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운도 북한 공연 - seol-undo bughan gong-yeon

여러분 안녕하세요, 라디오문화마당-세상을 만나자 이장균입니다.

2014년 새해를 맞아 지난 주까지 세 차례에 걸쳐 남한의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 노래 등 한류가 북한에 얼마나 확산하고 있고 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북한한류특집’을 보내드렸는데요 오늘은 직접 북한에 두 차례 공연을 다녀왔던 가수 설운도 씨와 얘기 나눠봅니다.

지난 2001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일본에서 활동중인 가수 김연자 씨의 방북 공연을 계기로 ‘눈물 젖은 두만강’을 비롯한 한국 대중 가요 20곡을 해금했다고 통일연구원 조한범 연구위원이 밝힌바 있었죠.

조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2000년 4월 김연자씨의 평양 공연 때 설운도의 ‘누이’ 태진아의 ‘사모곡’ 주병선의 ‘칠갑산’을 비롯해 옛 가요 ‘홍도야 우지마라’ ‘불효자는 웁니다. ‘꿈에 본 내고향’ 등의 노래들을 주민들이 부를 수 있도록 허락했다면서 당시 북한에서 이 노래들을 부르지 못하면 시대에 뒤쳐진 사람 취급을 받을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 가요를 민족 허무주의를 조장하는 퇴폐적 노래라고 규정, 금지곡으로 분류 했었죠.

이후 김정은 체제로 넘어 오면서부터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불러도 좋다고 허락했던 노래들을 계속 부를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음악 : 누이 / 설운도)

지난해 가요계에 발을 디딘지 30년을 맞았던 가수 설운도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2003년 북한 평양에서 열린 ‘통일음악회를 꼽고 있습니다. 걸그룹 베이비복스, 남성그룹 신화와 함께 평양을 찾았던 설운도는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은 알기에 그곳의 공연이 남달랐다”며 “그때 공연으로 자신은 북한에서 한류스타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탈북자 상당수가 만나고 싶은 가수로 설운도를 꼽곤 하는데요. 설운도 자신도 “북한에서 나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말해주는 탈북자들이 꽤 많았다”면서 “ ‘다함께 차차차’와 ‘사랑의 트위스트’ ‘누이’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큰 유행을 일으켰다는 말을 줄곧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장균 : 이 ‘누이’라는 노래가 북한에서도 북한에서도 불려지고 있다는 거 아셨나요?

설운도 : 제가 북한 공연을 두 번 다녀왔습니다. 처음 갔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태진아 씨의 ‘사모곡’ 그리고 저의 ‘누이’ 이렇게 북한에서는 불리워지도록 했습니다.

이장균 : 그러니까 그 때 해금했던 곡 20곡 가운데 들어 있었죠.

설운도 : 예, 북한에서 ‘누이’를 부른다는 소리는 중국에서 들었습니다. 중국 공연을 갔는데 그 노래를 북한에서 부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음악 : 잃어버린 30년 / 설운도)

이장균 : 본인의 노래를 북한에서도 주민들이 부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설운도 : 저는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실향민을 대표해서 제가 가수가 됐기 때문에 더욱 감회가 새롭고요 제가 또 북한 갔을 때 판문점에 있는 공동경비구역에 갔을 때도 저도 감회가 새롭고 기뻤지만 많은 이산가족 여러분들, 고향 못간 분들이 생각이 나서 가슴이 찡했습니다만 그런 쪽에는 남달리 감회가 새롭습니다.

어쨌든 제가 북한에 두 번 갔다 오면서 사실.. 제가 고려호텔에 투숙했습니다만 세계의 콜렉트콜이 다 있는데 우리나라와 미국만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고려호텔 지하 가라오케에 가서 노래를 불렀는데 역시 미국노래와 우리나라 노래만 없는데 운동가요는 있었어요

이장균 : ‘아침 이슬’ 같은 그런 노래가 있다가 얘길 들었습니다만..

설운도 : 예,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우리 가요가 북한에서 불려지게 했다는 것은 너무나 감격스러운 일이죠. 그리고 그 사람들이 비밀적으로 남한 방송을 들으면서 남한 노래를 배우긴 했겠지만 정식으로 남한의 노래를 북한이 부르라고 허락한 노래는 아마 저희가 처음이 아닌가 싶네요. 그래서 더 없이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장균 : 그러면 앞으로도 노래를 만드실 때 북한 주민들과 연관된, 또는 꼭 연관이 안 되더라도 통일과 관련된 한 민족이라고 하는.. 이전에 ‘잃어버린 30년이 이산가족’이 하나의 기폭제가 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했었는데 그런 쪽의 노래를 앞으로도 만드실 생각을 갖고 계시나요?

