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탈모 약 처방 - yeoseong talmo yag cheobang

여성 탈모 약 처방 - yeoseong talmo yag cheobang

일러스트 최승희

주변에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탈모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20만 명. 남성 11만5000명, 여성 8만6000명입니다. 더 이상 탈모는 남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중요한 건강 이슈가 됐습니다. 탈모는 머리카락이나 체모가 소실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요즘에는 정수리의 머리숱이 줄고 이마 선이 점점 후퇴하는 남성형 탈모가 여성에게도 흔히 발생합니다. 치료제는 남성용과 여성용이 구분돼 있습니다. 성별에 따라 권장 치료제가 다르다는 뜻이죠. 이를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썼다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번 약 이야기 주제는 ‘남녀 유별(男女有別)한 탈모치료제 사용법’입니다.
 

여성 탈모 약 처방 - yeoseong talmo yag cheobang

남성형 탈모는 가장 흔한 탈모의 종류입니다. 남성형 탈모는 모낭의 크기가 점점 작아져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다 빠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이마와 머리카락의 경계가 뒤쪽으로 밀리면서 이마 선이 M자가 되죠. 머리 중심부의 모발도 힘을 잃고 서서히 빠집니다. 주로 남성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물론 여성도 남성형 탈모가 올 수 있습니다. 여성에게 나타난 남성형 탈모는 이마 선은 유지되지만 정수리 부위의 모발이 가늘어지고 적어지는 게 특징입니다. 남성형 탈모는 탈모 진행 정도나 모발·두피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여성 탈모 약 처방 - yeoseong talmo yag cheobang

남성형 탈모 치료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성분명)와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미녹시딜(성분명)이 있습니다. 남성형 탈모의 주요 원인은 남성호르몬입니다. 두피의 피지 선과 모낭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보다 강력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전환하는 효소가 있는데, 이것이 5-알파환원효소입니다.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은 모낭의 크기를 작게 하는 유전자를 활성화해 모발의 성장을 저해하는 주범입니다.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는 먹는 약으로, 5-알파환원효소의 활동을 저해해 탈모의 진행을 저지하고 발모의 촉진을 돕습니다. 이 두 약은 남성용 치료제여서 여성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서입니다. 임산부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이 약을 먹으면 남성 태아의 생식기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있습니다. 경구 투여뿐 아니라 부서진 조각에 노출돼도 피부를 통해 흡수될 가능성이 있어 만지지 말아야 합니다. 캡슐이 파손돼 내용물과 닿았다면 접촉 부위를 즉시 물과 비누로 세척해야 합니다. 피나스테리드의 경우 폐경기 이후 여성에게 사용했을 때 탈모를 개선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가임기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의 여성에게 추천되지 않습니다.

피나스테리드는 남성 환자도 복용할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커지는 현상, 통증, 유두에 분비물이 나오는 등 유방의 변화가 있으면 즉시 의사에게 얘기해야 합니다. 또 복용 중에 발기부전과 성욕 감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두타스테리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식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임신을 계획 중인 남성이라면 의사와 상담한 뒤 신중하게 투여를 결정해야 합니다. 전문의약품인 만큼 용법과 용량을 철저히 지키는 건 기본입니다.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는 1일 1회 1정(캡슐)을 식사와 무관하게 복용합니다.

여성 탈모 약 처방 - yeoseong talmo yag cheobang

미녹시딜은 두피에 바르는 외용약입니다. 탈모를 방지하고 모발이 성장을 촉진하는 데 효과가 있죠.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녹시딜이 어떤 작용 기전으로 탈모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두피의 혈관을 확장시켜 모발의 성장을 돕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녹시딜 제품은 성분의 농도에 따라 5%, 3%, 2% 외용액이 있습니다. 5% 외용액은 남성에게만 사용이 권장됩니다. 2%, 3% 용액은 남성·여성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무시하거나 더 큰 효과를 보려고 여성이 5% 제제를 쓰면 두피 외에 얼굴·팔·다리에 털이 나는 다모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여성이 미녹시딜 외용액을 사용할 때는 탈모 치료 부위 외에 약물이 묻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피부가 탈모 치료 약물에 장시간 노출되면 잔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약물이 묻은 부위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 탈모 약 처방 - yeoseong talmo yag cheobang

