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수학적 원리 - DNA suhagjeog wonli

단백질 생성 필수 정보 지닌 DNA, 해석한 정보 알맞게 옮기는 RNA
4가지 염기 배열 따라 정보 암호화… 20가지 아미노산 정보 표현 위해
3개 염기 배열로 경우의 수 충족

DNA 수학적 원리 - DNA suhagjeog wonli

상훈: 코로나19 뉴스를 보면 생명과학시간에 배웠던 DNA나 RNA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엄마: 바이러스는 결국 단백질로 둘러싸인 핵산인데 이 핵산의 종류에 따라 DNA바이러스, RNA바이러스로 나뉘어서 그렇지.

상훈: DNA나 RNA는 유전정보를 의미하는 것 아니에요?

엄마: 맞아. DNA나 RNA는 4가지 종류의 염기들로 유전정보를 암호화하고 있단다. 다시 말해 염기가 어떤 순서로 나열되는지에 따라 다른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지. 이 염기 배열에 숨어 있는 수학을 살펴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접할 때마다 RNA가 등장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질환의 원인이 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RNA를 유전체로 지닌 RNA바이러스라 합니다. 지금의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도 계속 등장하고 있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 등도 메신저 RNA라 불리는 mRNA백신이지요. 그런데 얼마 전 인도에서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DNA 백신이 긴급승인된 첫 사례가 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새로운 백신이 전 세계 코로나19 대응 전선에 합류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이 진행 중인 DNA 백신 임상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지 주목된다고 합니다.

○ DNA와 RNA 그리고 mRNA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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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개인마다 다른, 고유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유전 정보는 어떠한 세포들을 만들어야 하는지, 몸속 장기부터 전체적인 모습까지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적재적소에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도인 DNA의 정보를 해석한 뒤, 단백질을 만드는 곳에 ‘전달’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RNA입니다.

RNA는 그 역할에 따라 명칭이 조금씩 다릅니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활동에 비유해 다양한 RNA를 살펴볼까요. 신제품(단백질)을 만드는 설계자(DNA)가 있다고 합시다. 그럼 DNA의 설계도면을 공장에 전달하는 RNA가 있습니다. 이 RNA는 ‘전령(messenger)’의 앞 글자를 따서 mRNA라고 부릅니다. 공장의 기술자들은 전달된 도면을 보면서 필요한 재료인 아미노산을 주문하고, 재료가 공장에 도착하면 설계 도면에 맞게 조립해서 완제품인 단백질을 만들어 낼 겁니다. 이때 공장에서 주문한 재료를 구해 기술자에게 가져다주는 RNA도 있습니다. ‘운반자(transfer)’라는 뜻으로 tRNA라고 부릅니다. tRNA가 가져온 재료들을 활용해 설계도면에 따라 완제품을 만드는 RNA는 단백질을 만드는 세포기관의 이름인 ‘리보솜(ribosome)’을 따서 rRNA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RNA라 하면 mRNA를 의미합니다.

코로나19의 백신으로 잘 알려진 mRNA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구조에 나타난 공격형 스파이크단백질의 유전정보를 담은 mRNA를 주사함으로써, 진짜 스파이크단백질과 똑같이 생긴 ‘가짜 스파이크단백질’이 우리 몸에서 스스로 생성되도록 합니다. 만들어진 가짜 스파이크단백질을 이용하여 우리 몸속 면역세포들이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항체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원리인 것이지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그 예이고 근육주사를 이용합니다.

○ 염기 서열의 경우의 수

DNA는 당과 인산, 염기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 정보를 암호화하는 염기의 종류는 네 가지입니다. 아데닌(A), 시토신(C), 구아닌(G), 티민(T)으로 모두 작고 단순한 분자입니다. 생명체의 DNA는 이러한 염기쌍 등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무더기로 생물학자 크릭과 왓슨은 이중 나선구조를 이룬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후 물리학자 가모브는 수학적 사고 실험으로 DNA 염기서열이 세 글자 암호로 아미노산 서열을 표현한다는 것을 예측합니다. 우리도 수학 사고실험에 참여해볼까요?

