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유튜브 수익 - jeongchi yutyubeu su-ig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들은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적자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의 ‘광고 적합성 심사’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집회 등 오프라인 행사까지 열기 위해서는 후원자 기부도 모자라 사실상 빚을 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얘기다.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 기자 등이 출연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지난 10일 유튜브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99%도 아니고 100%다. 노란딱지가 100% 붙고 있다”고 밝혔다. ‘노란딱지’란 선정성, 폭력성, 정치적 편향성 등의 문제로 유튜브 약관에 위배된 콘텐츠에 붙는 노란색 달러 모양의 아이콘을 가리키는 은어다. 유튜브 내에서 노란딱지가 붙은 영상은 광고 게재가 제한돼 수익 창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로세로연구소는 “유튜브 광고 수익에서 차질을 빚으면 타격이 어마어마하다”며 “특정 정당, 특정 정치 세력, 특정 집단, 특정 기업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을 지키는 방송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같은 게시글과 함께 후원 ARS 번호도 남겼다.

또 다른 유튜버 이재홍 지식의칼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이틀 새 ‘문재인’이 주제인 대부분 영상에 노란딱지가 붙었고, 다른 메이저 유튜버들은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노란딱지가 붙어 수익에 차질을 빚는 것은 진보 성향 유튜버들도 마찬가지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지금까지 올린 영상 중 80%에 노란딱지가 붙었다”며 “사실상 후원금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오프라인 집회까지 여는 유튜브 채널들은 사정이 더 안 좋다. 집회를 한 번 여는 데 많게는 수천만원이 든다. 영상·음향기기 렌털업계에 따르면 300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5t 트럭을 하루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은 300만~400만원 수준이다. 추가적인 음향기기와 방송 송출 기기, 영상 제작 대행비까지 합치면 비용은 더 불어난다는 게 업계 전문가 얘기다.

한 영상·음향기기 렌털업체 대표는 “3만 명 규모의 집회를 연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1500만~18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서초동 검찰개혁 집회 정도 규모를 가정하면 적게 잡아도 5000만원 이상이 나갔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보수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작은 규모의 집회를 열어도 매번 300만원 이상 든다”며 “최근 돈이 모자라 2억원가량 빚을 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배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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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슈퍼챗 수익 상위권을 기록한 정치 유튜브 채널 영상 목록 갈무리. 유튜브 화면 캡처

"의원실에서 먼저 유튜브에 출연을 요청할 정도라니까요."

'정치 유튜브의 흥행을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한 정치 평론가는 이렇게 답했다. 실제로 인기 정치 유튜브 채널에선 대부분 인터뷰 코너를 따로 분리해 채널 성향과 일치하는 정치인들을 출연시키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금전적 후원을 기준으로 삼자면, 인기 유튜브의 영향력은 국회의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한국일보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공식 창구인 '국회의원 후원금'과 정치 유튜버가 벌어들인 '슈퍼챗(라이브방송 중 진행자에게 채팅을 쓰며 보내는 돈)'을 비교한 결과 상위 유튜브 채널은 수익성 측면에서 국회의원을 압도했다.

'인기 채널', 슈퍼챗만으로 국회의원 전부 제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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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정근 기자

본보는 최근 유튜브 순위검색 프로그램 '플레이보드'에서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뉴스정치 등 3개의 카테고리로 검색 조건을 구분한 뒤, 각각의 조건으로 지난해 기준 △1년치 라이브 시청자 수 상위 20개 채널과 △1년치 슈퍼챗 상위 20개 채널을 추렸다. 이렇게 정리된 '인기 채널' 120곳 가운데 중복 채널과 정당 공식 채널, 수익창출이 금지된 채널을 제외한 60곳의 수익을 국회의원 후원금과 비교했다.

지난해 인기 채널 60곳의 슈퍼챗 수익과 국회의원 300명 후원금을 비교해 1위부터 360위까지 재정렬했더니, 1위부터 10위까지 한 곳(8위)을 제외하고 모두 정치 유튜브 채널이 차지했다. 1~7위 채널은 2억~7억 원대 수익을 올렸고, 8위를 차지한 '후원금 1위' 국회의원은 1억7,000만 원을 받았다. 정치 유튜브 채널 중 상위 7곳의 유튜버가 슈퍼챗만으로 국회의원 300명을 전부 제친 셈이다. 인기 채널 14곳은 지난해 국회의원 1인당 평균 후원액인 1억3,525만 원보다 높은 수익을 거뒀다.

