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 이메일 아이디 - yeongmun imeil aidi

내로라 하는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메일 ID는 무엇일까.

이제는 누구나 명함을 받으면 주소 및 전화번호와 함께 e메일 주소를 적고 있다. 명실공히 명함의 한자리를 차지, 이름과 함께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인터넷업체 CEO들은 때론 휴대전화보다 e메일이 더 빠른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루에 받는 메일만 적게는 수십 여 통에서 많게는 수백 통에 이른다.

최소 3글자에서 최대 16글자까지 다양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는 e메일 ID. 그렇다면 국내의 내로라 하는 IT 및 인터넷업체 CEO들은 어떤 e메일 주소를 사용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CEO들은 자신의 이름이나 이니셜을 딴 e메일 주소를 이용하고 있다. 이른바 ‘평범형’이다. 혹은 회사 이름을 그대로 e메일 ID로 활용하는 ‘애사형(愛社型)’도 있다. 또한 20∼30대 젊은 CEO들은 톡톡 튀는 e메일 아이디로 자신의 특성과 개성을 나타내는 ‘개성파’ 유형들도 있다.

평범형

포털업체 다음의 이재웅 사장은 이름의 이니셜을 딴 ‘jwlee’를, 라이코스코리아의 가종현 사장은 ‘jkah’, 피코소프트의 유주한 사장은 ‘jhyoo’,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도 성과 이름의 첫글자를 딴 ‘cahn’이라는 평범한 e메일 ID를 갖고 있다.

전자상거래 솔루션 업체인 아이커머스코리아의 유완선 사장은 이름을 딴 ‘wansun’을, 유니텔의 강세호 사장은 성과 이름 전체인 ‘kangseho’라는 아이디를 만들었으며, 컴투스의 박지영 사장은 이름의 마지막 글자만 딴 ‘young’을, 나모인터랙티브의 김흥준 공동대표도 ‘joon’을 사용하고 있다. 나모의 박흥호 사장도 성과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딴 ‘hopark’인데 한글로 읽으면 ‘호박’이 되는 재미있는 ID를 사용하고 있다.

보스형

자신이 CEO임을 메일 ID에서 과시하는 보스 과시형도 있다. 이른바 ‘CEO’, ‘presi dent’를 메일 ID로 사용하는 경우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조유식 사장, 아이엔터의 조재천 사장, 플러스기술의 정환만 사장 등은 ‘CEO’를, 위키커뮤니케이션의 위기복 사장은 ‘president’를 ID로 사용하고 있다.

스포츠앤컴퍼니의 공일진 사장, 유니어스의 한승준 사장은 아예 ‘boss’를 메일 ID로 사용하는 전형적인 보스 과시형이다. 이에 대해 공사장은 “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장을 보스로 칭한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위화감 조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조폭(?)의 보스가 아닌 직원들과 오히려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해 반어적인 뜻에서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주)클릭 강기천 대표의 ID인 ‘kan’도 유사한 의미. 몽골제국의 왕(王)을 뜻하는 ‘칸’을 ID로 사용하고 있다.

애사형(愛社型)

회사명을 그대로 자신의 메일 ID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회사 사랑형 또는 애사형이다.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인 네띠앙 홍윤선 사장의 ID는 ‘neonetian’. 이에 대해 홍사장은 “지난 해 네띠앙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새로운 네띠앙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고 새로운이라는 의미의 네오를 덧붙인 네오네띠앙으로 작명했다”고 설명한다. 어린이용품 인터넷 쇼핑몰인 쌩스넷의 김찬웅 사장은 사명을 그대로 따서 ‘thnksnet’이라고 지었으며, 군사관련 인터넷 방송국 이엠캐스트의 김정웅 사장도 ‘emcast’를 본인의 ID로 사용 중이다.

개성 과시형

오세오닷컴 최용석 대표 변호사의 ID는 ‘kalkali’.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사건을 맡으면 끝까지 명확하게 처리하고, 웃을 때 특이하게도 ‘칼칼칼’ 웃는다고 해 직원이 지어준 e메일 ID다. 특수부 검사 출신과 사정(司正)의 칼, 어딘지 궁합이 맞는 ID다.

PC통신에서 메가 포털로 변신 중인 채널아이 박영수 사장의 e메일 ID는 ‘anda’. 우리 말로 그냥 ‘안다’이다. 그런데 직원 중 한 사람의 아이디가 ‘morunda’여서 더욱 재미있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PC통신 나우누리 문용식 총괄이사의 e메일 ID는 ‘greenmoon’이며, 한글 ID는 ‘자연인’으로 자연이라는 이미지를 ID에 계속 사용하고 있다. 싱글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세이클럽의 형용준 사장은 ‘ricola’라는 ID를 이용하고 있다. 이 ID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탕의 이름인 동시에 형사장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이름을 딴 것이다. 드림커뮤니케이션 이지선 사장의 메일 ID는 ‘easysun’인데, 자신의 이름과 영문 발음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경우다.

