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 유상 복제품 - bangasa yusang bogjepum

83호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대여’ 공방… “한국문화 홍보 기회” “훼손·도난 우려”

문화재청, 대안으로 78호 반출 제안… 중앙박물관 20일 최종 결정에 주목

국보 제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등 국가지정 문화재들의 해외 전시 나들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나들이 논란은 국립중앙박물관이 10월29일부터 내년 2월23일까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을 갖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중앙박물관은 이 전시에 제83호 반가사유상을 비롯한 국보 12점과 보물 14점 등의 국가 문화재를 4개월간 대여키로 하고 문화재청에 국외 반출을 요청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를 해외에 반출하려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와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2월 심의에서 해외반출 대상 국보·보물급 문화재가 너무 많고 대여기간이 길다는 이유 등을 들어 보류 판정을 내렸다. 그러다가 지난달 11일에는 ‘조건부 가결’이라는 단서를 붙여 반출을 허용했다. 유물 운송이나 포장 등과 관련된 서류를 보완해 제출하고, 장기간 국외 반출하거나 대량의 유물을 국외로 반출하는 것을 자제권고한다는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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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높이 93.5㎝, 7세기 전반). 단순하면서 균형 잡힌 비례의 신체 표현, 눈, 코, 손, 발의 섬세한 표현이 압권이다.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가까스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과했지만, 이번에는 변영섭 신임 문화재청장과 일부 전문가들이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의 반출을 반대하고 나섰다. 유물 훼손이나 도난을 우려하며 단 하나뿐인 국보 문화재의 해외 반출은 안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손쉬운 문화재 해외 전시보다는 국내로 관람객들을 불러모을 노력을 해야 하고, 유럽 국가들처럼 진품 문화재보다는 공식 복제품을 활용해야 한다며 국보 문화재의 대규모 해외 반출에 신중론을 제기했다. 특히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은 1950년대 이후 8번, 기간으로는 2년4개월여간 해외에 나갔다며 반출 반대를 분명히 했다.

반면 반출 찬성 전문가들은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연 600만명이 찾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전시기간이나 전시장도 많은 관람객들이 모여드는 좋은 여건이라고 밝혔다. 특히 운송에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으며, 전시 안전체제도 우수해 오히려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한다. 여기에 세계 주요 박물관들은 국익적 판단에 따라 진품을 전시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선진국의 문화재 정책은 전시·홍보보다는 보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는 유물의 이동이나 해외 전시를 점차 강화하는 추세다. 이들 나라에서는 부득이 유물의 해외 전시가 필요할 때에는 공익기관에서 복제한 유물로 원작을 대신하고 있다. 로마 바티칸은 올해 초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바티칸 박물관전’을 열며 성베드로성당 소장 ‘피에타상’이 아닌 복제품을 대여했다.

국보 반가사유상 반출 논란이 깊어지자 변 문화재청장은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대신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을 대여하자는 절충안을 냈다. 하지만 이는 문화재청장이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문화재위원회의 권위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또 역시 하나뿐인 유물인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은 해외 전시 횟수가 적다는 이유로 내보내도 되느냐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일 변 청장의 제안을 수용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중앙박물관 관계자는 17일 “박물관 입장을 정하기 위해 일단 20일 내부 회의를 통해 문화재청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를 확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앙박물관이 문화재청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국보 83호 대신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이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전시된다. 하지만 국보 78호가 나갈 경우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결과가 유례가 드물게 문화재청에 의해 번복되는 셈이어서 논란이 예고된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중앙박물관과의 협약을 들어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의 해외 나들이를 계속 고수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국보의 해외 전시 사례 

 한국을 대표하는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은 1957년 540일간 미국, 1961년 458일간 유럽, 1970년 51일간 일본, 1976년 150일간 일본, 1979년 870일 즉 2년4개월 동안 미국, 1996년 82일간 또 미국, 1999년 397일간 유럽, 2008년 78일간 벨기에 등에 내돌려졌다. 전시준비 기간을 합치면 무려 3,000일을 해외에 나가 있었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의 학예사가 옆에서 보살피지 못했다. 국보가 어찌되든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반가사유상 외 국보급 문화재의 무분별한 해외반출 일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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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재계의 반성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문화교류차원에서 백제금동대향로 등 한일 문화재를 교환 전시하기로 했으나, 국보가 무분별하게 자주 반출되는 것에 반대한 문화재위원회의 자문에 따라 백제금동대향로와 조선영조왕이금상의 반출은 금지되었다.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무분별한 반출로 인한 문화재의 훼손을 염려했고, 출토지(한국)에서 전시해야 진가가 발휘되고, 대규모 국보의 해외 반출 중단, 중요문화재는 복제품으로 대신하라고 분명히 못 박았다.

