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화 단계 - inlyuui jinhwa dangye

인류의 진화 단계 - inlyuui jinhwa dangye
먼 옛날 아프리카에 서식했던 유인원 계통 중 독특한 ‘종’이 바뀐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허리를 곧추세우고 서서 네발 대신 두발로 걷게 되었고, 자연히 두 앞발, 즉 두 손이 자유로워지자 도구와 무기를 만들어 쓰게 되었다. 점차 날카로운 송곳니도 퇴화하고 두뇌 크기도 증가했다. 또한 사고력이 깊어질수록 도구 제작 기술에 의존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상당히 지능적이고 두발로 걸어다녔으며 도구를 제작하고 동물을 사냥했다.

인류출현과 진화에 대한 출발은 위와 같은 고전적인 얘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점차 과학적인 연구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1967년 사리치와 윌슨은 인류 진화의 역사에 대해 생화학적 방법론을 사용하였다. 두 교수가 유전자와 단백질 그리고 제반형태의 핵산(세포핵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물질)을 측정한 결과, 유인원과 인과의 분화시기는 500만년, 또는 그보다 조금 더 오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오늘날 학계에서는 인과의 첫 출현을 500만년 내지 1000만년 전으로 보고, 이를 평균해서 약 750만년 쯤으로 추측하고 있다.

가장 앞선 이른 시기의 유인원으로는 아프리카 대륙의 초기 올리고세에 엘 화윰 유적에서 발견된 이집토피테쿠스와 이집토피테쿠스로부터 갈라져 나온 빅토리아피테쿠스가 있다. 마이오세 중기가 되면 드리오피테쿠스, 시바피테쿠스, 라마피테쿠스, 기간토피테쿠스 등이 번성하게 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라마피테쿠스로부터 300만년 전 보다 이전에 진화되었다고 보고 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남방의 원숭이’라는 뜻으로서 원인(ape-men), 혹은 인원(men-ape), 또는 근인(near-men) 심지어 ‘원시인’과 같은 여러 가지로 불리는 집단의 총칭으로 이들 집단은 인류 진화상 최초의 완전한 단계를 이루고 있는 집단으로 보고 있다.

1925년 다트(R.A.Dart)에 의해 남아프리카 케이프주에 있는 타운 마을에서 발견된 작은 원시인류 표본을 설명할 때 만들어졌다. 그의 타웅 어린아이 두개골 분석에 의하면 대후두공의 복부 부분과 서로 관계를 이루고 있는 작은 송곳니는 인간의 특성을 지녔고, 작은 뇌와 상대적으로 큰 코는 원숭이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등 몇 개의 구별되는 특징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호모류의 한 구성원으로서 볼 수는 없으나 대형 유인원과 다른 속의 특징이 보인다는 점 때문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원시인류의 조상으로 인정하고 인간과 유인원 사이의 중간쯤 위치에 놓고자 하였다.

1936년 브룸(R.Broom)은 스테르크폰테인(Sterkfontein)지역에서 선신세(鮮新世) 화석을 발견하고, 형태학상으로 타웅의 두개골과 유사하다고 인정하였다. 브롬과 그의 동료들은 인과(人科)내에서 이러한 화석들을 다시 아과(亞科)로 분류하고 ‘오스트랄로피테시네(Australopithecinae)’라 명명하였다. 그리고 이 오스트랄로피테시네 내에는 그 아분류 단위로서 각기 별개의 속들이 있다. 크롬드라이(Kromdraai)와 스와르트크란스 지역에서도 브룸에 의해 초기 원시인류 표본이 계속 발견되었다.

