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화합물 플라스틱 - tansohwahabmul peullaseutig

체육 시간에 정렬할 때 ‘기준’으로 크게 외쳐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모이거나 흩어질 때 기준이 되는 사람을 정하고, 그 사람을 중심으로 모이거나 흩어졌었던 기억이 있을 거예요. 원소들의 기준은 어느 원소일까요? 어떤 원소가 떠오르시나요? 원자량 기준이 생각나실 거예요. 원자량은 질량수가 12인 탄소를 기준으로 상대적인 질량을 나타낸 값을 말합니다. 원자의 실제 질량은 그 값이 너무 작아 특정한 원자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그 대상이 바로 탄소이지요.

탄소는 목탄을 뜻하는 그리스어 ‘carbo’를 따서 ‘carbone’이라고 한데서 유래했습니다. 탄소하면 숯 검댕이 생각나지요? 탄소의 발견자가 누구인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대부터 목탄이나 검댕과 관련된 정보들이 많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탄소의 ‘炭’이 숯을 의미한답니다.

탄소는 생명체에 아주 중요하다고 배웠을 거예요. 우리 인체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지요. 탄소를 포함하고 있는 화합물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크게 유기화합물과 무기화합물로 나누기도 합니다. 초창기에는 생명체가 만들어 내는 물질이라는 뜻에서 유기물로 정의했으나,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기물은 탄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대체로 탄소를 포함하고 C-C 결합 또는 C-H 결합이 있으면 유기물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현재는 탄소를 포함한 화합물을 유기화합물이라고 합니다.

탄소는 다양한 종류의 화합물을 만들 수 있어요. 탄소는 원자가 전자가 4개이고, 결합을 최대 4개까지 안정한 형태로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또한 원자의 크기가 작은 편이라 탄소끼리 공유결합을 만들 수 있어서 다양한 화합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한 종류의 원소로 이루어져 있으나 그 성질이 다른 물질을 동소체라고 하는데 탄소는 동소체의 종류가 많아요. 흑연, 다이아몬드,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풀러렌 등은 모두 탄소 한 가지 종류의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입니다. 이들은 탄소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원자의 배열과 구조가 달라 성질이 다른 물질들입니다. 탄소 동소체 중 풀러렌,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등은 신소재로 항공우주분야, 에너지, 의료 분야, 전자·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탄소화합물 플라스틱 - tansohwahabmul peullaseut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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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T의 구조 및 종류 <사진출처=ETRI 전자통신동향분석-탄소나노튜브 기반 디지털 엑스선 튜브 기술개발 동향-ettrends.etri.re.kr/ettrends>

탄소화합물은 인류 역사에서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켜왔습니다. 탄소화합물의 대표인 화석연료는 연소시키게 되면 산소와 반응하여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유용한 자원이지요. 석탄,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고, 인류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꾼 계기가 되었지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물품들도 대부분이 탄소 화합물로 이뤄져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입니다. 플라스틱은 주로 원유에서 분리한 나프타를 원료로 해 합성하는 탄소화합물입니다. 쉽게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으며 열을 가했을 때 재가공이 가능한 열가소성수지와 가능하지 않은 열경화성 수지로 나누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대표로는 폴리에틸렌, 폴리스타이렌, 폴리프로필렌 등이 있어요. 앞에 ‘폴리’라는 단어가 붙어있지요? ‘폴리(poly-)’는 중합체라는 뜻으로 화학적 결합에 의하여 동일한 단위체가 계속 반복된 형태를 말합니다. 탄소가 사슬처럼 길게 연결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가능하겠지요?

플라스틱은 가볍고, 외부의 힘과 충격에 강합니다. 잘 녹슬지 않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값이 싸서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탄소화합물 플라스틱 - tansohwahabmul peullaseut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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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이용 - 생활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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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이용 - 가전제품

이렇게 다양하고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온 플라스틱의 이용도 남용하지 않아야겠지요?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이 해양 생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으며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기사들을 접하고 그 위험성에 대해 많이 알려지고 있어요. 얼마 전, 비닐 쓰레기를 재활용 업체에서 수거하지 않아 문제가 되었던 적도 기억하실 거예요.

