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와 러버의 궁합은 거의 모든 동호인들이 아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1. 어떤 블레이드가 빠른 블레이드인가? 우리가 블레이드를 선택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받는 사람이 부담스럽게 느끼는 정도가 어떤가 하는 것입니다. 공이 빠르게 와도 가져다 대기만 하면 밀리는 느낌 없이 손쉽게 튕겨져 나가는 구질이라고 하면 빠른 것이 장점일 수 없습니다. 사실 상당수의 블레이드들이 빠르긴 하지만 구질이 밋밋하고 받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수와 같이 포핸드를 쳐보면 공이 느린 듯 해도 받을 때 라켓이 뒤로 밀리는 듯한 묵직함이 느껴지는 구질이 있습니다. 특히 선수들의 경우 간단히 쳐 넘기는 듯 한데 그 기계적인 공들이 실제로 받아보면 꽤 묵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감각적인 무게감은 공 자체의 스피드보다 라켓 위에 공이 얼마나 오래 머무르느냐 하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 고수들은 공에 자신의 무게를 충분히 실을 수 있는 형태의 타법, 즉 라켓위에 공을 오래 묻혀가는 타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묵직한 구질은 물론 타법에서 일차적으로 기인하겠지만 라켓의 특성도 그에 한몫 하기 마련입니다. 즉 라켓이 빠르냐 느리냐보다 얼마나 공이 라켓 위에 오래 머무느냐의 영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매우 빠른 블레이드들의 경우 정직하게 세워서 타구할 경우 스피드는 빨라도 실제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공이 가볍다거나 날린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반면 별로 빠르지는 않은 블레이드들인데도 받아보면 구질이 묵직한 경우가 있죠. 이것은 카본이냐, 아니냐로 단순히 구분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라켓의 재질도 문제이고 그에 걸맞는 타법도 연결지어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순간 임팩트가 좋고 타법이 간결하면서 끊어치는 분이라고 하면 카본류처럼 빠른 블레이드로 타구시에도 스윙 폼이 작고 공이 빨라도 받아보면 묵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카본류의 블레이드를 가지고 순간적인 잡아치는 임팩트가 없이 밋밋하게 통통 쳐대면 구질은 여전히 빠르지만 묵직함은 없습니다. 카본이 아닌 순수 목판으로만 된 블레이드들의 경우는 카본류에 비해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일반적으로 공이 묵직합니다. 그만큼 라켓 위에서 공이 오래 머무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공 스피드가 빠르다는 것만으로는 결론을 지을 수가 없고 공에 얼마나 무게가 실리느냐, 회전이 걸리느냐 등등을 또 하나의 변수로 봐야 할 것입니다. (2) 공이 묵직하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보이는 공의 스피드보다 중요한 것은 받는 사람이 부담스러운 무게감을 느끼느냐 하는 점인데, 이처럼 묵직한 공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얼마나 공을 오래 라켓 위에 잡아 두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변수입니다. 타법에 의해 공을 길게 끌어가는 형태를 애써 만들려고 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라켓을 얼마나 두껍게 공에 얹느냐 하는 것, 얼마나 공을 오래 끌어 가느냐 하는 것, 그리고 순간 임팩트가 있느냐 하는 것 등 여러가지 요인이 이 부분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라켓을 숙여서 얇게 맞추면 무게감이 적고 공이 날립니다. 또 임팩트가 없이 평이한 스윙이 이어져도 타구 스피드는 느리게 되구요. (3) 그렇다면 빠른 블레이드란 무엇인가? 또 한가지 짚어봐야 할 것은 공이 뻗는 길이입니다. 빠른 블레이드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공의 종속이 떨어지는 블레이드, 종속이 좋아 그냥 쭉 뻗는 블레이드, 스피드는 좋아도 공끝이 꺾여 떨어짐이 있는 블레이드 등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써본 블레이드를 예를 들면 슐라거 카본, 프리모락 카본, 안드로의 쥐스 히노끼, 공링후이 스페셜 등의 블레이드는 공이 잘 뻗으면서도 공 끝이 떨어지지 않아 강한 드라이브를 걸거나 스매싱을 구사할 때 성공률이 다른 블레이드에 비해 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흔히 오버미스라고 부르죠. 