1959년 리키(L.S.B Leakey)는 커다란 이빨과 육중한 새깃 장식을 한, 잘 알려지지 않은 유인원 진잔트로푸스 보이세이(Zinjanthropus boisei)라는 원시인류 두개골을 올두바이고지(Olduvai Gorge)의 BedⅠ에서 발견하였다. 로빈슨(J.T.Robinson)은 크롬드라이와 스테르크폰테인지역으로부터 남아프리카 형태와 아주 유사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진잔트로프스가 파란트로프스의 하위 종의 개념임을 주장하였다. 브룸이 그러했듯이 로빈슨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파란트로프스는 진화선상의 상이한 계통발생을 나타나고, 그들의 유전학적인 분류는 아주 명확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타웅, 스테르크폰테인, 마가판스가트 지역의 원시인류의 표본은 진화의 분류된 가지로 비교되었고, 로빈슨은 이 화석을 파란트로프스라고 주장하였다. 조직진화 단계로 비유하는 초기 원시인류 형태인 이런 견해들도 토비아스(P.V.Tobias), 브레이스(C.L.Brace) 그리고 월포프(M.Wolpoff)에 의해 계속적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그 연구들은 비교적 작은 뇌의 크기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현재 대부분의 학자들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 afarensis),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A. africanus),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로보스투스(A. robustus),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이세이(A. boisei)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에티오피쿠스(A. ethiopicus) 이렇게 5가지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인정하고 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란 용어는 사실상 분류학의 australopithecine에 올라있는 아과(亞科)의 직접적인 대표이고, 그것은 호모의 아과에서 분리해 주는 함축적인 표시로 사용되었다.

메리 리키가 1959년 올드바이 골짝에서 진잔트로푸스의 머리뼈를 발견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큰아들인 조나단이 이 유적의 오래 된 아래층에서 진잔트로푸스보다 섬세한 현태의 호미니드 머리뼈 부분과 턱 및 손뼈들을 찾았다. 또한 호미니드 뼈대의 일부가 발견되었는데 이 발견된 이 화석들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이세이와 같은 층에서 발견되었지만 보이세이와는 다른 호미니드 화석들이었다. 루이스 리키는 이 화석들이 우리 자신이 속해 있는 인류속(genus Homo)중 가장 이른 시기에 속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1964년에 이 화석을 손쓴사람 Homo habilis(handy man)이라고 명명하고 학계에 보고하였다. 이로부터 호모(Homo)가 출현하게 되었다.

※ 박선주, 1994,『체질인류학』(민음사)
※ Roger Lewin(박선주譯), 1992,『인류의 기원과 진화』(교보문고)
※ 국립문화재연구소, 2001,『한국고고학사전』참고



최근 1~2년 사이에 인류 진화 역사에 대한 설명을 수정해야 할 이유들이 터진 봇물처럼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진화의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같은 다른 종들과 짝짓기를 하여 유전자 교환을 했다는 디엔에이의 증거들이 발견되었으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과 사람 속을 잇는 새로운 화석이 남아프리카에서 발굴되어 학술지에 발표되었다.




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기원과 확산을 설명하는 가장 널리 알려진 학설은 대강 이럴 것입니다. 20만 년에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의 일부 집단이 6만5천 년 전~7만 년 전 무렵에 아프리카를 벗어나 서서히 전 대륙으로 확산하고 진화하면서 여러 인종과 민족이 현재 지구촌에 분포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호모 사피엔스에 훨씬 앞서 40만~50만 년 전 무렵에 아프리카를 벗어나 이미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던 다른 고인류 종들은 멸종하였으며, 호모 사피엔스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금 우리의 첫 조상인 '아담'과 '이브'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거기에서 시작된 가지치기를 따라 지금까지 그 자손이 번창해왔다고들 얘기되지요.

그런데 최근 들어 현생 인류의 기원과 관련해 새로운 화석이 발견되고, 또한 고인류의 유전체(게놈) 분석 기법들이 발전하면서, 인류의 진화 역사를 설명하는 주류 학설에 변화가 조금씩 생기고 있어서 주목됩니다.