여성은 출산과 동시에 모발이 많이 빠지곤 합니다. 모발은 성장기(활동기)→퇴화기→휴지기→탈락기(자연 탈모)의 성장 주기가 있습니다. 임신을 하면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지는데, 이 호르몬은 모발의 휴지기를 연장합니다. 그러다 10개월 뒤 출산을 하면 호르몬 분비가 정상으로 돌아와 휴지기, 탈락기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모발이 한꺼번에 빠집니다. 이땐 2%, 3% 외용액이라도 사용을 권하지 않습니다. 보통 산후 6개월 후부터 모발이 다시 자라나기 때문에 미녹시딜을 바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미녹시딜 외용액은 많이 바른다고 효과가 좋은 게 아닙니다. 모발과 두피를 완전히 말린 후 0.5~1mL(1mL는 약 25방울)를 1일 2회(아침·저녁), 최소 4개월 동안 환부에만 도포합니다. 하루 총 투여량이 2mL를 넘지 않도록 합니다. 만약 외용액 바르는 걸 잊었더라도 다음날 두 배의 용량을 사용하지 말고 하루 권장 용량만 도포합니다. 미녹시딜 외용액은 보통 도포를 시작한 지 약 4개월 후부터 모발이 성장하는 것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록 초반에는 머리카락의 색상이 옅고 부드러우며 가늘지만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다른 모발과 유사한 색상과 굵기로 자랍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여성 탈모 약 처방 - yeoseong talmo yag cheobang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앵커 ▶

우리나라에서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이 천만 명, 인구 5명 가운데 1명 꼴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는데요.

'탈모인의 성지'라고 불릴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병원이 있어서 찾아가보니, 전립선 비대증이나 고혈압 환자에게 쓰는 약을 제대로 된 진단도 없이 탈모약으로 처방하고 있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위험한 건 아닌지.

김지혜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내과와 이비인후과 과목을 진료한다는 대전의 한 의원.

평범한 동네 의원처럼 보이지만, 인터넷에서 이른바 '탈모인의 성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직접 탈모 진료를 받으러 찾아가 봤습니다.

의사를 만나기 전, 간호사는 대뜸 "진단은 없고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약 처방이 나간다"고 설명합니다.

진료실에서 만난 원장은 두피나 모발 상태를 살펴보지 않습니다.

정밀 촬영은커녕, 제대로 된 문진조차 하지 않고 곧바로 석 달치 약을 한꺼번에 처방합니다.

그러면서 효과를 장담합니다.

[OO의원 원장]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와 상관없이 가급적 빨리 약 한번 드세요. 그리고 저녁에 자기 전에 두피에 스프레이를 뿌려주세요. 두 가지만 잘하면 원하는 효과 볼 거고요."

어떤 약인지, 부작용은 없는지 묻자, 대답을 얼버무립니다.

[OO의원 원장]
"각각 약에 대한 설명은 약국 약 봉투에 설명이 나와 있어요."

진료와 처방까지, 단 2분 만에 끝났습니다.

원장이 처방해 준 약은 먹는 알약 4알과 뿌리는 약 등 5가지.

그런데 먹는 약 가운데 바이모정과 알닥톤은 고혈압과 신부전증 치료제입니다.

탈모 치료제와 성분은 비슷하지만, 저혈압이나 간·신장 질환이 있는 환자가 복용하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또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스카테론 정은 4분의 1로 쪼개서 처방했는데, 이 약은 가루만 만져도
태아의 기형을 초래할 수 있어, 여성인 취재기자에겐 아예 처방이 금지된 약물입니다.

[김성구/대전 약사회 부회장]
"(스카테론 정은) 태아의 남성 호르몬 생성도 억제하게 되어 성기의 기형이라든가 장애를 줄 수가 있으므로 (여성이)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묻지마 처방'을 하는데도 탈모 치료로 유명한 이유는 바로 저렴한 가격 때문입니다.

석 달 치 약값이 12만 원인데, 보통 20만 원쯤 하는 탈모 치료제 가격의 절반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원장은 지난 2020년 말부터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혐의는 허위·대리처방.

건강보험공단 역시 고혈압과 전립선 약을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환자에게 허위 처방했는지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취재진이 병원을 다시 찾아 원장에게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원장은 취재를 거절했습니다.

[간호사]
"지금 수사 중이기 때문에 원장님은 본인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으신다고‥ 이 약을 드시고 효과를 보셔서 외국인도 많이 와요."

취재가 시작되자 보건복지부는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비도덕적인 진료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원장을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지혜입니다.

영상취재 : 양철규 (대전)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 카카오톡 @mbc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