설운도 : 예, 제 노래에 보면 .. 북한에 보면 왜 그 애들 뭐라고 그러죠? 걸인 애들 있잖아요..

이장균 : 꽃제비..

설운도 : 그 애들이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가 ‘샹하이 트위스트’라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전에 한국 기자가 두만강에서 그 애들 중 하나를 만나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그 자리에서 ‘사랑의 트위스트’를 부르면서 춤까지 춘 것이 방송에 나왔죠.

(음악 : 사랑의 트위스트 / 설운도)

설운도 : 그러니까 정치색만 띠지 않는다면 충분히 많이 불려질 수 있지 않겠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이장균 : 그래서 지금 분단 반세기가 훌쩍 넘었지만 노래로서는 남북이 이어질 수 있다..

설운도 : 그렇죠, 이미자 씨도 단독공연을 했었고 조용필 씨도 가서 공연을 했었고 저는 두 번 갔다 왔고 하여튼 북한에서 우리가 문화교류를 했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북한이 우리 문화를 받아줬다는 것만도.. 물론 같은 민족이지만 문화 차이가 엄연히 있죠.

우리는 자유를 누리는 국가가 거기는 완전히 폐쇄된 국가인데 거기서 여러 가지 상황을 볼 때 자유 국가의 문화를 허용했다는 것은 파격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일로 가는 작은 시작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아무튼 좋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장균 : 그렇습니다.

설운도 : 북한에서도 남측 방송을 굉장히 비밀리에 많이 듣고 있더라고요.

이장균 : 맞습니다. 한국 가요라든가 텔레비전 드라마 이런 것들이 중국에서 북한을 드나드는 보따리 장사, 그런 친구들이 옮겨 가지고 굉장히 많이 본답니다.

설운도 : 비디오 테이프 같은 것도 많이 넘어가고..

이장균 : 그래서 어떤 탈북자들은 남한 사람보다 더 최신 가요를 많이 알고 있더라는 그런 얘기도 있습니다.

설운도 : 북한 노래는 아무래도 노래가 딱딱하고 가사가 전부 거의 보면 전쟁을 주제로 한 노래들이 많죠

이장균 : 그렇습니다. 정치 선전적이고..

설운도 : 우리 가요는 그냥 대중가요 그런 게 많으니까 그 사람들이 전혀 문외한이라도 쉽게 다가가겠죠.

이장균 : 맞습니다. 민족적인 흥이라던가 그런 건 남북이 똑 같은 거니까요.

설운도 : 그럼요, 저희가 북한에 12일 정도 있었는데 처음에 갔을 때.. 아침에 직장인들 출근하는 거, 애들 유치원 가는 거 보면 사람 사는 곳은 정치적인 게 그렇게 돼 있어서 그렇지 일반적으로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해요.

그 복잡한 상황 그 살벌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이래 저래 맞대가면서 거기 맞춰서 다 살아가게 돼 있어요.

그리고요, 그 보따리 장사 분들이 제가 보기에는 애국하는 거에요. 왜냐하면 그 폐쇄된 곳에 가서 전혀 그 생소한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실상이라든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굉장히 잘 사는 나라라든지 이런 소소한 얘기들을 많이 해가지고 실질적으로 북한의 중앙당 간부들은 몰라도 그 밑에 일반 시민들은 거의 다 알고 있답니다.

그러니까 북한에서도 지금 뭔가 새로 개혁을 하지 않으면 점점 자기들이 살 길이 없어지는 거죠. 왜냐하면 사람들이 다 깨가니까 거기에 시대에 맞춰줘야 하다 보니까 북한도 아마 힘들 겁니다.

이장균 : 사람들이 옛날 하고는 틀리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자유를 찾아서 넘어 오는 경우도 있지만 나도 인간답게 살아보자 그렇게.. 이른바 웰빙 탈북자들인데..

설운도 : 맞습니다. 옛날에는 그냥 여기보다는 낫겠지 하고 모르고 넘어 왔는데 요즘은 너무나 잘 알고들 오니까..

이장균 : 네, 그래서 많이 양상이 달라질 것 같아요.

설운도 : 오래 가면 곪아 터지듯이.. 그래서 조금씩 바꿔야 할 거에요.

(음악 : 다 함께 차차차 / 설운도)

설운도 씨의 말처럼 이제는 북한 당국도 점점 외부 세계에 눈 떠가는 주민들을 억압과 위협으로만 가두어 둘 게 아니라 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 봅니다.

설운도 씨의 ‘다 함께 차차차’ 들으면서 오늘 ‘라디오문화마당-세상을 만나자’ 마칩니다. 제작. 진행에 이장균이었습니다.

(음악 : 다 함께 차차차 / 설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