변화를 몰고온 것은 무엇보다 혁신적으로 발전한 게놈 염기서열 분석 기법입니다. 그리고 3개의 화석 조각들입니다. 그 하나는 이미 널리 알려진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이며, 지난해 발표돼 단박에 주목의 대상이 된 시베리아 지역의 데니소바인 화석, 그리고 얼마 전에 발표된 남아프리카 지역의 세디바인 화석입니다.

금 화제가 되는 주요한 연구결과들을 간추리면, 먼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화석에서 추출한 소량의 게놈을 증폭하여 분석했더니, 뜻밖에도 지금 살고 있는 인류의 일부 지역 인구집단들의 게놈에 고인류와 공유하는 1 내지 5퍼센트가량의  디엔에이(DNA)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인류 진화사에서 해석하면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나온 뒤 확산하는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과 이종 짝짓기를 하여 유전자를 교환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나와 호모 사피엔스만의 고유한 유전체를 유지하며 여러 인종으로 분화했을 거라는 기존 설명은 바뀌어야 하겠지요. 현생 인류의 진화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설명도 되겠군요.

또한 최근에는 세디바인의 화석이 인류가 진화계통상 더 오래된 유인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해부학적 증거들을 지닌 것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즉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과 호모 속을 연결하는 징검다리의 종이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지요. 이런 최근 연구들은 우리 자신의 오래된 역사를 파고든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관심을 받고 있으나, 아직은 현재진행의 과학이기 때문에 여전히 연구결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며 세부적인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고서 바라봐야 할 듯합니다. 후속 연구들에서 더 많은 증거와 분석들이 쌓이고 뒷받침되면서 인류 진화의 역사는 점점 더 정교하게 서술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인류 진화와 관련해 주목받았던 최근 연구들 몇 가지를 외신 보도와 논문들의 머릿글을 중심으로 간략히 정리해보았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 호모 속, 호모 에렉투스 종, 호모 사피엔스 종, 그리고 호미니드(사람과[科]) 같은 분류학 용어들이 헷갈린다면, 먼저 이 글의 맨 아래에 붙인 표 그림들을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인류 진화의 역사를 큰 그림으로 조망하는 표, 호미니드 과에 속한 다른 영장류들의 속을 분류한 표 등입니다.)

2011. 9. 9

■ 세디바인 Australopithecus sediba

"호모 속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을 잇는 징검다리 종"

»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의 두개골 화석. 출처/ Wikimedia Commons

세디바인 화석은 2008년 8월 남아프리카 말라파(Malapa) 지역의 동굴에서 처음 발견됐다. 후속 발굴 작업을 거쳐 10대 소년과 30대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 손, 발, 골반 뼈들이 잇따라 발견됐다. 이 화석을 발견하고 분석한 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트대학의 리 버거(Lee Berger)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이 화석의 해부학적 특징을 다각적으로 분석해보니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특징과 인간의 특징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는 이 화석의 주인공이 두 속을 잇는 진화의 연결고리일 가능성이 높다는 다섯 편의 논문을 한꺼번에 발표했다.

이런 연구결과의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무엇보다 머리 화석을 통해 추정되는 세디바인의 뇌 용량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침팬지와 비슷하게 아주 작은 420 세제곱 센티미터 정도로 추정됐으나, 인지 능력과 깊은 관련이 있는 뇌의 전두엽 부위가 인간 종과 비슷하게 확장되고 있는 흔적이 싱크로트론 장비를 이용한 정밀분석 과정에서 발견됐다. 또한 다리뼈와 복사뼈로 볼 때에 세디바는 직립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복사뼈는 인간의 것과 매우 비슷한 꼴을 갖췄으나, 반면에 발과 정강이 뼈는 침팬지와 비슷한 꼴을 지닌 것으로 분석됐다. 머리는 크지 않은데도 골반 뼈는 인간의 것과 비슷하게 비교적 큰 것으로 조사돼, 뇌 용량이 커지면서 뒤이어 골반 뼈가 커졌다는 기존 학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증거로도 해석되고 있다. 세디바인은 두 발로 걸을 수 있었으되 주로 나무 위에서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버거 교수는 세디바인이 호모 에렉투스의 직접 조상이거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후기 종일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을 제시했다.

