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사용국가 - seupein-eo sayong-gugga

스페인어 사용국가 - seupein-eo sayong-gugga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올라hola’, ‘아디오스Adiós’, ‘돈키호테Don Quijote’, ‘플라멩코flamenco’, ‘레알 마드리드Real Madrid’, ‘타코taco’, ‘탱고tango’ 등 스페인 및 스페인어권 라틴아메리카 국가의 문화와 언어에 이미 많이 친숙해져 있다. 또한, 《백 년간의 고독》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콜롬비아 출신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를 비롯하여 카밀로 호세 셀라Camilo José Cela와 같은 소설가, 옥타비오 파스Octavio Paz,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와 같은 시인들은 그리 낯설지 않은 노벨상 수상 작가들이다. 스페인어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 상업 영역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언어이다. 스페인어는 약 5억 정도의 인구가 사용하고 있고, 세계 21개국에서 공식어로 사용되는 명실상부한 국제어이다. 인구수로만 보면 중국어 다음으로 세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언어이며, 사용 국가 수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에서 사용되는 언어이다. 스페인어 사용 국가는 유럽 대륙의 스페인을 포함하여 아메리카 대륙의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쿠바,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멕시코, 니카라과, 파나마, 파라과이, 페루,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 공화국,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을 포함하며, 아프리카 대륙의 적도 기니 등을 포함한다. 그 밖에도 스페인어는 북미의 미국, 중미의 벨리즈 및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의 피레네 산맥에 위치한 안도라 공화국, 아시아 대륙의 필리핀, 아프리카 대륙의 모로코와 서사하라 등에도 많은 사용 인구를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베리아 반도의 카스티야Castilla 지방에서 사용하던 언어인 ‘카스테야노castellano’의 태동에서부터 오늘날 5대륙에 걸쳐서 사용되는 세계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paragraph type="l" col="2"] 1. 스페인어의 기원


[paragraph type="l" col="1"]

스페인어는 ‘카스티야’ 지방에서 사용되는 언어라는 뜻으로 ‘카스테야노’라고 불리기도 한다. 스페인어 혹은 ‘카스테야노’는 라틴어에 기원을 둔 로맨스어의 하나이다. 로마 제국의 광대한 지역에서 사용되던 라틴어는 각 지역의 토착어와 결합하여 다양한 변이형인 라틴 속어 형태로 발달하였는데, 이러한 다양한 변이형은 5세기 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독립적인 언어로의 진화가 가속화되어 현재의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카탈루냐어, 루마니아어 등의 로맨스 어군으로 알려진 언어들이 된 것이다. 스페인이 위치하고 있는 이베리아 반도에는 로마의 지배가 시작된 기원전 3세기 이전에도 이베로어, 켈트어, 바스크어 등의 원시 언어들이 존재했었다. 8세기가량 지속된 로마 제국의 지배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스페인 지역에는 ‘이베리아 라틴 속어’ 사용이 보편화되었다. 특히 13세기 알폰소 현왕 시기를 거치면서 이베리아 반도의 역사, 법률, 과학, 문학 등 다방면의 지식을 고전 라틴어가 아닌 실제로 대중이 사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구어체 이베리아어로 정리함으로써, 지식의 대중화가 가속되고 이베리아 속어 문학이 부흥기를 맞았으며, 언어의 정착이 가속화되었다.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북아프리카와 인접한 기독교 국가 스페인은 8세기 이슬람교도의 침입을 받아 15세기까지 700년간 이슬람교도와 전쟁을 하게 된다. ‘국토 회복 운동’ 혹은 ‘레콘키스타Reconquista’라고 불리는 이 기간은 선진 이슬람 문화가 이베리아 반도를 통하여 유럽에 전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수학, 과학, 군사, 의학 용어를 포함한 4,000개 이상의 아랍어 어휘가 스페인어로 도입되는 계기가 되었다. álgebra기하, almohada베개, almirante장군, aceite기름, ajedrez서양 장기 등 많은 어휘가 스페인어로 도입, 정착되었다.

[paragraph type="l" col="2"] 2. 신대륙 정복과 스페인어의 확산


[paragraph type="l" col="1"]

스페인 역사에서 1492년은 매우 의미 있는 해이다. 카스티야와 아라곤Aragón 왕국의 통일 이후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교도들이 세운 마지막 거점인 그라나다Granada 왕국이 멸망한 시기이며, 스페인의 신대륙 개척이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스페인 르네상스의 시작 시기이며 최초의 스페인어 문법서인 안토니오 데네브리하Antonio de Nebrija의 《스페인어 문법》이 출간된 시기이기도 하다. 네브리하의 《스페인어 문법》은 스페인어의 문법 규칙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 연구이며, 인쇄된 형태로 출간된 최초의 로맨스어 문법서라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정치적, 사회적으로는 ‘스페인’이라는 국가 의식을 고취하는 데 기여하였으며, 스페인의 신대륙 개척에서 스페인 식민지 제국을 확장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보고 있다.

