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한국어 발음 차이 - ilbon-eo hangug-eo bal-eum chai

외래어를 빼놓고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한국, 일본 모두 외래어가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하지만, 어원이 같은 외래어니까 일본에서도 통하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 발음 때문에 일본에서 잘 통하지 않는 단어 5선 하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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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01 2021 (Jan 28 2021)

일본어 한국어 발음 차이 - ilbon-eo hangug-eo bal-eum chai

커피(코-히-: コーヒー)

한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이나 커피를 대단히 좋아하죠. 일본어의 ‘커피’ 발음 또한 실소를 금할 수 없는데요. 일본에서는 ‘코-히-(コーヒー)’라고 읽습니다.

한국어로 알파벳 o를 컨디션(condition), 컨트롤(control), 옵션(option), 코너(corner)등, 모음 ㅗ와 ㅓ로 나눠서 쓰는 반면, 일본어는 オ(ㅗ)로 통일해서 씁니다. f, ff발음은 상편 기사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한국에서는 p, 일본에서는 h로 표기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커피’, 일본에서는 ‘코-히-‘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같은 단어 ‘coffee’임에도 불구하고, 한일간에 발음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타벅스 커피를 ‘스타-박쿠스 코-히-(スターバックスコーヒー)‘, 따뜻한 커피를 ‘홋또 코-히-(ホットコーヒー)‘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스타-박쿠스 코-히-‘에 가시면, 따뜻한 ‘홋또 코-히-‘를 꼭 드셔보세요^^

에너지(에네르기: エネルギー)

드래곤볼의 ‘에네르기파’를 모르는 분은 없겠죠. 일본에서는 에너지를 에네르기(エネルギー)와 에나지-(エナジー)두 가지로 발음합니다. 일본인에게도 이 두 단어의 차이를 물어보는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서 인터넷에도 ‘エネルギーとエナジーの違い(에네르기와 에나지-의 차이)’라는 기사가 다수 검색됩니다.

이 두 단어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고, 단지 ‘energy’를 일본어식으로 읽었는지, 영어 발음에 가깝게 읽었는지의 차이입니다. 최근들어 ‘에나지- 도링크(에너지 드링크)’와 같이 제품명이나 기업명에 일부 쓰이고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에네르기’가 널리 알려진 발음입니다.

터널(톤네루: トンネル)

터널도 원어가 같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한일간 발음이 다릅니다. Tunnel을 일본에서는 ‘톤네루(トンネル)’라고 합니다. 배두나, 하정우 주연의 영화 ‘터널’도 일본에서는 ‘톤네루’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죠.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タヌル(타누루), タネル(타네루), タンル(탄루), タッナウ(탓나우)로 들린다는 등 의견이 분분합니다. 언어는 하나의 약속과도 같아서 아마 외래어를 들여올 당시 일본의 언어학자들이 일본인들이 발음하기 쉽고 알아듣기 쉽게 표기를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냅킨(나푸킨: ナプキン)

식사 시, 레스토랑에서 주로 찾게 되는 냅킨(napkin)을 일본어 발음으로는 ‘나푸킨(ナプキン)’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사용법의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나푸킨은 입을 닦을 때 쓰는 것이 아닌 여성용 생리대를 의미합니다. 일본에 와서야 텔레비전 광고에서 생리대를 나푸킨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냅킨을 찾았다가 어색한 분위기가 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일본은 한국어에 비해 생활 속에서 외국어를 많이 사용하는데요, 자국어로 대용할 수가 있음에도 굳이 외국어를 적극적으로 쓰는 것에 의아함을 느꼈습니다. 일본인 말로는 외국어를 쓰면 좀 더 유식하고 세련되 보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네요.

참고로 레스토랑에서 냅킨을 일본어로는 ‘테-부루 나푸킨(テーブルナプキン)’이라고 합니다.

