른빛을 띠는 것이다.

바다 색깔 경계 - bada saegkkal gyeong-gye

바다에 도달한 태양 빛 중 붉은빛을 일찍이 흡수되고 푸른 빛이 가장 깊이까지 도달한다. 이는 바닷속 해조류의 생태에도 영향을 준다. ©zum학습백과

이런 원리는 바닷속 해조류의 생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초록빛을 반사하고 붉은빛으로 광합성을 하는 녹조류는 붉은빛이 도달할 수 있는 얕은 곳에, 노란빛으로 광합성을 하는 갈조류는 비교적 더 깊은 곳까지 서식한다. 푸른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는 홍조류는 푸른빛이 바닷속 깊이까지 도달하는 만큼 깊은 영역까지 서식한다.

봄에 초록빛으로 물드는 건 바다도 마찬가지

깊은 바다와 달리, 얕은 바다와 연안은 계절적으로 뚜렷한 변화를 보인다. 예컨대 겨울철에는 밝은 황갈색을 띤다. 바람 세기가 세기 때문에 수면 가까이로 올라와 떠다니는 부유물 농도가 크기 때문이다. 여름철이 될수록 사그라지는데, 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에는 황갈색에 점점 녹색이 깃들게 된다.

봄철에는 영양염류가 많은 연안의 바다에서 식물성플랑크톤이 번성한다. 식물성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엽록소를 지니고 있기에 녹색을 띠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봄이 되면 식물성플랑크톤이 적은 먼바다는 짙푸른 코발트색으로 보이더라도, 연안의 바다는 봄을 알리듯 초록빛으로 물든다.

강이 모여든다, 토파즈 빛이 감도는 서해바다

서해 바다 앞에는 물기 가득한 물결무늬 사막이 펼쳐진 듯했다.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 차가 큰 덕이다. 바닥이 들여다보이는 얕은 바다에서는 황토빛이 돌고, 시선을 멀리 던지면 연안 특유의 회색이 감도는 듯도 했다.

바다 색깔 경계 - bada saegkkal gyeong-gye

서해바다는 황색이 짙게 감도는 바다색이다. 왼쪽은 대천, 오른쪽은 만리포해수욕장으로 기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사이언스타임즈 김미경

한반도는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지형으로, 많은 강이 서해로 흘러들어온다. 한강, 금강, 영산강, 북한의 압록강, 대동강, 청천강 등 많은 강들이 맺음 하는 바다여서인지, 서해바다를 보면 황혼의 고요한 평온함이 느껴지는 듯하다. 중국 황하 강에서도 대량의 흙이 유입돼 누런빛을 띤다 하여 익히 ‘황해’라고도 불린다.

여름이 되면 더욱 많은 흙이 흘러들어와 노란빛이 짙어진다고 한다. 여름 휴가철 전, 청록빛 물에 노란 토파즈 색이 감도는 색은 봄철 서해바다만의 매력이다.

오묘한 푸름, 남해바다

남해바다는 계절별로 위치별로 시공간적인 색깔 차이가 심하다고 한다. 해양연구원의 말로는 배를 타고 나가도 바닷물의 특성에 따른 경계(해양전선)가 육안으로도 색깔로 구분이 될 정도라고 한다. 독보적으로 섬이 많은 데다 섬(암반)과 갯벌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구조이기 때문인 듯하다.

바다 색깔 경계 - bada saegkkal gyeong-gye

남해바다는 동해만큼 진하진 않지만 푸르른 색이다. 왼쪽은 진도, 오른쪽은 해남의 남해바다로 기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사이언스타임즈 김미경

낙동강, 섬진강, 중국 양쯔강 등 많은 강이 흘러든다는 점과 섬이 많다는 점에서 분명 서해바다와 비슷한 면이 있다. 그러나 남해에는 태평양으로부터 굉장히 맑은 물이 유입된다. 쓰시마 섬 아래쪽으로부터 제주도 위쪽과 남해안 쪽으로 ‘크루시오 해류’가 지나간다. 이런 독특한 특성들 덕에 동해와도 서해와도 다른 오묘한 푸른빛이 남해에 있다.

바다색을 과학적으로 연구한다?

여행을 다니며 본 삼면의 바다색이 각기 다른 이유를 알기 위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 문의했다. 해양과학자 중에는 ‘바다의 색깔’을 연구하는 이들이 있는데, KIOST의 박영제 연구원이 바로 해색(海色) 전문가였다.

박영제 연구원은 바다 색깔을 연구하는 것이 식생과 기후, 생태를 보기 위함이라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바다색을 통해 적조나 녹조를 측정할 뿐 아니라, 해양 먹이사슬의 가장 아랫부분을 차지하여 ‘해양의 생산력’이라고도 불리는 식물성플랑크톤의 양을 측정하기 위한 목적이라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해색연구는 ‘천리안위성’을 활용하여 바다에 부유하는 물질의 구성성분과 농도, 오염 등을 분석하는 ‘해양환경’과 관련되어 있다고 밝혔다.

동해와 서해, 남해 중 어느 바다의 색이 가장 좋은지 질문을 받는다면 고르지 못할 것이다. 동해를 보면 역시 맑고 짙푸른 동해가 최고란 생각이 들고, 고즈넉한 서해와 푸르른 남해를 볼 때에도 역시 최고란 생각이 든다. 다만 너무 맑고 깊어 바다의 색깔보다 미세먼지 색깔이 위성에 더 진하게 잡힌다는 동해바다의 색깔은 해색연구가에게는 고민거리일 수도  있겠다. 문득, 유독 에메랄드 빛으로 아름답다고 칭송되는 울릉도와 독도의 바다가 떠올랐다. (울릉도 바다가 유독 아름다운 이유? 기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