공 끝이 살아 가는 것은 좋으나 이 부분에서 컨트롤 능력이 좀 떨어지시는 분들은 어려움을 느끼기 쉽습니다. 반면 어떤 블레이드들은 공이 힘차게 튀어 나가도 공끝이 안정적으로 떨어지는 블레이드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5겹 합판류들이 그렇구요, 카본류라고 하더라도 이런 궤적의 안정성이 있는 블레이드들이 있습니다. 스티가의 카보닉스, 티바의 라피드 카본, 삼소노프 카본, 버터플라이의 슐라거 라이트, 티모볼 스피릿, DHS 허리케인 킹 등 빠르다고 정평이 나 있는 블레이드들 중 어떤 블레이드들은 단순히 빠른 것이 아니고 안정적인 빠름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 두가지의 성질이 서로 다른 것이고 어느 것이 더 좋은 성질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타법에 따라서는 떨어지지 않는 빨랫줄 타구감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이런 면을 고려할 때 단순히 빠르다는 것만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종속, 혹은 공의 궤적 같은 것들도 스피드에 덧붙여 또 하나의 변수가 되어야 할 듯 합니다. 이처럼 종속이라는 변수를 하나 더 넣어서 정리해 보면 빠른 블레이드란 단순한 스피드의 측면에 덧붙여 묵직함이 있느냐, 안정성이 있느냐 라는 두 가지의 변수를 더 넣어서 평가해야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2. 빠른 러버란 무엇인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빠른 블레이드가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원하는 블레이드라고 전제할 때 기계적인 수치상 가장 빠른 블레이드가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블레이드가 되지 못하는 것은 이처럼 종속, 안정성, 묵직함 등 여러가지 또 다른 변수들이 스피드와 함께 같이 고려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종속이나 안정성이라는 블레이드 자체의 특성에 조합되어 수많은 변수들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러버입니다. 러버는 (평면 러버를 우선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탑시트에 스폰지가 결합되어 있는데, 이 스폰지가 두께가 다른 여러 가지가 있을 뿐 아니라 경도가 또 다 다르게 나와 동일 러버군에 다른 강도를 결합하여 상품이 구성됩니다. 티바의 예를 들면 님부스가 45도로 가장 먼저 출시되었는데, 그 뒤를 이어 부드러운 러버인 님부스 소프트가 37.5도, 더 연한 님부스 사운드가 32.5도의 경도를 보이고 있고 그 위로는 경도 48도의 님부스 하드 버젼이 출시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스폰지 경도가 다 다르다 보니 과연 어떤 경도의 스폰지를 써야 하는지도 많은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스피드만을 고려한다고 하면 당연히 경도가 높은 러버가 가장 많이 쓰여야 하는데 이것도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러버의 경우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빠른 러버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앞에서 블레이드를 얘기하면서도 한번 거론하고 싶었던 것인데 뒤로 미뤘던 얘기가 바로 공의 체류시간이라는 변수입니다. 우리가 타구를 할 때 공을 라켓 위에 얹고 가는 시간이 있는데, 이 체류 시간이 얼마나 긴가, 짧은가 하는 것이 러버, 목판과 상관 관계가 매우 밀접합니다. 