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습작 가사 해석 - gieog-ui seubjag gasa haeseog

이젠 버틸순 없다고
휑한 웃음으로 내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지만
이젠 말할 수 있는 걸
너의 슬픈 눈빛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걸

나에게 말해봐
너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만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속으로 쓰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너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만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속으로 쓰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내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나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많은 날이 지나고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은 1994년 전람회 1집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곡으로,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당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이라 보기엔 이젠 좀 된 영화지만) 2012년에 개봉된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는 '기억의 습작'을 통해 과거 승민과 서연을 이어주었고, 먼 훗날 그들의 추억에 큰 상징으로 차지할 만큼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때분에 영화에서 전반적으로 울려퍼지는 김동률의 목소리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다.

영화를 보고, 김동률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 애정이 생긴 뒤로 알게된 몇 가지 사실은 '기억의 습작'이 원테이크로 한 번에 녹음이 되었다는 점, '이젠-' 으로 시작되는 첫 부분이 플랫으로 녹음 되어 당사자인 김동률은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부분이 자꾸 신경 쓰인다는 점, 많은 사람들이 왜 제목이 '기억의 습작'으로 붙여졌는지 궁금하다는 점 등 사소하지만 알게된 부분이 꽤 많았다.

나 역시 왜 제목이 '기억의 습작'인지, 가사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 4년 전부터 줄곧 듣고 생각해보았는데도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요즘에서야 가사에 대한 해석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비록 감상자들마다 가사 해석이 어느 정도달라지겠지만, 나의 해석은 아래와 같다.

먼저 우리는 전체 가사에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지만, 가사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제목의 의미가 어떤지 살펴 보아야한다.

제목은 다시 한 번 더 쓰자면 '기억의 습작'이다. 기억의 습작. 당연하지만 우리는 기억을 '습작' 할 수는 없다. 대부분 사람이라면 이것이 어떤 비유법을 사용했다고 파악할 수 있는데, '습작'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시, 소설, 그림 따위의 작법이나 기법을 익히기 위하여 연습삼아짓거나 그려봄. 또는 그런작품.' 즉, 완결된 하나의 작품이 아닌 낙서, 메모 혹은 다듬어지지 않은 초고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의역하자면, 완결되지 않는, '불완전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제목을 다시 써보자면, '기억의 불완전함' 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화자는) 기억이 '불완전'한 것일까? 뒤이어 보겠지만 전체 가사의 방식은 '너'라고 지칭된 인물을 사랑한 화자가 '너'에게 당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먼 훗날 회상하며 말하는 구조이다. 만약 화자가 '너'에게 당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사랑이 이루어졌다면, 한 사람만 사랑하는 '불완전성'을 탈피하고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진 '완전함'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화자는 자신의 마음을 끝내 고백하지 못했고, 그랬기에 자신의 사랑은 '불완전하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습작이라는 단어는 '불완전함'을 상징하는 단어로, '나의 기억(사랑)은 불완전하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화자는 왜 자신의 사랑을 불완전하다고 느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첫 문단 가사이다.

'이젠 버틸순 없다고
휑한 웃음으로 내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지만
이젠 말할 수 있는 걸
너의 슬픈 눈빛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걸'

후에 '너'로 지칭된 인물이 화자의 어깨에 기대어 '이젠 버틸 수 없다고' 말한다. '너'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인물은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고, 꽤나 고통스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후에 화자는 이 상황을 회상하며, '이젠 말할 수 있'다고 전하며 사실 '너의 슬픈 눈빛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고백한다. 다시 말하자면, 과거 어깨에 기댄 '너'에겐 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지만, 현재에 이르러야 겨우 '나의 마음이 아팠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 말해봐
너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만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화자는 '너'가 화자에게 말해보라고 권한다. 만약 '너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만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말이다. 여기서 '철없던 나의 모습'은 과거 화자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빗댄 모습이다. 즉, 비록 과거의 화자가 당시 '너'에게 언어로 직접적인 위로을 주진 못했으나, 조용히 어깨를 내어준 자신이 '너'에게 조금의 위로는 되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바람과 생각이 함께 표현된 것이다.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속으로 쓰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많은 날이 지나'간 현재, 지친 나의 마음에 어깨에 '쓰러지듯' 기대었던 너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른 화자의 모습을 표현했다. 후에 가사는 다음과 같다.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화자는 미래에 아마 '너'에 대한 기억이 '생각이 나겠지'라고 말한다. 과거에 '너'를 사랑한 기억보다 앞으로의 날들이 훨씬 많으므로, 커버릴 것이고, 점점 '너'에 대한 기억들은 희미해질 것이다. 희미해지고 '잊혀져 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생각이 날 것이라 말한 이유는 미래의 '그 꿈들' 속에 '너'가 있기 때문이다. 화자에겐 '너를 사랑한 기억'은 현실에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고, '불완전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미래의 그 꿈들'은 '너'의 기억이 없는 앞으로의 행복한 날들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너'를 사랑한 기억도 행복했고, 미래의 꿈들 역시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므로 화자는 '너'와 '미래의 그 꿈들'이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후에 가사들은 반복되고, 마지막엔 '잊혀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의 부분에서 '너'가 '나'로 바뀌면서, 앞서 말했던 것처럼 과거에 '너'를 사랑한, 잊혀진 기억이 다시금 생각날까, 라고 말하며 곡은 끝난다.

어떻게 보면 자의적인 해석일 수도 있고, 부족할 수도 있지만 한 번쯤 이렇게 문자화 하여 내가 생각한 가사의 해석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제대로 해석한지는 불분명하지만, 이렇게 해석을 하고 곡을 들으니 가사가 절절하지만 담담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곡을 한 번에 소화한 동률옹은 너무나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