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도축 과정 - dwaeji dochug gwajeong

돼지 도축 과정 - dwaeji dochug gwajeong

☞ 지난호 399쪽에 이어서

4. 고품질 돼지고기 생산을 위한 도축과정 


도축은 인간에게 있어 이용가치가 높은 식육과 껍질, 내장 등의 생산물을 얻기 위해 그 수단으로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 작업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서양인이나 유목민과 달라서 이 도축과정을 굉장히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먹음직스러운 모양으로 쇼케이스에 진열된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사서 맛있게 먹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도축과 해체과정은 생각하기 싫은 모양이다. 

한국인의 이러한 자세는 살생을 금지하는 전통적인 불교문화와 도축업 종사자를 천시하는 조선시대의 뿌리 깊은 직업차별 의식에 의한 것으로 여겨진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시각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전에 어느 도축장을 방문했을 때 최고 경영자인 공장장이 근무한 지 몇 년 됐지만, 아직도 자기는 돼지 전살 장면을 안 봤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그래도 되는 것인가 하고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식육업 종사자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자-+기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1996년부터 식육처리기능사자격증 제도를 만들어 운영해 오고 있지만, 그 변화 속도는 아직도 더딘 편이다. 그런 세태를 반영이라도 하듯 식육업계에서 일할 사람은 많이 필요한데 대학에 관련학과 하나 없다 보니 여기저기서 직원 구한다는 전화는 많이 받아도 정작 추천할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에 서양의 경우에는 도시 한가운데 도축장과 식육시장이 자리 잡고 있어 가축의 도축이나 피가 떨어지는 지육 등이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거래 및 유통되고 있다. 종사자들 또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기 직업에 대해서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예전에 유통사업단에 근무하면서 수입 쇠고기 일로 호주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인적이 드문 시골 동네 선술집에서 젊은 현지 여성을 만났는데, 자기가 도축장에서 내장 꺼내는 일을 한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일행 모두가 놀란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구의 60% 이상이 1차 산업, 즉 목축업에 종사한다고 하니 그 나라에서는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농가에서는 같이 생활하면서 키워 온 가축을 도축과정을 거쳐 잡아먹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도축이란 행위가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마을에서 잔치를 벌이면 소나 돼지를 잡고 그 자리에서 해체하여 동네사람들이 나누어 먹던 풍습이 있었는데, 그때 동네 어르신들에게 먼저 내장을 나누어 주는 ‘배장’이란 풍습도 그때부터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예로부터 서양사람들은 육식을 주식으로 하면서 항상 위생적인 위험에 직면하고 있었다. 그것은 인수공통 전염병에 의해 죽거나 부패된 식육을 섭취하여 병에 걸려 죽는 것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가축을 식용으로 만들기 직전까지 살려두고 가축의 건강 상태를 살펴봄과 동시에 위생적이고 안전한 식육을 얻기 위한 생명 보존의 경험에서 도축장을 도시 한가운데 두었던 것이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인간은 신의 모양을 하고 있어 지상과 수중의 동물은 모두 인간의 식물이 될 수 있도록 신이 만들었다’고 되어 있다. 가톨릭에서도 ‘인간과 동물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선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혼을 갖고 있는 것은 인간만으로 동물은 감각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서양에서는 도축이란 행위가 극히 평범한 행위였다. 세계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는 이슬람 지역에서도 알라신 이외의 이름으로 도축된 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진 않지만 그 밖의 경우라면 허용된다. 

이처럼 세계에는 종교상의 이유로 특별한 도축문화가 있지만, 식육의 맛을 유지하면서 저장성이 좋은 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도축할 때 도체로부터 혈액을 신속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혈액은 도체로부터 나왔을 때 불쾌한 외관을 띠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영양분이 풍부한 액체이기 때문에 미생물 발육의 최적지로 알려져 있다. 더군다나 가느다란 혈관이 몸안 구석구석까지 퍼져 있기 때문에 방혈이 불충분할 경우 남아 있는 혈액으로 인해 곧장 고기가 변색되고, 악취를 내며 부패한다. 따라서 도축은 방혈이 잘 이루어지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심장과 폐를 지배하는 뇌의 연수 부분을 파괴하는 것을 피하고, 혈액의 순환을 멈추지 않고 대동맥을 자르면 혈액순환 펌프인 심장의 작용에 의해 스스로 피를 내면서 죽음에 이르는 방법이다. 그 때문에 예로부터 돼지 등을 잡을 때는 뒷다리 부분을 걸고 경부혈관을 절개해서 출혈량 과다로 죽게 하는 방법이 행해졌다. 하지만 방혈을 충분하게 시키는 면에서는 좋았으나 방혈 중에 몸부림쳐서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어서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좋지 않았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가축에게 고통을 주면 생산된 고기에도 나쁜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동물 복지 측면에서도 좋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는 가축을 일단 실신시킨 뒤 심장작용으로 혈액이 순환되고 있는 동안에 경부혈관을 절개하여 방혈시키는 방법이 일반화되었다. 가축을 실신시키는 방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타액법 : 해머, 도끼, 화약식 도축 총, 공기압 총 등에 의해 앞이마 부분을 강하게 타격해 뇌에 충격을 주어 실신시킨다. 

