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컷 오트밀 먹는법 - seutilkeos oteumil meogneunbeob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해 선택한 오트밀! 그런데 오트밀도 잘 못 먹으면 오히려 다이어트를 방해할 수도 있고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래서 오늘은 오트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 섭취에 주의를 해야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알고 먹으면 더 건강해지는 오트밀! 꼭 끝까지 읽어보시고 더 건강하세요.

 

 

1. 오트밀의 정의와 효능

 

오트밀은 '귀리'라는 곡물을 조리가 간편하고 소화가 쉽도록 가공한 것입니다. 귀리를 그대로 먹는 것보다 구운 뒤 누르기(압착), 절단, 분쇄 등의 과정을 거치면 조리시간도 단축되고 소화도 잘 되기 때문입니다.

 

오트밀은 세계 10대 슈퍼푸드에 속하는 유일한 '곡물' 이며 한국인들이 건강을 위해 택하는 '현미'와 비교해볼 때 영양학적으로 더 훌륭한 식품입니다. 귀리는 현미와 칼로리는 비슷하나 탄수화물의 양은 더 적고, 반면에 단백질은 2배 이상, 식이섬유는 5배 이상 많으며 미네랄도 더 풍부합니다. 

 

 따라서 오트밀을 흰쌀이나 현미대신 먹으면 풍부한 식이섬유로 인해 포만감이 오래가고 지긋지긋한 변비 문제도 해결되며, 단백질과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다이어트에 매우 좋은 식품입니다. 그리고 식이섬유가 풍부하니 혈당을 천천히 높여 당뇨환자의 혈당조절에도 매우 훌륭합니다. 특히 식이섬유 중 하나인  '베타글루칸'(β-glucan)이 풍부한데, 베타글루칸은 혈당 조절기능이 있어 ‘천연 인슐린’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당뇨환자들이 하루 한 끼 정도를 오트밀로 먹으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밖에도 귀리는 항산화 효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저하, 항암효과, 체내 노폐물 배출 등의 효과도 있다고 하니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꼽힐 만하네요.

2. 오트밀의 종류

1) 오트 그로우츠(Oat groats)

귀리의 겉껍질을 벗기면 나오는 '낟알' 그대로의 상태이기 때문에 조리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가공을 하지 않았으니 영양분이 가장 풍부하겠지요. 식감은 꼬들꼬들한 편입니다. 

식후 혈당을 높이는 정도를 나타내는 GI지수는 55 내외로 현미와 동일한 수치입니다. 참고로 백미는 84입니다. 즉, 백미가 식후 혈당을 더 많이 높이는 식품입니다. 

GI지수는 함께 먹는 식품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사람마다 식후 혈당을 올리는 정도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당뇨환자들이나 혈당관리를 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식품을 고를 때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2) 스틸컷 오트밀(Steel cut oatmeal) 또는 아이리쉬 오트(Irish Oats)
오트 그로우츠를 2~3등분으로 자른 것으로, 오트 그로우츠보다 조리 시간이 짧고, 식감은 쫄깃한 편입니다. 

오트 그로우츠와 같이 GI지수는 55 수준입니다. 

 

3) 롤드 오트밀(Rolled oatmeal) 또는 올드패션 오트밀(Old fashioned oatmeal)
귀리를 롤러로 누르고, 익혔기 때문에 납작한 모양을 하고 있는 오트밀입니다. 한국에서는 '납작귀리'라고 부릅니다. 익혔진 오트밀이기 때문에 당연히 요리시간이 많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식감은 적당히 익히면 꼬들꼬들하고, 푹 익히면 쫀득쫀득합니다.

저는 요리할 때 롤드 오트밀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데요. 그 이유는 오트 그로우츠나 스틸컷 오트밀보다 조리가 간편하고, 퀵오트밀이나 인스턴트 오트밀보다 GI지수가 낮기 때문입니다. GI는 58정도로 오트그로우츠나 스틸컷 오트밀과 거의 비슷합니다.

 

4) 퀵 오트밀(Quick oatmeal)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형태의 오트밀입니다. '퀵'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만큼 먹기 매우 이름만큼이나 빠르게 조리되고, 식감도 부드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 설명드린 오트밀보다 GI가 높은 것이 단점입니다. GI는 71입니다. 현미와 백미의 중간 정도이네요.

5) 인스턴트 오트밀(Instant oatmeal)
오트밀 중 가장 두께가 얇은 형태로 퀵 오트밀처럼 조리시간이 매우 빠르며, 소금, 설탕 등을 넣어 맛을 더 좋게 만든 제품들이 많습니다. GI는 75로 오트밀 중 가장 높으며, 설탕이 많이 들어간 제품은 GI가 훨씬 더 높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당뇨환자자 다이어트를 하신다면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6) 오트밀 가루(Oatmeal flour)

오트밀을 곱게 분쇄한 것입니다. 우유나 물에 타서 마셔도 되고, 밀가루 대신 빵, 쿠키 등을 만들 때 사용해도 됩니다. 저는 오트밀 가루를 이용해 이유식을 만들 때 쌀가루 대신 사용하고 있습니다.

