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 배터리 수명 - LFP baeteoli sumyeong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지난 20일 테슬라 3분기 실적 발표 행사 이후 K(한국)-배터리가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가 자사 모든 전기차의 스탠다드레인지 모델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발표 이후 국내 배터리 상장사 주가가 동반 하락하기도 했다.

LFP는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양극활물질에 인산(P)과 철(F)을 사용한다. 반면 국내 배터리업계는 모두 니켈 삼원계를 사용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니켈(N), 코발트(C), 망간(N)을 사용하는 NCM 배터리를, 삼성SDI는 망간 대신 알루미늄(A)을 사용하는 NCA 배터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LFP는 삼원계보다 에너지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은 단점이 있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화재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가 LFP 중요하게 사용하면서 앞으로 폭스바겐 등 경쟁업체들도 LFP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만큼 K-배터리한테는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주행거리 짧지만 저가, 안전성, 장수명이 장점

외신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 20일 테슬라는 3분기 투자자 설명회에서 자사 모든 전기차의 스탠다드 레인지(standard range)에 사용하는 배터리를 LFP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모델 S, 3, X, Y 등 4개의 전기승용차 모델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는 모델별로 주행거리와 사양에 따라 스탠다드레인지, 롱레인지, 퍼포먼스로 나누는데 이 가운데 스탠다드는 사양이 가장 낮은 보급형으로 모델3에만 적용하고 있다.

그동안 테슬라는 모델3 스탠다드레인지에 LFP와 NCA 배터리를 병행해 사용했다. LFP 배터리는 중국 CATL이 공급했고 NCA는 일본 파나소닉이 공급했다. 두 배터리를 비교 평가해 본 테슬라는 결국 LFP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LFP와 NCM 배터리를 비교해 보자. 한국광해광업공단과 하이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배터리 성능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주행거리를 결정하는 에너지밀도에서 LFP는 동작전압(3.2V)이 삼원계(3.6V)보다 낮아 에너지밀도가 kg당 165Wh로, NCM의 210~305Wh보다 크게 떨어진다. 실제로 모델3의 스탠다드레인지 주행거리는 383km이고 퍼포먼스는 480km이다.

양극재 단가를 보면 LFP는 kg당 9.4달러인 반면 NCM은 31.3~34.2달러로 NCM이 3배 이상 비싸다. 이를 감안한 전기차 1대당(용량 50kWh) 양극재 비용을 계산하면 LFP는 1111달러, NCM은 2185~2876달러로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LFP는 화재 안전성에서 강점을 갖는다. LFP로 대표되는 올리빈 구조는 육면체 형태로 되어있어 NCM·NCA의 층상 구조에 비해 격자 구조 안정성이 높고 방전시 리튬이온이 빠져나가도 결정 구조가 열화되는 현상이 적어 수명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종합해 보면 테슬라가 스텐다드레인지에 LFP 배터리를 채택한 이유는 저렴함, 안전성, 장수명으로 꼽을 수 있다.

여기에 테슬라만의 기술력이 더해졌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는 셀로 구성된 모듈, 그 모듈을 모든 팩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테슬라는 모듈 단계를 건너 뛰는 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을 적용해 그만큼 에너지밀도를 높였다.

◆테슬라 이어 폭스바겐, 스텔란티스도 채택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가 LFP 배터리 채택을 확대할 경우 다른 경쟁사들도 같은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 등이 LFP 배터리를 채택하겠다고 밝혔으며 앞으로 채택 업체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LFP 배터리는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전기차향 LFP 배터리의 출하용량 기준 시장점유율은 약 19%이다. 탑재 공간이 넓고 가격이 저렴해 버스, 트럭 등에 많이 쓰인다.

상용차를 제외한 승용차 부문의 LFP 시장점유율은 약 11%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2% 대비 9%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테슬라 모델3, 중국 BYD의 ‘한’, 상하이자동차의 ‘홍광 미니’ 등의 판매량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니켈 삼원계 배터리 출하용량 기준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96%에서 올해 상반기에 86%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동안 니켈 삼원계 생산량은 2.4배 가량 증가했다.

LFP 배터리는 보급형 전기차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차값의 30~40%를 차지한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선 배터리 비용을 낮추는게 절실하다.

SK온의 NCM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는 현재차의 아이오닉5 전기차 가격은 가장 저렴한 게 4700만원이다. 일반인들은 정부의 구매보조금 없이 사기 힘든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 자원가격이 급등하면서 삼원계 배터리 생산원가는 더욱 오르고 있다. 니켈 가격은 지난해 10월 30일 t당 1만5100달러에서 올해 10월 27일 1만9850달러로 31.5% 올랐고 같은 기간 코발트 가격은 3만2965달러에서 5만6245달러로 70.6% 올랐다. 망간 가격도 1135달러에서 2505달러로 120% 올랐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철광석 가격은 116달러에서 한때 226달러까지 오르긴 했으나 현재는 120달러로 오히려 내려간 상태다.

여기에 충전속도를 빠르게 하는 기술은 LFP의 단점을 극복시킨다. 운전자들이 장거리 운전을 할 때 100km에서 길게는 200km 운전거리마다 휴식을 취한다. 이 때 10분에서 20분 만에 배터리의 80%까지 충전된다면 LFP의 주행거리로도 장거리 운전에 전혀 부족함이 발생하지 않는다.

실리콘 음극재 기술은 초고속 충전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 기술이 적용된 아이오닉5는 18분 충전에 배터리의 80%까지 충전된다. LFP 시장이 커질수록 실리콘 음극재가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따라갈 게 아니라 시장 선도 기술확보 필요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LFP 대응에서 길이 갈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LFP 개발에 착수한 반면 삼성SDI는 현재의 삼원계 방식으로도 충분히 시장방어가 가능하다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 값비싼 코발트 사용은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애고 니켈은 장기조달 체계를 구축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에너지밀도가 우수한 삼원계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면 얼마든지 LFP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삼성SDI의 계획이다.

하지만 차량뿐만 아니라 드론, 전기선박, 전기비행기, 트램 등 대형 전기모빌리티 시장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업체들도 저렴하고 안전한 LFP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게 향후 대응에 낫다는 지적도 있다.

LFP 시장이 열린다고 단순히 이를 따라갈 게 아니라 배터리 기술 트랜드를 선도하는 K-배터리가 돼야 한다는 전문가 비판도 나온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 완전 밀린 LCD 디스플레이 시장을 예로 들며 “국내 업체들이 이미 LFP 배터리 시장점유율 1, 2 위를 차지하고 있는 CATL, BYD 등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 요인 없이 동일 제품 영역에서 경쟁할 경우 이길 수 없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LG엔솔과 SK온이 LFP 배터리 개발에 착수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1위를 하고 있는 위상을 감안하면 기술을 선도해 트랜드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