(2) 전격법 : 주로 돼지 도체에 이용되는 방법으로 뇌신경에 전기충격을 주어 실신시키는 방법이다. 돼지 두부와 귀 옆에 두 개의 굵은 바늘을 대고 70~90V, 0.3~0.5A의 전기를 8~10초간 전류를 흘려보내 실신시킨다.

(3) 탄산가스법 : 돼지가 탄산가스를 흡입하게 하여 실신시킨다. 

예전에는 방혈을 도축실 바닥에서 높낮이를 두고 실시했지만 현재는 거의 모든 도축장에서 온레일 방식의 행거 레일에 뒷다리를 걸어 현수해서 작업을 진행하는 시스템으로 도체의 경동맥과 경정맥을 칼로 절개해서 이루어진다. 탄산가스-전기-타액법 순으로 방혈이 잘된다는 보고도 있지만 아무리 방혈이 잘된 상태라 해도 전체 혈액량의 50~60% 정도만이 외부로 방혈된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방혈량은 가축의 생체중량에 대해서 성우가 3~3.5%, 송아지가 4.5~5%, 돼지는 2.5~3.5%로 알려져 있다. 또 방혈치사의 소요시간은 6~10분 정도이지만, 방혈은 최초 3분 전후로 거의 다 끝난다. 

최근 경남 해안지역에서 죽은 채로 많이 잡히는 고래고기의 경우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그 이유는 고래고기 특유의 냄새 때문인데, 방혈을 하지 않은 상태를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사냥으로 잡은 꿩고기의 냄새도 같은 이유로 추측해 볼 수 있다.

5. 위생적인 탕박과 박피작업


도축이 끝난 도체는 즉시 박피작업으로 옮겨진다. 이는 가죽을 제거하는 작업을 말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돼지의 경우 가죽을 벗기지 않고 털만 제거한 뒤 그대로 유통하는 탕박돼지가 유행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서양,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는 아직도 박피돼지(미박돼지라고도 함)가 일반적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오사카 지방을 기점으로 서에서는 탕박, 동에서는 박피돼지가 일반적인데 아무튼 흥미로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돼지 도축 과정 - dwaeji dochug gwajeong
▲ (사진 5, 6) 돼지 탕박작업

박피작업은 소는 현수된 상태로 기계가 뒤에서 가죽을 잡아당겨 올리면서 행하고, 돼지는 박피기에 올려놓고 몸통을 굴리면서 제거한다. 우선 박피 전용칼을 사용해 가슴과 복부를 세로로 자른 뒤 제거하는데, 피부 조직과 지방 조직에 칼자국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숙련을 요한다. 박피기 위에 옆으로 누운 돼지를 돌리면서 한쪽 가죽을 기계에 물린 뒤 가죽을 아래쪽에서 잡아당겨 제거한다. 

반면 탕박작업은 도체를 60~65℃의 수조에 4~5분간 담군 뒤 회전식 탈모기계로 탈모한다. 이때 제거되지 않은 잔모는 가스버너로 태운 뒤 브러시로 문질러 깨끗하게 제거한다. 서양에서는 예전에 콜타르를 이용해 제거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녹여서 액체가 된 콜타르 안에 돼지를 넣고 꺼낸 뒤 굳은 콜타르를 털과 함께 떼어 내 제거하는 방법으로 현재 오리 도축장에서 일부 사용하는 방법과 같은 방법이다.

6. 오염 방지를 위한 세척과 냉각작업


방혈과 박피작업이 끝나면 머리와 족을 제거하고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낸 후 등뼈를 갈라 좌우로 이분할하여 이분도체 지육을 생산한다. 이 지육을 샤워기로 안쪽과 등 부분을 충분히 세척해 잔털과 오물이 붙어 있는 것을 제거한다. 

원래 도축 직후의 지육은 무균 상태이지만 작업 중에 세균이 옮겨붙기 때문에 여기에 내장 오물이 붙어 있거나 피가 남아 있으면 급속히 미생물이 증식해 선도가 저하된다. 때문에 이 공정 중에 세척을 확실하게 해 둘 필요가 있다. 

돼지 도축 과정 - dwaeji dochug gwajeong
▲ (사진 7) 이분도체 생산

세척이 끝나면 중량을 재는데, 출하자의 지육대금과 연관되기 때문에 필요한 과정이다. 이때 비육 상태가 좋은 우지육의 경우 표면지방에 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물기 제거라 해서 지방 표면을 밀어 내리기도 한다. 냉각기간 중 줄어드는 중량 손실을 미리 예방하는 차원인데, 소는 약 3%, 돼지는 2~3%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로 인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약 24시간 냉각한 뒤 중량을 재는 곳도 있다. 