[논문 안내 글 직접 읽기]

“인류(호모) 이전 200만 년 전에 생존했던 속(genus)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인간 조상이 갈라져 나온 변화 과정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이런 변화 과정 무렵에 존재했던 주요한 화석이 남아공 동물에서 발견된 몇 개의 표본들로 대표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이다. <사이언스> 이번 호에 실린 5편의 보고서는 세디바 화석의 주요 특징들을 논한다. 거기에는 비슷한 다른 호미니드(사람과[科]) 유물들에서는 잘 보존되지 않은 일부 특징도 포함돼 있다. [다섯 편의 보고서 중에서] 피커링(Pickering) 등의 논문은 화석의 연대가 200만 년이 조금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키바이(Kibii) 등의 논문은 세디바의 뇌 용량은 작았는데도 세디바의 골반 구조가 당시에 이미 인간의 것과 유사한 쪽으로 진화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칼슨(Carlson) 등의 논문은 세디바의 뇌가 크지는 않았지만 현생 인류의 뇌 모양 쪽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두개골의 뇌 흔적 형상을 설명한다. 키벨(Kivell) 등의 논문과 지펠(Zipfel) 등의 논문은 손, 발, 복사뼈의 해부학적 특징을 서술하는데, 이는 세디바가 여전히 나무들 사이에서 이동하며 살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5편 논문을 소개하는 <사이언스>의 편집자 글)

과학저널 <네이처>는 뉴스 보도에서 세디바가 인류의 조상일 수 있음을 밝힌 연구논문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하면서, 동시에 아직까지는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는 연구결과를 즉각 받아들이지 않는 신중한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한 신경해부학자는 “두개골 안쪽에 나 있는 뇌의 압박 흔적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 다른 종들의 것과 비교해봐야 세디바의 뇌 형상이 인류와 닮았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다른 미국 고고인류학자는 세디바가 인류로 이어진 조상인지 인류의 특징을 일부 지니다가 멸종한 종일 뿐인지 판단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2010. 12. 22

■ 데니소바인: hominid Denisovans

"현생 인류와 공존했던 제3의 고인류 등장"

인류의 진화 단계 - inlyuui jinhwa dangye
» 데니소바인의 게놈 분석은 손가락뼈와 어금니(위 사진)에서 추출한 것을 이용해 이뤄졌다. 사진/ Nature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일부 집단이 아프리카에서 나온 뒤 고유한 유전자를 지닌 채 지금의 여러 인종으로 분화했던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다른 종들과 이종교배를 하며 유전자 교환을 했을 가능성이 있음은, 네안데르탈인의 게놈과 오늘날 인류의 게놈을 비교분석한 앞선 연구결과에서도 제시된 바 있다(이 글 아래에 자세히). 그런데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는 또 다른 종과도 짝짓기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지난해 12월 새롭게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 보도).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스반테 파보(Svante Pääbo) 박사가 이끄는 독일, 러시아, 미국 공동 연구팀은 지난 2008년 시베리아 남부 알타이산맥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러시아 연구팀에 의해 발견된 손가락뼈와 어금니 화석에서 미량의 게놈을 추출해 분석하고 이를 지금 인류의 게놈과 비교함으로써 이런 결론을 얻어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2010년 12월 발표됐다.

국제연구팀을 이끈 파보 박사는 이에 앞서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에서 추출한 미량의 게놈을 분석하는 기법을 개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한 바 있다. 이런 앞선 연구를 바탕으로, 국제연구팀은 데니소바인의 게놈을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그리고 현존 인류의 게놈들과 비교했으며, 여기에서 데니소바인이 네안데르탈인도 아니며 현생 인류도 아닌 제3의 고인류 종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데니소바인의 등장은 고인류의 생물학적 다양성이 지금껏 알려진 것보다 컸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화석의 주인공한테 ‘데니소바인’이라는 이름을 따로 붙였다.

