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나비 의미 - wianbu nabi uimi

수요집회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름이 있었다.나비. 꽃밭을 수놓으며 훨훨 비행하는 나비는 아름답다. 따스한 봄날, 향긋한 라일락꽃밭을 떠올린다. 자유로운 날갯짓은 요염하며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어느덧 일본군 위안부문제가 이 땅에 내려와 아물지 못한 지 벌써 수십 년이 지났다. 집회 참가자들은 암울한 상황에 밝고 희망찬 이미지를 갈망했다. ‘나비는 집회에 활기를 불어넣는 그런 존재였다.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염원하는 상징으로 나비가 사용되곤 한다. ‘할머니들의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피켓의 문구를 기억하는가. 고통을 박차고 나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의 모습에서, 광복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집회에 나비라는 이름이 언급된 것이 비단 위의 이유만은 아니었다.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고 해결을 원하는 학생 단체가 있다. 이 단체의 이름이 평화나비.

이들은 수요집회에 나와 당당히 발언하고, 기부금을 전달하고, 할머니들께 기운을 불어넣었다. 당장이라도 할머니들을 나비의 꿈에 살포시 올려줄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평화나비는 3년 째 이어지고 있는 전국적 규모의 모임이다. 우리대학에도 이 단체의 지부가 마련되어 있었다. 지금은 잠깐 운영에 차질이 있는 모습이지만, 한때 다양한 활동으로 건대에 나비바람을 불었다. 일본군 위안부문제와 평화나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작년까지 평화나비 건국대지부 지부장을 지냈다는 홍상표(부동산15) 학우를 만났다.

PART 1 - 평화나비

건대: 반갑습니다. 평화나비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나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동아리 네트워크입니다. 건대에도 작년까지 지부가 있었는데, 지금은 여러 사정으로 해산한 상태입니다. 언제든지 다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건대: 그럼 지금은 다른 지부에서 활동하고 계신가요?

나비: 서울지부 집행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건대: 처음에 평화나비와 함께하게 된 계기를 소개해주시겠어요?

나비: 저 할 때는 건대 지부가 있었어요. 평소에 역사에 관심이 많기도 했죠. 포스터 보면서 고민하다가, 친구 권유로 같이 들어갔어요.

건대: 평화나비라는 이름이 가진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나비: ‘평화나비나비, 고치를 열고 나와 자유롭게 나는 생명이라는 의미를 가져요. 기존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상징으로 사용되어왔어요. ‘평화는 저희 동아리의 기치와 맞아서, 평화와 나비를 합쳐서 평화나비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건대: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나비: 눈에 띄는 활동은 크게 3월과 8월에 각각 한 번씩, 두 가지가 있어요. 3월에는 개강하고 둘째 주쯤에 큰 행사를 해요. 2015년까지는 이 땅의 평화를 할머니들에게 명예와 인권을이라는 캐치프라이즈로 콘서트를 진행해서 기부금을 모았어요. 모은 기부금은 정대협에 전달하는 식으로 했어요. 2016년부터는 대학생이나 시민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형식이 좋겠다고 해서 조금 바뀌어서, ‘평화나비 런이라는 마라톤을 했어요. 중간에 게임 같이 즐길 거리도 있고요. 작년에 1,000, 올해는 2,500명 정도가 참가해서, 참가비를 기부하는 형식으로 했죠.

건대: 8월 행사도 마라톤을 하나요?

나비: 8월에는 방학 때 열리는 평화나비 페스타가 있어요. 혹시 814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1991814일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최초 증언이 나온 날이에요. 당시 김학순 할머니께서 직접 말씀을 하셨어요. 그걸 기리기 위해 생긴 날이,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에요. 기림일을 맞아서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를 열죠. 부스를 차려서 즐기는 시간도 마련하고, 두 번째 날에는 내부적인 행사도 열려요. 전국 대표를 뽑는 총회 등이 있죠. 전국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라서 세미나 같은 것도 하고요. 광복절이 껴있는 날짜기도 해서, 광복절맞이 행사도 있어요. 이런 큰 행사 외에도 지부별로 크고 작은 세미나를 열고, 캠페인도 하고 있습니다.

건대: 행사 규모가 상당한만큼, 기부금 규모도 적지 않겠네요. 수요집회에서 평화나비가 할머니들께 기부금을 전달하는 행사도 봤어요.