2008년 벨기에 전시 때 반가사유상이 또 등장했다.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절대 반출 금지입장이었고 국립중앙박물관도 마지막이라고 각서도 썼다.

 특히 안휘준 위원장과 김리나 부위원장의 잦은 국보 반출에 대한 염려와 반대는 당시 국민과 문화재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문화재 해외반출의 원칙을 제시한 기준점이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안하무인

 2013년 2월, 다시는 반출하지 않겠다는 국립중앙박물관은 또 반가사유상을 비롯한 국보급 문화재 146점에 대하여 미국에 반출하겠다고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반출허가권자인 문화재청과는 단 한 번의 협의도 없이, 메트로폴리탄과 일방적으로 반출 목록을 결정한 다음 국립중앙박물관은 문화재 반출에 대하여 임의대로 문화재보호법을 어겨가면서 진행한 것이다.

 2013년 2월 당시 문화재위는 국외반출유물 선정이유 및 기준을 제시하고, 대체가능 유물에 대해 검토하고, 비지정문화재 목록도 제시하고 반출 전시유물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비지정문화재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신라 토우 항아리 등 국보급인 문화재를 왜 문화재 지정을 하지 않은 것일까? 필자의 판단으로는 문화재로 지정되면 ‘문화재청’의 통제를 받아야 되는데 고급 학력 마피아인 국립중앙박물관이 자신들이 보기에는 낮은 학력인 문화재청의 통제를 받기 싫은 까닭일 것이다.

 여기에는 예전부터 지적되어 온 국립중앙박물관측의 ‘학력 마피아’와 ‘성골의식’이다.

문화재위원회의 책임은 없나?

 문화재위원회 임기가 교체되기 직전 2013년 4월에 동생이(국립중앙박물관장 김영나) 신청한 반가사유상 등 반출 신청을 친언니인 김리나 위원장이 주제하는 문화재반출 심의 회의에서 허가해 줘버린다. 결국 반출 거부된 것을 줄기차게 로비해서 조건부 허가를 받아낸 것이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써 ‘제척사유’에 해당하므로 무효에 해당된다. 특히 문화재위원회는 2002년과 2008년 결정한 내용을 무시했다. 불과 5년 만에 김리나 위원장은 왜 마음이 변했을까? 허가한 위원들의 말에 따르면 메트로폴리탄의 중요한 기획전시고 우리문화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메트로폴리탄(이하 메트) 박물관은 어떤 곳인가?

 이번 신라황금전은 메트의 연례 기획전으로 편성된 15회 전시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신라 최고의 보물을 절차와 협약을 어기고 여론을 억누르며 무리하게 보낼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이런 국보들이 반출되려면 1870년 개관한 메트의 150주년 기념전 정도의 위상에 걸 맞는 전시가 되어야 했다.

 또 메트 박물관은 1998년 신라 금관을 전시하며 부주의로 꺾어버리고 임의로 접합한 전력이 있는 곳이다. 2009년 ‘조선후기전’을 준비하며 개관전날 미국에 있는 동양회화 연구자들을 불러 모아 놓고, 유리진열장을 열고는 후레쉬를 써가며 사진을 찍게 했다. 또 한국, 중국, 일본관 중 한국관만 관람객이 없다는 이유로 불을 꺼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메트의 오리엔탈리즘, 특히 한국에 대한 만행은 악명이 높다. 한마디로 미국 메트는 한국의 유물을 전시하고 보관할 자격이 없는 곳이다.

미국에 전시 할 협약문은 이상이 없는가?

 이번 전시의 협약서 제 2조 2항을 보면 ‘전시품은 한국의 관련 법률에 따르며, 한국 정부의 국외대여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라고 되어있다. 즉 협약문에도 한국 정부(문화재청장)의 승인이 없으면 그대로 수용한다고 되어있다.

사대주의자들…….

 문화재위원들의 과거 결정과 염려를 알고,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정당한 반출금지 결정을 한 문화재청장에게 유진룡 문체부 장관은 메트의 관장이 유물 대여 요구가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으로 억측을 부리고, 두 곳의 주요 일간지를 이용해서 언론플레이를 하고는 바로 압력을 넣어서 우리의 주요 국보를 나가게 했다.

 메트의 관장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알려진 바로는 메트의 학예사가 자신의 전시경력업적을 위해 15개 기획전 중 이번 신라 황금전을 강력히 전시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한 학예사의 욕심에 국격이 무너진 것이다.