연구에서는 지구에 존재했던 시기가 겹치는 데니소바인과 현생 인류 사이에 이종 짝짓기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유전학적 증거도 발견되었다. 비교 연구에 쓰인 현생 인류의 게놈으로는 현존하는 남아프리카인, 나이지리아인, 프랑스인, 중국인, 그리고 파푸아 뉴기니인의 게놈이 사용되었다. 이 분석에서는 놀랍게도 데니소바인의 게놈 일부가 현생 인류의 게놈에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나타났다. 특히 파푸아 뉴기니인의 게놈에서는 데니소바인의 고유한 디엔에이가 4.8퍼센트나 발견되었다.

이에 따라 데니소바인은 네안데르탈인의 이주 시기와 비슷하게 대략 5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와 퍼졌으며, 네안데르탈인이 서쪽 방향으로 이주해 유럽과 서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퍼진 데 비해 데니소바인은 동쪽 방향인 아시아 쪽으로 이주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논문 머릿글 직접 읽기]

“시베리아 남부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손가락뼈에서 추출한 디엔에이를 추출해, 우리는 원시 사람과(科)의 게놈 염기서열을 1.9배수로 해독했다. 이 개체는 네안데르탈인과는 공통의 기원을 지닌 집단에 속해 있다. 이 인구집단은 네안데르탈인에서 유라시아인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 흐름과는 관련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번에 분석한 데이터는 그 인구집단의 유전물질 4~6%가 오늘날 멜라네시아인에게 전해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 사람과(科)의 인구집단에 ‘데니소바인(Denisovans)’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그들이 홍적세(Pleistocene epoch, 200만 년 전~1만 년 전) 후기에 아시아에 널리 퍼져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시한다.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이빨에는 손가락뼈의 것과 매우 흡사한 미토콘드리아 게놈이 들어 있다. 이 이빨은 네안데르탈인이나 현생 인류와 비교할 때에 파생된 형태의 특징을 지니고 있지 않으며, 더 나아가 데니소바인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와는 다른 진화의 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네이처 논문 요약문)

2010. 5. 7

■ 네안데르탈인: Homo neanderthalensis

"현생인류의 이종교배 가능성을 처음 보여주다"

» 네안데르탈인의 디엔에이 물질은 이 뼈 조각 화석들에서 추출됐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스반테 파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2010년 5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 사이에 이종교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그 흔적이 현생인류의 게놈에 남아 있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유럽과 서아시아 등지에서 3만 년 전까지 생존했던 구인류로서, 생존 지역과 기간으로 볼 때에 호모 사피엔스와도 상당 기간에 걸쳐 공존했을 것으로 추정돼왔다.

연구팀은 크로아티아의 동굴에서 출토된 네안데르탈인 뼈 조각 화석에서 추출한 미량의 디엔에이 물질을 증폭하는 기법을 활용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을 지금 인류의 게놈 정보와도 비교해보니 오늘날 비아프리카인의 게놈 중에서 1~4%가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는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나온 이후에, 그리고 유럽인과 아시아인으로 갈라지기 이전에, 네안데르탈인과 이종교배를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력한 증거로 해석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

[논문 머릿글 직접 읽기]