빌딩(비루: ビル)

빌딩의 경우도 오해하기 쉬운 경우입니다. Building은 우리말로 ‘빌딩’, 일본에서는 ‘비루딩구(ビルディング)’라고 하는데 일상적으로는 줄여서 ‘비루(ビル)’라고 합니다. 문제는 ‘삘딩’에 가까운 한국식 발음이 안 통할 때가 있고, ‘비루(ビル)’를 외워서 잘못 쓰면 ‘생맥주(비-루: ビール)’가 되어버릴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어떠셨나요? 2회에 걸쳐서 발음 문제로 한국과 일본에서 잘 통하지 않는 단어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일본어의 외국어 발음과 표기는 일본 거주 8년차인 지금도 종종 놀라는 부분인데요, 외국의 것을 큰 위화감 없이 들여와서 자기들 식으로 어렌지(재가공)하는 것에 능한 일본인의 기질이 느껴지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한국인에게 있어서 가장 배우기 쉬운 언어는 뭘까? 여기에 나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일본어’라고 대답할거다. 물론 일본인들에게도 한국어라고 가장 간단하게 배울 수 있는 외국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다닌다. (사실 주변을 보면 의외로 한국어와 일본어의 유사성에 대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일본친구들이 참 많다.)

그럼 뭐가 그렇게 비슷해? 뭐니뭐니해도 어순이다.

영어라고 하는 외국어를 처음 공부하기 시작한 초딩시절 어떻하면 ‘나는 공부한다 영어를’이라는 식으로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었던걸 생각하면 어순이 같다는 건 엄청 편한 일이다. 최소 생각나는대로 지껄이면 된다는 왠지모를 자신감을 붙여주니까.

게다가 같은 한자문화권이다. 일본어중에서도 한자어는 한국말과 발음이 비슷하다. (ex.’무리’는 ‘무리’) 다른 발음이어도 어느정도 어떤 발음이 될지 예상할 수 있다. (ex.’난방’은 ‘단보’)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발음인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한번 알아두면 그 한자가 들어가는 다른 단어를 말할때 또 그 발음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룰만 머리에 들어 있다면 일일히 공부하지 않아도 발음해낼 수 있다는 거다. 일단 몰라도 ‘일본어라면 이런식으로 발음하겠지’라고 발음해버리면 혹시나 틀려도 상대가 추측해서 걸러듣기도 한다. 중국어도 한자어이기 때문에 발음이 비슷할수도 있지만 일본어가 가지는 단어의 친근함을 따라갈 순 없다. 무엇보다 성조는 그 모든 친숙함을 어색함으로 만들어 버리니..

이런 특징을 내세우면서 한국에게는 일본어를, 일본인에게는 한국어를 추천해왔던 나.

“단어만 좀 공부하면 금방 된다니까요.”

일본에서 만난 다른 나라 유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넌 일본말을 할 줄 아니까 한국말도 좀만 공부하면 할 수 있어. 해봐”

요즘엔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프랑스인 친구 J가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물론(?) 내 추천 덕분은 아님..;;; 유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어학에 대한 흥미가 높기에..;;;) 아직 공부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에게 나는 물었다.

“한국어, 일본어랑 비슷하지?”

당연히 “응”이라는 대답을 기다렸던 나에게 그녀는 의외의 답을 던진다.

“하나도 안비슷해. 내 생각에 일본어와 한국어는 모두 isolate한 언어야.”

뭐라고?

사실 그녀와 이야기를 계속해서 나누어보니 그녀는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부모님과 함께 일본에 건너가 살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운 언어는 ‘일본어’였다. 내가 5살이 되는 해에 우리 가족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나는 바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데 나에게는 ‘다른 언어를 배웠다’라고 하는 기억이 전혀 없다. 물론 그 뒤로 한국에서 일본어를 쓸 기회란 전혀 없었고 단지 숫자나 인사말 및 단순한 표현 등만이 희미하게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한건 대학생 때. 다른 이들에 비해 일본어의 표현을 습득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 지는 것 같은 느낌은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역시 일본어는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는 언어였다.