"계좌 후원과 슈퍼챗 1 대 1... '노란 딱지' 없었으면 수십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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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슈퍼챗 수익 상위권을 기록한 정치 유튜브 채널 영상 목록 갈무리. 유튜브 화면 캡처

60개 채널 중 최상위권에선 인기 유튜버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15위 이하 채널들은 수익이 1억 원 미만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슈퍼챗 수익만을 고려한 것으로, 후원 계좌까지 고려하면 수익이 훨씬 더 많다는 게 유튜버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익 269위로 기록된 정치 유튜버(구독자 30만 명대) A씨는 "우리 채널은 슈퍼챗과 계좌 후원금 비율이 거의 1 대 1"이라며 "요즘엔 모든 채널에서 '자율구독료' 계좌를 공지해놓기 때문에 슈퍼챗 수익의 2배 정도를 실제 수익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조회수에 따른 광고수익까지 들어오면 정치 유튜버들의 수익은 훨씬 많아진다. 그러나 '노란 딱지(브랜드 가이드라인)' 탓에 광고수익까지 챙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노란 딱지는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위배한 영상에 광고를 제한하는 표시로, 증오(혐오), 도박, 약물, 성인물, 가짜뉴스 관련 콘텐츠 등에 적용된다. 모니터링뿐 아니라 신고를 기반으로도 붙기 때문에 정치 유튜버들에겐 공포와 분노의 대상이다.

본보 집계상 300위를 기록한 정치 유튜버(구독자 120만 명대) B씨는 "우리 채널뿐 아니라 웬만한 정치 유튜브 채널은 올라오는 모든 영상에 노란 딱지가 붙는다"고 말했다. 광고수익 등을 반영한 '유튜브 수익계산기' 사이트에서 계산해본 결과 B씨 채널의 1년 예상 수익(슈퍼챗 + 광고수익)은 11억 원대에 달했다. B씨는 "광고수익이 없다 보니 유튜브 운영을 통한 수익은 사실상 슈퍼챗으로만 제한된다"며 "라이브 방송을 늘리거나 계좌 후원을 최대한 독려해야 수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익 추구형 정치 유튜브 채널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기성 정치권이 거리두기와 제도 개선보다는 진영 논리에 편승해 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유튜버들은 지지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주장을 반복해 돈을 벌고 있다”며 “극단적일수록 돈이 된다는 사실을 학습한 이상 자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1. 평산마을의 여름 한 달간의 기록

2. 팬덤이 쌓아올린 그들만의 세계

3. 불순한 후원금, 선의와 공갈 사이

4. 정치권, 필요할 땐 이용하고 뒷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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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시사타파TV’ 캡처]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한국은 정치 유튜버들의 천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 유튜브 채널들간의 경쟁이 전세계 유례를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과열 양상이다. 그야말로 ‘요란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통령 선거 특수를 노리고, 구독자·조회수 확대에 경쟁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차트까지 휩쓸고 있다. 2021년 한 해 가장 많은 슈퍼챗(후원금)을 받은 전 세계 유튜브 채널 랭킹 상위권에 국내 유튜버들의 채널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해외에서도 놀랄 정도다. 각종 실시간 방송을 통해 선거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 유튜브 데이터 집계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뉴스·정치’ 카테고리에서 ‘연간 슈퍼챗을 가장 많이 받은 채널 글로벌 톱10’ 중 한국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은 무려 5개에 달했다.

슈퍼챗은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는 유튜버에게 시청자가 직접 보내는 후원금이다. 영상 조회수 등에 따라 받는 광고 수익과는 별개다. 시청자는 최소 1000원부터 최대 50만원까지 전송할 수 있다.

‘뉴스·정치’ 카테고리에서 슈퍼챗 랭킹 1위에 오른 채널은 총 18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정치평론 채널 ‘유재일’이었다. 작년 한 해 2만개의 슈퍼챗을 받아 4억726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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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시사타파TV’ 캡처]

4위는 53만명이 구독 중인 ‘시사타파TV’로, 지난해 슈퍼챗으로 2억921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밖에 5위 ‘이큐채널’이 1억8540만원, 6위 ‘열린공감TV’가 1억8360만원, 10위 ‘신튜브 신혜식’이 1억5520만원을 벌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의 정치 유튜브 채널이 슈퍼챗 랭킹 톱10의 절반을 차지한 가운데 미국 채널 4개, 대만 채널 1개가 나머지를 나눠 가졌다. 범위를 톱20으로 넓혀도 한국 유튜브 채널이 9개에 달할 만큼 국내 정치 유튜브에 대한 구독자들의 충성도가 유독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용석 변호사 등이 운영하는 ‘가로세로연구소’는 ‘뉴스·정치’가 아닌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로 분류됐는데 작년 한 해 슈퍼챗 수익은 6억4770만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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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유재일’ 캡처]

유튜브 채널들은 대부분 콘텐츠 앞뒤와 중간에 삽입되는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나머지는 협찬이나 후원금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라이브 방송 중에 구독자들이 ‘쏘는’ 실시간 후원금 수익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파진흥협회가 최근 발표한 ‘1인 미디어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방송을 하는 이들의 수익에서 후원금 비중은 2019년 8.3%에 불과했지만 2020년 들어 15.3%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정치 유튜브 채널들은 구독자 수 대비 영상들의 평균 조회수가 높지 않지만 최근 대선 후보들을 따라다니며 주요 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거나 각종 의혹들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식으로 골수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 후원금 수익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골수 지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독한 말’을 쏟아내거나 특정인의 신변잡기식 의혹 캐기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