 

 

 

3. 귀리(오트밀) 부작용

1) 오트밀에도 글루텐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글루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나 '소아지방변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글루텐을 먹으면 안 되는 사람들은 '글루텐 프리(글루텐이 없는)'오트밀을 고르시기 바랍니다. 

 

2) 귀리에는 통풍의 원인이 되는 '퓨린'성분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통풍이 있으신 분들은 섭취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또한 퓨린은 과잉섭취 시 임산부의 자궁수축을 일으킨 위험도 있으며, 신장결석을 유발할 수도 있으니 꼭 주의해주세요. 

 

3) 건강한 일반인이라도 과량 섭취 시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니 적당량을 드시기 바랍니다.

 

 

4. 오트밀을 더 건강하게 먹는 방법

1) 오트그로우츠, 스틸컷 오트밀, 롤드오트밀을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퀵오트밀이나 인스턴트 오트밀은 조리는 간편하나 영양소 함유량이 더 적고 혈당을 높이는 정도인 GI지수가 높기 때문입니다. 

이용재 음식평론가가 토요일 격주로 식재료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은 아무도 몰랐던, 식재료를 제대로 대하는 법을 통해 음식의 기본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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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리는 슈퍼 푸드 열풍과 맞물려 '오트밀'이라는 우아한 이름으로 아침에 즐겨 먹는 식재료가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느 순간 보리가 밥상에서 사라졌다. 어린 시절엔 보리밥을 무시로 먹었다. 특히 여름이면 제육볶음에 양배추쌈과 보리밥이 특식 노릇을 톡톡히 했다. 보리는 비율이 높지 않아도 밥에서 쌀을 받쳐주는 조연으로 제 역할을 충실히 했었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쌀과 달리 보리는 표면이 살짝 꺼끌거리며 알곡도 탱탱해 두 곡식 사이의 질감 대조가 즐거웠다. 특히 보리 알갱이의 가운데 난 줄을 이 사이에 넣고 씹어 반으로 가르는 재미는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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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이 거칠고 식감은 탱탱한 보리는 여름철 즐겨 먹는 식재료였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런 보리가 어느 순간 밥상에서 사라졌다. 1970년대만 해도 73만헥타르(㏊)에 달한 재배 면적이 50년만에 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마저도 소비가 잘 안 되어 수확철이면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알곡으로서의 소비 기반도 사라졌지만 가공식품으로서도 마땅한 활로를 못 찾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귀리가 보리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려 버렸다. ‘슈퍼 푸드’의 인기 속에서 수입 및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귀리가 그렇게 우수한 식품인가? 영양의 측면만 놓고 본다면 그렇다. 고기, 우유, 계란 같은 동물성 식재료의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는 식품으로 대두에 이어 귀리가 꼽힌다. 도정한 귀리 알곡의 단백질 함유량은 12~24%로 곡식 가운데 가장 높다.

◇가공 안 하면 먹기 힘든 ‘귀리’

그래서 귀리가 보리의 기반을 허물어트릴 정도로 훌륭한 곡식일까. 쉽게 그렇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일단 가공성이 보리와 막상막하를 겨룰 정도로 썩 좋지 않다. 밥에 흔히 두어 먹었던 시절의 보리는 압맥이나 할맥 등 미리 익혀 가공한 것이다. 쌀과 같은 속도로 익지 않으므로 보조를 맞추기 위한 조치를 미리 취한 것인데, 귀리 또한 딱딱해 알곡을 그대로 익히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미리 가공을 하다 보니 어느새 주객이 전도되어 맛보다 편리함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자리 잡았다. 제품군 전체를 보면 귀리라는 곡식의 맛을 제대로 품고 있는 경우가 드물어진 것이다.

대체 왜 그래야만 하는가. 바로 귀리가 ‘오트밀’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서양 아침 식사의 주 메뉴 가운데 하나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베리, 등 푸른 생선 등과 더불어 슈퍼 푸드에 속하는 식재료를 아침에 먹을 수 있다니! 그에 비해 보리는… 초고추장과 열무김치에나 어울릴 것 같은 이미지이다.

그러나 아침 식사용 귀리 가공품의 세계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맛과 질감이 가난했던 시절의 풀죽이나 동물의 사료에 가깝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 맛없음을 참고 귀리를 먹어 왔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아침에 간편하게 슈퍼 푸드를 먹는다니 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그러나 세상만사가 그렇게 녹록하지 않듯 귀리를 맛있게 먹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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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리는 어떤 곡식인가. 이왕 운을 뗀 김에 보리와 좀 더 비교해 살펴볼 수 있다. 일단 가운데에 줄이 가 있다는 측면에서는 둘이 닮은 가운데 귀리의 알곡이 좀 더 길고 뾰족하다. 한편 통귀리를 익히면 보리보다는 알곡 자체의 찰기는 좀 덜하지만 서로 끈끈하게 더 잘 달라 붙는다.