세척이 끝난 돼지지육은 곧바로 등급판정 과정을 거친 뒤 냉장고로 이동하고, 우지육은 바로 냉장고로 이동해 냉각시킨다. 도축 후의 지육은 가능한 한 빨리 중심부까지 0℃가 되도록 냉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육질을 좋게 해서 저장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고기와 지방의 색을 좋게 하고 지방의 산화를 늦추어 사후강직의 발생을 지연시켜 선도가 오래 유지되는 효과도 있다. 

얼마 전부터 일부 지역에서 소고기 도축 후 온지육에서 육회용으로 우둔 부위와 같은 일정 부위를 따로 떼어 내 생고기라고 해서 미리 유통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상온에서 유통되기 때문에 선도 유지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시중 음식점에서 유통되는 생고기는 대부분이 냉기를 받고 등급판정을 받은 후 출고된 냉장육이기 때문에 그날 도축된 지육에서 떼어 낸 생고기와는 반드시 구분 지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고기가 변화하는 것은 모두 내부의 화학 변화다. 결국 수분이 분해되어 산소와 수소로 되는 것과 같은데, 이 화학 변화에는 각각의 적당한 온도 범위가 있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으면 활발하고 낮으면 더디다. 

지육의 냉각은 천장에 붙어 있는 레일에 지육을 현수한 상태로 서로 붙지 않도록 일정 간격을 유지한 채 실시한다. 도축 후 지육의 온도는 40℃ 정도로 높다. 심부온도를 급속히 냉각시킴과 동시에 물기 제거 후에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많으므로 실내 공기를 순환시켜 주는 것이 좋다. 

온지육은 급속히 냉각시키면 고기 표면에 얇은 피막이 형성되는데, 이 막이 수증기의 발산을 막는 벽이 되어 그 이후의 건조가 진행되는 것을 막는다. 만약 표면에 습기가 차 있으면 미생물이 급속하게 증식되므로 뒷다리 부분이나 복부 부위가 서로 붙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체온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도축 직후에는 고기 내부에서 약한 발열작용이 있어 온도가 40℃까지 상승하는데, 이 열을 강직열이라고 한다. 이것은 근육 중의 글리코겐이 분해되어 유산을 만드는 해당작용을 할 때 글리코겐 1g당 240kal의 발열이 있는 것이 원인이다. 

이 지육을 섭씨 2~3℃까지 냉각시키는데, 소는 48시간, 돼지는 24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표준이다. 너무 급격하게 냉각시키면 표면온도는 내려가지만 고기 내부는 온도 전달이 늦어지기 때문에 중심부는 냉각되지 않아 내외의 온도차가 커져 표면에 동결막을 형성시키기도 한다. 

냉각과정 중 수분의 증발에 의한 중량 손실은 물기 제거 정도, 도체의 크기, 지방 두께, 육질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차이가 있지만, 대략 24~48시간에 지육 중량의 2~3% 정도이다. 

돼지 도축 과정 - dwaeji dochug gwajeong
 ▲ (사진 8, 9) 고기를 좌판대에 올려놓고판매하는 동남아시아의 모습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면서 전통시장을 들른 사람들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를 길가 좌판대에 올려놓고 판매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파리 방지를 위해 선풍기 같은 것을 틀어 놓은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고기가 이미 말라서 건조된 상태로 검게 변해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당장 위생이 문제가 되겠지만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거래를 하고 있는데, 사정 이야기를 들어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지역 특성상 새벽 2~3시에 도축되어 아침에 해체를 끝내고 아침 일찍 시장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이 개의치 않고 구매한다. 우리 시각에서 보면 당연히 비위생적이라고 하겠지만, 경제 여건상 냉장고가 없기 때문에 그날 잡아서 그날 먹는다는 식습관을 이해한다면 그런 상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집집마다 냉장고가 없기 때문에 아침마다 거리식당에서 아침밥을 해결하는 것도 그런 시각에서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다만 그런 나라에서도 시장이 2~3일간 쉰다면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하여 문제가 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부패하기 쉬운 고기를 언제나 원할 때 먹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냉장기계를 개발해 사용하는데, 선도 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하겠지만, 그만큼 그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가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 할 것이다. 

돼지 도축 과정 - dwaeji dochug gwajeong

돼지 도축 과정 - dwaeji dochug gwajeong

장영수 교수
전 축산물위생교육원
문의사항
상기 원고에 대한 궁금한 사항은 글쓴이 메일로 문의바랍니다.
글쓴이 e-mail :
출처
피그앤포크한돈 2019년 6월호 345~35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