나비: 딱 평화나비가 기부금 전달하는 날에 다녀오셨네요. 개인적으로 모금하는 것도 있지만, 큰 행사는 기부금도 많은 편이죠. 그날 보신 건, ‘평화나비 런행사에서 모금한 기부금을 수요시위에서 전달한 거예요.

건대: 활동하면서 느낀 점?

나비: 사실 저는 수요시위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활동하다 보니까, 제가 알고 있는 역사보다 깊게 알게 되더라고요. 과거부터 여러 가지 얽힌 사건이 있잖아요. 박정희 정권으로부터의 한일협정. 제가 활동하기 시작하고 곧 발표된, 박근혜 정권의 2015 한일합의까지. 이렇게 역사적·정치적으로 얽힌 문제를 잘 몰랐는데,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알게 되니까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하겠더라고요. 더 나서서 활동하게 됐죠. 할머니들도 지금 38명밖에 살아계시지 않아요. 더 이상 명을 달리하시기 전에 그 문제가 끝나기를 바랄 뿐이죠.

PART 2 - 일본군 위안부문제

건대: 본인은 평소 위안부 문제를 어떤 생각으로 받아들이고 계세요?

나비: 처음에는 안타까운 할머니들이니까 내가 도와줘야지 이런 마음이었어요. 근데 같이 활동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사실 할머니들은 단순히 피해자로서 남아있는 것이 아니에요. 물론 이 문제가 지금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지만. 할머니들은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넘어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계세요. 자기도 아프지만, 자신의 이 아픔이 다음 세대에 다시 생기지 않기 위해 인권활동을 주로 하시죠.

건대: 할머니들이 주로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나비: 집회에 나서서 발언도 하시고, 다른 단체를 돕기도 하시죠. 반전反戰 운동을 주로 하세요. 저희가 할머니들께 기부한 돈을 모아서, 다시 아프리카 전쟁고아나 피해여성들에게 기부하기도 하시고요. 그래서 우리도 처음에는 나비를 봉사 단체로 생각하다가, 점차 바뀌었어요. 이건 봉사가 아니구나. 할머니들과 연대하고 같이 싸워주는 거구나.

건대: 그렇게 보면 연대라는 관계가 정말 잘 어울리네요.

나비: 그렇죠. 저희 농성할 때도, 할머니들이 우리 때문에 왜 너희들이 고생이냐고 말씀하세요. 저희는 나름 대학생의 입장에서 역사를 올바르게 해결하고 미래세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명으로 하는 건데, 할머니들은 우리 때문에 고생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건대: 위안부 협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비: 모든 합의를 하기에 앞서서 당사자를 배제한 채 합의를 해놓고, 다음날 당사자한테 찾아가서 겸허히 받아들이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일단 당연히 부당하죠. 또 이게 어떤 서류가 남아있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나라 외교부 사람이랑 일본 외무부 사람이 둘이서 말로 정하고, 어떤 서류도 남지 않고 도장도 찍지 않고 합의했다고 해요. 이게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럽죠. ‘화해와 치유 재단이라는 것도 아쉬운 점이 많아요. 이건 재단을 일본에서 만드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나라가 설립하면 일본은 배상하는 개념도 아니라, 기부하는 형식으로 10억 엔을 주겠다는 말이에요. 이건 말도 안 되죠. 심지어 이미 끝난 일처럼 발표하고 있기도 하고요. 우리나라가 더욱 불리한 입장이 돼버린 거죠.

건대: 피해자 할머니 분들도 납득할 만한 상식적인 사과란 어떤 형태일까요.

나비: 일본군 위안부범죄 인정, 진상 규명, 국회결의사죄, 법적 배상, 역사교과서 기록, 위령탑과 사료관 건립, 책임자 처벌. 이 일곱 가지 조항이 수요시위의 7대 요구안이에요. 할머니들은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에요.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사과를 하고, 법적인 배상을 하라는 거예요. 근데 이거를 안 하고 있어요. 계속 회피하고만 있고, 한 번도 시행한 적이 없어요. 사실 국가 차원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면, 이 요구안이 자연스레 다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국가차원에서 국회결의 사죄를 하면, 법적 배상은 따라가는 거고. 교과서에 기록되는 거고.