그런데 정말로 통귀리를 익혀서 맛을 보았다고? 만약 그런 경험이 있다면 은근과 끈기의 소유자로서 박수 갈채를 받아야 마땅하다. 워낙 단단한지라 쌀로 밥을 짓는 것보다 훨씬 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냄비에 15~20분이면 흰쌀로 밥을 지을 수 있지만 통귀리는 원하는 질감에 따라 30~4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까지 삶아야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이다지도 조리하기 어려운 곡식인 귀리가 대체 어떻게 아침을 위한 간편식으로 자리 잡았나. 앞서 살짝 언급했듯 미리 가공을 거친 덕분이다. 아니, 사실은 ‘덕분’인지 ‘탓’인지 살짝 헷갈린다. 대체로 편리함을 위해 곡식을 작살 내놓았기 때문이다.

맞다, 정말 문자 그대로 알곡을 작살낸 게 우리가 편하게 먹는 귀리의 대부분이다. 심지어 살펴보면 보리와 가공 방식조차 같다. 밥을 지을 때 편하게 섞어 먹을 수 있도록 보리를 쪄 압맥(알곡을 눌러 가공했다)이나 할맥(알곡을 누른 뒤 쪼개 가공했다)을 만들듯, 귀리도 빨리 익을 수 있도록 알곡을 찐 뒤 누르거나 쪼개어 제품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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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리의 가공은 맛과 반비례한다. 귀리의 알곡을 납작하게 누른 '올드 패션드 오트'. 게티이미지뱅크

◇가공할수록 맛은 떨어져

그리고 귀리의 가공은 맛과 반비례한다. 편하게 먹기 위해 가공을 많이 할수록 맛은 없어진다는 말이다. 그 최전선에 바로 ‘인스턴트 오트(instant oat)’가 있다. 명칭처럼 즉석에서 먹을 수 있도록 귀리 알갱이를 최대한 납작하게 누르는 것으로 모자라 빻아 버렸다. 용기에 담겨 있어 컵라면을 닮았지만 뜨거운 물을 부어도 제대로 된 음식처럼 탈바꿈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다.

가장 흔하게 찾을 수 있는 제품이다 보니 귀리와의 첫 만남을 나쁜 기억으로 전락시키는데도 크게 한 몫 한다. 숙박시설의 아침 뷔페 차림 등에서 용기가 예뻐서, 혹은 호기심에 시도해보았다가 밍밍한 맛에 실망한 경험이 있는가. 귀리도 곡식의 일종이라 알고 있는데 용기 안의 봉지를 뜯으니 골판지 부스러기 같은 게 쏟아져 나와서 당황하지 않았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귀리보다 최대한 빨리 익는 음식으로 가공해보겠다는 인간의 욕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인간이 귀리를 망쳐 놓은 것이다.

두 번째로 빨리 익는 ‘퀵 오트 (quick oat)’도 인스턴트와 별 차이는 없다. 아니, 그냥 뜨거운 물을 붓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익지 않아 손수 끓여야 하므로 어쩌면 인스턴트 오트보다 더 나쁜 식재료일 수도 있다. 오트밀과 물을 1:2의 비율로 냄비에 담아 중불에 올린 뒤,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이고 저어가며 부드러워질 때까지 1분 정도 더 익힌다. 맛을 보면 ‘전생에 내가 당나귀였던가?’라는 의구심이 들더라도 너무 괘념치 말자. 고생해서 끓여도 원래 그런 맛과 질감이니까.

당나귀가 된 듯한 기분은 한 단계 위의 제품인 ‘올드 패션드 오트(Old Fashioned Oat)’로 업그레이드 시킨다고 해서 크게 바뀌지 않는다. 심지어 ‘올드 패션드’라는 이름마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예전에는 이처럼 알곡을 납작하게 누르는 수준에서 귀리 가공을 끝냈다.

