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여성 - teoki yeo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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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스탄불 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자 시민들이 지난 3월20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 모여 탈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스탄불|AP연합뉴스

터키는 1일(현지시간)부로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가 전국에서 일어난 탈퇴 반대 시위에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터키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매년 수백명에 달하는데, 이스탄불 협약 탈퇴로 현지 여성 인권은 퇴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터키 일간 휴리옛은 터키 최고 행정법원인 국무원이 지난달 29일 자국이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한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결정 무효화 요구 소송을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야당인 공화인민당, 인민민주당과 여러 시민단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스탄불 협약 탈퇴를 발표하자 해당 소송을 제기했다. 여성단체들은 1일 판결에 반대하고, 에르도안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열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스탄불 협약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만든 국제 조약이다. 가입국은 할례, 강제 임신중단 및 강제 불임, 성폭력, 명예를 이유로 여성을 괴롭히는 범죄 등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고, 가해자 처벌을 위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유럽연합(EU)과 유럽 45개국, 터키가 이스탄불 협약에 가입해 있었으며 2014년 8월 최초 발효됐다.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최초 가입국들은 2011년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에서 협약에 서명했다. 터키는 이스탄불 협약을 2012년 국내에서 최초로 비준한 나라이자, 최초로 탈퇴한 나라가 됐다.

에르도안 정부는 지난 3월 이 협약이 “이혼을 부추기고 전통적인 가족관을 파괴한다”며 협약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BBC 방송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취약해진 상황에서 여당인 보수 정의개발당과 극우 이슬람 행복당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터키의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세운 정교분리 원칙을 깨고, 이슬람 보수주의 정책을 펼치려 하고 있다. 지난해 에르도안 정부가 로마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회, 이슬람 모두의 성지인 성소피아박물관을 ‘이슬람 사원’으로 바꾼 것도 그 일환이다.

정부 발표 직후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 등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은 여성인권 신장을 의미하는 보라색 물건을 들고 나와 협약 가입을 유지하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 여성 시위 참가자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스탄불 협약이 시행되고 여성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매일 싸웠다”며 “더는 여성 한 명의 죽음도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기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로 꼽히는 에크렘 이마모울루 이스탄불 시장도 “여성들이 수년간 대가를 치르며 쌓아온 노력을 짓뭉갠 처사”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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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스탄불 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자 시민들이 지난 3월20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 모여 탈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스탄불|AP연합뉴스

페미사이드(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사건이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는 터키에서 이스탄불 조약은 여성 인권을 위한 ‘첫 단계’라고 평가돼 왔다. 현지 인권단체 안티사야크는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희생된 터키 여성이 409명인 것으로 집계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가정 폭력 사건이 터키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한 상황이기도 했다. 터키 정부는 오히려 여성 인권을 과거로 되돌리는 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지난 10년간 정의개발당이 임신중단 금지, 피임 금지 등을 주장해왔다고 전했다.

터키 정부의 이스탄불 협약 탈퇴 과정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법률가들은 이스탄불 협약 비준을 한 주체는 의회이기 때문에 탈퇴 절차도 의회를 통해 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터키 변호사 훌랴 굴바하는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하더라도 2012년 제정된 가족보호 및 여성폭력방지법까지 폐지할 순 없다고 해석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힐러리 마골리스 여성인권 선임연구원은 “이스탄불 협약이 여성과 성소수자 권리를 악마화하는 정치 세력에 의해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우파 정부가 들어선 폴란드와 헝가리도 이스탄불 협약을 지키지 않으려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즈비그니에 지오브로 폴란드 법무장관은 이 협약이 “생물학적 성을 무시해 해롭다”며 탈퇴를 위한 공식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이스탄불 협약에 서명만 한 헝가리는 지난해 5월 협약을 비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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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가 여성에 대한 폭력을 금지하는 유럽평의회 조약 ‘이스탄불협약’에서 탈퇴하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0일 ‘이스탄불협약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스탄불협약’은 가정 폭력과 여성 할례, 강제 낙태, 강제 불임, 성희롱, 명예를 빙자한 범죄 등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스웨덴 등 40여개 국이 가입했으며, 터키는 2012년 이 협약에 가장 먼저 서명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터키 정부와 집권당에서는 이 협약이 “이혼을 장려하고 전통적인 가족 단위를 훼손해 터키의 보수적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탈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이날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항의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시위대는 이날 정부의 협약 탈퇴를 규탄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고 언론은 전했습니다.

터키 법무부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계속 척결함과 동시에 국민의 명예, 가족과 사회 구조를 계속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유럽평의회의 마리자 페이치노비치 부리치 사무총장은 “터키의 이번 결정은 터키와 그외 모든 지역에서 여성 보호를 위한 노력을 훼손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여성 인권운동 조직인 ‘We Will Stop Femicide’에 따르면 터키에서는 2020년 409명, 올해만 78명의 여성이 여성에 대한 폭력 등으로 의심되는 사건으로 사망했습니다.

VOA 뉴스

여성폭력 근절, 할례 처벌 등 내용 담은 협약
‘이슬람주의’ 에르도안 대통령, 이스탄불협약 비판해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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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0일(현지 시각) 터키 여성들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이스탄불협약’ 탈퇴 결정에 반발하며 터키 이스탄불에서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터키 정부가 여성보호 협약인 ‘이스탄불협약’에서 탈퇴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터키 여성 수천 명은 수도 앙카라와 최대 도시 이스탄불 등 전국에서 거리 시위에 나섰다.

20일(현지 시각) AP·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날 오전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이스탄불협약은 남녀평등을 목표로 하는 국제 협약으로, 가정 등에서의 성차별적 폭력 근절 의무 강화, 여성 할례 처벌, 피해자 보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협약은 2011년 45개 국가와 유럽연합(EU)의 서명을 통해 2014년 발효됐다.

그러나 이슬람주의에 바탕을 둔 에르도안 대통령과 보수성향 집권당은 이스탄불협약에 대해 “이혼을 부추기고, 전통적인 가족 단위를 해체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결국 에르도안 대통령이 협약 탈퇴를 결정한 것이다. 이스탄불협약이 발효된 후 탈퇴한 국가는 터키가 처음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결정에 터키 수도인 앙카라와 이스탄불, 이즈미르 등 전국 곳곳에서는 여성들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이들은 여성 권익 신장 운동을 상징하는 보라색 깃발을 들고 “결정을 철회하고 협약을 비준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길거리를 채웠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터키는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하는 ‘페미사이드(여성살해)’ 범죄가 심각하다. 현지 인권단체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여성 약 409명이 살해됐으며, 올해 들어서도 이미 7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달 초에는 한 남성이 길거리에서 전 아내를 폭행하는 장면이 온라인에 퍼지며 큰 논란을 낳기도 했다. 

터키의 협약 탈퇴에 국제사회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터키의 모든 여성과 유럽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고 했다. 프랑스 외교부 역시 “터키 여성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터키 여성들에 연대를 표한다”고 전했다.

마리자 페이치노비치 부리치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은 “이스탄불협약은 매일 마주하는 폭력으로부터 여성을 지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자 매우 중요한 기준”이라며 “터키의 이번 결정은 이런 노력들을 크게 퇴보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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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이스탄불협약’ 탈퇴 결정에 대해 여성들이 반발하면서 3월20일(현지 시각) 이스탄불에서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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