“오늘날 인류 종에 가장 가까운 진화 관계에 있던 네안데르탈인은 3만 년 전 사라지기 전까지 유럽과 서아시아의 넓은 지역에 퍼져 살았다. 우리 연구팀은 3개체에서 나온, 40억 개 이상 염기로 이뤄진 네안데르탈인 게놈의 염기서열 분석 초안을 제시한다. 이 네안데르탈인 게놈을 오늘날 세계의 5개 지역에 떨어져 살고 있는 5명의 게놈과 비교함으로써, 우리는 현생 인류 조상에서 적극적 선택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많은 게놈 영역들을 찾아냈다. 거기에는 대사와 인지 발달, 두개골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들도 포함돼 있다. 우리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현존 인류보다는 유라시아의 현존 인류와 더 많은 유전적 변이를 공유하고 있음을 제시한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에서 비아프리카인 조상으로 향한 유전자 유입이 유라시아인 집단이 분화하기 이전에 일어났음을 보여준다.”(사이언스 논문 요약문)

2011. 8. 25

■ 종간 유전자 교환

"현생 인류는 양질의 면역 유전자를 얻었다”

» 호모 사피엔스는 진화하며 세계 각지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같은 다른 고인류들과 짝짓기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Nature에 실린 도표 부분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같은 진화의 사촌 종들과 짝짓기를 했다는 게놈 비교분석의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돼 주목받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런 종간 짝짓기가 현생 인류한테 매우 값진 면역 유전자를 획득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논문도 발표돼 주목받았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의과대학의 피터 파엄(Peter Parham)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2011년 8월25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병원체를 찾아내어 공격하는 우리 몸의 면역 기능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HLA(인간백혈구항원) 계열 유전자의 변이가 오늘날 인종별로 어떻게 다르게 분포하는지 분석하고 이를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의 게놈과 비교해 이런 결론을 제시했다. 수천 명의 현존 인류와 3개체의 네안데르탈인 화석, 그리고 1개체의 데니소바인 화석에서 추출한 게놈의 일부 염기서열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이 지닌 HLA 계열의 특정 변이 유전자는 오늘날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사는 사람들한테서도 자주 나타났으나, 특이하게도 현존 아프리카인들한테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특정 변이 유전자는 연구팀은 이런 특정 유전자의 분포의 불균등은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의 종간 짝짓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즉, 이런 변이 유전자는 6만~7만 년 전에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나온 이후에 마주친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들과 짝짓기를 하면서 유전자 교환을 한 데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아프리카인들한테서는 잘 발견되지 않으나 유럽인과 아시아인들한테서는 자주 발견된다는 것이다. 현생 인류가 질병과 환경에 대해 갖춘 훌륭한 면역 기능의 일부는 다른 종들과 짝짓기를 하면서 생긴 유전자 교환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 참고 자료 그림들


(1) 인류 기원의 역사를 큰 그림으로 조망하는 데에는 아래 표 그림이 도움이 됩니다. 위키피디어에서 가져온 그림입니다 (Wikimedia Commons). 대략 700만 년 전부터 시작하는 이 그림은 대략 20만 년 전쯤에 출현한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가 인류 진화사에서 볼 때에 최근의 일임을 보여줍니다. 오랜 시기가 겹치긴 하지만 호모 속 이전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의 시대가 있었으며, 그 사이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의 이름도 보입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과 호모 속을 주로 보여주는 부분만을 확대한 그림은 아래와 같습니다. 세디바인은 어디쯤 있을까요?

(2)아래 그림은 호미니드(사람 과[科])의 분류표입니다. 위키피디어에서 가져왔습니다 (Wikimedia Commons). 인간은 사람 속(genus Homo)에, 침팬지와 보노보는 판 속(genus Pan)에, 고릴라는 고릴라 속(genus Gorilla)에, 오랑우탄은 퐁고 속(genus Pongo)에 분류되어 있으며 이 속들이 호미니드에 속해 있습니다.

(3)아래는 '사람과(호미니드)에 속한 인구집단들의 시공간 분포'를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시공간적으로 겹쳐 존재했음을 보여줍니다. 학계에는 하나의 정설만 있는 게 아니므로 이 그림에 실린 용어나 종들의 지리적 분포에 관해 다른 견해들도 있습니다. 그림 자료는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왔습니다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