건대: 왜 이게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나비: 사실 일본인들도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배우지를 못하니까. 우리나라도 베트남전쟁에서 많은 학살을 저질렀어요. 근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고 부정하기도 하잖아요. 평화나비가 10월에 베트남 기행도 다녀오는데, 베트남을 가면 한국군 증오비가 있어요. 이렇게 남아있는 증거는 있는데, 우리나라가 교과서에 기록하고 있지는 않잖아요. 이거랑 일본의 상황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문제를 잘 모르고 공감하지 못하니까, 정부 차원에서도 베트남에 제대로 사과한 적도 없죠. 가끔 그런 생각도 들어요. 우리나라 정부도 잘못을 저지르고 사과를 안 했는데, 일본에 사과를 제대로 받을 자격은 있을까.

건대: 피해자 할머니 분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계신가요?

나비: 저는 따로 많이 뵙지는 않았어요.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할머니들 나이가 엄청 많잖아요. 최소 팔구십 그러시는데. 거동이 다들 많이 불편하시고, 병원에 계시는 분들도 많죠. 생활은 주로 정대협에서 제공하는 생활관이나, 경기도 광주에 마련된 쉼터에서 지내세요.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는 수요시위도 자주 나오시고요. 여러 가지에요. 다 사람이 사는 거죠.

건대: 이 문제가 훗날 역사에 어떻게 기록되기를 바라세요?

나비: 일본군 위안부문제가 해결된다면,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의 중요한 화해의 기점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일본사람도 스스로 저지른 짓을 알고 사과하고, 이런 것을 안 저지르겠다고 서약하고요. 일본이 제대로 사과를 했으니까, 우리나라도 같이 나아가는 거죠. 그런 중요한 기점으로 기록이 됐으면 좋겠어요.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마냥 미래로 나아가자는 박근혜의 말은 터무니없죠.

건대: 일본군 위안부문제가 해결되면 평화나비는 어떤 방향으로 활동하게 될까요?

나비: 이 문제가 해결되면 앞으로 평화나비가 없어지는 것이냐는 얘기가 많아요. 사실 저희는 그걸로 끝이 아니죠. 할머니들이 반전 운동도 하고 계시니까. 저희도 그런 뜻을 따라가지 않을까 싶어요. 내부적으로도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궁극적 해결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을 자주 해요. 궁극적 목표는, 이 문제만 단순히 해결되는 게 아니죠. 이런 문제가 다시는 이 땅에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결국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잖아요. 일본군 위안분 문제가 해결이 되면, 반전 운동을 계속 할 것 같아요. 전쟁 중에 여성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잖아요. 여성 운동도 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지향성이 그렇게 가는 거다 보니까. 일본 평화헌법 개정 같은 문제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죠.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는 거니까.

PART 3 - 남은 과제

건대: 이번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이 위안부 재협상을 공통 공약으로 내걸었죠. 이런 점에서는 이번 대선이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하시겠어요.

나비: 긍정적인 변화로 봤으면 좋겠지만대선 때마다 나오는 프레임이죠. 친일에 대한 국민적인 여론이 안 좋잖아요. 국민정서를 고려해서 공약에 넣었다고 생각해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박근혜의 후신인데, 박근혜가 해놓은 합의를 그렇게 부정한다는 건, 그냥 표를 얻겠다는 말이죠. ‘친일은 낙선이다는 단순한 프레임에서 나온 공약이라고 생각해요.

건대: 진정성 없는 공약이라는 얘긴가요?

나비: . 그래서 이번에 학교에서 장미혁명 캠페인 하는 거 보셨나요? 장미혁명이랑 같이 연대해서 나비혁명이라는 캠페인을 벌였어요. 주제가 두 개였어요. 재협상 공약 구체화 요구랑, 김샘 구형에 대한 탄원 건이에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 재협상 얘기는 많지만, 제대로 된 공약과 이행 방법을 밝히라고 후보들한테 요구하는 서명을 받았고요. 두 번째는 김샘, 지금 지난 2기 평화나비 대표이자 현재 간사 분이 계세요. 이분이 오랫동안 활동하셨는데, 집회를 다니다가 16개월 구형을 받았어요. 지금도 계속 재판을 받고 있는데, 저희가 여기에 대해 탄원서 받는 활동도 했죠.