또한, 화석연료의 연소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대기 중에 너무 많아지면서 기후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큰 문제점에 대해서도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각종 온실 기체의 방출을 제한하고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 노력하는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국가 간의 약속과 제한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작은 노력들이 지구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겠지요? 여러분은 지구를 위해, 우리를 위해 오늘부터 어떤 작은 약속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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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심보경 부천고등학교 화학교사

1997년 동국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1999년부터 역곡중학교, 석천중학교, 소사중학교, 부천공업고등학교에 차례로 재직했다. 2015년 3월 부천고에 부임했으며 부천 과학교사연구회, 화학으로 통하는 사람들, 참과학 등 교사 연구회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경기도교육청에서 파견근무(2019.3.1.~2019.8.31)를 수행하고 있다.

인류 문명의 발달 정도를 재료에 의해 구분하기도 합니다. 그 결과가 구석기-신석기-청동기-철기 시대의 구분일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도 철기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198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철보다 더 흔한 재료가 나타났습니다. 오늘의 주제인 플라스틱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플라스틱이 지금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고분자화학을 전공하고, 플라스틱 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필자의 관점에서 보면, 플라스틱의 양가성, 즉 유용한 재료와 환경오염 물질 사이의 접점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데요, 플라스틱 없이 살 수 없다면, 플라스틱을 잘 사용하는 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플라스틱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몇 편의 글을 통해 해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한 리처드 파인만(Richard P. Feynman)은 여러 재미있는 말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말은 이것인데요. 모든 과학 지식이 다 파괴된 후 다음 세대에게 단 하나의 지식만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그는 이 말을 남기겠다고 합니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Everything is made of atoms).“

그는 다음 세대가 이 지식만 알고 있으면, 문명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과학기술의 지식 체계에 있어서 원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알려진 118개의 원자들 중에서 환경주의자들 혹은 지구 생태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왜 탄소를 콕 짚어서 문제를 삼는 것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16억 년 전의 지구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 시기의 지구 생태계는 단세포 생물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조류1가 광합성으로 만들어내는 산소로 인해 단세포 생물들은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현재의 생태계 환경과는 많이 다른 것인데요, 산소는 생명체의 에너지 대사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 당시에는 산소 호흡을 하지 않는 대부분의 생명체를 대량 멸종시킨 독가스의 일종이었습니다. 따라서 단세포 생물들은 점점 농도가 높아지는 산소를 견뎌 내거나 아니면 멸종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서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순간에서, 일부 단세포 생물들은 생존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놀라운 선택을 하게 됩니다. ‘세포내 공생’이라고 부르는 극적인 선택으로, 단세포 생물이 광합성을 하는 남조류를 끌어들여 아예 한 몸을 이룬 것입니다. 간단한 세포에서 조금 복잡한 세포로 전환되어 진화의 새로운 순간이 열렸고, 이 선택으로 인해 산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런 선택을 한 개체들이 생존에 유리한 비교우위를 갖게 되었고, 그 결과로 광합성을 중심으로 생태계가 구축되었습니다.

광합성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받아 들여 탄소는 체내에 남기고, 산소는 공기 중으로 뱉어내는 과정입니다. 식물들이 광합성을 하고, 그 식물들을 식량원으로 하는 동물들의 연쇄 먹이사슬로 인해 지구 생태계의 모든 생물들은 탄소라는 원자가 주를 이루는 몸의 구조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이 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지구 생태계는 식물의 광합성을 핵심 축으로 하는 효율적인 탄소 순환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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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순환 체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광합성 과정을 통해 탄소가 생명체로 이동 ➤생명체가 죽은 후 토양이나 다른 생명체로 탄소 순환

