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도요타 가격 - beteunam doyota gagyeog

베트남서 펼쳐지는 현대차 Vs 도요타 '한일전'

  • 기자명 문성호 기자
  • 입력 2021.05.14 18:11
  • 댓글 0

베트남 도요타 가격 - beteunam doyota gagyeog

베트남 자동차 시장이 판매고 1위 자리를 두고 현대차와 도요타 업체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3일 베트남자동차산업협회(VAMA)에 따르면 올들어 4개월간 현대차의 현지 합작사 현대타잉콩이 총 2만2424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기간 시장 점유율 22%를 기록하며 판매량 1위에 오른 현대차에 이어 도요타는 1만8973대를 판매하면서 2위, 3위에는 1만4930대의 판매고를 올린 기아의 베트남 합작법인 타코기아가 차지했다.

지난 4월 한달간 베스트 SUV 모델 판매 1~5위에는 기아차 셀토스(1318대), 도요타 코롤라 크로스(940대), 마즈다 CX-5(917대), 현대차 산타페(857대), 현대차 투싼(839대) 순이었다.

이를 두고 베트남 현지 자동차 업계에서는 품질이 좋고, 가격이 합리적인 한국 자동차 브랜드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향후 몇년간 한국 자동차들이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작년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자동차 산업을 구제하려 국산차 등록세 50% 감면 조치를 실시하자, 현대차는 현지 생산업체의 생산라인을 최대한 활용해 경쟁력이 있는 가격에 판매하면서 도요타를 제치고 작년 베트남 자동차 시장 판매 1위 브랜드로 올라선 바 있다.

베트남 소형차 시장에서는 한국 vs 일본 vs 베트남간의 '삼국지'가 전개되고 있다. 올들어 2개월간 빈패스트의 파딜이 2836대를 팔면서 1위, 현대i10은 1906대로 2위, 혼다 브리오는 976대로 3위에 오르는 등 베트남 최초 자동차 완성업체 빈패스트가 혜성 같이 나타나 이 부분을 석권했다.

저작권자 © 아세안데일리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지난 1960년대부터 아세안 국가에 진출해 인지도를 탄탄하게 쌓았다. 지금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다니는 자동차를 살펴보면 5대 중 4대는 일본차다.

베트남도 다르지는 않았다. 이 시장에 현대자동차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2017년 연간 판매량 2만 6881대를 달성했고, 2년 뒤인 2019년에는 실적을 3배나 높이며 베트남 최대의 자동차 브랜드로 우뚝 섰다. 전통의 강자 ‘도요타’를 무너뜨린 순간이었다.

현대자동차의 ‘드라마’ 같은 성공신화는 그냥 저절로 달성된 게 아니다. ‘사드 보복’의 여파로 중국 시장에서 손실을 기록한 현대자동차는 판로 다각화를 위해 아세안 시장 공략을 준비했으며, 때로는 ‘대세’에 역행하는 결정까지 내리며 준비한 결과 지금 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아세안 무역 관세 폐지, 최대 수혜자는 ‘일본’

지난 2009년, 아세안 10개 국은 상품 교역 협정(ATIGA : ASEAN Trade in Goods Agreement)을 체결했다. 협정의 내용을 짧게 요약하자면 협정에 참가한 아세안 국가들 사이의 무역에는 관세를 붙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협정은 순차적으로 효력을 발휘했고 2018년부터 아세안 국가들 사이의 무역 관세는 전면 철폐됐다. 이때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도 같이 사라졌다. 누군가는 이 조항의 필요성에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겠다. 아세안 국가들 중 완성차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무척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말레이시아의 페루도아, 베트남의 빈패스트가 완성차에 도전했지만 품질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빈 그룹이 뭔데 ‘자동차’를 만들어?

하지만 태국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태국은 세계에서 12번째로 자동차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일본산 브랜드의 위탁 생산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를 달고 호주, 일본, 러시아 등 선진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도 장악하고 있다.

일본은 왜 태국에 생산공장을 지었을까? 태국 현지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일본산’이 아니라 ‘태국산’으로 취급되며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다른 아세안 국가로 수출될 때 ‘역내 생산 자동차’로 간주되어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강력한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 실제로 베트남에서의 수입 자동차 판매량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쭉 7만 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관세 철폐가 본격적으로 작용된 2019년부터 두 배에 가까운 13만 2872대로 올랐다. 이중 절반이 넘는 53.5%는 태국산(=일본) 자동차였다.

베트남 도요타 가격 - beteunam doyota gagyeog
베트남에서 관세 없이 판매되는 일본 브랜드 ‘도요타’

결과적으로 아세안 역내 관세 철폐는 ‘일본산 자동차’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되었다. 자국 브랜드 자동차가 마땅히 없었던 아세안 국가들로서는 태국에서 제조되어 저렴하고 품질이 검증된 일본산 자동차의 수요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대차, 베트남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다

2017년은 현대자동차에게 어려운 한 해였다. 사드 배치로 비화된 한국과 중국의 외교 갈등에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은 무역으로 보복 조치를 취했고 현지인들은 ‘현대자동차 불매운동’을 벌였다. 베이징 1~3공장과 창저우 4공장 등 중국 현지의 4개 공장이 모두 멈췄다. 판매량이 현저히 줄어 현지 부품 업체에 대금 지급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산 중단까지 이르렀다. 결국 2017년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9%나 줄어들게 되었다.