J, 그녀는 나와 비슷하게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는 캐나다에서 영어를 쓰며 살다가 초등학교때부터 프랑스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프랑스어를 쓰기 시작했단다. 중고등학교 시절 배운 외국어는 독어와 스페인어. 왜 영어는 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영어는 ‘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초등학교 입학전에 가지고 있던 영어에 대한 경험만으로도 별도의 텍스트 공부 없이 해리포터를 읽을 수 있었단다. 그리고 영어를 하면 독어가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하는데…

예를 들면 독어의 zwischen. 이 발음을 듣자마자 영어의 between이 간단히 연상되었단다. ‘쯔뷔쉔’과 ‘비트윈’….. 어디가 같냐는 거냣 ㅠㅠ 어쨌든 영어를 포함한 몇가지의 ‘유럽언어’를 큰 문제 없이 구사할 수 있는 그녀와 달리 내가 일본어를 ‘다시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걸 생각하면 역시 한국어와 일본어는 꽤나 다른 언어인 것 같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이해가 된다.

그 후 난 잘 생각해 보았다. 한국어와 일본어. 물론 세계 그 어떤 다른 언어보다도 서로는 닮아 있지만 하나의 카테고리에 같이 넣기에는 좀 망설여질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순이 같고 한자어를 쓴다는 유사점을 가지고는 있지만 한자어가 아닌 단어들의 발음을 떠올려 보면 확실히 차이가 있다.

영어와 다른 유럽언어와의 발음의 유사성이 어느정도 있는 것인지 공부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확실히 가늠할 길이 없지만 zwischen과 between이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그녀의 이야기와 이탈리아와 그리스 여행시 영어로 뜨문뜨문 추측가능했던 단어들을 떠올리면 유럽언어간의 동질감에 비해 한국어와 일본어는 꽤나 이질적인 언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 한국어로 ‘사이’라고 발음하는 between. 일본어로는 ‘아이다’ 이다. 음…’아이다’로 ‘사이’를 추측할 수는 있을것 같긴 한데…어떨까…한국어와 일본어의 발음의 차이를 논하기엔 난 너무 일반적이지 못한 샘플이라…-_-a)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 후 한국어와 일본어의 기원등에 대해서 인터넷 서핑을 해봤다. 두 언어가 모두 알타이어계, 혹은 우랄알타이어계에 속한다고 배우지만 사실 이 분류도 학자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대상이 된다고 한다. 이런저런 자료를 검색해보니 한국어보다 일본어 쪽이 가장 ‘알타이어계라하기엔 너무 다르다’라는 주장이 많다. 그 외에도 뒤져보면 역시나 언어의 기원과 분류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었고 (접근할 수 없는 논문들이 대다수였지만) 몇 문서를 접하면서 역시 언어는 그 자체로서의 성질 뿐만이 아니고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생물학적, 지리적, 사회적 환경등 여러가지 요인이 관여를 하기에 단순히 두 언어의 차이는 어느정도일지 가볍게 건들여 보고자 했던 나에게 있어서는 뭐라고 정의내리기는 참 버겁다는 판단을 내렸다.

Most difficult language to lear 이 링크는 위키페디아에서 찾은 페이지다.-> http://en.wikipedia.org/wiki/Most_difficult_language_to_learn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어려운 언어가 뭔지 조사했더니 전체 조사언어 63개 언어중 top5가 아랍어, 광동어,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란다. 자신이 어떤 언어를 구사하는지에 따라 그 외국어엔 어려운지 쉬운지는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결과만을 가지고이 언어들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 베스트 5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베스트 5중에 동아시아 삼국의 언어가 들어가 있는건 역시나 이 세 언어의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무리 그래도 나에게 있어 가장 배우기 쉬운 언어는 ‘일본어’다. ㅋ

빠른 시일내에 중국어를 공부해야지…중국어는 왜인지 공부하기가 좀 공포(?)스럽긴하지만시 중국어를 배워야 진정 동아시아 3국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나저나 J양.. 너무 부럽다. 뭐야 영어, 프랑스어, 독어, 스페인어, 일본어를 할 수 있다는 거다 ㅠㅠ 아마 곧 한국어도 할거다. 역시…. 유럽은 여러 언어를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너무 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