우리는 우리가 자연의 변화에 매우 기민하게 대응하는 존재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극한의 환경에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 많이 들어본TV 프로그램의 제목인데요. 그러나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태계 내 대부분의 생명들은 매우 좁은 생존 조건에서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생물들이 모여 있는  지역의 연평균 온도는 약 12~15℃인데, 이 평균 온도 위 아래로 30℃ 정도의 온도 범위(-20~40℃)가 우리의 생존 조건입니다. 그리고 이런 좁은 조건에서만 생존이 가능한 이유는 모든 생명체가 거대한 탄소순환 체계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은 지구 생태계의 근간인 탄소 순환 체계를 교란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방식인데요. 하나는 생물의 주검들이 뭉쳐서 생성된 고농축 탄소 덩어리, 즉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채취하여 고품질의 열에너지를 획득한 것입니다. 이 열에너지는 증기기관을 시작으로 성능이 향상된 여러 기관을 통해 일 에너지로 전환되어 인류의 움직임을 극적으로 확대했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는 높은 빌딩과 빠른 자동차를 얻었지만, 열기관의 찌꺼기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정신없이 상승하고 있는 중입니다. 강력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는 탄소순환의 가장 중요한 축이지만, 지속적인 증가는 기후변화를 통해 새로운 생태계 환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플라스틱으로 대표되는 고분자 합성의 유래를 찾아 봤는데요, 인류가 탄소순환 체계를 교란하는 또 다른 하나가 고분자 합성, 즉 플라스틱 공정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탄소 화합물은 기껏 해봐야 탄소 몇 개정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인류가 개발한 플라스틱 공정은 이를 몇 만~몇 천만 개의 탄소가 뭉쳐있는 거대 분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때 뭉쳐있는 탄소의 개수와 구조를 적당히 통제하면 다양한 특성을 가지는 재료를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고농축 탄소 덩어리인 화석연료를 원재료로 사용하면, 합성 과정을 매우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니, 고분자 합성법은 자연적인 탄소순환에 크게 개입한 셈입니다. 화석연료를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것이 탄소순환을 가속화하는 것이라면, 이 연료를 변환하여 큰 덩어리로 만드는 것은 탄소순환을 감속시키는 일종의 병목현상으로 작용합니다.

감속과 가속을 통해 탄소순환이 균형을 이루면 좋겠습니다만, 현재 이 두 가지 작용은 탄소순환의 일부만을 지나치게 가속시키거나 감속시키고 있어서 문제입니다. 플라스틱만 보면, 수십만 개의 탄소가 뭉쳐있는 거대 분자는 재료로서의 효용성은 높고 만들기도 쉽지만, 자연계의 탄소상태, 즉 몇 개의 탄소화합물로 환원되기까지 수 백~수 만년이 걸립니다. 플라스틱이라는 재료에 있어서, 합성시간과 분해시간 사이에 커다란 비대칭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화석연료에서 바로 거대 분자로 이어지고, 공정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현재의 플라스틱 산업은 기존 탄소순환을 교란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새로운 탄소순환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순환 체계는 경제적 가치를 계속 성장시킬 수는 있지만, 그만큼 생태 환경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습니다. 지구 생태계가 적응해 왔던 탄소순환과는 다른 방식의 탄소순환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기능성을 확대하기 위해 거대 탄소 분자와 다른 화합물들을 섞어 놓는 다는 것인데요.. 여러 가지 색깔을 내기 위한 안료나 염료들, 강도나 내열성을 높이기 위한 첨가물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첨가물들은 플라스틱의 분해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분해되어 배출되기 때문에 주변 생물들의 신진대사를 교란시키기도 합니다. 환경호르몬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이 사례에 속하는데, 플라스틱도 탄소, 우리 몸도 탄소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비슷비슷한 것들이 뒤죽박죽되어 일으키는 혼란입니다.

그러면 플라스틱은 기술적으로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고, 종류는 무엇이 있을까요? 분해되지 않고 쌓이기만 하는 것 외에 플라스틱이 가지고 있는 환경문제는 무엇일까요? 그 문제는 다음 편에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