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약 버리기 - jeongsingwa yag beoligi

“수면제를 먹고 있는데, 임신한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좋죠?”

불면증 치료를 받아오던 한 여성 환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진료실로 전화를 걸었다. 이런 경우, “문제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거나 “기형아의 위험이 있으니 중절 수술을 하라”는 말을 단정적으로 하는 의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 평균적으로 건강한 산모도 100명 중 2~3명이 기형아를 낳을 수 있고, 특히 비만이거나 알코올 남용, 약물 남용의 경우 기형아 출산 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곧바로 이 환자가 사용 중인 약의 성분을 확인하니, ‘트리티코’였다. 이 성분의 약물은 임신 중 약물안전등급 C 등급이다. 이는 ‘동물이나 사람에게서 적절한 연구가 되어 있지 않거나, 동물실험에서 태아에 해로운 영향을 다소 끼치기는 하지만 사람에게서 적절한 자료를 얻을 수 없는 약물들’이다. 전화상으로 환자를 안심시켜주고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혹시 모르니 지속적으로 태아 상태를 체크해 볼 것을 권유했다.

위와 같은 문의는 의료계에서 자주 있는 현실이다. 특히 ‘정신과약’에 대해 환자들은 문의가 상당히 많고 또 민감하다. 위의 환자는 자신이 복용하는 약을 수면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트리티코는 수면제보다는 우울증 치료의 목적으로 처방되는 항우울제다. 환자들은 복용하는 약 이름조차 자세히 모른 채, 대신 ‘정신과약’, ‘수면제’, ‘공황장애약’, ‘진통제’ 등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정신과에서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에 대해서 여러 가지 오해들이 많다.

오해 1. 정신과 약을 먹으면 신경에 문제가 생겨 머리가 멍해지면서 바보가 된다

항우울제, 항정신병 약물, 기분안정제, 항불안제 등의 정신과 약 중에서 이를테면 불면증 치료 약물을 복용하면 간혹 낮 동안에 머리가 멍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보가 된다거나 신경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고 해도 용량을 초과해 사용하면 독성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은 모든 약들에 공통되는 사항이지 정신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멍해짐을 줄이려면 약 용량을 조절하면 된다.

사실 항우울제, 항정신병 약물, 기분안정제, 항불안제는 정신과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내과, 가정의학과, 신경과 등에서도 치료 목적으로 처방하고 있다. 코감기로 내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등에서 약을 받아 복용하는 경우, 약에 따라서 심한 졸림이나 멍해짐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정신과와 관련된 약에 대해서 유독 이런 오해가 심한 이유는 오래 전 항정신병 약의 부작용이 두드러졌던 시절에 생긴 오해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탓이다.

오해 2. 정신과 약은 습관성이 있어 한번 복용하면 끊기 어렵다

‘습관성’이란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약을 복용할 때 습관이 될 수 있음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항우울제, 항정신병 약물, 기분안정제, 항불안제 등의 약물들은 극도로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나쁜 생각이 들거나, 조절 불능의 기분상태에 빠져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다. 다시 말하면 극도의 불안, 우울, 망상, 기분 변화가 일상 생활을 못하도록 망쳐버리는 것을 바로잡는 역할을 치료약이 해준다는 것이다.

또한 의사들은 환자들이 자신이 복용하는 약의 혜택을 잘 알도록 교육하고 있으며, 정신치료를 병행하면서 가급적 최소한의 용량으로 일상 생활이 유지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잘 모르면서 무턱대고 습관성 운운하는 것은 정신과 환자들이 겪는 심적 고통을 모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해 3. 정신과 약을 오래 복용하면 지능이 떨어진다

정신과 질환 중 조현병이 있다. 조현병은 생각의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망상, 환청 등의 증상을 보이고, 치료를 하지 않으면 지적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정신병이다. 하지만 항정신병 약물을 사용해 치료를 지속하면 대개 지적 기능이 보존되어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약의 효능을 반대로 인식하고, 지능을 떨어뜨린다고 말하는 것은 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오해 4. 정신과 약은 간이나 콩팥에 손상을 준다

약은 간이나 콩팥을 통해 배설되기 때문에 모든 약들이 일정하게 간이나 콩팥에 부담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즉, 정신과 약이 특별하게 손상을 더 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게다가 최근 개발되는 정신과 약의 대부분은 평상시에 복용되는 용량의 수십 배를 먹어도 생명에 지장이 없을 뿐 아니라 위, 간, 콩팥에도 전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항암제의 경우가 가장 부작용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치료를 위해 감수하는 것이다.