네 염기를 각각 A, C, G, T라는 글자로 나타내 봅시다. 이 네 글자를 사용하여 두 글자로 만들 수 있는 낱말은 AA, AC, AG,… , TT로 (첫 번째 글자의 경우의 수)×(두 번째 글자의 경우의 수)=4×4=16개가 나옵니다. 이에 따르면 한 글자짜리 낱말은 4개이고, 한 글자와 두 글자 낱말을 합하면 4+16=20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AACGCTATTG…]과 같이 나열된 염기서열에서 연속한 AA가 두 글자 낱말인지 한 글자 낱말 A가 2개인지 구분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길이를 고정한 낱말을 약속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두 글자 낱말로는 20개의 아미노산을 표현하기에 모자라기 때문에 적어도 세 글자짜리 낱말을 사용합니다. 세 글자짜리 낱말은 같은 방법으로 4×4×4=64개가 되어 아미노산을 지정하여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긴 낱말을 사용하면 매우 비경제적이게 됩니다. 실제로 여러 생물학자의 연구에 의해 3개의 염기 서열에 의해서 아미노산이 결정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mRNA를 통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유전자는 3만∼3만5000개 정도로 추정됩니다. 연속된 아미노산 서열에 해당하는 DNA 유전 암호를 예측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이제는 DNA 염기서열 분석법인 차세대 분석 기술이 개발되면서 대용량 DNA 서열 정보의 병렬적 분석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한 개체의 유전정보나 전사체 등 다양한 계층의 데이터 세트가 생산되고 축적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유전자 합성, 유전자 편집 등 생명공학 분야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류의 고통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난 속에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수학,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받아 연구를 계속해 나갑니다. 생명과학에서 기초가 되는 수학에 대해 깊이 탐구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박지현 반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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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 두 가닥이 나선처럼 꼬여 있는 DNA, 올록볼록한 알맹이가 촘촘하게 박혀 있는 파인애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수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가지런한 모양이라는 것이다.

생명체가 자손을 번식하기 위해 꼭 필요한 유전물질 DNA(디옥시리보핵산)는 두 가닥의 사슬이 나선형으로 꼬여 있는 모양이다.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보면 유전 정보를 나타내는 염기코드를 감싸려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왜 DNA는 한 가닥이 아닌 두 가닥으로 돼 있을까? 또 사다리처럼 펴져 있지 않고 나선형으로 꼬여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DNA가 이중나선구조일 때 가장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알아냈다. 두 가닥이어야만 하나가 망가졌을 때 유전정보를 지킬 확률이 높아진다. 기하학적으로 보면 유전자를 발현시키기 위해 이중나선이 나뉘었다가 다시 붙을 때 엉키지 않는다.

이렇게 수학은 생명체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도구다. 영국의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는 저서 <생명의 수학>에서 “생물학에 수학이라는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어나고 있다’고 표현한 까닭은 이미 생물학 여러 분야에서 수학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인애플과 꽃잎에 들어 있는 피보나치수열

아무렇게나 올록볼록 튀어나온 듯이 보이는 파인애플 겉표면의 알맹이도 사실은 수학적으로 가지런하다. 알맹이들은 소용돌이 모양의 두 묶음으로 서로 얽혀 있다. 한 묶음은 위에서 내려다볼 때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며, 나선 여덟 개가 들어 있다. 다른 한 묶음은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나선 열세 개가 들어 있다.

수학자들은 이것을 피보나치수열로 설명한다. 이탈리아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가 발견한 이 규칙은 앞에 있는 두 수의 합이 바로 그 뒤에 나온다.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의 순서로 이어진다.

피보나치수열은 꽃잎의 수에서도 나타난다. 백합이나 아이리스는 꽃잎이 3장, 미나리아재비와 들장미는 5장이다. 기생초와 참제비고깔은 8장, 금잔화와 시네라리아는 13장, 과꽃과 치커리는 21장, 질경이와 데이지는 34장, 해바라기는 55장이나 89장, 또는 144장이다. 무작위로 꽃잎이 돋아났다고 보기에는 수학적인 규칙을 정확히 따른다.

스코틀랜드 동물학자이자 수학자인 다르시 톰프슨은 꽃잎이 빗물과 햇빛을 골고루 받아들이기 위해 피보나치수열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꽃잎은 대개 두 번째 꽃잎과 약 137.5°, 세 번째 꽃잎과 약 275°를 이루면서 나선형으로 나 있는데, 서로 겹치지 않는 구조라 빗물과 햇빛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학자들은 이것을 ‘황금각’이라 부른다.

독일 뮌헨기술대학교의 헬무트 포겔은 왜 식물이 피보나치수열과 황금각을 따르는지 연구했다. 그는 해바라기에서 n번째 씨앗은 첫 번째 씨앗에서 약 137.5°의 n배가 되는 각을 이루고, 중심까지 거리는 n의 제곱근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황금각인 137.5°를 조금 바꾸면 씨앗 배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았다. 놀랍게도 씨앗 사이에는 틈이 생기고, 해바라기 씨앗이 가진 특유의 나선무늬도 사라졌다. 가장 효율적인 생존을 위해서 수학적인 규칙을 따르도록 생명체가 스스로 진화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생물학과 수학의 만남~

이언 스튜어트는 생물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려면 먼저 실제와 거의 비슷하고 현실적인 모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물이 어떤 수학 규칙을 따르고 있는지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얼핏 생물과 수학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학적 기법을 활용해 생물학을 연구한다면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중요한 사실도 찾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21세기에 들어선 뒤로는 점점 더 많은 생물학자들이 수학을 활용하고 있다. 수학 덕분에 생물에 대해 한걸음 더 다가서고 있는 셈이다.