베트남 도요타 가격 - beteunam doyota gagyeog
현대자동차는 올해도 중국 시장 손실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리스크를 만회하기 위해서였을까. 현대자동차는 베트남에서 완성차 수출이 아니라 현지 직접 생산을 결정한다. 마침 베트남의 사정도 현대자동차에 유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세안 국가들 사이의 자동차 관세가 전면 폐지되자 베트남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자국의 자동차 산업이 아직 기반을 다지지 못한 상태에서 수입 자동차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오게 된다면 베트남의 자동차 산업은 뿌리를 내릴 기회조차 없이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선 베트남은 외국산 자동차의 수입 요건을 ‘다른 방식’으로 강화했다. 일정 규모를 갖추지 못한 자동차 수입 업체에게 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방식의 규제였다. 동시에 베트남 내 자동차 조립 회사들을 키우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를 위해 베트남 정부는 2017년 11월부터 한시적으로 자동차 부품 관세에 특혜를 부여했다. 1) 베트남에서 일정 수 이상의 반조립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에 한하여 2) 베트남에서 생산이 불가능한 부품에 대해서는 부품 수입관세를 2022년까지 면제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베트남 도요타 가격 - beteunam doyota gagyeog
현대자동차는 이 모든 조건을 ‘현지 직접 생산’으로 만족시킬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베트남 투자는 계속해서 빠르게 진행되었다. 2016년 닌빈성에 조립공장을 확대한 데 이어 꽝남성에 상용차 제작공장도 세웠다. 공장 확장에 드는 돈 900억 원은 탄통 그룹과 공동투자하며 합작 법인을 세웠다. 2017년에는 인도 생산기지에서 생산하던 스테디셀러 Grand i10을 베트남에서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의 이러한 선택은 탁월했다. 소형 차인 Grand i10은 베트남의 열악한 도로 사정, 배기율이 높은 차량에 부과되는 높은 세율을 고려할 때 베트남 사람들의 수요에 딱 맞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도요타 가격 - beteunam doyota gagyeog
유럽/인도/동남아 지역 전략형 경차, i10

공장 증설로 인한 출하량 증가, 품질에 대한 시장의 신뢰, 현지 그룹과의 합작 법인 설립 및 공동생산 등 여러 요인까지. 이 모든 요소가 시너지가 되어 현대자동차는 2019년 기준 동남아 전통의 강자인 도요타를 넘어 베트남 최대 차량 판매사로 등극하게 된다.

베트남 점유율은 상승했으나, 성공은 아직 ‘물음표’

2017년부터 현지 법인 합작을 통해 생산량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한 현대자동차는 베트남 정부의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 정책으로 인해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베트남 정부 역시 현대자동차에 기대를 거는 부분이 많았고, 부품 현지화율을 40%까지 올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베트남이 40%라는 정확한 수치를 콕 집어 요청한 이유가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자동차 수입에는 관세가 붙지 않는데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40% 이상을 아세안 국가들에서 만든 것으로 채워야 한다. 즉 현대자동차가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을 베트남 산이나 다른 아세안 국가들의 제품으로 채우게 되면 그 차량들을 다른 아세안 국가들로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게 된다. 베트남이 현대자동차의 아세안 생산 기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베트남 도요타 가격 - beteunam doyota gagyeog
이미 도요타가 ‘태국’을 통해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처럼.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시작이 될 ‘부품 현지화율 40%는’은 단기간에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도 베트남 자동차 산업의 부품 현지화율은 10~20%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거울, 유리, 차량 의자, 배선, 배터리, 튜브, 플라스틱 재 제품 등 제작이 간단하고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이나 용접이나 도색 공정 같은 단순 공정의 아웃소싱 위주다. 현대자동차가 현지에서 조달하고 싶어도 현지 업체가 없어서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렇게 베트남 자동차 기술이 낮은 데에는 현지 수요의 문제가 존재한다. 다른 아세안 국가들에 비해 베트남의 자동차 시장은 규모가 작다. 아세안 자동차 연맹(AAF)의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시장규모는 인도네시아가 106만대로 1위, 태국은 77만대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의 생산량(27만 대)에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베트남 도요타 가격 - beteunam doyota gagyeog
소재와 부품을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베트남

이미 ‘한 배’에 올라탄 현대자동차와 베트남

그러나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가치는 현재가 아닌 미래에 있다. 지난 5년간 베트남의 자동차 판매량은 매년 3~40%씩 증가했다. 베트남 자동차 산업 협회 Toru Kinoshita 회장의 말처럼 “베트남의 자동차 보유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베트남 경제의 고성장에 따라 자동차 사회로의 진입이 가속화되는” 시기에 현대자동차가 좋은 터전을 닦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자동차와 베트남은 단순한 파트너가 아닌 ‘공생’의 관계에 놓여있다. 현대자동차는 어떻게든 베트남의 생산능력을 끌어올려 생산기지를 구축한 뒤 이를 바탕으로 아세안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이 과정이 없으면 아세안 7억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 베트남도 현대자동차 기술을 이전 받으며 자체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성장하는 자국 소득수준에 걸맞은 소비재를 스스로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 도요타 가격 - beteunam doyota gagye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