건대: 다음 정권에서 어떤 정책을 펼치면 좋겠어요?

나비: 이번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사회에서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탄압하는 모습이 없어지면 좋겠네요. 국회에서 아무도 나서지 않으니까, 대학생들이 거리에 나서서 시위를 하는 건데. 그걸 시위했다고, 16개월 형을 내리는 법원이 잘못된 거다. 이런 것들이 바뀌었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2015년이랑 지금을 비교했을 때, 광화문에 시위나가는 것에 대한 주변 반응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서 이건 긍정적이에요. 어떻게 광화문에서 시위를 하냐는 분위기였는데, 이번 촛불시위는 광화문은 기본이고 청와대 근처까지 행진을 했잖아요. 엄청난 변화죠. 이런 판례가 남았으니까, 중요한 기점이 되겠죠.

건대: 대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나비: 평화나비에서도 이런 주제로 세미나가 열려요. 대학생들이 뭘 할 수 있을까. 대학생들이 모두 거리에 나올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주변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것들도 많아요. 일례로 용어에 대한 정리가 있어요. 그냥 위안부 문제라고 명명하지 않고, 저희가 공식적으로는 일본군 위안부문제로 쓰거든요. 위안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인 말이잖아요. 할머니들은 강제적으로 피해를 당한 건데, 일본에서 성 노예를 위안부라는 말로 돌려 쓴 거죠. 때문에 일본군이 주체하고 강제했다는 걸 보이기 위해서, “일본군 위안부문제라고 해요. 지금은 할머니들도 활동을 오래 하셔서 실질적으로 일본군 성노예제문제라는 말까지 같이 병용하고 있어요. 잘못된 용어는 이렇게 쓰지 않는 게 좋다고 고쳐주는 것도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기부라든지,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모이면 커지고, 점차 변화를 만들어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건대: 독자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나비: 이 문제를 한번 떠올리는 걸로 그치지 않고. 한 번 더 깊게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모두가 알지만, 간단하게만 아는 거잖아요. 이분들은 지금은 뭐하고 계시는지, 이 문제가 왜 이렇게 됐는지, 왜 지금까지 해결이 안됐는지, 이런 걸 찾다보면 재밌는 사실이 많아요. 박정희 정권 때 있었던 한일조약 아시죠? 일본이 전쟁 피해자들한테 배상하지 않아도 되게 만든 조약이잖아요. 또 그의 딸인 박근혜가 다시 해버린 한일합의. 이런 것들을 검색해보면서, 사람들이 좀 더 자세히 알았으면 좋겠네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다른 사회 문제들에 대해서도요.

건대: 주로 어떤 문제요?

나비: 특히 세월호 문제가 있죠.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대부분 국민 모두가 해결해야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세월호 문제는 아직도 많이 대립하잖아요. 주변에도 지겹다는 얘기가 많아요. 그런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그런 과정에서 정부가 했던 행동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세월호 문제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잖아요. 사고 직후, 정부의 잘못된 대처 때문에 살릴 수 있던 많은 생명들을 구하지 못한 거잖아요. 그 이후에도 있던 박근혜 7시간 의혹. 불필요한 루머와 소모적인 논쟁으로 중요한 진실이 가려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사람들이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정치인들이 잘하는 거잖아요. 단순히 눈에 띄는 루머로 진실을 왜곡하고 숨기는 일. 대학생마저 정부에서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면 안 되죠. 앞에 나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자는 게 아니라, 적어도 똑바로 보자는 거예요.

흘러간 세월은, 인간의 존엄은 결코 돈으로 보상되지 않는다.” - 박노해 시인

돈으로 다 되는 일이 분명 있다. 극명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일은 더욱 많다. 하지만 흘러간 세월, ‘인간의 존엄만큼은 돈만으로 쉽사리 해결되지 못한다는 말에 무척 공감한다. 위안부 협상이 질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군 위안부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치 매년 울적하게 찾아오는 장마처럼 계속되고 있다. 실내에만 있으면 장마가 온지 모른다. 그 눅눅한 공기와 짜증나는 불편을 알 수가 없다. 바깥으로 나가서 내리는 비를 직시해라. 빗물이 타고 흐르는 차가운 소녀상의 볼에서, 할머니들의 눈물을 보아라.

편집위원 신영빈

2017년 6월, 건대교지 111호