스페인어 사용국가 - seupein-eo sayong-gugga

신대륙 정복은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 1세 여왕의 후원을 받은 크리스토발 콜론Cristóbal Colón의 아메리카 도착으로 시작되었다. 16세기에 아메리카의 광대한 지역을 정복한 스페인 탐험가들을 ‘콘키스타도레스conquistadores, 정복자들’라고 한다. 신대륙 정복을 통하여 오늘날의 브라질을 제외한 중남미 대부분 지역으로 스페인어가 전파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신대륙에서 새로운 산물이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새로운 단어 및 표현이 스페인어로 추가되는 계기가 된다. ‘아메리카니스모Americanismo’는 스페인어에 편입된 아메리카 원주민의 방언이나 단어, 표현을 일컫는다. 주로 나우아틀어, 케추아어, 마야어, 과라니어 등에서 유래한 단어들로, ‘cacao카카오, mate마테, pampa초원, llama야마, tomate토마토, maíz옥수수, patata감자’ 등의 단어들이 신대륙에서 스페인어로 수용되었다.

[paragraph type="l" col="2"] 3. 미국에서의 스페인어


[paragraph type="l" col="1"]

실제로 당시 스페인의 신대륙 정복 지역에 현재 미국의 많은 주가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플로리다, 텍사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네바다, 뉴멕시코, 유타 등을 포함한 여러 주가 19세기 이후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으로 미국령이 되었으며, 현재에도 이 지역의 지명 중에 스페인어로 된 것이 많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는 조상 때부터 대대로 스페인어를 쓰면서 살아온 사람들을 다수 만날 수 있다.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유세 때에 오바마 본인이 직접 스페인어로 말하는 선거 광고까지 만들어 경합 지역에서 히스패닉계 미국인의 표심 잡기에 막판 총력전을 벌였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히스패닉Hispanic’이란 용어는 미국 내에서 스페인어를 자신의 모국어로 말하는 모든 민족을 일컬으며, ‘라티노’라고도 불린다. 이처럼 히스패닉계 미국인은 미국 내에서 백인 다음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며, 흑인보다도 많은 최대 소수 민족 그룹을 이루면서 정치적•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히스패닉 이민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높은 출산율로 인하여 2030년에는 히스패닉 인구가 미국 인구의 20%인 7,2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히스패닉의 특징으로는 영어를 잘 사용하지 않고 스페인어만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스페인어 사용 지역을 언급할 때에 미국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글에서는 스페인어의 기원에서부터 스페인어가 세계어가 되는 과정을 신대륙 개척, 미국에서의 스페인어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렇게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스페인어는 자연스럽게 지역의 토착어의 영향 및 그 밖의 다양한 언어적, 사회적 요인에 의하여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변이형으로 발달하게 된다. 그러나 방대한 사용 지역을 고려할 때에 스페인어는 언어 표준화가 아주 잘 이루어진 사례로 꼽힌다. 즉, 스페인어는 사용 지역에 따른 지역적 변이가 영어, 중국어 등 광범위한 사용 지역을 가지는 다른 언어에 비하여 현저하게 적다는 특징이 있다. 이렇듯 스페인어가 세계어로서 표준화를 잘 유지해 온 배경으로 스페인 왕립 학술원Real Academia Española 및 스페인어권 학술원 연합회ASALE, Asociación de Academias de la lengua española의 지속적인 언어 표준화 노력을 꼽을 수 있다. 다음 호에서는 스페인어권 학술원 연합회와 스페인 왕립 학술원이 어떻게 긴밀한 협조 체계를 이루어 스페인어 표준화 및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하겠다.

신자영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언어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스페인 마드리드 아우토노마 대학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강의 교수이다. 대조언어학, 사전학, 코퍼스 언어학 및 스페인어 교육과 관련된 여러 저서 및 논문이 있다. 대표 저서로는 《대조분석론》2003, 대표 논문으로는 〈대조 코퍼스 및 학습자 코퍼스를 이용한 중간 언어 연구 방법론〉, 〈화용, 담화 연구를 위한 스페인어-한국어 병렬 코퍼스 구축 방법론〉, 〈DELE코퍼스 구축 및 등급별 스페인어 기본 어휘 선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