예를 들어서 임팩트가 좋아 라켓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매우 빠른 분이라고 하면 (라켓의 움직임은 단순히 수평 방향의 회전량만 의미하지 않고 공을 뒤에서 잡아 앞으로 밀어채 주는 움직임과 아래서 위로 끌어올려 공에 회전을 주는 움직임의 두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데, 임팩트가 좋다는 말은 이 두가지가 다 좋아서 짧은 시간에 강한 회전과 스피드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보시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이 체류시간이라는 것이 많은 블레이드와 러버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소프트한 러버 같으면 공이 닿아서 충분히 묻혀들어간 다음 다시 뿌려지기까지 약간의 시간 텀이 있는데 이런 체류시간이 확보되기도 전에 공이 튀어 나가 버린다면 회전량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강한 임팩트의 한방 보다는 조금 더 연한 스피드로 공을 잡아서 스윙해 줘야 충분한 회전량이 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임팩트가 좋은 분들, 특히 펜홀더로 치시는 분들이 연질 러버를 거의 안 쓰는 것입니다. 연질 러버를 쓰게 되면 자기 스피드보다 러버의 반응 속도가 더 느리기 때문에 회전량이 오히려 하드한 러버보다 줄어드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임팩트가 좀 적고 팔 스윙이 크면서 느린 듯 하게 끈질기신 분들의 경우는 하드한 러버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조금 이해가 되실 듯 한데, 바로 이처럼 공의 체류 시간이라는 것이 러버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블레이드와의 궁합이라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라켓은 일반적으로 표면층에 따라 공의 체류 시간이 다 다릅니다. 체류시간이 긴 블레이드들은 상대적으로 너무 공을 빨리 튕겨내 버리는 러버들이 안 맞을 수 있습니다. 경도 45도 이하의 러버들이 잘 맞을 수 있죠. 오래 머무는 동안 충분히 공을 잡아 줘야 회전력과 묵직함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체류시간이 짧은 블레이드들은 짧은 체류시간 안에 회전력과 묵직함을 순간적으로 해결해 주는 러버가 잘 맞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많은 분들에게 잘못 이해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꽤 실력있는 전문가분들도 흔히 카본 블레이드의 백핸드로 소프트한 재질이 좋다고 하시는데, 물론 카본류의 블레이드라고 하더라도 스윙 속도가 느린 초보분들이라고 하면 이 말이 맞겠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가면 카본류처럼 체류 시간이 짧은 블레이드들에 대해서는 순간적으로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러버들이 더 맞을 것입니다. 3. 블레이드와 러버의 궁합을 이렇게 봅시다. 그래서 제가 주제넘게 결론을 내리면 이렇습니다. 우선 스윙의 임팩트 여부, 블레이드의 체류시간, 러버의 경도를 세 가지 변수로 보고 아래와 같이 조합해 보겠습니다. ㄱ. 짧은 스윙 궤적, 순간 임팩트가 강함 (한방 스타일의 탁구) ㄴ. 짧은 스윙 궤적, 연한 임팩트 (전진 연타 드라이브) ㄷ. 큰 스윙 궤적, 강한 임팩트 (중진 연타 및 한방) 많을 듯 합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는 중진에서 밀리지 않는 한방을 가지고 싶어 하시면서도 공끝이 살아서 가느냐가 중요하죠. 선호하시죠. 스윙도 잘 먹어주기 때문에 전진에서도 좋은 것 같구요, 이런 면은 쉴라오프나 IV-S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도는 되면서도 스폰지가 힘있어 공을 길게 밀어 주어야 합니다. 예전에 보면 전진에서는 조금 불만족이어도
이런 류의 분들이 브라이스 러버를 많이 애용하셨는데, 바로 이런 분들에게 큰 장점이 있는 러버였다 싶네요.) ㄹ. 백핸드 스윙/ 작은 궤적, 강한 임팩트 ㅁ. 백핸드 스윙 / 궤적은 작거나 크거나, 묻히는 임팩트 ㅂ. 끈질긴 연타 스타일 위에 제가 생각나는 대로 조합을 열거했습니다만, 이게 다 정답은 아니겠죠. 어쨌거나 라켓을 선택할 때 카본류의 빠른 블레이드에 연한 스폰지가 정답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졌을 듯 합니다. 또한 라켓의 궁합에 중요한 것이 내가 얼마나 순간적인 임팩트를 내고 있는가, 궤적이 큰가, 작은가 등등이 다 결부되어 있다는 점도 중요한 얘기구요.... 이런 저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라켓의 궁합이란 블레이드와 러버의 체류시간, 타구자가 공을 라켓 위에 머무르게 하는 체류시간이 서로 상관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너그럽게 양해 부탁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