국격을 없애버린 압력과 비난

 유진룡 문체부 장관은 예전에 청와대 모 비서관에게 소신발언을 했다가 물러났다고 영웅시 되어있다. 그런데 소신 있게 판단한 문화재청장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하나의 외국 박물관장이 일국의 대통령에게 확실하지도 않은 ‘항의서한’을 보냈다고 국보와 보물, 국보급 문화재 130점을 한 번에 보내주는 만행을 저지르는가?

 더 한심한 것은 모 통신사 기자가 반가사유상 반출 번복이라는 이유와 문화재위원회 결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하면서 개인 페이스북에 문화재청장을 나가라, 그만둬라 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에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 중(사실 누르는 건 자유 의지다) Youngna Kim이 있었다. 확인해보니 대한민국 정부의 차관급인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김영나님 이시다.

 같은 정부의 차관급이 개인주장 글에다 “그 나쁜 차관(문화재청장) 물러나라” 라고 한다.

 한 국가의 장관이 소신 결정한 것을 뒤집고, 또 한 차관급은 문화재청장을 나가라는데 ‘좋아요’ 한다.

해외 사례 1

 예술성과 역사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들을 후세들은 ‘문화유산’라는 이름으로 영구히 보존하고 감동을 느끼고 한다. 특히 문화유산 중에는 신앙의 대상으로 매우 경건하게 모셔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성스럽고 경건한 예배의 대상은 매우 엄격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 예로 바티칸의 성베드로 대성당 내 로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의 시스틴 소성당 천장 그림은 사진도 못 찍게 한다. 성화로 유명한 이태리의 우피치미술관, 중국의 3대 불교석굴, 일본의 국보급 사찰벽화, 경주 석굴암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러한 규정을 따르는 것은 무서워서가 아니고 문화적으로 성숙하기 때문이며, 두고두고 아끼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또 조각상을 비롯한 공예적 가치가 뛰어난 문화유산들도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피에타상이나, 인도의 사르나트 사원의 조각품, 일본의 국보 반가사유상, 프랑스의 비너스 등이 이에 해당된다. 즉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은 ‘공인 복제품’ 제도를 두어 국가공인기관에서 원작을 복제한 유물로 국외 전시를 대체하고 있다. 이태리 로마 거리에 있는 조각상은 대부분 복제품이다.

해외 사례 2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상이 일본에 전시되었다. 그렇다면 일본에 전시할 때 루브르박물관에 모나리자는 있었을까? 없었을까? 루브르에도 있었고 일본에도 있었다. 어떤 것이 진품이었을까? 이점에 대해서는 당사국들 즉 일본과 프랑스가 서로 묵비권을 행사한다. 서로 따지지도 않고 묻지도 않고 어떤 것이 진품이냐 공인 복제품이냐를 모르게 전시를 하는 것이다. 서로 문화적으로 인정을 해주는 것이다. 한국도 2002년 문화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공인 복제품을 만들어 놨더라면 전 세계에 보여주면서 홍보도 하고 이번과 같은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우리와 미국이 진품이냐 공인 복제품이냐 따지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전 세계 어떤 나라가 이렇게 많은 국보와 보물을 한 번에 반출하는가? 반가사유상은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에 단 하나만 존재한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야함이 당연한 일이다.

 이제 우리문화를 홍보하려면 우리나라를 직접 방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존의 퍼주기식 홍보보다는 국격 있는 홍보를 하라는 것이다. 국보 보물을 잔뜩 가지고 나가서 쉽게 전시하는 것은 70년대나 하는 행태다. 문체부와 국립중앙박물관은 너무 쉽게 국격을 낮추고 있다.

 한류와 K-POP에 업혀서 쉽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할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을 들어오게 해야 한다. 우리 전통문화를 값있고 의미 있게 알려야 한다. 오히려 미국의 개인, 또는 단체가 꽁꽁 숨겨두고 소장한 우리의 문화재를 세상으로 나오게 해서 전시회를 하는 것이, 힘은 들지만 가치 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다.

 반가사유상은 문화재 이전에 성보유물이다. 즉 예배의 대상이기에 자주 옮기는 것은 곤란하다. 그리고 너무 자주 외국으로 나갔다. 이제는 한국으로 와서 친견하게 해야 한다. 반가사유상은 너무 잦은 내돌림으로 눈물 나게 피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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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육의전박물관 관장

문화연대 약탈문화재환수위원회 위원장

<사진제공 : 황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