인터넷 카드 레떼컴의 김경익 사장은 ‘dreamer’. “벤처기업가는 꿈을 꾸고 그것을 실현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김사장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레떼컴 설립 때부터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웹 에이전시 전문업체인 디자인스톰의 손정숙 사장은 ‘askshon’을 사용하고 있는데, 웹 비즈니스에 관한 ‘무엇이든지 물어 보세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웹 비즈니스에 관한 것이라면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해결해 주겠다는, 은근히 자부심을 나타내는 형이다.

이밖에 야구 게임 사이트를 운영 중인 골드 스포츠의 야구 해설가 하일성씨의 ID는 이름과 야구 베이스를 합성한 ‘hisbase’. 야구에서 주자가 베이스를 밝으면 아웃되지 않듯이 자신의 베이스를 지키면 사업도 번성한다는 뜻도 함축하고 있다고 했다.

영문 애칭형

자신의 영문 닉네임인 애칭을 ID로 사용하기도 한다. 다함인터넷의 김형태 사장은 ‘tommy’를, 카오스트레이드의 김웅범 사장은 ‘eddykeem’을, 인터넷컨설팅그룹의 김상우 사장은 ‘bean’을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자신의 전문직업을 나타내는 ‘직업 노출형’도 있다. 치과에서 사용되는 각종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을 개발하는 오스템 최옥규 사장의 e메일 ID는 ‘dentist’. 최사장은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치과의사로 활약하면서 벤처기업가로 변신한 경우다.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일하다 보면 – 특히, 대한민국이 그나마 강하다고 자처하는 IT 분야에서 –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오는 비즈니스맨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원래 알던 분들이 미국에 출장 온다거나, 또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시장조사를 오신다거나, 아니면 아는 사람들의 소개를 통해서 만난다거나…아마도 나는 한 달에 3~4명의 새로운 한국 비즈니스맨들을 이메일/전화/미팅을 통해서 알게 되는 거 같다. 거기다가 모든 한인이 살면서 일생에서 한번은 거친다는 LA라는 지리적인 특색을 고려하면 더욱더 많은 한국분을 알게 된다.

실로 LA에 살면서 그동안 나는 많은 한국 비즈니스맨들을 –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시는 – 만날 기회가 있었다. 경영인, 창업가, 언론인, 영화배우, 운동선수, 식당업, 제조업, 농수산물 등등의 분야에서 나름대로 세계라는 무대를 대상으로 바쁘게 사시는 분들이며 모두 나름대로 배울 점들이 많은 분이다. 이 분들을 만나면서 내가 느꼈던 한국인들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고쳤으면 좋은 점 7가지를 여기서 한번 나열해 본다. 물론, 이 리스트는 나의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리스트이기 때문에 굳이 남들의 동의를 구하지는 않지만 거의 10년 이상 우리나라 분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와..내가 미국인이었다면 이럴 땐 정말 황당해할 거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들을 모아놓은 사례들이다.

1/ 이메일 계정 -언젠가 한국에서 꽤 잘나간다는 신문사 기자를 미국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의 명함에 기재된 이메일은 이었다. 몇 주 후에 만난 한 벤처기업 마케팅 이사의 이메일은 이었다. 무슨 특별한 뜻이 있냐고 물어보니 “항상 최선을 다해서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자는 뜻입니다.”라고 아주 자랑스럽게 말을 하더라 – “이거 생각해낸다고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라는 말도 함께. 이 분이랑 같이 미국 회사 중역들과 미팅을 하였는데, 명함의 이메일을 보고 황당해하는 그 미국인들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이메일 주소는 무조건 이름을 사용해라. 왜 그러냐고 묻지도 마라. 그냥 무조건 자기 이름과 성을 가지고 이메일 주소를 만들어라. 이건 너무나 기본적인 이메일 원칙이며,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비즈니스맨들이 이렇게 function하고 있다. 튀는 것도 좋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데는 그냥 평범한 원칙을 따르는 게 좋다. 괜히 말도 안되는 ‘튀는’ 이메일 계정을 만들지 말고 그냥 누가 봐도 무난하고 이름을 외울 수 있는 이메일을 사용해라. 나도 여러 개의 이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kihong, khbae, kihong.bae, kbae 이런식으로 되어 있다.
유난히 아시아인들이 (특히 한국과 일본) 독특한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려고 하는데 이런 걸 볼 때마다 미국인들은 많이 비웃고 우습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언제 한번 관심을 가지고 9시 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봐라. 10명 중 9명의 기자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나 언론인들은 이런 걸 좀 자제해주면 좋을 거 같다.