인터뷰

수학으로 생명에 귀를 기울이다
이언 스튜어트

이언 스튜어트는 과학소설부터 수학 칼럼까지 쉽고 재미있는 글을 써온 수학자 겸 작가다. 모든 사람이 수학을 즐기길 꿈꾸는 그는 수학과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왕립학회와 미국과학진흥회에서 상을 받았다. 그의 최신작인 <생명의 수학>의 번역판이 7월 중 출간된다. 영국 워릭대 수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그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다.

<생명의 수학>에서 생물학이 수학이라는 여섯 번째 혁명을 겪는 중이라고 했는데, 수학을 ‘혁명’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가 생물학을 생각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수십 년 간 생물학이 분자생물학에 강력히 초점을 맞춰왔던 것과 비교했을 때 말이죠. 예를 들면, 인간 게놈의 염기서열이 밝혀진 후 생물학자들은 DNA 염기서열만으로는 어떤 기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단지 어떤 코드가 어떤 유전자와 관련 있는지 알아낼 뿐이죠. 이제는 ‘유전자의 기능은 무엇인가?’라는 더욱 어려운 질문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수학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이죠.

수학이 최신 생물학을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생물학은 수많은 곁가지 주제를 가진 대주제입니다. 그 중에서 수리생물학은 아직까진 미미한 수준이죠. 하지만 수학은 생물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 큰 변화를 가져올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태계의 구성요소를 체계적으로 분류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수학은 생물학의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에 깔려 있는 원리를 밝혀낼 겁니다. 대표적으로 뇌와 신경세포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자라면서 신체 기관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그리고 생태계는 어떻게 유지되는지의 3가지를 들수 있습니다. 생명을 이해하고 질병 문제를 해결하거나 멸종위기에 놓인 생명체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학 분야에서 생물학에 대한 관심은 얼마나 되나요?

아마 5% 이하일 겁니다. 수학이 다룰 수 있는 분야가 워낙 넓기 때문이기도 하죠. 수학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는 분야보다는 전문적인 자기 분야를 개척해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최신 분야에 달려드는 물리학이나 생물학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기도 하죠. 그래서 생물학에 관심을 갖는 수학자가 흔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수학에 관심을 갖는 생물학자보다는 훨씬 많을 겁니다. 한편, 거의 대부분의 수학자가 수학을 실제 세계에 적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거든요. 응용수학 분야를 연구하지 않는 사람들도요.

<생명의 수학>을 쓰면서 가장 흥미롭게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요?

카오스 이론으로 ‘플랑크톤의 역설’을 설명한 것이었습니다. 플랑크톤의 역설은 제한된 자원을 놓고 여러 종이 경쟁하는데도 일부 우세한 종만 살아남지 않고, 수많은 종이 공존하며 생태계를 이루는 것을 말합니다. 같은 먹이를 놓고 여럿이 경쟁하는 데도 모두 살아남는다는 말이죠.
예전에는 자원의 양이 다양한 종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시간이 흘러도 각 종의 개체수가 거의 일정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에서만 가능하죠.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요. 플랑크톤의 개체수는 매우 무질서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여러 종의 플랑크톤이 같은 틈새 시장에서도 공존할 수 있는 것이죠. 바로 카오스 이론입니다. 마치 교실의 책상 수보다 더 많은 수의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과 같죠.

많은 사람들에게 수학을 알리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대중은 수학을 오해하고 있습니다. 수학을 산수로만 생각하는 거죠. 최근에 어떤 사람들이 “영화엔 수학이 없다”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요! 수학이 없으면 그 어느 누구도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겁니다. 영화 ‘토이 스토리’의 특수효과는 수학 논문과 컴퓨터공학 논문 20개가 모여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영화 속 모든 장면에 수학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저는 사람들이 계산을 잘 하길 바라는 게 아닙니다. 단지 사람들이 얼마나 수학이 다양하고 유용한 학문인지 알았으면 하는 거죠. 우리 사회는 수학 없이 돌아갈 수 없거든요. 학생들에게는 수학에 겁을 먹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전문가들도 수학 앞에서 좌절하기도 하거든요. 제게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그런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대담하게 극복하고 끈기 있게 다가서면, 어느새 문제를 해결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수학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