오해 5. 메칠페니데이트는 약물중독 가능성이나 의존성이 큰 약으로 성장저해를 초래한다

메칠페니데이트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 약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최근 매스컴에 이 약의 부작용이 자주 보도되면서 습관이나 중독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메칠페니데이트는 ADHD치료에 있어 매우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약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이기에 어느 정도 약물 의존은 일으킬 수 있으나, 실제 임상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식욕이 줄어드는 것은 중추신경 흥분효과가 있기 때문인데, 전문 의사의 진찰을 받고 치료를 해 나간다면 그다지 걱정할 것이 없다.

현재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약들은 정말로 안전하며, 점점 더 안전해지고 있다. 잘못된 오해와 선입견으로 인해 약 복용도 하기 전에 걱정부터 하는 과거의 잘못된 풍토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국민 정신건강 증진의 첫걸음이다. 어느 약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의사의 상담을 거친 후 처방대로 복용하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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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최승희

예전 약 이야기 코너에서 약의 유효기한에 대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약 종류별, 취급 형태별 유효기한을 가늠할 수 있는 방법과 함께 유효기한이 지난 약들은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었죠. 유효기한이 지난 약들은 더 이상 약효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근데, 그럼 이제  유효기한이 지난 약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약 이야기 이번 순서에서는 유효기한 지난 약을 잘 버리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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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유효기한이 지난 약만 버리는 건 아닙니다. 유효기한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더 이상 필요 없거나 유효기한이 지날 때까지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버리는 경우도 있죠. 이럴 때 여러분들은 약을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대부분 약을 보관하던 곳에 묵혀두고 있진 않으신가요? 물론 이미 답을 아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근데 이와 관련해 최근 혼돈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폐의약품은 최종적으로 ‘소각’이 원칙
약은 시간이 지나면 변질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결국엔 버려야 하는 일이 생기죠. 근데 주위에서 보면 약을 그냥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버리거나 싱크대를 통해 하수도(물약 같은 경우)로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코 옳은 방법이 아닙니다.

  그럼 여기서 '어? 분명히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버려도 된다고 했는데?'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 겁니다.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옳은 방법은 아닙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찬찬히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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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폐의약품을 약국에서 수거해 이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회수·처리체계를 구축해 2008년 4월부터 서울부터 시범사업(폐의약품 수거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부터는 수도권, 6개 광역시, 도청 소재지 등을 대상으로 확대했고 이제는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2016년 11월에 개정된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지침’에는 가정에서 발생한 폐의약품을 약국, 보건소 또는 보건진료소로 배출하도록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웬만큼 아실 겁니다. 무심코 버린 폐의약품은 의약물질에서 배출된 항생물질 등이 분해되지 않은 채로 하천 및 토양으로 흘러들어가 생태계를 교란하고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항생제와 같은 물질이 강으로 유입되면 물고기 기형의 원인이 되고, 항생제 성분이 물에 녹으면 슈퍼박테리아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항생제를 써도 듣지 않는 박테리아를 양산할 수 있다니 영화 '괴물'의 스토리가 허무맹랑하지만은 않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유효기한이 지난 폐의약품은 약국보건소에 비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에 넣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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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자체 "종량제에 버려도 된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16조에는 지자체로 하여금 폐농약과 폐의약품, 수은이 함유된 폐기물 등 생활계 유해폐기물에 대한 처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고 시행규칙 14조에선 수거된 폐의약품을 소각 처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폐의약품의 최종 처리 방법은 소각이 원칙인 겁니다. 소각로에서 850도로 소각되지요.

  근데 혼란을 줄만한 일이 있습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폐의약품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고 하기 시작한 겁니다. 수원시, 오산시가 대표적입니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폐의약품을 포함한 생활폐기물을 전량 소각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기존에 약국과 보건소에 보낸 약도 결국 소각 처리되고, 종량제 봉투에 넣어도 어차피 소각되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거죠.

  근데 생활폐기물을 전량 소각하는 지자체라고 모두 종량제 봉투에 버려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량 소각하는 곳이라도 폐의약품은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는 곳이 많습니다. 근데 종량제 봉투에 버리도록 정한 지자체라도 기존의 보건소와 약국이 여전히 수거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약품만 따로 모아 보관, 운반, 처리하는 것과 다른 생활쓰레기와 함께 제각각 담겨 처리되는 것과는 안전상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에선 폐의약품도 별도의 수거함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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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언제, 어디서든 안전하게 폐의약품을 버리는 방법은 약국과 보건소(폐의약품 수거함)를 통해 버리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간혹 약국에 약을 전혀 구입하지 않고 폐의약품만 갖다주는 게 눈치보인다고 하는 분이 계십니다. 근데 전혀 눈치 볼 일은 아닙니다. 약국에서도 친절하게 응대해 주실 겁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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