2/ 회사 이메일 – 할리우드로 진출하고 싶어 하는 한국의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사장과 함께 LA에서 미팅을 한 적이 있다. 아직 생긴 지 얼마 안되는 회사라서 명함은 준비가 안 되었는데 뭐 미국에서의 명함은 한국에서와 같은 절대적이고 심각한 의미를 지니지 않기 때문에 그건 그다지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그 사장이 미팅을 하였던 미국인의 명함에 적어준 본인의 이메일은 이었다. 파란을 당연히 모르는 미국인은 “파란”이 모기업의 이름이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미쳐 중간에 끊어서 답변을 하기 전에 그 사장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아뇨, 파란은 그냥 웹메일입니다. 회사 메일이 있는데 그냥 귀찮아서 잘 사용 안 합니다.”
미팅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서 나는 그 사장한테 그게 귀찮아서 명함에 파란 메일을 박아서 다니려면 그냥 짐 싸서 집에 가라고 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건데 아직도 한국에서 오시는 비즈니스맨들을 보면 hotmail, hanmail이나 gmail을 명함에 박아서 다니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다. 물론, 아직 법인 설립을 하지 않았거나 회사 이름을 정하지 않았다면 큰 상관은 없지만 대부분 거의 2~3년 이상 회사를 운영하신 분들이 이러니 참…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보자. 내가 비즈니스 미팅에서 어떤 회사의 대표이사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의 회사 명함에 이라는 이메일 주소를 보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엉터리 회사, 사기꾼 또는 진지하게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3/ CC: – 한국분들과 이메일을 하다 보면 cc:의 개념을 잘 이해 못 하시는 분들이 뜻밖에 많다. 내가 메일을 보낼 때 누군가를 cc: 하면 cc:된 사람도 계속 그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그 이후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그 사람도 cc: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 답장을 할 때는 항상 reply all을 하는 게 예의이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한국 비즈니스맨들은 그냥 reply를 한다. 그러면 내가 또 다른 사람을 cc:해서 답장을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또 그냥 나한테만 reply를 한다.

분명히 이 사람은 cc:라는 걸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정말 답답한 사람들이다.

4/ 명함 – 실리콘 밸리에서는 명함을 아예 안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메일이 커뮤니케이션의 주수단인 동네에서 명함을 굳이 가지고 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어떤 분들은 환경을 위해서라고 한다). 설령 명함을 상대방한테 주더라도 그냥 한 손으로 주는 게 이 동네의 분위기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명함을 던져주는 분들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랑 일본 사람들은 명함을 무슨 목숨과도 같이 지키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항상 명함을 무슨 신주 모시듯 꺼내고, 두 손으로 매우 반듯한 자세로 상대방한테 전달하는 경향이 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냥 한 손으로 전달하면 된다.

5/ 악수 – “두 손” 전략은 비단 명함 전달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악수를 할 때도 한국분들은 굳이 두 손으로 악수를 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반가움의 밀도를 표현하는 거라고 하지만 괜히 미국에서는 이상한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악수는 그냥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한 손으로 상대방의 손을 지긋이 잡아주면 된다. 그리고 악수를 하면서 쓸데없이 허리를 굽히거나 괜히 굽신거리는 몸짓을 취하지 않아도 된다.

6/ 회사 연혁은 생략 – 한국 회사의 소개자료를 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 게 있는데 바로 회사 창립일부터 현재까지 매년/매달 단위로 주저리주저리 적어놓은 회사 연혁이다. 특히, “중소기업청 이노비즈” , “대한민국 혁신벤처기업상” 등등 전혀 미국 비즈니스에 도움되지 않는 연혁들을 소개자료에 집어넣는 회사들이 있는데 미국 회사들은 이런 회사의 연혁을 주저리주저리 회사 소개 자료에 포함하지 않는다. 회사 경영진, 제품/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정도만 포함하면 된다.

7/ 어설픈 영문 자료 – 이 또한 매우 짜증 나는 현실이지만 아직도 너무나 많은 한국 회사들의 영문 자료나 영문 웹사이트를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영문 표현들과 오타들이 수두룩하다. 어떤 회사는 보니까 회사 이름에도 오타가 있던데 한 1년 동안 그 틀린 글자가 그대로 웹사이트에 올라가 있더라. 어차피 미국인이 아니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서 철자나 영문법 같은 거야 틀릴 수 있다고 굳이 주장하시는 분들한테는 그러면 그냥 집으로 가시든지 아니면 준비가 된 후에 다시 미국으로 오시든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영문자료는 주위에 영어 잘하는 사람이나, 외부 전문 기관에 돈 몇 푼 주고 검토해달라고 부탁하면 되는 건데 그런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분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미국에 와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위에 나열한 7가지 “mistake”들은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다. 어떤 분들은 내가 이런 부분들을 지적하면 “너 지금 어릴 때부터 외국 살아서 영어 잘한다고 자랑하냐?”라고 비꼬면서 비아냥거리시는 분들도 있다. 과연 그런 걸까? 솔직히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그냥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이슈들이고, 그렇다고 위에 나열한 7가지 실수들이 큰 계약의 성사를 방해하거나 회사를 하루 아침에 망하게 하는 절대적인 deal-breaker 수준의 실수들은 아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은 다르다. 모든 일에 있어서 “기본”이라는 건 존재한다. 아무리 창의력과 차별화가 요구되는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이지만 항상 변하지 않는 기본적인 비즈니스 에티켓들이라는건 존재하며, 미국에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이런 기본적인 규칙들은 지켜져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