이만하면 충분히 가공을 했다고 믿었고 심지어 조리도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인류, 아니 서양인들의 성질이 점점 더 급해지다 보니 귀리를 좀 더 가공했고 그나마 멀쩡한 것에 ‘구식(Old Fashioned)’라는 딱지를 붙였다. 5분도 시간을 들여 조리할 의향이 없어 적절한 음식으로서 기준 미달인 수준으로 가공했다면 아침 끼니를 위한 식재료로는 엄밀히 말해 자격이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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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리의 알곡을 누르는 대신 칼로 잘게 토막낸 '스틸 컷 오트'.? 게티이미지뱅크

맛을 볼모로 편리함만을 좇는 귀리의 세계에 환멸을 느낀다면 다음 단계의 가공품인 ‘스틸 컷 오트(Steel Cut Oat)’로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해 볼 수 있다. 스틸 컷 오트는 귀리의 알곡을 누르는 대신 이름처럼 철제 칼날로 토막을 내 조리 시간을 줄인다. 아일랜드에서 유래한 가공법이라 ‘아이리시 오트’라고도 불리는 스틸 컷은 조리 시간을 알곡에 비해 획기적인 수준인 10~20분으로 줄이면서도 질감과 맛을 최대한 살렸다. 덕분에 슈퍼 푸드에 걸맞은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획기적’으로 조리 시간을 줄여도 10분은 걸린다는 말이니, 출퇴근하느라 바빠 아침을 거르며 사는 직장인의 주중 아침 메뉴로는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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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리를 끓여 만든 오트밀에 메이플시럽, 사과잼, 각종 견과류 등을 함께 곁들이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리 끓여 시럽과 잼에 곁들여

그래도 적절한 오트밀의 맛을 보고 싶다면? 다음의 조리법을 따라 끓여보자. 굉장히 간단하지만 반전은 있으니, 먹기 전날 밤 미리 준비해 귀리를 불려 줘야 한다. 일단 스틸 컷 오트와 물을 1:4의 비율로 준비한다. 참고로 스틸 컷 오트 1컵은 170g이며, 여기에 4배의 물을 더해 끓이면 4인분의 오트밀이 된다. 일단 물 3컵을 냄비에 담고 중불에 올려 끓으면 귀리와 소금 1자밤을 더해 잘 휘저어 섞고 뚜껑을 덮어 그대로 밤새 둔다. 아침에 남은 물 1컵을 더해 불은 귀리를 중간 센불에서 원하는 정도로 익을 때까지 4~6분 익힌다. 말이 좋아 오트밀이고 사실 귀리죽이므로 눌어 붙거나 타지 않도록 끓이는 동안 계속 저어준다. 밥을 뜸들이듯 불을 끄고 5분간 두었다가 먹는다.

참고로 이처럼 미리 밤새 불리지 않을 경우 스틸 컷 오트 또한 길게는 40분까지 끓여야 먹을 수 있다.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스틸 컷 오트’로 검색하면 해외 직구를 포함해 높은 가격의 수입품이 대부분인데, 검색 옵션을 조정해 이들을 모두 치우고 나면 부담 없는 가격의 국내 가공품이 모습을 드러내니 현명한 소비를 위해 참고하자. 그래 봐야 더도 덜도 아닌, 그저 토막 낸 통귀리를 무작정 비싸게 살 이유는 없다. 오트밀은 물 대신 우유로 끓여도 좋고(다만 물보다 빨리 끓으니 타지 않도록 주의한다), 메이플 시럽이나 계피 가루, 사과잼 등이 특히 잘 어울린다.

토막을 낸 귀리도 이처럼 품을 들여야 제대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통귀리는 아침 메뉴로 권하고 싶지 않다. 대신 우리에게는 밥이 있다. 보리처럼 쌀과 귀리를 9:1의 비율로 섞으면 요즘과 같은 압력 전기 밥솥의 시대에 고소함와 질감이 색다른 별미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다. 아니면 요거트 등에 섞어 먹을 수 있는 구운 통귀리도 있다. 오븐에 구워 고소한 귀리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데, 대체로 괜찮은 가운데 종종 딱딱한 알곡이 도사리고 있어 이가 약한 이들은 조심하는 게 좋다.

귀리를 밥에 두어 먹는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또 다시 회의하게 된다. 이럴 거라면 대체 보리는 왜 식탁에서 사라져야만 했을까? 귀리는 분명히 맛있는 곡식이지만 지금껏 살펴보았듯 조리의 편의를 위해 가공한 제품이 대세인지라 제대로 음미하기가 어렵다.

다만 서양의 아침 메뉴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 왔기에 우리에게 새롭게 보일 가능성이 있을 뿐, 소위 ‘본연의 맛’을 찾아 통곡식으로 거슬러 올라오면 존재의 의미가 크게 두드러져야 할 이유가 없다. 귀리 자체로는 물론이거니와 보리와 비교해서도 그렇다, 오트밀이 결국은 빻은 귀리에 물을 붓고 끓인 죽에 불과하다면 왜 보리로는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을까? ‘오트밀’은 그럴싸해 보여도 ‘보리죽’은 그렇지 않은, 일종의 이미지 문제가 있기 때문일까? 맥주나 일본의 도라야키를 닮은 빵 외의 활로를 보리에게 찾아줄 필요가 있고, 열쇠의 한 조각은 보리를 몰아낸 귀리가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